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모기 이야기
飽去櫻桃重(포거앵도중),
실컷 먹고 떠나니 앵두처럼 무겁구나.
飢來柳絮輕(기래류서경).
굶주리고 올 땐 버들솜처럼 가볍더니.
但知離此去(단지리차거),
먹은 뒤엔 이곳을 벗어나기 바빠서,
不用問前程(불요문전정).
제 앞길은 전혀 따지지 않는구나.
―‘모기에 대하여(영문·詠蚊)’ 범중엄(范仲淹·989∼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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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도(櫻桃/鶯桃/鸎桃) : → 앵두. 앵두나무의 열매. 모양이 작고 둥글다. 붉게 익으면 식용하며, 잼ㆍ주스ㆍ술 따위의 원료로도 쓰고 약재로도 쓴다. ≒차하리(車下梨), 함도(含桃).
◦ 유서(柳絮) : 『식물』 버드나무의 꽃.=버들개지.
◦ 불요(不要) : 필요하지 않음.=불필요.
◦ 전정(前程) : 앞으로 가야 할 길.=앞길.
▸ 범중엄(范仲淹, 989~1052) : 자가 희문(希文),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소주 오현(지금의 강소성 오현) 사람이다. 중국 송(宋) 나라 인종(仁宗) 때의 문신ㆍ학자. 벼슬은 용도각 직학사(龍圖閣直學士)ㆍ추밀부사(樞密副使)ㆍ참지정사(參知政事)ㆍ하동선무(河東宣撫) 등을 역임하였다. 곽황후(郭皇后)의 폐립 문제로 여이간(呂夷簡)과 대립하고, 구양수(歐陽修)ㆍ한기(韓琦) 등과 붕당을 형성하였다. “천하의 근심을 앞서 걱정하고, 천하의 기쁨은 나중에 기뻐한다.” 이 말은 유명한 정치가이자 군사가, 탁월한 문학가이자 교육가인 범중엄이 『악양루기(岳陽樓記)』에서 남긴 명언이다. 유의어: 범문공(范文公), 소범노자(小范老子), 노유(老儒)
버들솜(-버드나무의 꽃이삭이 피어서 날리는 가벼운 솜털)처럼 가볍게 왔다가 앵두처럼 무거운 몸으로 떠나는 것, 제 앞길 따지지 않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려고만 하는 존재, 시인은 재바르게 치고 빠지는 모기의 속성을 이렇게 묘사했다. 피를 포식했으니 앵두빛 짙붉은 몸뚱어리가 쉬 눈에 띄기도 하고 날갯짓도 둔중해질 건 뻔하니 그만큼 생존의 위험성도 가중될 터다. 앞뒤 가릴 것 없이 ‘범죄 현장’을 떠나려는 건 녀석으로선 당연한 선택이다. 시인이 보기에 녀석이 자기 잇속만을 챙기는 탐욕의 화신일지라도 굳이 그 미물을 책망할 이유는 없겠다. 앞날에 도사린 위기를 외면한 채 무분별하게 탐욕에만 매몰된 인간 군상을 경계하고 싶었을 것이다.
기어이 피를 보고서야 마무리되는 인생 최초의 혈투는 모기와의 오랜 악연이다. 한밤중 무시로 잠에서 깨어나 녀석과 겨루었던 약 오르는 추억이 아련하다. 모깃불을 피워 쫓아내기만 하던 인도주의적인 방식부터, 향긋함을 위장한 독 연기로 저도 모르게 목숨을 앗아버리는 은밀한 도살법, 그리고 쫓고 쫓기는 고도의 신경전을 벌이다 ‘찰싹!’, 기어코 녀석의 피를 확인하고야 마는 통쾌한 보복전까지 녀석과 벌여온 쟁투 과정은 다양하다. 옛사람들의 경험담이라고 다를 바 없다. 당 유우석(劉禹錫)은 ‘난 7척 거구, 넌 가시만큼 작은 존재. 하지만 난 혼자요 너희는 다수이니, 나를 다치게 할 수 있지’(‘모기떼 이야기’)라 했고, 다산(茶山)은 ‘제 뺨을 제가 때리지만 헛방 치기 일쑤요, 넓적다리 다급히 치지만 녀석은 이미 떠나버렸네. 싸워봐야 공은 없고 잠조차 설치기에, 지루한 여름밤이 일 년처럼 길구나’(‘가증스러운 모기’)라고 했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수(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3년 08월 11일.(금)〉, Daum, 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모기에 대한 시 구절들이 아주 공감이 갑니다 ☆
8월20일 일요일
이제 귀뚜라미 소리가 귓전에 들려오는 가을이 가까이 온 듯 조석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는 휴일 아침입니다.
인연의 삶은 언제나 변함없는 마음으로 하늘로 부터 받은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소중한 인연이라면 언제나 놓지 마시고 이어가시지요^^
인연의 소중함을 간직하며 같은 동행길에 꽃길이시길 늘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