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혼자서 돌아다니다가 정말 오랜만에 집사람과 큰아이하고 셋이서 잠깐 나들이를 했습니다.
작은 애는 직장을 쉴 수가 없다고 해서 셋이 나갔는데 아이들 초등학교 다닐 때 뒤론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옥녀봉집두부를 꼭 먹어야겠다는 아이 때문에 문경 가은읍에 갔습니다.
예전에 촬영을 많이 다닐 적에 그 쪽에 '태조 왕건' 촬영 세트장이 있어서 한 번 가보기는 했지만 버스에 실려 간 것이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곳입니다. 거기 가은읍에 있는 옥녀봉집두부는 우리나라 전국에 알려진 '두부 명가'라고 하는데 처음 갔습니다.
검은콩으로 두부를 만든다고 하는데 두부 맛도 좋았지만 거기서 밑반찬으로 나온 죽나무 순 장아찌가 특별했습니다. 가죽나무, 이걸 개가죽나무와 구별하기 위해서 참죽나무라고도 한다고 하는데 제 동네에서는 가죽나무가 맞습니다. 나무 껍질이 벗겨져서 가죽나무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이 나무의 어린 새순을 따다가 쪄서 말려두고 정월 대보름에 튀각으로 해먹던 기억이 아련한데 이걸 장아찌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하옇든 향이 그대로 살아 있는데 고추장에 무친 거였습니다.
집사람은 향이 너무 특이하다고 손도 안 댔지만 저는 다시 시켜서 많이 먹었습니다. 어릴 적에 옻순은 먹어도 죽나무순은 그냥 먹지는 않았는데 제가 커서 학교에 왔더니 이를 쌈으로 먹는 분이 있어서 저도 그때 맛을 보고는 그맛의 특이함에 빠졌습니다.
지금은 옻순도 먹기 어렵고 죽나무순을 따다가 저장하는 사람들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 않은 곳에서 맛을 보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순이나 죽엽청은 알아도 우리나라에서나 먹을 것 같은 죽나무순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나무 겉이 하얀데 점이 박힌 것은 개가죽나무라고 해서 그 잎을 먹지 않지만 나무 색이 흙갈색에 가까운 죽나무는 나무가 높이 자라기 때문에 그 잎을 채취하기가 쉽지 않아도 맛이 독특해서 한 번 빠지면 자꾸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콩으로 만든 두부, 다 그게 그거라고 얘기들하지만 그게 그거라고 해도 더 유별난 맛을 지닌 두부도 있습니다. 이집 두부 요리를 다 먹어보진 못하고 산초두부구이와 두부전골 두 가지만 먹고 나왔는데 체중이 갑자기 2kg은 불어난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영주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랜드로바 떡볶이'는 하필 월요일이 정기 휴일이라 문을 닫았고, 풍기의 서부냉면은 겨울철이라 휴업이라는 사실을 가서 보고 알았습니다. 꼭 무엇을 먹으러 간 것은 아지만 그 유명한 풍기 서부냉면집이 겨울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와 비슷한 세 집이 다 겨울에는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다 먹어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죽나무순 한 가지로도 충분했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