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의 위험
일반적으로 머리가 좋다고 하는 사람은 기억력이 뛰어나고 판단력이 남보다 빠르다. 그래서 자기만의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쉽게 결론을 내린다. 이런 능력은 타고 태어난 업의 과보다. 이런 잠재력을 가진 사람은 남과 비교해서 여러 가지로 우월한 면을 보여 학습에서 뛰어나고 빠른 머리 회전으로 결론을 선도한다. 하지만 이런 능력이 오히려 자신을 망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신이 남에 비해 우월하다는 확신이 생기면 이기적인 아만심이 생긴다. 그래서 자신의 판단을 확신하여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과 소통하지 못하고 독선에 빠지기 쉽다. 이때 자신이 내리는 빠른 판단은 오직 자신의 견해이므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일 수 있다. 그리고 빠르게 내리는 판단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다른 부정 요소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래서 빠른 만큼의 다양한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내가 내린 판단은 주관적인 것이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근거한 고정관념이다. 그러므로 이런 판단은 객관적이지 못하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남다르게 기억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인격까지 우월한 것은 아니다. 이런 능력에 대한 착각이 자신을 오만한 세계에 빠지게 한다.
보통 재능이 많으면 덕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자기 재능을 믿으면 자신감이 생겨서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덕을 쌓은 일을 소홀히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재능이 많으면 자신감이 넘쳐 매사에 심사숙고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면 재능이 오히려 경박함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럴 때 재능이 많다는 것은 오히려 어리석음이 많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덕이 있는 사람은 남을 배려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믿어서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세상은 재능보다도 덕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리고 세상은 재능이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의 성과보다 덕이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의 성과가 더 뛰어나기 마련이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자기 꾀에 빠져 오히려 덫에 걸리지만, 덕이 있는 사람은 자기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덫에 걸릴 일이 없다.
그렇다고 재능이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재능이 갖는 위험을 제어하는 힘이 있으면, 타고 태어난 재능으로 남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일 수 있다. 재능의 미숙함을 제어하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재능이 있고 지혜까지 있으면 빠르게 속단하지 않고 나와 남의 이익을 함께 배려할 수 있다.
붓다께서는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지셨으며 여기에 모든 것을 꿰뚫어서 아는 지혜까지 갖추셨다. 그래서 재능의 위험을 지혜로 막고 재능과 지혜를 최대한 활용하셨다. 인간이 꼭 재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지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재능은 남다른 능력을 보일 수 있지만,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인간의 삶이 뛰어난 성과를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자기 앞가림을 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지혜는 이런 성공적인 삶에 괴로움을 소멸시키는 기능이 있어 누구에게나 필요한 덕목이다. 만약 재능이 많고 덕이 부족한 사람이 평범한 시민의 역할에 머문다면 잘못된 파장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어떤 조직이나 사회의 지도자가 될 때의 파장은 적지 않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이때의 잘못은 자기 과보에 그치지 않고 다수의 과보에 영향을 주므로 자기가 받는 악업의 과보도 그만큼 커진다. 그러므로 재능은 양날의 칼처럼 항상 위험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재능의 위험을 알아 지혜를 쌓은 일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