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30182 조형준 경험담
가정형편으로 잦은 전학을 다녔던 나는 친구들과 빠르게 친해지는 재주가 남달랐다.
2002년 나는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대 아시아 중학교, 대아중이다.
입학식 아침, 설레는 마음에 잠을 들지 못하고 7시에 집을 나와 학교로 와버렸다. 중학교생들에겐 너무 이른 시간, 텅 빈 학교 텅 빈 교실, 텅 빈 우리 반,,, ‘어라?’ 교실에 한 놈이 엎드려 자고 있다. 앞으로 일 년 간 함께 할 친구, 반갑고 설레는 마음에 달려가 뒤통수를 꽂았다.
별 생각 따윈 없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다.
“아 자는데 닌 뭐꼬?” 뒤통수를 맞은 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어왔다.
“내는 조형준이다. 잘해보자!!” 뒤통수 놈은 어이없어 하며 엎드려 자더라.
이 놈은 유도 특기생으로 들어온 김정훈. 내 중학교적 가장 친해진 친구 몇 중에 하나로 우리 중학교 대장으로 졸업한다.
정훈이와 우리 친구들은 중학교 내내 붙어 다니며 평범한 중학생활을 보냈다.
그 중 하나만 말해보자면 당시 나와 친구들은 형들에게 받은 오토바이에 푹 빠져 있었다. 물론 오토바이라고 해봐야 50cc짜리 스쿠터가 몇 대가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한 놈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씨티라는 125cc짜리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지금 생각하면 씨티라고 해봐야 촌 동네 어른들이 타고 다니거나 우체부 아저씨 밖에 떠오르지 않는 촌스런 오토바이지만 그때 당시 우리에겐 처음 보는 125cc 오토바이로 한 없이 커 보이기만 했다. 오토바이에서 후광이 나더라. “와 미친. 존나” 차오르는 흥분 감출 수가 없었다. 나와 친구들은 한 번씩만 타자며 달려들었지만 주인 놈은 사고가 날지 걱정 되는지 빌려 줄 마음이 아예 없어 보였다. 어떻게든 이 속도감을 느껴보고 싶었던 우리는 없는 머리를 쥐어 짜냈다. 이 때가 아마 내 인생에서 머리를 몸 중심 잡는데 말고 써본 몇 번 안되는 날이리라. 그 순간 퍼뜩 떠오른 것은 골목 안에 체인으로 묶인 채 몇 달 째 방치 돼있는 리어카였다. 우리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체인을 해체하고 리어카를 씨티에 묶기 시작했다.
출발이다. 주인 놈은 씨티에 올랐고 나를 포함한 4명이 리어카에 올랐다. 씨티가 출발하면 리어카가 끼긱 소리를 내며 달린다. 속도를 좀 올리니 이 리어카도 지가 엔진이 달린 마냥 잘 달린다. 스릴 넘치는게 퍽이나 만족스러웠다. 딱 하나 문제는 학교에서 일자로 쭉 내려오면 로타리가 있었는데, 멍청한 우리는 이게 뭐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었다. 끽 끽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달리는 리어카는 문제의 로타리와 마주했다. ‘어?어?어? 야! 야야! 시발 잠깐만!’ 잠깐 눈을 감고 다시 떠보니 나는 인도에 누워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씨티는 좌회전을 했지만 리어카는 혼자서 체인을 분리하고 자유를 찾아 가더라는 것. 그러고 보니 이 리어카는 용기와 우정 말고는 핸들도 브레이크도 머리도 없었다. 뭐 다행히도 리어카는 다가오는 모든 차를 요리 저리 피해갔고. 슈퍼 박스때기에 부딛히며 멈춰 서서 우리를 포함해서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씨티와 주인 모를 리어카는 박살이 났지만.
이렇게 몇몇 사건과 함께 나와 친구들은 교무실 몇 번과 경찰서 몇 번만을 오가며 평범하게 중학생활을 마감했다. 아 그리고 그때 당시 우리 중학교 교장선생님은 우리 작은 외할아버지셨다.
첫댓글 '이 리어카는 용기와 우정 말고는 핸들도 브레이크도 머리도 없었다.' 아주 재밌는 표현이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우리 중학교 교장선생님은 우리 작은 외할아버지셨다.' 이것도 힛트다.
강병훈 교수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조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