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4년, 북경은 운석의 충격에 휩싸였다.
강은 마르고 땅이 갈라져 자금성과 북경 전체가 증발했다.
그렇게 명나라는 멸망했습니다. 그와 함께 북쪽에서는 이민족들이 남하했고, 남쪽에서는 무수히 많은 소국이 난립했다.
중국은 창작물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아포칼립스 상황이 되었으며,
이 시대를 묘사하는 지도에서는 북경 근처 지역을 점령한 오이라트 부족과 코르친의 영역 남쪽은 회색으로 칠해져 있다.
천자 중심의 세계질서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토마스 매카비 교수 : 이 시기 중국은 그야말로 5호 16국의 재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나마 기록이 남을 만한 나라가 나타나려면, 명의 후계를 자처하는 남명이 등장하는 16세기 까지는 기다려야 했습니다.
한편 조선은 북방의 이민족이 남하하면서 이를 대처하기 시작했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 소개할 총통위(銃筒衛)다.
-역사 스페셜 <세종, 조선을 화력에 미친 나라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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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은 다음 날 아침, 세자와 라이작은 기분 좋은 얼굴로 걸어가고 있었다. 바로 전날에 있었던, 새해를 기념하는 축제 때문이었다.
"아아, 어제 있었던 불꽃놀이는 진짜 기억에 남을 일이었어요!"
"하하하! 그러게 말이다. 밤하늘이 대낮처럼 밝게 빛났었지"
세자와 라이작은 어젯밤에 있었던 불꽃놀이를 회상하고 있었다.
허나 라이작이 불꽃으로 번쩍이는 밤하늘을 회상하고 있었다면,
세자는 불꽃놀이를 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화약을 사용하고도 넉넉한 화약 재고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화약 만드는 걸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런 불꽃놀이도 없었겠지. 너에게 다시 한번 고마울 뿐이다"
새해 첫날에 한양에서 불꽃놀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라이작이 화약을 만들어주는 법을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유황 광맥을 찾고 초석밭을 만들어주고(초석밭은 까치가 가르쳐 줬다),
화약 가루를 알갱이 형태로 만들어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화력을 사랑하는 세자 입장에서는 함박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저야말로 도움이 되어서 좋아요. 아, 이제 곧 도착인가요?
"그래, 곧 총통군을 보러 갈 수 있겠구나"
세자와 라이작이 도착한 곳은 총통군을 육성하는 연병장이었다.
이곳에 온 이유는 세자가 왕의 문안 인사를 하러 가기 전에 최근에 편성한 총통군의 상태를 점검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세자 저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 다들 기다리고 있었구려. 내 늦어서 미안하오"
한성판윤은 세자를 보자 고개를 숙이려 했지만, 세자는 한시가 급하다며 그를 말리고 총통위 병사들을 살펴봤다.
다들 완전군장을 하고 있었고, 자신들의 총통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자, 다들 군장은 잘 챙겼겠지? 이제부터, 양손에 낭사(囊沙. 모래주머니)를 쥐고 1백보를 달릴 것이다!"
그러자 총통위 병사들은 네! 하고 외친 다음 양손에 쥘 모래 주머니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라이작이 총통위들을 보고 세자와 교관들을 둘러보자 그들이 라이작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겼다.
"저, 참새야? 왜 그러는 거야?"
라이작 주변을 날아다니던 까치가 그렇게 물어보자, 라이작은
"세자 저하께서는 같이 달리지 않으시는 건가요?"
하며, 폭탄 발언을 날렸다.
"응?"
이에 지켜보던 내관이나 종사관, 그리고 한성판윤은 기겁했다. 한편 세자는 하하하 하고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는 왕세자로서 군사를 조련하기 위함이란다. 무거운 화포를 들고 빠르게 적을 섬멸하려면 체력은 필수거든"
"음..."
세자가 그렇게 대답하자, 라이작은 세자의 풍채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런데 저하는 왜 저들과 같이 안 달리나요?"
그러자 세자는 위기감을 느끼고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가 종사관과 한성 판윤이 눈에 들어왔다.
"거, 걱정 말거라! 나 대신 저들이 총통위와 같이 달릴 것이다!"
"아, 그렇구나!"
라이작이 뭔가 알아채자, 세자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저하는 저들과 같은 무기와 옷이 없어서 그렇군요! 제가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라이작이 폭탄을 터트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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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세자였던 문종은 화약무기 쪽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아버지였던 세종이 총통위를 만들자, 문종은 이에 관심을 가졌는데,
한국의 지형에 어울리는 전투복과, 기존의 총통보다 더 사용하기 편한 화기, 그리고 현대적인 군장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문종이 만든 화기는 화승총에 권총 손잡이와 삼각뿔 총검, 수평 개머리판을 부착했고, 트랩도어라 불리는 후방 장전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당시 서양에서도 볼 수 없는 혁명적인 모습의 화기였습니다.
또한 문종은 총통위를 훈련시킬 때 그들과 함께 구보를 했는데,
이에 수양대군과 다른 대군들, 다른 대신들도 훈련을 같이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문종이 총통위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며,
이렇게 아침 조회 전에 관리들이 행군을 하는 것이 이후 전통이 되었다고 합니다.
-호우호우도 고젠 사네아키 교수. 역사 스페셜 <세종, 조선을 화력에 미친 나라로 만들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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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작이 만든 군복은 녹색과 연두색, 갈색이 섞인 군복이었는데, 오얏꽃 오버로크가 달려있고 어깨에는 용무늬가 견장으로 달려 있었다.
등에는 지게를 닮은듯한 군장이라는 가방을 착용했다.
