분류-- 인문, 지리, 여행
전남문화 찾아가기
조동일, 허균, 이은숙 지음|한국문화총서 18|146×217×22mm|400쪽|29,500원
ISBN 979-11-308-1966-2 03300 | 2022.11.8
■ 도서 소개
황금 들판의 풍요로움 속에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전남문화 기행
전국 각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는 세 번째 책 『전남문화 찾아가기』가 푸른사상 <한국문화총서 18>로 출간되었다. 국문학자, 미술연구자, 한국문화 교육자로 구성된 저자들이 직접 탐사하며 전해주는 전라남도의 빼어난 경치와 찬란한 전통문화, 풍요롭고 진기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풍성하게 펼쳐진다.
■ 저자 소개
조동일
서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계명대학교, 영남대학교, 한국학대학원, 서울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다. 『한국문학통사』 『하나이면서 여럿인 동아시아 문학』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 『탈춤의 원리 신명풀이』 『의식 각성의 현장』 『동아시아문명론』 『한국학의 진로』 『해외여행 비교문화』 『서정시 동서고금 모두 하나』 『시조의 넓이와 깊이』 『국문학의 자각 확대』를 비롯해 다방면의 저서가 있다.
허 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을 전공해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편수연구원, 우리문화연구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국립문화재연구소 외부용역과제 평가자문위원,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심사위원, KBS <TV쇼 진품명품>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과 한국민화학회 고문이다.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 『사찰 100美 100選』 『한국의 서원, 넓고 깊은 사색의 세계』를 비롯해 다수의 저서가 있다.
이은숙
전북대학교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인민대학에서 공부하였다. 북경어언대학, 북경외국어대학,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문화교육에 종사하고 있다. 『신작구소설 연구』 『계서야담』(공역) 『한류와 한국어 교육』 및 『한국문화, 한눈에 보인다』(공저)를 비롯해 다수의 저서가 있다.
■ 목차
강진 / 고흥 / 곡성 / 광양 / 광주 / 구례 / 나주 / 담양 / 목포 / 무안 / 보성 / 순천 / 신안 / 여수 / 영광 / 영암 / 완도 / 장성 / 장흥 / 진도 / 함평 / 해남 / 화순
■ ‘책머리에’ 중에서
전라남도는 마한의 중심지였다가 백제에 병합되었다. 왕도(王都)가 들어선 적이 없는 변방이지만, 모든 것이 풍족하다. 땅이 넓고 경치가 빼어나며 문화 전통이 자랑스럽다. 시인, 화가, 명창이 이어져 나왔다.
영광 굴비, 목포 낙지, 흑산도 홍어를 특히 자랑하는 맛의 고장이다. 비옥한 토지에서 소출이 많아 나와 나라 살림을 지탱한 것은 다행이지만, 수탈자가 안에서 횡포를 부리고 밖에서도 밀어닥쳤다. 그러다가 망국의 위기에 빠지면, 분연히 일어나는 의병이나 지사가 적지 않았다.
일제의 침략과 수탈이 시작된 1902년에, 광양 출신의 우국 시인 매천(梅泉) 황현(黃炫)이 전라남도를 가로지르는 기행시를 지었다. 「발학포지당산진」(發鶴浦至糖山津, 학포에서 출발해 당산포에 이른다)이라고 하는 것이다. 괴이한 변화가 통탄스럽다고 하면서도, 곳곳의 경물을 잘 그려내 뛰어난 그림이다. (중략)
전라남도로 오라. 이 시를 마음에 간직하고, 황현이 간 길을 다시 가보자.
■ 출판사 리뷰
국문학자, 미술연구자, 한국문화 교육자로 이루어진 세 명의 저자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그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는 ‘문화 찾아가기’ 총서, 그 세 번째로 『전남문화 찾아가기』를 『전북문화 찾아가기』와 『충남문화 찾아가기』에 이어 선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듯이 저자들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전라남도 곳곳의 아름다운 산천, 역사의 깊은 숨결을 간직한 문화유산과 유적, 민중의 슬기를 담은 구비설화들이 여행의 진미를 느끼게 해준다. 영광 굴비, 목포 낙지, 흑산도 홍어 등 맛깔스러운 전라도의 산해진미 또한 여간 특별한 것이 아니다.
