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이었다.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고, 모기지의 신기루가 온 세계를 덮쳐 우울했던,
IMF이후 꼭 10년, 언시생들에게는 공채를 막아버렸떤 최악의 금융위기.
선배가 불렀다.
"제논아, 뭐 재미있는 아이템 있으면 기획해봐"
"요즘 구리, 주석 가격이 너무 상승했잖아요. 곡물도 너무 올랐고. 그러니까 구리, 주석 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는 지역
전체를 취재해되 순전히 그 사람들 입장만 담아 내러티브로 써보면 어떨까 합니다 요즘 정부얘기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공단 취재를 하잔 말인지?"
"예 그렇죠"
그렇게 해서 단신으로 나는 공단에 투입되었다. 수도권에 위치한 이 공단의 공기는
찼다. 여름인데도 차갑게 느낀 이유는 골목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공장마다 굉음이
울린 탓이다. 인근 은행 부지점장님부터 만났다.
"요즘 공단 사정이 어떤가요?"
"아휴, 말도 마세요. 고객님들이 돈을 계속 찾아가세요. 엊그제에는 50억 맡겨두셨던 사장님도 이제 돈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는 걸, 제가 집까지 찾아가서 말렸거든요"
"집에 찾아가요?"
"아휴 그럼요, 집에도 가고, 생일도 챙겨주고 얼마나 다 하는데요. 뭐 돈 벌자고 하는 일이 다 쉽겠어요?"
"돈을 빼가면 은행도 참 힘들겠군요. 이 곳 공단에서 돈 맡길 사람들이야 그 분들밖에 없을텐데.."
"그렇죠. 이 분들이 참, 엄격하신 분들이 많아요. 돈은 엄청 많거든요. 뭐 그리 큰 총수는 아니어도
1~200억씩 가지신 분들 말이죠. 그런 분들이 차는 경차를 타고 다니며 아껴가며 예치하신 돈인데
이제 사업이 어려워서 찾아가시려는 거죠"
"혹시 그 분들 좀 뵐 수 있을까요?
"예, 제가 말씀드려 놓을게요 그 분들도 언론을 통해 뭔가 얘기할 게 많으시거든요. 특히 아까 50억 빼려고 했다던
그 사장님 제가 연결시켜 드릴게요 그 분이 말씀도 참 잘 하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뵐게요"
은행 경력 20년의 (여자) 부지점장님의 말을 들으니 공기가 더 추웠다.
길가다 만원짜리 티가 괜찮아보여 하나 샀다.
"기자님, 어떡하죠?"
"네?"
다음 날 다시 찾아온 공단 은행에서 부지점장님은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어제 말씀드린 그 사장님이, 정말 힘드신가 봐요. 사실 그 사장님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이 미국에 가 있거든요.
돈을 막 보내달라 그랬나봐요. 거기서도 한달에 2~3000만원을 보내주는데 그게 부족한 거예요"
"네? 2~3000만원이요?"
"네, 소위 오렌지족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제가 정말, 진짜 보면서 안타까운 게 사장님들 정말
직원 관리도 잘 하시고, 자신에겐 돈을 그렇게 아끼거든요. 그렇게 소중하게 하나하나 모은 건데.. 자기 고생한 거
생각나 자식 시키기 싫어서, 자식들에겐 해달라는대로 다 해 주거든요. 그러니 자식들은 더 돈을 막 쓰게 돼요"
파리의 연인에서 이동건은 김정은에게 차이고 오토바이로 도로를 과속질주한다. 뒤따라온 경찰이 과속 딱지를 떼자
"이건 제 신분증이고요 오늘 딱지 수십장 뗄 것 같으니까 이 쪽으로 다 보내주세요 계산할테니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보며 저런 돌아이도 있구나 깨달았다. 과속단속은 돈벌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실제 그런 느낌을 주는 아이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어쨌건, 요는 그 사장님은 저간의 사정으로 인해 도무지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거였다.
대신, 또 다른 자수성가한 다른 사장님을 만나러 갔다. 이 분은 물로 쇠를 자르시는 분이다.
가능할까 싶었는데 실제 공장에 가니 물로 쇠를 자르는 것을 보여주셨다. 이 분은 원자재를 들여와
이렇게 자르고 조립해서 다시 내다파는 일을 하고 계신다.
"기자님, 안녕하세요. 어이 윤 비서, 아이스크림 좀 3개만 갖다줘"
비서는 대답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내온다. 캔디바였는데 반쯤 녹아있었다.
"정말 힘듭니다. 아주 그냥, 어제 체코에 갔다 왔는데 이건 뭐 비행기값만 날리고 왔어요"
대뜸 처음부터 작심한 듯 얘기를 풀어낸다. 원자재가가 너무 오른다. 정부는 이런 경제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환율정책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자며 대기업을 밀어준다. 서민들에게도 복지 예산을 투입한다.
그 사이에 위치한 자신들은 죽어가고 있다. 무슨 대출기한을 연장해준다 어쩐다 하는데 죽어가는 사람에게
물 몇 방울 먹여봤자 소용 없다. 난 양심적으로 기업을 운용해 왔다. 어떤 정책이 나와도 자신들은 소외된다.
너무 힘든 얘기만 듣는 것 같아, 화제를 돌렸다.
"사장님, 그럼 제일 괜찮으셨을 땐 언제였나요?"
"그거야 김우중 때였죠"
보통 한 시기를 얘기할 땐 보통 그 체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기관의 이름을 대거나 (imf 시대)
혹은 연수 이름을 붙이는 게 보통이다. (2008 금융위기) 아니면 대통령 이름이 거의 마지노선이고
(김대중 대통령 때) 기업인 이름이 붙는 경우는 잘 없다. 김우중 때의 뜻을 다시 물어봤다.
"김우중씨가 정말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 사람 때문에 저희 사업자들이 동유럽에서는 굉장히 큰 혜택을
봤습니다. 믿을 수 있다는 거죠. 만약 우리나라에 예맨, 오만 같은 국가가 와서 투자 유치를 하거나 계약을
하려 한다 생각해보세요.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잖아요. 하지만 예맨에 우리 경제를 살리고 신뢰있는 계약을
해온 기업인이 있다면? 당연히 예맨에 눈길이 가거든요"
진보는 물론 보수조차도 사실상 눈길을 안 보내는 김우중 회장에 대한 사장의 얘기는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김우중이 세운 대우 지사는 그 곳에서 절대 임금 체불을 하지 않았고 단가도 항상 그 지역 사정에 맞게 맞춰
주어 신뢰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한국 경제를 담보삼아 기업을 무리하게 확장시킨 원죄는
당연히 갈음될 수 없다.
(계속)
나중에 부끄러우 면 삭제할게요 뭔가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쓰고 보니, 재미 없네요 ㅋㅋ
첫댓글 재밌는데요 ㅎ
재미있어요 ㅋㅋㅋ 더더더 ㅋㅋ
재밌습니다!!다음을 기다릴게요ㅎㅎ
잘 읽었습니다. 바나나둘이님.
좋은데요... 좀 더.
아쉽게 끝났네요! 2부 기대할게요ㅎㅎ 재미집니다ㅎ
재밌어요. 생생하네요. 곳곳에 김우중 마니아가 참 많은 듯.
재밌어요! 다음편 기대 ㅎㅎ
막 몰입하던 순간에 중간 광고 나오면서 커밍 수운~ 하는 듯한 느낌이네요.
빨리 올려주세요~~~ㅎㅎㅎ
정말 정말 재밌어요 이래서 기자 하는 구나 싶네요 기자는 정말 재미있는 직업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