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벌써 봄이 오고 있구나. 아빠로서 제대로 해준것이 없지만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그동안 열심히 잘 버텨 주어 고맙고 미안하다. 이제 너의 군생활도 5개월 남았구나. 너에겐 여전히 까마득한 시간이겠지만 밖에서 보는 사람은 모두들 벌써라고 한단다. 그만큼 자신이 직접 겪고 부딪히는 상황이 아니면 무관심 하단다. 그렇다고 서운해 하지 말아라. 너도 입대전에는 주위의 선배,친구들이 군생활 할때 그들에 대해 거의 신경 쓴적도 없고 녹록치 않다는 걸 직접 부딪히며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군생활이 정말 쉽지 않지만 따지고 보면 세상 만만한게 어디 있겠냐. 얼마전에 끝난 소치 동계 올림픽을 보면서 참가한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힘든 훈련을 했을까 생각 하니 정말 안쓰러운 마음이 들더구나. 네가 군에서 유격 훈련을 힘들고 정말 두번 받기 싫다고 했지만 아마도 운동 선수들은 그 이상의 훈련을 4년간 매일 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메달도 따지 못한 친구들은 오죽할까 싶더라. 그래도 아빠는 우리나라 선수만 아니라 참가한 모든 세계의 선수들이 후회없이 최선을 다했을거란 사실을 알기에 모두가 진정 승자라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이 결과가 중요하고 남에게 인정을 받는게 사실이지만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 또한 정말 그에 못지 않을까 싶다. 그런 사람은 분명히 또다른 기회가 주어지고 언젠가는 자신의 목표와 조금은 다르러라도 비슷한 꿈이라도 이루지 않겠니. 그리고 주위를 한번씩 돌아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많더라. 몇년전에 아빠가 서울 병원에 입원했을때 맞은편에 너와 동갑인 친구가 지금의 아빠처럼 사지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기도절개 를 하고 호흡기에 의지해 살아가더구나. 사연을 들어보니 학교 대표로 레슬링 선수였는데 중2때 연습 경기중에 크게 다쳐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더라. 또 이곳 천안에 17살에 뇌종양으로 쓰러져 6년째 의식없이 호흡기에 의지해 살아가는 아가씨 사연도 있다. 그밖에도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전해들은 안타까운 사연이 엄청 많단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건강함에 감사하고 꿈을 위해 노력하고 희망을 갖을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깨닫게 되는게 아니니? 아빠가 군생활 할때를 돌이켜보면 전역이 가까워 질수록 제대후 무엇을 해야할지 걱정이 커갔다. 너는 복학을 하기 때문에 조금 덜 하겠지만 그래도 요즘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등을 보면서 나름 걱정이 될거라 생각이다. 아직도 전역후 바로 복학하지 않을 생각이니? 너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도록 신중하게 생각을 하고 또해보렴. 사람들이 군에 다녀오면 부쩍 철이 들거라 하지만 어쩌면 더 방황하는 시기가 될수도 있다. 앞날에 대한 불안감과 녹녹치 않은 사회 생활로 심적 갈등이 생기고 그런 사회에서 적응 하는게 결코 쉽지 않단다. 그렇다고 부정적이며 겁을 먹지말고 너의 꿈과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으로 해나가다 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있을거야. 사람의 가장 멋지고 행복한 모습은 꿈을 향한 도전과 어느정도 그 꿈을 이루어 그 속에서 만족하며 하루 하루를 충실히 사는게 아닐까. 요즘 아빠는 인터넷을 통해 목사님들 설교와 찬송가를 많이 듣는다. 아빠가 살아온 나날을 뒤돌아 보면 후회와 반성하는 시간이 되더구나. 그리고 솔직히 나의 처한 상황을 마냥 비관 했지만 그후 한층 긍정적으로 변하는 나를 발견한다. 솔직히 아빠는 건강하던 때 창피하고 그때의 행동에 지금까지 후회와 반성하는 일이 너무 많구나. 나름 열심히 착하게 살기도 했지만 학창시절 머리는 나쁘지 않았음에도 공부를 너무 안한것과 성인이 되어서 술과 사람을 도가 지나칠 만큼 좋아해서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벌로 병을 얻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나를 네가 어릴적 부터 굉장히 미워했을거란걸 안다. 그래도 염치없지만 조금만 이해해 주고 네가 용서를 해다오. 아빠를 원망하고 미워해서 네가 맘이 편안해지는게 아니라면 차라리 두눈 한번 딱 감고 용서해다오. 그대신 아빠는 사는날까지지 회계하고 하나님을 섬김에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처한 상황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할께. 너의 믿음의 깊이가 얼마만큼 인지 모르겠지만 믿음으로 네가 언제나 긍정적인 사고로 살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아빠는 진심으로 가장 바란다. 세상 살이가 100% 본인의 뜻데로 살아지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니? 그때마다 포기하지 말고 주님이 함께 하시니 모든게 잘 될거라 긍정적인 마인드로 항상 노력하면 틀림없이 어떤 난관도 극복할수 있을꺼야. 솔직히 어떤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믿음이 강함을 인정하지만 아빠가 보기엔 사지 멀쩡한 분들이 믿음과 달리 사회에서 적응을 못하는 것 같이 보일때는 왜 저렇게 살지란 시각으로 답답함으로 볼때도 있다. 나는 너의 믿음이 오로지 하나님만 믿고 그래서 아무런 노력도 없이 어떻게 해 주시겠지라고 생각 하지 않음한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소원해지지 않음 좋겠어. 특히 엄마와 지영이에게 잘 해주길 바래. 그리고 언제나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노력을 했음 해.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고 절망적인 삶이 될수 있단다. 네가 꿈꾸는 역무원이 되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고 제대후에도 계속 노력하고 정진하길 바란다. 끝으로 저번에 집에 전화 했을때 아빠에게 너의 목소리를 들려주어 정말 고맙다. 비록 몸은 움직이지 못해도 정신은 멀쩡한데 가끔 네가 전화해서 엄마와 지영이랑만 통화를 하면 옆에서 그냥 보고 있으면 조금 아쉽고 서운하더라. 난 정말 정말 너를 사랑해. 그리고 정말 정말 많이 미안해. -2014년 3월 10일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빠가- |
출처: 루게릭병 鬪病 日記 원문보기 글쓴이: 베스트맨
첫댓글 이렇게 긴글 적어내려가는 마음이 어떠셨을까요 장성한아들에게 보내는 애틋한 아버지의마음이 보입니다 비오는날 읽는이까지 따뜻해지는 글 잘읽었어요
아빠의마음...틀림없이 헤아릴줄 아는 아드님이실거라믿어요~
하느님이 베스트맨님께도 아들에게 미안해하는 그런 마음처럼 그렇게 미안해 하실것같아요~~
당신께서 하시는일이 때로는 이해안되는부분들이 넘 많지만 어떤의도(?)가 있으신거라면 언젠가는
당신을 섬기는자들에게 사랑으로 답해주시고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누구보다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이 편지를 읽는 아드님이 아빠의 그 마음을 잘 알고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힐링'이란 말이 유행처럼 쓰이는데 문득 베스트맨님 글 보며 그 단어가 떠올랐어요. 아드님 뿐만 아니라 이 편지를 보신 많은 분들이 마음에 힐링받는 따뜻한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아드님이 아빠의 뜻을 이해하고 앞으로 현명하게 결정하시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