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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난 名문장, 죽음을 생각하는 삶
‘저는요,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면서 행동하죠.’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1883~1957)의
‘그리스인 조르바(Vios kai politia tou Alexi Zormpa)’ 중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1883~1957)의 ‘그리스인 조르바(Vios kai politia tou Alexi Zormpa)’는 삶을 거침없이 자유롭게 산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아흔 살에도 아몬드 나무를 심고 있던 할아버지는 ‘얘야 나는 내가 죽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단다’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조르바는 ‘저는요,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면서 행동하죠’라고 답한다.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또는 ‘죽지 않기 위해 사는 것’, 그리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 등 여러 가지 삶을 대하는 방식 중에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죽지 않는다면 너무 지루할 것 같다. 삶의 목적이 죽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은 비참하다. 삶은 무한하지 않고, 사람은 결국 죽는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생각하는 삶’을 선택한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만나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만날 필요가 없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필요도 없다. 언제든 이 삶이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조르바가 던진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이냐?’에 대한 질문이다. 삶이 영원할 것 같았던 20대에 넘치는 자유가 부담스러워 무엇인가 빨리 되고 싶은 때가 있었다. 그렇게 20대에는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살았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짧아진 중년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언제든 죽을 수 있으므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이고,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다. 결국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삶을 낭비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삶과 이어진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소중한 사람과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확인한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그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은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인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의 생전에 미리 써놓은 묘비명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동아일보 2023년 08월 14일(월) 〈내가 만난 名문장, ‘죽음을 생각하는 삶’(정기윤 아이비네트웍스 이사)〉, 인터넷 교보문고, Daum, Naver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전)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기자∙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 KBS1 다큐인사아트
[파친코와 이민진] 이민진은 서울에서 태어나 일곱 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어린 시절 수줍음이 많고 말이 없던 소녀는 수재들이 모이는 브롱크스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변호사의 길을 걷지만 1995년, 법을 뒤로한 채 펜을 들었다.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변화시킨 책들처럼 좋은 책을 쓰고 싶었다.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민진, 뉴욕에서 그녀를 만났다. 4대(代)에 걸친 재일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로 세계를 매료시킨 소설 파친코 그리고 작가 이민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KBS1 다큐인사아트 [파친코와 이민진] 다시보기
✵ 파친코 (PACHINKO) 의 작가 이민진(Min Jin Lee)
한국계 1.5세로서 제2의 제인 오스틴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민진은 1968년 한국의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이었던 1976년 가족 이민으로 뉴욕 퀸즈에 정착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함경남도 원산, 어머니는 부산 출신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1951년 1.4후퇴때 16세의 나이로 원산에서 피난선을 타고 남한으로 왔다. 그녀가 일곱 살이었던 1976년 전쟁의 공포가 가득했던 남한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로 한다.
미국인으로 살고 있지만 미국식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이민진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화장품회사 영업사원 출신이었는데 많은 이민자들처럼 전쟁의 공포 탓에 1976년대 중반 이민을 결행했다.
‘쥐가 나오는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던’ 가난한 기억을 가진 이민진은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이런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으로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이민진은 기업변호사로 일하며 한인 이민 사회의 성공 모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16세부터 B형간염 보균자였던 그녀는 간이 나빠져 잘나가던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고교 시절부터 재능을 보였던 글 쓰는 일로 복귀했다.
