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www.mediamob.co.kr/menmycats/blog.aspx?id=111262
다음거에 사진이 있는데 어떻게 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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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좋아합니까?
저는 싫어합니다.
저만큼 벌레가 싫으신 분은, 그래서 벌레 이야기는 읽기도 싫다 싶으신 분은 자제해 주십시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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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레가 싫다. 정말이지 무지무지 싫다. 굉장히 무섭다. 그래서 벌레를 보면 반응은 딱 하나다.
"우웨에어아아악!!!"
옛날 고양이를 키우며 살던 집은 나무로 지어진 꽤 오래된 단독주택이었다. 낡고 겨울에는 벽에서 바람이 숭숭 불어오는 그런 집이었기에 크기에 비해 전세값이 쌌다. 그 집에서 10년 정도 살았으니 제법 오래 살았는데 사는 동안 그 집에 별 불만은 없었다. 딱 하나, 벌레가 나온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다.
주요 출몰 벌레 하나, 곱등이.
둥그런 몸뚱이에 ㄱ자로 꺾어진 큰 뒷다리와 그보다 작은 앞다리를 가지고 있다. 뒷다리를 이용해서 팔짝팔짝 뛰어다닌다. 개인적으로 기어다니는 벌레보다 뛰어다니는 벌레가 더 싫다. 기어다니는 벌레는 경로를 예측하고 도망갈 수나 있지, 뛰어다니는 건 도대체 어디로 튈지 상상이 안된다. 행여나 내 쪽으로 뛰어오기라도 하면 나는 세상 끝난 사람처럼 소리지르면서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대부분의 벌레는 나를 집에서 쫓아낼 수 있다.
곱등이 큰 게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 출몰하던 것들은 몸통만 엄지손가락 한 마디 크기정도 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곱등이는 변태를 안하는지 아주 작은 것, 새끼손가락 손톱만한 크기의 것도 종종 발견되었다. 그건 매우 작은 크기였기 때문에 나도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의 오만한 생각이 깨져버린 사건이 있었다.
새끼 곱등이와 가장 자주 마주쳤던 장소는 목욕탕이다. 아침에 세수를 하러 가면 늘 하수구 근처에 두세마리의 새끼 곱등이가 있었다. 아마 하수구를 타고 올라왔던 것 같다. 그것들을 처리하는 방법이-물론 손대지 않고-있었다. 하수구 근처에 있으니 물로 쓸려버리면 되는 것이다. 물 한바가지를 파워풀하게 부어주면 새끼 곱등이들은 아등바등 하수구 너머로 사라져 갔다. 그런데 그 날은 새끼 곱등이 수가 좀 많았다. 예닐곱마리는 되는 것같았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물을 대야에 떠서 부어버릴 준비를 했다. 준비, 하나, 둘, 셋! 물 방출!
그러자 살기 위해 처절했던 새끼 곱등이들은, 물을 넘기 위해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내 쪽으로. 수마리의 새끼 곱등이가 나를 향해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나는 대야를 집어던지며 목욕탕을 뛰쳐나왔다. 우웨에어아아악!
주요 출몰 벌레 둘, 바퀴벌레.
정말 싫다. 정말정말 싫다. 온 몸의 털이 솟고 구역질이 날 정도로 무섭고 싫다.
그 집 바퀴벌레는, 정말, 컸다. 한번은 사박사박 이상한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렸더니, 장지문 위로 이따만한-_- 정말 손바닥 반만한-_- 세까맣고 등에 윤기까지 흐르는-_- 대가리를 돌려 썩소를 당장이라도 날릴 것같은-_- 바퀴벌레가 기어가는 소리였다.
집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잡아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방을 나가서 문을 봉인하고 일주일간 들어가지 않았다. 숙제는 마루에서 했고 잠은 엄마 옆에서 잤다.
그 밖에도 집게벌레, 날개 달린 개미 등이 출몰했다. 그것들은 곱등이나 바퀴벌레에 비하면 참을 만했으니 생략하겠다.