전라남도에 가면 한반도 남부에 넓게 펼쳐진 곡창지대인 나주평야, 섬들이 점점이 흩어진 푸른 다도해,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섬진강을 만날 수 있다. 시인, 화가, 명창이 이어져 나오며 찬란한 남도 문화를 꽃피운 곳이다. 수려한 자연경관에 가려진 수탈의 아픈 역사, 그렇지만 푸른 서슬이 꺾이지 않았던 의기를 간직한 고장이 바로 전라남도이다. 다산 정약용의 뜻이 서린 강진, 매화꽃 피는 철강 도시 광양, 붉은 동백꽃이 피어나는 여수, 높고 우람스러운 무등산의 정기가 느껴지는 광주, 댓가지 높은 담양, 서러운 바다 목포, 보성의 차밭과 생명이 숨 쉬는 순천만까지, 넓디넓은 황금빛 들녘과 뱃소리가 들려오는 바닷가에서 전라남도의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껴보자.
■ 책 속으로
섬진강 이름의 유래
고려 말인가 임진왜란 때인가 왜군이 쳐들어와서 우리 군사들이 쫓겼다. 강을 건너려고 하니 배가 없었다. 그때 강에서 무수히 많은 두꺼비가 떠올라 다리를 놓아주었다. 우리 군사들이 다 건너고, 뒤를 쫓아오던 왜군이 건널 때 두꺼비들이 모두 강 속으로 들어가버려 왜군은 다 빠져 죽었다. 그때까지 두치강(豆恥江)이던 강을 ‘두꺼비강’이라 해서 섬진강(蟾津江)이라고 하게 되었다.
● 섬진강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명쾌하게 설명된 것 같지만, 두꺼비들이 그렇게 한 이유는 말하지 않아 의문으로 남는다.
(61~62쪽, 광양)
버들잎이 맺어준 왕건의 인연
왕건(王建)이 고려를 건국하기 전 나주에서 10년간 머물렀다. 어느 날 위쪽의 산 아래에서 오색의 상서로운 구름이 일어 가보았다. 샘에서 아리따운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왕건이 물 한 그릇을 청하자, 여인은 버들잎을 띄워 주었다. 급하게 물을 마시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그 샘을 빨래샘 또는 완사천(浣紗泉)이라고 한다.
왕건은 총명함과 미모에 끌려 그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다. 그 여인이 장화왕후(莊和王后) 오씨(吳氏) 부인이고, 그 몸에서 태어난 아들이 제2대 혜종(惠宗)이다.
● 마실 물에 버들잎을 띄워 주는 여인의 배려가 역사를 돌려놓았다.
(117쪽, 나주)
그림자에 몸을 감추는 정자, 식영정
식영정(息影亭)은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있는 조선 시대 정자이다. 명승 제57호. 지금의 식영정은 목조 기와집 형태로 돼 있지만 「식영정기」에서는 “띠풀로 이엉을 얹고 대나무로 벽을 두른 배와 같다”라고 묘사되어 있다. 식영정 입구 쪽 언덕 아래에 부용당과 서하당이 자리 잡고 있고 길 건너편에는 증암천이 광주호로 흘러들고 있다. 과거에는 이 개천을 자미탄이라 불렸는데, 주변에 배롱나무[紫薇]가 무성했기 때문이다. 당시 자미탄 건너편에 있는 환벽당의 손님들이 나룻배로 자미탄을 건너 식영정을 오갔다고 한다. 주변 일대의 한적하고 수려한 풍광은 이곳에 식영정이 자리 잡게 된 이유다.
(145쪽, 담양)
경계 없는 산수정원
보길도 윤선도 원림에는 인위적 경계가 없다. 세연정 주변의 세연지와 바위, 연못 속에 헤엄치는 물고기, 주변의 고목과 단풍 그림자뿐만 아니라 멀리 보이는 산,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까지도 원림에 포함된다. 더 나아가 공산에 걸린 달, 밤하늘에 빛나는 별, 새소리, 벌레 소리 등 보길도의 모든 자연환경이 원림의 구성 요소가 되고 감상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구획된 일정 공간을 인위적으로 꾸미는 서양의 ‘가든(Garden)’과는 전혀 다른 한국의 정원 개념이다.
한국인의 심성은 자연 속에 들어가거나 멀리서 바라보고 감상할 뿐 가까이서 관찰하거나 과도하게 다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윤선도 원림은 이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담양 소쇄원과 화순 임대정 원림 등 조선시대 별서(別墅) 정원도 윤선도 원림과 같은 성격과 개념을 가진 산수정원이다. 원천적으로 대자연은 소유자가 없다. 산과 물, 하늘의 별과 달,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은 즐기는 자의 것이다. 고산은 보길도에 은거하면서 스스로 대자연의 주인임을 자처했던 것이다.
(274~275쪽, 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