2004년 단편소설 〈행복의 축Axis of Happiness〉, 〈조국Motherland〉 등을 발표해 작가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2008년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을 발표, 한국을 비롯하여 11개국에 번역 출판되었으며 전미 편집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 미국 픽션 부문 ‘비치상’, 신인작가를 위한 ‘내러티브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이민진의 소설적 뿌리는 이민을 토양으로 뻗어나간다.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만난 것이 자이니치에 대한 호기심을 직접 탐사할 기회를 제공했다. 남편이 2007년 도쿄의 금융회사에 근무하게 된 덕분에 그녀는 일본에서 4년간 살면서 소설 《파친코》의 뼈대를 세웠다. 이민진은 현재 미국 뉴욕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 이민진(Min Jin Lee) 장편소설 ‘파친코(PACHINKO)’
"파친코"에서 도박의 부정적 이미지를 제거하면 제목 파친코는 삶을 투영하여 보여준다. 파친코는 돈을 주고 구슬을 기계 장치로 튀겨 구멍에 넣은 후 그림의 짝을 맞추는 도박이다. 파친코에 구슬을 넣으면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그림의 짝을 맞추지 못하면 구슬과 돈은 의미 없이 사라진다. 파친코의 그림은 누구의 노력으로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운에 맡긴다. 삶이 노력으로 결정되는 것 같아도 살아보면 운명처럼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파친코의 그림이 대부분 어긋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원하는 대로 맞출 수 없다. 파친코는 마치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
파친코의 표지 디자인은 상당히 인상 깊어 소장하고 싶다. 표지 중앙을 장식하는 나비 문양은 강렬하다. "나비"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책 속의 한 줄에서 의미를 찾아본다.
「"살 돈 있십니더."
양진이 두 사람 사이에 놓여 있는 탁자에
끈이 달린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파란색 천에 노랑나비를
수놓은 것은 선자였다.
2년 전에 받은 생일 선물이었다.
P 141」
선자는 어머니인 양진에게 선물로 노랑나비를 수놓은 쌈지(끈이 달린 주머니)를 줬다. 선자와 양진을 이어주는 의미도 있지만 선자가 수놓은 노랑나비는 선자의 상징적 이미지가 아닐까? 나비의 날개는 아름답지만 쉽게 상처를 입는다. 자유롭게 날아다니지만 꽃을 떠나지 못한다. 선자의 삶은 나비와 같다.
이제 작가와 번역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민진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경계인의 삶을 살았다. 파친코라는 소설 속 인물들 대부분이 경계인의 삶을 살고 있다. 한 많은 한국인의 삶을 표현하지만 한국인의 시선은 아니다. 경계인의 장점은 외부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을 벗겨놓은 것 같아 가끔 거북해지는 것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경계인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번역의 한계는 위에서 인용한 글에서 나왔던 "끈이 달린 주머니"로 설명이 된다. 한국소설이라면 "쌈지"라는 표현과 "쌈짓돈을 꺼내 쌀을 팔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몸빼 바지 속에 고이 넣어 두었던 주머니 "쌈지"를 표현할 영어 단어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설명으로 풀었다. 그게 다시 한국어로 옮겨지니 "끈이 달린 주머니"라는 어색한 표현으로 남아있다. 재미있다. 소설을 다 읽게 되면 원서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어떤 느낌일까?
소설의 첫 문장으로 간다. 수백 장이 넘고, 수천 단어를 조합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소설이지만 첫 문장은 가장 많은 것을 전달한다. 독자를 안내하고 몰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럼 파친코의 첫 문장을 써본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P15」
파친코의 시작이다. 한국민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역사도 저버린 민족에게 희망은 없다. 그러나 감히 "그래도 상관없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민족도 많지 않다. 그게 "우리"이다. 이제 소설을 읽어본다.
「어딜 가든 사람들은 썩었어.
형편없는 사람들이지.
아주 나쁜 사람들을 보고 싶어?
평범한 사람을 상상 이상으로
성공시켜 놓으면 돼.
뭐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법이거든
P74」
한수의 행동은 딱히 옮은 행동이 아닌데, 항상 옮은 말만 한다. 바르지 않은 사람이 뱉는 바른 말은 불편하다. 한수의 말을 선자가 듣는다.
「별것도 아닌데예.
제가 기독교도가 안 되고 싶다 해서
성 내지 마이소.
백 목사님요. 제가 좋은 사람은 아녀도
그리 나쁜 사람도 아닙니더.
P105」
전씨라는 등장인물이 이삭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소설 초반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기독교적인 시각은 기독교라는 종교에 문외한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제가 그랬다. 이삭, 호세아, 고멜, 노아, 모자수.... 이름에 숨겨둔 의미들을 찾기 위해 검색이 필요했고 성경을 이해해야 된다. 그렇지만 "기독교도가 안 되고 싶다 해서 성 내지 마이소." 그게 제 느낌이었다. 이삭과 선자의 결혼 등 소설의 연결고리를 기독교적인 시각과 암시로 이어나가지만 굳이 기독교도가 될 필요는 없다. 소설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삭과 선자의 결혼으로 이어진다. 이삭은 얘기한다.
