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 가도 끝내 만날 수 없는 어찌 보면 눈을 부라리며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바보 같은 대결 우리의 숙명과도 같은 또 어찌 보면 아직은 좀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걸으며 더듬더듬 말을 주고받는 젖비린내 나는 연인들의 두근거리는 가슴 떨어지면 금방 숨이라도 멎을 것 같은
만경벌 평야를 만나면 끝이라도 닿을 듯 일직선으로 뻗고 검불랑 깊은 계곡에 걸려 있는 철교를 건널 때에는 우릉우릉 온 산골을 울리고 길고 짧은 굴을 빠져나갈 때는 온 가슴을 어둠을 짓이기며 돌진하고 동해 푸른 바다를 굽어보며 달릴 적에는 굽이굽이 힘찬 기적을 울리기도 하고
야 그만둬라 그 줄이 어떤 줄인데 영영 못 만날 것 같아도 썩으면 갈아 끼우고 썩으면 또 갈아 끼우는 버팀목의 사랑으로 이어진 겨레의 핏줄 역사의 힘줄인데 싯구나 읊조려 어서 그 줄 끊어진 데나 이어라 압록강 두만강 옛 고구려의 바람을 싣고 단숨에 서울로 달려와 광주로 부산으로 보내고 부산에서 시금털털한 경상도 사투리를 싣고 목포 광주에서 호남평야 기름진 쌀을 싣고 거칠 것이 없어라 원산으로 해서 종성 회령으로 달리고 평양으로 해서 신의주 자성 강계까지 달리게
아버지 알겠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산가족들부터 고향으로 고향으로 실어 날라야지요 산골짝 골짝 간이역들에서까지 40년 응어리진 가슴들 피눈물로 터져 나오며 긴 긴 한 푸는 소리 온 산천 울리게 끊어진 겨레의 혈맥 버팀목들의 사랑으로 이어야지요 그리고 미치게 달려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