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nqNR4UgPJ2w?si=k8quZxnku-RQQbZR
Liszt - Hungarian Rhapsodies S.244 [Robert Szidon]
브람스가 정리한 헝가리 무곡과 함께 '헝가리'라는 이름이 곡명에 붙어 인기가 있는 피아노곡이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일 것이다. 비교적 초심자도 치기 쉬운 브람스의 작품에 비해 리 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은 기교적으로 꽤 어려워 피아니스트의 메인 곡으로 콘서트에서 연주되는 일도 많다.
이 곡은 피아노의 마술사로 불리며 비르투오조(명연주가)로서 유럽에 널리 이름을 떨치고 기교가 넘치는 정열적인 연주로 상류 계급의 귀부인들을 실신시켰다는 일화가 있는 리스트였기에 비로소 만들수 있었던 피아노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헝가리광시곡은 리스트가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에 걸쳐서 정리한 헝가리 민족 선율집을 기초로 하여 19곡의 피아노 솔로곡 으로 개작한 것이다. 그 중 15곡까지는 리스트가 바이마르에서 궁정악단의 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던 1850년 전후에 작곡됐다.
초절 기교 연습곡과 죽음의 무도를 비롯해 지금도 많이 연주 되는 여러 교향시 등 그의 작품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은 모두 그의 전성기 시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헝가리 광시곡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제2번으로 이것은 오케스트라용 곡 으로도 편곡됐다.
아무래도 치프라의 연주를 가장 먼저 접한 것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MI 에서 '세기의 위대한 연주자' 시리즈로 나온 음반이죠. 리스트의 곡들은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연주를 합니다만 그렇게 '명연주' 라고 불리는 것이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띠는 것이 치프라의 [초절기교 연습곡]이었는데 EMI 의 이 음반은 그다지 녹음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1959년 녹음인데 후로 디지털 보정을 했음에도 생각보다 귀에 거슬려서 잘 안 듣게 되더라구요. 물론 4번 [마제파]나 10번 [열정]은 따로 추출해서 늦습니다. 오히려 전곡은 프레디 켐프의 스테레오 녹음을 선호하게 되더군요.
굉장한 녹음을 만났습니다. 바로 치프라가 연주하는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전집인데요. 리스트의 이 곡은 특히 2번과 6번이 많은 음대생들에게 공포스럽고, 토나오게 만드는 기교로 유명합니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헝가리 광시곡] 역시 '명반'이 그다지 없더라구요. 키신이나 윤디리는 아직 전집에 도전한 바가 없고, 브렌델이나 플레트네프의 연주는 리스트의 음색과 약간 방향성이 다르다고 봅니다. 폴리니는...일본 실황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10번 [열정]을 연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아직 광시곡이나 초절기교 연습곡 전집에는 도전한 바가 없습니다. 아마 나이로 보나, 최근 베토벤 전집 녹음에 열중하는 횡보를 보나 리스트 녹음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EMI 에서 역시 출시된 치프라의 이 녹음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유튜브에서 이 사람이 6번을 연주하는 실황을 보고 나서 아예 넋이 나간 바도 있지요. 그야말로 '피아노 위의 서커스' 라고 할까요. 활동 당시 호로비츠와 견줄만한 기교와 힘을 선보인 이 사람은 타건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피아노 건반 해머 위에 담요를 덮어두고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혹자는 "치프라는 왼손이 없다. 오른손이 두 개다" 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손가락 10개의 균형잡힌 타건이 가능했다는 소리에요. 특히 정서보다는 기교의 비중이 월등하다시피한 리스트의 곡에서 이런 장점은 아주 큰 메리트를 발휘합니다. 게다가 리스트나 치프라나 삶 자체가 상당히 비슷하지 않습니까. 헝가리에서 태어나 고향을 등졌지만, 끝까지 고향을 잃지 않았다는...자세한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이리저리 재밌는 구석이 많습니다.
이 음반은 리스트의 2번과 6번으로 문을 엽니다. 연주는 러닝타임 내내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치프라의 동영상을 보시면 알 수 있지만 이 피아니스트는 마치 운동선수 같은 스테미너를 가지고 있어요. 한음 한음 강력하게 뿜어냅니다. 거기다 치프라의 연주는 역사에 남는 피아니스트들이 당연히 가지고 있는 '개성'이 아주 뚜렷합니다. 리스트의 악보를 그대로 전달하는 데에 멈추지 않습니다. 약간 제멋대로 연주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2번의 후반부, 6분이 넘어가면 (악보에는 도저히 이렇게 나와 있을 것 같지 않은) 재치에 놀라게 됩니다, 곡의 흐름과 분위기에 따라 선율이 약간 '고무줄' 같다고나 할까요. 실제로 어제 2번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처음에도 '하하' 하고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답니다. 마치 리스트가 살아있었다면 이 피아니스트의 존재에 대해 상당히 위기감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EMI 의 '세기의 위대한 연주자' 시리즈로 나온 이 음반은 운 좋게도 아주 쉽게 그것도 싼 가격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1975년 녹음이 바로 그것인데, 녹음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ADD 이지만 최근의 DDD와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치프라의 50년대 녹음도 시중에 나와있다고 하는데 - 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 한번더 들어봐야 겠습니다. 물론, 리스트 곡의 다이내믹한 즐거움과 다소 과격한 정서, 파괴적인 기교를 즐기기 위한 분이라면 75년 녹음이 딱이라고 합니다.
글쓴이: 모은
https://youtu.be/QFXGNSMoA48?si=YsOVMJliLejSzzvg
Franz Liszt: Hungarian Rhapsody No. 2 (Mariss Jansons & BR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