한심이가 우리 집에서 무럭무럭 커가고 있던 어느 날, 나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고양이가 파리를 잡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파리가 한 마리 필요하다. 방 안이나 마루를 날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필요하다. 고양이가 공중의 파리를 포착한다.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가 어느 자리에 파리가 앉는 것을 기다린다. 그리고 자세를 낮춰 낮은 포복으로 파리를 향해 기어간다. 뛸 수 있는 거리를 재서 어느 순간 멈추고, 궁둥이를 씰룩씰룩하며 뛸 준비를 한다. 그리고 점프! 앞다리로 파리를 잡는다. 이제 고양이의 앞발 아래 파리가 잡혀있다. 마무리로 고양이는 파리가 도망가지 않도록 주둥이를 앞발 사이에 넣고 파리를 먹는다. 냠냠. 맛있냐?!
어쨌거나 파리를 잡아주는 건 고마운 일이다. 기특하다. 우리 가족은 한심이가 파리를 잡으면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나는 파악했다. 한심이는 벌레를 잡고 먹을 수 있구나.
고양이가 생긴 뒤로 벌레가 나왔을 때의 나의 반응은 조금 길어졌다. 원래는 벌레를 발견한다, 우웨에어아악 소리를 지른다, 나는 뛰쳐나가고 가족들은 휴지를 끊어서 달려온다 였다. 그러던 것이 벌레를 발견한다, 우웨에어아아악 소리를 지른다, 뛰쳐나가서 고양이를 찾는다, 고양이를 들고 벌레가 있는 자리로 돌아온다, 벌레를 향해 고양이를 던진다, 고양이가 벌레를 잡아먹는다 로 변했다. 나는 현장에 한심이를 투입하고 뒤에서 응원했다.
"한심아, 먹어버려! 죽여버려! 잘한다!!!"
한심이는 이 움직이는 작은 것을 가지고 놀았다.(정말 강한 동물 아닌가?!) 앞발로 툭 치면 팔짝 혹은 스르륵, 그러면 달려들어 잡았다가, 놓아보면 또 팔짝 혹은 스르륵, 그러면 또 잡아서 한 입 깨물어 보고, 놓아보면 또 팔짝...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최종적으로는 벌레를 먹어버리거나 벌레가 시체가 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벌레한테는 좀 미안한 일이긴 하다. 잔인하다. -_- 그치만 나는 벌레가 정말 싫다. 무섭다. 그리고 벌레를 잡아주는 한심이는 대빵 멋지다.
그런데 이 방법에는 폐단이 있었다. 폐단은 벌레가 움직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고양이가 벌레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그것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벌레가 움직이지 않으면 흥미를 잃어버린다. 때때로 벌레가 위험을 감지하고 죽은 척 도사리고 있으면, 처음에는 이리 저리 벌레를 건드려보던 한심이는 심심해져서 벌레를 버려두고 자리를 떠버리는 것이었다. 야, 벌레 먹고 가야지!!! 또 벌레를 반쯤 죽여놓고 움직이지 않으니까 가버릴 때도 있다. 그러면 벌레는 더더욱 징그럽게 스리 남은 팔다리를 아등바등 움직여 도망가버린다. 야, 뒤처리를 제대로 하란 말야!!!
때때로 집에 돌아왔을 때 마루의 카펫이 조금 뒤집혀 있거나 꾸불꾸불 접혀있는 적이 있었다. 그건 한심이가 벌레와 사투를 벌였다는 증거이다. 벌레가 카펫 아래로 기어들어가면 한심이는 카펫을 뒤집느라 진땀을 뺐다. 앞발을 카펫 아래로 넣어 마구 뒤질 때의 그 얼굴은 좀 볼만하다. 어딨냐? 어딨어? 하는 표정. 또 카펫이 꾸불거리게 된 것은 벌레를 잡기 위해 뛰었을 때 카펫이 밀린 것이다. 카펫이 밀렸을 때의 이게 아닌데 하는 황당한 표정도 물론 볼만하다. 나는 처음에 멋모르고 왜 이러지, 하고 카펫을 펴거나 뒤집어 보았다가 벌레 시체를 발견해서 우웨에어아악 한 뒤로는 절대로 카펫을 건드리지 않았다.
한심이의 벌레 사냥이 극에 다다르는 때는 우리 가족이 며칠씩 집을 비울 때였다. 여름 휴가나 명절에 2박 3일씩 집을 비울 때면 엄마는 한심이의 밥그릇에 밥을 잔뜩 쌓아주었고 가까운 곳에 사는 이모에게 밥과 물, 화장실을 갈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니까 분명히 먹을 것은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집을 비우고 돌아왔을 때에 우리 가족은 무척이나 기막혀했다.
