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신선이 된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세이암(洗耳岩)은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당나라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
어지러운 신라 말 세상을 등지고 지리산을 주유하던 중 신라왕이 사신을 보내 국정을 논의하자는 말을 듣고
화개천에 귀를 씻으며 속세에서 난무하는 더러운 소리들을 씻어낸 곳이라고 하여
1천년 세월이 흐르도록 그 이름이 전해오는 곳이다
세이암 건너편에 있는 높이 25m, 수령 500년이 된 푸조나무
경상남도지정물 제123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최치원이 신흥사에 머물다가 지리산으로 들어가기 전 화개천 세이암에서 귀를 씻고
이곳에 지팡이를 꽂아놓고 들어가면서 이 지팡이가 살아 있으면 자신도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학을 타고 속세를 떠났다고 한다
나무가 아직까지 이렇듯 싱싱하니 최치원도 신선이 되어 천수 만수를 누리고 있겠지.....
그러나, 1200년 전의 고운과 500살 먹은 푸조나무와의 괴리는 어떻게 설명이 되나
전설은 전설일 뿐이다
옛 신흥사 터에 자리 잡고 있는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
이 왕성분교에서부터 의신마을을 지나 원통암과 대성마을까지의 '서산대사 길'이 시작된다
세이암은 왕성분교 건너편 계곡에 있는데
세이암 조망을 위해 조그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곳 조망대에 서면 계곡 맞은편에 세이암이 보인다
세이암(洗耳岩)
사람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바위인데
바위에 새겨져 있다는 세이암 각자(刻字)는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세이암 뒤편의 가파른 산비탈 위에 세이정이 있지만 나무숲에 가려져 정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성계곡 화개천
지리산 시인 이원규의 시에 세이암이 나오는 부분이 있다
지리산 옛길 / 이원규
살다 지쳐 자주 팍팍한 날이면
세상사 낡은 외투 훌훌 벗어던지고
화개동천 지리산 옛길로 가자
세이암 맑은 물에 두 귀를 씻고
연초록 산바람에 백태 낀 눈동자를 헹구자
저마다 외로운 구름처럼
한 마리 보리은어의 첫 마음으로 거슬러 오르자
(이하 생략)
이제 세이정을 찾아 간다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캠핑장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 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중간에 가로 놓여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서 간다
세이정 가는 길 / 120m 거리다
세이정(洗耳亭)
세이정은 20여년 전에 세워진 정자다
단청칠을 한 팔각 정자의 규모로 보아 일반적인 정자와는 달리 웅장해 보이고
입구에서부터 길을 내면서 데크계단 시설을 한 것으로 보아 공사비용도 제법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이 세이정을 안내하는 시설이 바깥 큰 길에서는 잘 보이지를 않았다
조망도 주변 나무로 인해 가리어져 아무런 조망이 없는데
주변 나무들을 좀 벌목하든지..... 아무튼 하동군의 관리나 홍보가 소홀한 것 같은 느낌이다
세이정에서 내려다 보이는 왕성분교 모습
저 앞 지리산 주능선에 뽀족한 모습을 한 봉우리가 있어 당겨보지만
저 봉우리가 칠선봉인지 영신봉인지 확실치가 않다
봉우리 모습으로 보아서는 칠선봉인 것 같은데 ......
첫댓글 좋은 곳을 다녀왔구나.
친구의 행적을 보면서 저 맑은 청산과 녹수의 간접체험을 하곤한다.
푸조나무의 우람한 성목을 보니 이렇게 마음이 좋다.
그 멀리 이국에서 와서 저토록 성장하도록 갸륵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洗耳岩이며, 洗耳亭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서울에 오면 길상사라는 절이 있다.
친구도 알다시피 대원각이란 요정으로 유명한 김영한이
법정 스님에게 기증한 것이다.
김영한 보살의 법명이 길상화였다.
법정 스님은 대원각을 거대한 가람으로 조성하였다.
그리고 그 이름에 길상이란 거룩한 이름을 붙였다.
법정 스님은 단 하루도 이 길상사에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혹시라도 인간적인 탐심이 생길까 싶어
그렇게 하였을 것이라고 인간적인 생각을 해 본다.
어디 경치좋은 곳에 가면 세이암이니 세이정 같은 사물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히려 그런 이름들이 세상에 대한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을 은밀히 숨기려고
그런 이름을 붙였는가 싶기도 한 것이다.
친구의 좋은 정경의 사진들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서산대사 옛길을 따라 의신마을과 대성골 대성마을까지 옛길 트래킹을 하고 싶었지만 차를 타고 의신마을만 다녀오고 말았다네~
의신 마을을 다녀왔다고?
그곳에서 조금더 올라가면 대성리가 나온다.
다시 거기서 벽소령과 형제봉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빗점골이 나온다.
그곳이 6.25 이후 빨치산 남부군의 대장이었던 이현상이 최후를 맞았던 곳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붉은 물'이 들어 그 이념에 복무하다가
허무하게 삶을 마감했다.
그 사내가 자기의 마음의 조국으로 생각했던 현재의 북한의 모습과
오늘의 이토록 발전된 대한민국을 본다면
뭐라고 말할 것인지 자뭇 궁금하다.
안그래도 언젠가 지리산 공비토벌루트를 답사할려고 지리산역사관 직원에게 문의하니
예전에는 지자체에서 루트를 따라 탐방로 관광홍보가 있었으나
지금은 국공에서 비탐방로로 지정하여 진입을 할수가 없다고 하네....
아쉬운 마음에 루트안내도만 카메라에 담고 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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