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른바 언론에서 주로 소개하는 성공담의 요점은 이런 거다. “온갖 어려움과 역경을 개인의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해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 아니 남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성공담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 가령 이곳에서는 ‘각종후기방’이 그럴 것이다. 나도 언젠가 당당히 소위 메이저 언론사에 입사해 저 곳에 글을 쓰겠다. 하다못해 최종탈락후기라도 적고 싶다는 바람. 그 심리의 기저에는 나의 경험이 남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이타적인 마음도 있겠지만 일정부분은 성취감에 따른 은근한 우월감의 표시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어’. 이런 심리 자체를 무어라 할 수는 없다. 인간 학습의 기본적인 매커니즘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라고 강제하는 것이다. 나아가 ‘나도 했는데 너는 왜 못해? 너가 안해서 그래! 라는 무의식이 깔려 있는 성공담들은 불편할 때가 많다. 게다가 그런 성공담은 주변 인물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이름이 빛난다는 것은 결국 그 주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어둠이 되었다는 것 아닌가?
며칠 전 방치해놓은 미니홈피에 들어가서 예전에 쓴 글들을 읽어봤다. 모처럼 읽으니 새삼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그 중에 8년 전 이맘 때 장승배기 고시원을 전전하며 고생하던 시기에 쓴 글들이 눈에 유독 띄었다. 당시 오랜 백수 생활 끝에 자그마한 언론사에 취직했다가 두 달 만에 이런 저런 이유로 사표를 쓰고 방황하던 때였다. 3만원을 아끼려고 창이 있던 방에서 창 없는 방으로 옮기고 2000원이 없어 기사식당까지 네다섯 정거장을 걸어 다녔다. 이력서는 줄줄이 낙방이었다. 그 글의 제목은 ‘밑비닥에서’였다.
그때 비교하면 지금은 내 개인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성공했다. 결국 원하던 분야의 기자가 됐고. 200원이 없어 못 뽑아먹던 자판기 커피 대신 몇 천원하는 원두커피를 날마다 즐긴다. 자그만 소형차도 한 대 있고 여행도 곧잘 간다. 물론 객관적인 지표로 봤을 때 나는 서울 강북 서민동네에 사는 중하층 정도의 삶을 살고 있다. 그래도 지금 삶에 대해 크게 불평하거나 불만족스럽지 않다. 되려 안주하는 게 아닐까 할 만큼 잘 살고 있다. 가끔 울증이 오기도 하지만 행복의 추가 불안할 정도로 흔들리지는 않는다. 앞에서 성공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이 글도 결국 그런 성공담을 쓰고 싶어하는 심리에 기댄 듯 싶어서다.
다만 그 과정을 보면 그렇게 치열하게 산 것 같지 않다. 그저 주어진 것을 묵묵히 견뎌냈고 시키는 것은 피하지 않고 했다. 그 이상을 하지는 않았다. 자기계발은 개나 줘버려 였고 일에 있어서도 여한이 없다 할 만큼 최선을 다했나? 자문해보면 그렇지 않다. 어쩌면 내 타고난 팔자와 운 덕일 수도 있지만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듯싶다. 남보다 빨리 나아가거나 다른 목적지로 가기 보단 그 흐르는 물에서 중심이나 잘 잡는 것만 해도 벅찼기 때문이다. 뭐 딱히 별다른 능력이나 마음이 모질지도 못한 것도 있고.
목표나 꿈은 큰 게 좋다고 하지만 그런 게 꼭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그것을 좇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환경과 성격이 다르고 행복이나 삶의 의미를 찾는 길 역시 꼭 하나는 아니다. 어느덧 397세대라며 늙다리(?) 예비 단계에 온 상황에서 가끔 이 공간의 청춘들의 고민을 보면 그것이 안타깝다. 뭔가 비교하지 않아도 성취를 하지 않아도 그저 자기의 인생 자체가 소중하고 중요하고 또 가치가 있는데 왜 쉽게 휘둘릴까. 뭔가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왜 불행하다고 느껴야 하는 것일까?
해서 예전에 썼던 글을 핑계로 주절주절 적어본다.(실은 동네 지하철역 출구에 밤12시까지 하는 이디야 커피전문점이 생겨서다. 퇴근 길 개업한 거 보고 들어온 김에 적기 시작했다) 지금 이렇게 이 공간에 이런 글을 쓰는 게 일종의 기성세대의 ‘성공담’이고 ‘자랑담’ 일수도 있겠지만. 아주 적은 이들에게만은 잠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 혹은 질문을 받은 게 되길 바라서다. 그게 내가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진보의 작은, 소심한 방법이라 그렇다. 다음 세대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윗세대는 진보를 말할 수 없다. 그 시작은 다음 세대에게 너의 행복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청춘의 불안은 답을 모르기보다 누군가로부터 진지한 질문을 받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첫댓글 좋은 성공담이네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의 공감이 중요하겠죠..이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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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자판을 두드렸던 보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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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울컥 하면서 답답한 가슴에 공기도 들어가고 그러는 거겠죠. 기운내시길.
잘 읽었습니다..^^
오늘 길가다 여행사 팜플릿을 보니..짐바브웨 투어 상품이 있었다는..ㅋ
2007년...졸업생이 학교 도서관만 기웃거리고, 돈이 없는지라 정문 앞 김밥천국을 징하게도 혼자 다니고, 라면에 천원김밥 하나를 주로 주문했지요...얼마 전 학교 앞에 간 김에 그 김밥천국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지요. 당최 문 열고 다시 들어가고 싶지는 않더군요...글을 읽다보니 적게되네요...그 때에 비하면 저도 진정 호강이네요. 좋은 글 감사...
뭐..글쵸..제가..지금의 호강에 언제까지 만족할진 저 역시 잘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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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게 쉽지 않다는 걸 밥벌이를 하면 할 수록 깨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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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딘가에게 남는 글이 되게 해주셔서 감솨.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06.19 09:54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