안방에 곱등이 뒷다리 하나, 내 방에 곱등이 더듬이 한짝, 마루 구석에 곱등이 몸뚱이. 처참한 죽음이었다. -_- 이런 것이 두어마리 발견되곤 했다. 스트레스 해소용이었으리라.
그런데 이것은 우리 한심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고양이들도 하는 일인가보다. 일전에 나간 오프모임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한 블로거님은 이것을 "오래 집을 비우고 돌아왔더니 웬 호치키스 심이 바닥에 떨어져 있나 했다"고 한다. 곱등이 다리 = 호치키스 심. 멋진 표현이다. 하하하.;;;;
한심이가 온 뒤로 가족들은 조금 편해했다. 요란한 나를 위해 벌레를 처리해 줄 친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웨에어아아악! 오빠, 벌레가 나왔어! 잡아줘!"
"한심이 데려가."
이럴 땐 좀 야박했다.
한심이는 내게는 함께 있으면 안심이 되는 보디가드 같은 것이었다. 한심이를 껴안고 잠을 청할 수 있었던 덕분에 혼자 방에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고, 한심이를 안고 갔기 때문에 어두운 옛날 집의 가장 끝에 있는 화장실과 목욕탕도 무섭지 않게 갈 수 있었다. 지하실에 혼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도 한심이를 찾으러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뜨개질을 처음으로 해본 것은 한심이의 목도리를 뜨기 위해서, 인간이 먹을 것은 아니었지만 음식 비스무리한 것을 처음으로 해본 것은 한심이의 먹이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이렇게, 지금도 너무 많이 보고싶은 것이 무리는 아니다.
오늘은 오후부터 어쩐지 열이 나고 온 몸이 으슬으슬, 뼈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환절기 감기가 스쳐지나간 모양이다. 초저녁에 잠들고 밤에 깨어나니 열은 내렸다. 그런 뒤에는 어쩐지 온 몸이 후끈후끈해서 땀이 날 지경이다. 마치 뜨끈한 고양이를 안고 잤던 것 같다. 후끈후끈...
첫댓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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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심 이 한 마 리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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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파리랑 모기같은거 빼고 벌레를 좋아해서..; 바퀴벌레같은건 아직 본적이 없어서 그 혐오감을 잘 모르구요, 집에 있는 벌레는 가끔씩 나오는 새끼거미들 뿐이라서.. 거미 나오면 손에 올려놓고 놀다가 베렌다쪽으로 던집니다
집에서 바퀴벌레를 보면......가출하고 싶어져요^_^
혼자있는 방에서 사락사락 스스슥 소리 나면서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를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위에 님처럼 가출하고 싶어져요. 전 자취방에서 새벽 두시 반에 집에서 나와버렸답니다...............그리고 전 이번학기에 이사할 생각입니다.
나도 고양이 키울까 ㄱ-
우리집 강아지보는거 같네......울 강아지는 아예 벌레 잡아달라고 생떼쓴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썅늠시키야 니가 잡아 나 무섭다구 ㅜ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강아지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흐흐흫 징그러 잠못자겠당 ㅠㅠㅠㅠ
고양이.. 기특한 동물이였군화... 키워볼까..?
...............미안해요..........읽기싫어서..
하...
저의 집도 바퀴벌레가 가끔 출몰하는데 우리 영웅이(요키)가 처리해줍니다. ㅋㅋ
고양이들 날아다니는 벌레 보면 잡고 싶어 안달나서 엥엥엥 거리면서 채터링할때 무진장 귀여움 ㅋ
내친구 고양이도 벌레 정말 잘잡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저 어제 등에 알달고 지나가던 바퀴벌레 한마리랑 그옆에 남편으로 보이는 바퀴벌레 한마리랑 바로 뒤에 출몰한 새끼로 추정되는 바퀴벌레 한마리, 총 세마리를 화형시켰어요. 근데 제 친구한테 혼났어요 ㅠ 바퀴벌레 가족이 해돋이 보러 간만에 외출했는데 태워 죽였다고 ㅠ 잔인한년이래요 ㅠ 제가 정말 잔인한가요?
바퀴벌레에게도 벌권이있습니다....
죄송해요 ㅠ 저 감옥가는건가요? 죄목은 벌권침해? 정상참작은 안되나요 ㅠ 엉엉
멸구 완전 귀여움
대가리 잘라도 살아있는 바퀴색히들이 제일싫음 지독한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