그리고 손에는 라이작이 만들어준 '총'이라는 무기를 들었다.
"끄어어어어..."
그렇게 완전군장을 한 세자는 라이작의 호각소리에 따라 총통위와 함께 달려나갔다.
세자 때문에 행군에 딸려 나온 한성판윤과 군관들은 덤이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냐!'
세자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그렇다고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천녀께서 친히 옷과 무기를 하사하셨는데 어찌 거절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세자와 군관들은 라이작을 따라 달릴 수밖에 없었다.
"저하, 저하!"
"헥헥, 왜, 왜 그러느냐?"
"뭔가 이상하옵니다. 헥헥! 이 길로 가면 한양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무, 무어라?"
그렇다. 라이작은 길안내를 해주는 까치를 따라 행군을 하고 있었는데,
까치가 라이작을 따라 달리는 세자를 보고 장난기가 든 것인지, 진로를 한양 외곽으로 튼 것이었다.
세자는 이를 지적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 순간 말을 타고 오는 누군가가 보였다.
"응? 세자 저하?"
"응? 수양이냐?"
수양 대군이었다. 총통위 일행은 사냥을 하고 돌아오던 수양 대군과 마주쳤다.
"수양아, 말에서 내려라"
"잘 못 들었습니다?"
"나도 달리는데 너도 달려야지 않겠니?"
"네?"
그를 본 세자는 이상한 심보가 발동해서 동생을 끌어들였고,
결국 수양 대군도 완전군장을 하고 행군 대열에 참여했다.
하지만 수양은 전부터 몸을 단련했던지라 몸이 가벼웠고,
오히려 웃통을 벗고 가슴 근육을 드러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 등청을 하던 성삼문과 신숙주 등의 관리들도 세자와 눈이 마주쳤고,
"대신들도 대군인 우리를 본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수양이 겨울 체력 단련의 기쁨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하면서 수양 대군이 반쯤 째려보자,
"대군의 은혜가 하해와 같으니, 저희들도 앞장서서 따르도록 하겠나이다!"
그들도 아무 말 없이 라이작에게 받은 완전군장을 챙기고 행군에 합류했다.
그렇게 그들은 한양 외곽까지 행군을 하고 다시 궁궐에 돌아왔으니,
"헥헥, 전하, 소자, 전하를 뵈옵니다. 헥헥..."
"아니,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구나?"
문안인사를 하는 세자를 본 왕과 왕대비는 세자와 그를 따라온 대군 대신들의 땀범벅의 몰골을 의아하게 여겼다.
"호오, 저 옷은 참으로..."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왕은 그들이 입은 군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상참(常參. 6품 이상 관원들이 매일 아침 왕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는 행사) 때가 되자, 왕은 대신들에게 세자가 입었던 군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세자가 입은 옷을 보니, 조선 땅의 산과 숲에서 매복하기 유리한 복장일 뿐만 아니라, 몸을 숨기거나 움직이기에도 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세자가 입었던 군복으로 병졸들의 의복을 변경할까 한다"
그러자 세자와 같이 행군을 했던 대신들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하며 동의했는데, 병조판서 조말생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신 병조판서 조말생 아룁니다. 그 군복이라는 것이 매복과 움직임에 능하기는 하나, 궁시나 창검을 맞았을 때 그것을 막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자 대신들은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들 천녀님께서 보여주신 영상을 보았지 않는가?"
그러자 왕은 라이작이 만들어준 신무기 이야기를 꺼냈다. 라이작이 총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겠다면서 커다란 거울을 통해 보여준 것이 있었는데, 바로 총기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라는 것이었다.
그 영상을 왕과 대신들이 보니, 화기라는 것이 발달하면서 그 어떤 갑주도 총알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그 영상에 따르면 총이라는 것이 발달할 경우 그 어떤 갑주도 그걸 막을 수 없다. 중무장한 여진족 기병이 돌격하는 게 무적이라면 우리는 왜 총통병을 육성하고 있단 말인가? 오히려 병사들이 매복하고 움직이기 편하게 하는 쪽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왕이 그렇게 반박하자 군복과 신무기를 도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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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 앞서서 보급된 개구리 군복과 조총.
라이작 옷 바꾸는 건 섬유 관련 에피소드 들어갈 때 바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명나라 망했으니까 소중화 사상이 일어나려나요?
우리가 중화를 이어받았다/이어받아야 한다 뭐 그러는 애들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니면 훈민정음 반포 에피소드에서 조선에 만화를 보급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연산군 때는 상소문에 그림을 그려서 간언을 한 게 있다 그러던데.
경전에 그림 넣어서 보급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화약은 초석이 문제네요.
그나마 가까운 곳이 인도 아니면 중국인데
중국은 이미 운석 떨어져서 북두의 권이 되었고
인도는 너무 머니까 어찌할까 고민입니다.
조선판 대항해시대라고 일으켜야 하나 싶더라고요.
첫댓글 그냥 운석이 초석이었다 해버립시다(?!)
"별빛이 내린다" 편에 떨어진 운석이 사실 남산만한 순금 덩어리입니다.
아니면 불순물 삼아서 초석이 조금 있다 할까요?
@판타탓사 아니면 백두산이나 금강산을 통째로 초석으로 바꾼다던가...
@_Arondite_ 이왕 중국이 개판이 된 거, '우리만의 하늘' 을 주장하면서 만주와 중국 땅을 확보하는 게 어떨까요?
산동성 남쪽 린이시 쪽에 초석 광산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판타탓사 뭐 어떻게 넣든 넣기만 하면 되겠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