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철학이야기 거북이 장생불사한 까닭-포박자(1)
본 이름이 갈홍(葛洪)인 포박자(抱朴子)는 중국 위나라에서 서기 252년에 태어났다. 아버지가 태수의 벼슬을 지낸 명문 집안이었으나 열세 살 때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로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야만 했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해가며 육경(六經)과 제자백가(諸子百家)의 글들을 읽어나갔다.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책을 빌어보았고, 땔감을 팔아 붓과 종이, 묵을 샀다.
증조부인 갈현과 그의 제자였던 정은으로부터 도인(導引,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기를 꾀하는 양생법, 또는 섭생법)과 연단(鍊丹, 단전에 기를 모아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일)의 방법을 배우고, 장인인 포현으로부터는 도참(圖讖, 미래의 길흉에 관하여 예언하는 술법)의 예언학인 내학(內學, 점술)과 의술을 배웠다. 포박자는 도교의 일류급 인사들과 사귐으로써 뒷날 도교의 학술적 이론 방면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도교의 이름난 명사들이 그랬듯이, 포박자 역시 자기의 타고난 성품과 생명을 지키려고만 하였다. 이웃들과의 왕래를 끊고 문을 걸어 잠근 채, 모든 방문객을 사절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가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지만, 그는 오히려 이를 즐거움으로 삼았다.
그런데 쉰 살 무렵의 어느 날, 예외적인 일이 생겨났다. 반란군을 진압하고자 나라에서 의군(義軍, 정의를 위하여 스스로 일어난 군대)을 조직하였는데, 평소 무예에 통달해있던 포박자가 의군 도위(都尉, 군사 업무를 맡아 보았던 벼슬)로 발탁된 것이다. 뒤이어 그의 군대가 반란군을 진압하게 되었고, 이 공로로 포박자는 복파(伏波)장군으로 임명되는 한편, 관내후(關內侯,자신의 땅을 보유하지 않고 중앙정부에 머무르는 제후)라는 벼슬을 하사 받았다. 그러나 정치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는 벼슬에서 물러나 계속 도술을 연구하였다.
얼마 후, 구루(네팔 동부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 지역)의 현령 자리를 신청하여 부임지로 떠나갈 때, 등옥이란 사람이 간절히 청하는 바람에 나부산(광둥성에 있는 중국 10대 명산 가운데 하나)에 은거하면서 포박자와 신선전이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그는 산 위에서 마지막 7년을 보내다가 여든 한 살로 세상을 떠났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잠자듯 단정히 앉아 숨을 거두었으며, 얼굴빛은 마치 살아있는 듯하였고, 신체는 부드럽기가 마치 텅 빈 옷을 입은 듯 하였다고 한다. 흔히 도교에서 말하듯 육체만 남기고, 혼백은 신선으로 변한 것이다.
포박자에 의하면, 인간의 지혜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데 반하여, 이 우주는 아주 미묘하게 얽혀 있어서 사람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가령 신선(神仙)이 되는 일은 우리 인간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환상이 아니며 실제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과연 신선이란 어떤 존재일까? 따지고 보면 그는 우리 인간과 같은 종류의 존재이며,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힘써 배움으로써 그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포박자는 사기 가운데 있는 한 고사(故事)를 인용하고 있다. 즉, 어떤 사람이 어렸을 때 아무 생각 없이 거북을 책상 속에 넣어둔 채 잊어버렸다. 그런데 그 사람이 늙어 죽을 때 즈음에 집사람들이 우연히 그 거북을 발견하였다. 그때까지 거북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는데, 숨을 쉬며 살아 있었던 것이다!
이로 보아 이 거북은 장생불사(長生不死)의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음에 틀림없으며, 그러므로 만물의 영장(靈長)인 인간도 그것을 배우기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신선이 되는 일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문제는 그 방법을 구했느냐 구하지 못했느냐에 달려있다고 포박자는 주장한다.
-<포박자>는 다음 호까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