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현묘한 속내
김 난 석
지금 꼭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하고 싶은데 너는
내 곁에 없다
사랑은 동아줄을 타고 너를 찾아
하늘로 간다
하늘 위에는 가도 가도 하늘이 있고
억만 개의 별이 있고
너는 없다. 네 그림자도 없고
발자국도 없다
이제야 알겠구나
그것이 사랑인 것을.
(김춘수의 ‘제22번 悲歌’ 전문)
시인은 사랑이 삶의 계기임을 말하고 있다.
사랑이 있고서야 삶이 있을 수 있을 테지.
시인은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사랑을 찾고 있으나
그 사랑은 하늘에 있다고 한다.
삶이란 3단계의 승화과정이 있어서
처음에는 돈 후안(Don juan)처럼
끊임없는 향락을 찾아 헤매지만
그 뒤에 오는 건 권태와 절망이라 한다.
그리하여 이 감성적 미적 실존의 모순을 넘어
윤리적 실존에 이르게 되지만
여기서도 부조리에 직면하게 되어
종교적 실존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한다.
우리들의 발자국은 지금 어디쯤 걷고 있는 것일까?
시인의 사랑은
향락적이라거나 윤리적이라거나
종교적이라거나를 떠나
그저 그리움일 뿐이라고 하려니
그것이 아름답다.
그러나 그게 손에 잡히지 않고 있으니
비가(悲歌)라고 할 수밖에 없으리라.
사랑은 애틋이 여기어 아끼고 위하는 일이라 한다.
사랑은 남녀가 서로 정을 통해 애틋하게 그리는 일이며
사랑은 동정하여 친절히 대하고
너그럽게 베푸는 마음이라 한다.
욕정적 감각적이 아닌
동정, 긍휼, 구원, 행복의 실현을 지향하는 정념,
이것은 독생자 예수를 보낸 하나님의 사랑이라고도 한다.
박애나 자비, 아가페도 사랑의 다른 이름일 테다.
사랑을 이렇게 여러 가지로 풀이하고 있으니
그 야릇한 속내를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사랑은 그리움이라 하리라
그것은 완전한 것이어서 만날 수 없는
영원한 신기루 같은 것이기도 하리라
그것은 찻잔 위에 살짝 얹혀있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기에
달콤하지만 금세 덤덤해지기도 하는 그 무엇이리라
그것은 그러나 앞으로 다시 오리라 기대하는
일곱 빛 무지개이기도 하리라
그것은 또 한없는 갈증이기에
거식증(巨食症)에 걸린 공룡의 고통이기도 하리라
사랑은 끝없는 탐닉이기도 하리라
그것은 이성을, 혹은 동성을 향한 것이기도 하고
그것은 사람을
혹은 사람이 아닌 걸 향한 것이기도 하고
그것은 하나로는 충족할 수 없는 것이기에
늘 날름대는 카멜레온의 긴 혓바닥 같은 것이기도 하리라
그러나 사랑은 그것만을 탐해서는 안 될
우주만물의 원리(原理)이기도 하리라
천체의 순항원리이며 자연의 조화원리리라
그것은 탄생의 원리이며
식탁에 뿌려지는 고소한 양념이기도 하리라
연인사이에 풍기는 페로몬 향이며
사람을 사람이게 엮어주는
젖빛 몰타르(Mortar)이기도 하리라
그것을 허물어버리고 말면
건전지의 흑심 같은 것만 남으리라
그러기에 발전기의 여자기(勵磁機)이듯
모든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리라
그것을 다 마셔버리고 말면
세상은 다 부서져 암흑이 되고 마는 것
그래도 허기져하는
소녀의 찰랑거리는 가슴이라 하리라
사랑은
핏빛 절은 가슴을 불살라 마시고 돌아앉는
수도자의 고행 같은 것이리라
그것을 날것으로 삼키고 말면
제 새끼를 잡아먹고 하품해대는
악어의 목구멍 같은 것이기도 하리라
사랑은 꺼내어 만지작거리기나 하면
허공에 흩어져버리고 마는
드라이아이스 같은 것이기도 하리라
그러기에 사랑은
분홍색 보자기에 싸
허공에 매달아 놓은 가물가물한 것이기도 하리라
때론 사랑을 꿀꺽 삼키고 나면 토해지지 않는
짐승의 쓸개 같은 것이기도 하고
용기 없는 자는 지레 겁먹고 물러나 앉는
가시꽃방석 같은 것이기도 하리라
사랑은
사랑은 유리잔에 담긴 정화수 같은 것이기도 하리라
어느 날 깨지고 말면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사라지는
증기 같은 것이리라
그러나 누가 사랑이 무어냐고 물어온다면
난 모른다고 하리라.
사랑이 무엇이더란 말입니까?
방(棒)
덕산 스님은 때리기만 하셨을 테지요
사랑이 무엇이더란 말입니까?
할(喝)
임제 스님은 야단만 치셨을 테고요
그러면 세심천(洗心川) 까지 내빼겠지요
사랑이 무엇이더란 말입니까?
머리가 아프더이다
찬바람에 고뿔이 들었나 봅니다
사랑이 무엇이더란 말입니까?
눈이 안 보이더이다
못 먹어 어지럼증이 났나 봅니다
사랑이 무엇이더란 말입니까?
목이 타더이다
뜀박질을 했나 봅니다
사랑이 무엇이더란 말입니까?
가슴이 아프더이다
무얼 먹고 체했나 봅니다
사랑이 무엇이더란 말입니까?
잠이 오지 않더이다
배가 고팠나 봅니다
사랑이 무엇이더란 말입니까?
아, 사랑이 무엇이더란 말입니까?
난 모릅니다
애당초 그런 건 나는 모릅니다
고추 먹어 눈물이 나면
고개 들어 빈 하늘을 바라볼 뿐
그러면 이슬비가 얼굴을 씻어 주겠지요
혹여 그대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고개를 떨구어
한줄기 풀잎을 바라보렵니다
그러면 코끝에 맺힌 이슬
풀잎에 떨어지겠지요
또옥
똑...
(졸시 ‘모르는 일이지요’ 전문)
아이야
사랑한다고 했느냐?
그래, 우리 사랑하자
눈물이 나면 훔쳐내면 그뿐
우리 한번 울어나 보자.
첫댓글 한 참을 읽었습니다.
" He's a real Don Juan."
"정말 바람둥이야/ 여자를 잘 유혹하는 남자야"
영어에서 실제 사용하는 idiom 입니다. ㅎ
He used to be a Don Juan when he was
younger.
Don't be such a Don Juan.
That's right
I think. Love is a many splendoed thing.
good morning 석촌 선배님,
Today's topic Love makes me think a lot.. ㅎ
우주 만물의 원리 이면서 식탁에 뿌려지는
고소한 양념이랍니다 . 창밖님.
알듯 모를 듯 ~~. ㅎ
글은 그렇지만
저도 사실 많은 생각이나 합니다.
사랑은
올려놓으신 사진처럼
일만 가지 형상을 품고 있는 거겠죠.
사진과 글의 조화가 절묘합니다.
사실 플라톤을 읽어봐도
현묘하기만 해요.
영상은 석촌호에서 건졌는데
글과 매치가 되는것 같지요?
공감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