「내 삶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좋은 쓰임새가 없다면
삶이란 아무 의미가 없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P128」
이삭의 결혼은 삶의 의미를 찾게 해준다. 그럼 선자의 결혼은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그래서 물어본다. 선자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선택권이 없다.
"파친코는 실패한 역사, 차별과 혐오의 상처를 딛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강인하고 파란만장한 삶!" 우리의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 아니면 우리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추억의 한 부분을 읽는 느낌이다. 정말 강인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우리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 한국인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파친코(Pachinko)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Min Jin Lee)의 장편소설로, 2017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살던 훈이와 양진 부부와 그들의 딸 선자에서부터 시작해 선자가 일본으로 이주해 간 후 낳은 아들과 그의 아들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일가족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재일교포들이 일본에서 겪는 멸시와 차별과 그 속의 처절한 삶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파친코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행사업으로, '자이니치'의 삶에서 그나마 가능했던 직업인 파친코 사업과 이를 통해 일본 사회를 살아가는 자이니치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심 소재다.
파친코는 출간 이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고, 2017년 뉴욕타임스, BBC 등에서 '올해의 책 10'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같은 해 전미도서상 픽션 부문의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 소설 파친코의 줄거리
가난한 집의 막내딸 양진은 돈을 받고 언청이에 절름발이인 훈이와 결혼한다. “여자의 인생은 고생길”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그러한 인생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양진은 남편 훈이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해나가며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녀는 온갖 궂은일을 다 하면서 유일한 자식이자 비장애인으로 태어난 딸 선자를 묵묵히 키워나간다.
부모의 살뜰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자란 선자는 안타깝게도 엄마 나이 또래의 생선 중매상 한수에게 빠져 결국에는 한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만다. 불행의 나락에 빠진 선자는 목사 이삭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면서 구원을 받게 되고, 둘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이삭의 형 요셉 부부가 사는 일본의 오사카로 향한다. 일본에서 한수의 핏줄인 첫째 노아와 이삭의 핏줄인 둘째 모자수를 낳은 선자는 친정엄마인 양진처럼 여자로서의 인생은 잊어버린 채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삶을 고생스럽게 살아간다. 선자의 형님인 경희는 어쩌면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양진과 선자보다도 더 힘든 인생을 사는 여자인지도 모른다.
경희는 불임으로 자신의 아이를 갖지 못하지만 남편에게 충실하며 가족들을 살뜰하게 보살핀다. 불의의 사고로 찾아온 불행 앞에서도 그 운명을 탓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수용한다.
《파친코》에 등장하는 세 여성은 강인한 어머니이자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편으로는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이라는 굴레가 얼마나 한 여성의 삶을 안쓰럽게 만드는지도 보여준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이 세 여성들만이 아니다.
선자의 남편인 이삭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굴레에 묶여 있었고 경희의 남편 요셉은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남자라는 자신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선자의 소중한 두 아들인 노아와 모자수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이름을 가졌음에도 일본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경시당하고 차별받는 삶의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다만, 이 두 아이는 그러한 현실을 각자의 가치관에 근거해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노아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을 극복하고자 공부에 파고들고, 모자수는 조선계 일본인에 대한 경멸과 괄시에 폭력적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일본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착실하게 일하여 많은 돈을 벌어도 그들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자이니치’라는 편견은 두 사람이 아무리 애쓰고 발버둥 쳐도 헤어 나올 수 없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굴레였다.
[출처] [파친코] 이민진 장편소설 파친코 1권|작성자 오늘여행
첫댓글 8월23일 수요일
오늘은 이제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24절기 중 처서입니다.
이제 옛 선현님들 말씀처럼 찬바람 불며 서서히 가을로 접어들어 곡식들이 황금색으로 물들어 간다고 하네요.
하루 하루 일로일로(一怒一老)일소일소(一笑一少)라는 말처럼 웃음으로 건강 잘 챙기시고 결실의 계절인 가을! 더위의 목마름에 한 모금의 시원한 물 처럼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청량제처럼 미소 가득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