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산골짜기로 소 먹이러 가면
산골짜기 입구에서 혼자 풀을 듣어 먹도록 고삐를 목에 감아 풀어 놓으면
제 혼자 실컷 뜯어 먹고 해가 질 때가 되면 내려 온다
그러면 친구들하고 놀다가 소를 몰로 집으로 오는 데
소가 우리 집을 잘 찾아온다. 나는 그 때 고삐만 잡고 뒤따라 오기만 하면 됐다.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추진기(프로펠러)가 있기 때문이다.
램제트와 같은 특수선은 추진기가 없는 것도 있긴 하다
추진기가 제 아무리 물을 뒤로 밀어낸다고 해도 방향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허탕이다.
배가 침로를 따라 갈 수있록 방향을 잡아 주는 것이 러더(rudder:타)이고
러더를 움직이는 것이 타기장치(steering system)이다.
타는 좌우로 45도 움직인다. 조류나 파도, 바람등의 외력에 의해 타가 돌아가므로
선교에서 선장이나 항해사 혹은 파일러트의 지시에 따라 타수가 키를 잡는다.
항내나 협수로를 통과할 때는 수동으로 잡지만 대양으로 나가면 auto pilot장치로 바꾼다.
사람이 일일이 잡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제 오랫만에 동기회에 나갔다가 술이야 안주를 배불리 먹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다.
연산동에서 3호선을 타고 오다 수영역에서 환승하여 2호선을 탔다.
마침 자리가 비어 있어 자리에 앉았다.
차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센텀역이었다.
다음역에서 내려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폰을 꺼내 봤다.
폰 뒤에는 지하철에서 보려고 메모를 해 둔 게 있었다.
메모를 보고는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시미비 타입인 여수호를 타고 요시하라에 입항했을 때였다.
내가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우리의 철천지 원수라고 생각하였고
언젠가는 그들이 우리 민족에게 행한 잔인무도한 행위들을 낱낱이 되갚아 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일본말도 싫어했는데 막상 일본에 와서 보니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을 알기 위해서는 일본말도 알아야겠다고. 그 때부터 일본어 책을 사서 혼자 독학을 하기 시작했다.
손바닥에 일본어 단어를 적어서 외우기도 하고, 기회만 있으면 일본사람을 만나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요시하라항에 들어갔을 때도 배가 부두에 접안해 있는 동안 부두 주변을 산보하면서 인근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직원을 만났다. 내 일본어 회화공부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말을 걸었다. 일본어가 짧아 대화가 안될 때는 영어를 썼다.
그리하여 몇번 만나게 되었고 나중에 큰 배를 바꾸어 타고 멀리 떨어진 시즈오카에 입항했을 때도 먼길을 찾아오기도 하였다.
'이시구로 하루꼬'양이었는데 지금은 할머니가 다 됐을 것이다. "그녀가 지금 살아있기는 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열차는 동백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었다. 깜박하는 사이에 내가 내려야 하는 역을 지나친 것이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다.
정신을 깜박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이 나 자신은 엉뚱한 곳에 와 있는 것이었다.
할수 없이 장산 종점까지 갔다가 되돌아 왔다.
배나 차나 모두 목적지가 정해져 있고 방향도 정해져 있다. 아무리 빨라도 방향이 맞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고 사회단체나 국가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무한경쟁시대에 우리가 살길은 기술개발이요 무역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조시대의 사색당파나 다름없이 싸움질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우리의 앞날이 걱정이다.
어제 동기회 갔다가 찍은 나머지 사진 몇장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