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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들>은 각 분야에서 연구 중인 KAIST 교수들이 특정 시점을 전제로 미래를 예측해 쓰는 가상의 에세이입니다. 그저 공상 수준이 아니라 현재 연구 성과와 미래의 실현 가능성을 정교하게 조율하기에, <예언자들>은 스프 구독자들에게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이상 과학이 내다보는 미래를 미리 살펴볼 수 있게 할 것입니다.
2050년에 우리는
미래는 현재 우리의 결정과 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나, 우리가 미래에 대해 어떠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는가에 따라 현재를 바꿀 수도 있다. 인구구조 변화는 미래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구조적 변화다. 그러나, 인구구조 변화는 비가역적 속성으로 인해 당분간 그 추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초저출생의 기조는 2070년까지 지속될 것이며, 고령화 추이도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라고 하는 거대한 쓰나미에 맞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안은 2가지 정도다. 첫 번째는 외국인력의 대량 유입을 통한 저출산 고령화 추세의 완화이고, 두 번째는 노동생산성을 높여 부족해지는 생산가능인구를 메꾸는 것이다.(인구의 양을 늘리는 정책에서 인구의 질을 높이는 방향)
이 글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를 독립변수로 놓고, 외국인 유입을 종속변수로 설정하여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져올 미래 한국의 모습을 시나리오 형태로 전개해 보고자 한다. 다시 말해,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를 기본 전제로 하고, 외국 인구 유입의 유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미래 한국사회의 모습을 도출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외국 인구의 유입 유무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생산성 향상의 유무이다. 외국인 유입을 견인하는 가장 큰 원인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부족분을 채우는 데 있으며, 생산가능인구의 부족은 1인당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만회가 가능하다는 전제이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져올 미래 시나리오는 ‘노동생산성 향상’과 ‘해외 인구의 대량 유입 유무’라는 2개의 축으로 전개된다. 시나리오 A는 먼저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고 개방적 해외 인구 유입을 허용했을 경우다. 시나리오 B는, 개방적 해외 인구 유입은 허용하되 노동생산성이 하락했을 경우다. 시나리오 C는 노동생산성이 정체 또는 하락하면서 선별적이며 제한적인 해외 인구 유입정책을 지향했을 경우다. 시나리오 D는 선별적이며 제한적인 해외 인구 유입정책을 지향하면서 노동생산성이 상승했을 경우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그 추세의 변화와 정책적 효과가 더딘 관계로 지금부터 28년 후 미래인 2050년을 미래 시나리오의 시계(視界)로 설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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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미래한국 시나리오
A: 해외인구 유입을 통한 노동자 수 유지(다민족 주도권 분쟁사회)
2050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약 500만 명의 외국 태생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로 2022년에 비해 4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외국 이주민이 급증한 건 2020년대 중반부터 해외 이주노동자가 대거 유입되면서부터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력의 급격한 감소였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들이 처음부터 해외 이주 노동자를 대규모로 받아들일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선진국 사례에서 대량 외국 이주민 유입에 따른 여러 부작용들을 목격한 바 있기 때문에 우선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가능인력의 감소를 극복해 보고자 했다.
생산성 향상에 대한 노력은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노동력에 대한 생산 설비의 비율, 즉 자본 설비율을 높임으로써 매출과 국가 GDP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공장 등의 생산 설비를 자동화시켜 적은 노동력으로 생산 설비를 가동한다면 노동력 단위당 생산물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여기에는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절감도 계산되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자본 장비율의 상승에 따라 생산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것에 비해 생산량은 점진적으로 확대 폭이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어 자본 장비율이 일정 정도 수준을 지나게 되면서 부가가치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좋은 설비를 증강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움직일 수 없는 노동력의 부족이 결국 부가가치의 감소로 이어졌다. 원자재 반입에서 재고관리, 조립공정, 공정간 연결, 검사, 출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산 공정에 있어서 기계나 로봇보다 인간이 직접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며 신속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산업계로부터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잘 숙련된 노동자는 많은 분야에 있어서 기계나 로봇의 능력을 능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러한 논의를 뒷받침하였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기계와 노동력을 잘 결합하는 편이 전체적인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2050년 국내 거주 외국인 450만 명
결국, 숙련된 노동자의 수요가 급증하자, 정부는 2020년대 후반부터 동남아 및 서남아시아 국가의 숙련 노동자들을 '고용계약제'라는 형태로 불러들였다. 2029년부터 2048년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전면 중단될 때까지 총 1,300만 명에 달하는 해외 이주 노동자가 국내로 유입되었다. 이 중 약 1,000만 명은 노동계약이 끝난 후 돌아갔지만, 약 300만 명 정도는 국내에 정착하였다.
당시 정부는 경제적인 필요에 의해 임시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였고, 외국인의 국내 유입은 노동시장 정책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 초기의 노동자 유입은 한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계약은 대체로 잘 이행되었다. 그러나 2030년대 중반부터 불법적으로 장기 체류하거나, 내국인과의 결혼을 통해 국내에 정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35년 기준으로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의 결혼은 5만 3천 건으로, 전체 혼인의 15%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펴면서, 한편으로는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유입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2040년대부터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이미 정착을 결심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본국으로부터 가족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이민자 수는 급격히 늘어나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50년 현재 약 450만 명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대량의 외국인 이주자 국내 유입에는 노동력 부족의 극복이라는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고령화 완화라는 암묵적인 요인이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한국의 고령화는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노령기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는 2020년부터 갈수록 밑으로 점점 좁아지는 역삼각형 모양을 띠게 되었다. 의료·보건 기술의 발전에 기인한 기대수명의 증가로 고령자들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장려 노력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지난 수십 년간 1.2명을 밑돌았다.
결과적으로 2030년이 되자 자녀 세대라고 할 수 있는 0-4세의 연령집단 크기는 30-34세 연령집단의 0.7배에 불과하게 되었다. 65세 이상의 노령인구 수는 유소년 인구 수를 초월하기 시작하여 2030년에 이미 3배를 넘어섰다.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노년 의존비는 2020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단순히 65세 이상의 비경제활동 노령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 외에 또 다른 문제는 노인인구 자체도 더욱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 노인인구는 영양상태 향상, 건강보호 등을 통해 어느 연령 집단보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여 왔다. 100세가 넘는 초고령자도 2030년 1만 명을 돌파하였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2050년이 되면 80세 이상의 초고령 인구 수가 700만 명을 넘어서 전체 인구의 18%를 점유할 것이라는 통계청 추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80세 이상 초고령자의 증가로 연금 고갈은 더욱 가속화되기 시작했으며, 건강 및 의료 등 노인 케어에 대한 비용도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2029년 한 해 동안 노인에 대한 의료부담비만 15조 원에 달했다. 무엇보다도 젊은 인구의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기술적인 효율성과 경제적인 복지뿐만 아니라, 사회는 보수화되고 혁신성이 사리지게 되었으며, 예술적인 역동성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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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대한 우려는 결국 젊은 외국 노동력 수혈로 평균 연령을 낮추고 이문화와의 융합을 통해 사회적 활력과 역동성을 복원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로 이어졌다. 특히 외국 전문 인력의 유입은 숙련 노동자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국내의 산업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두되었다. 또한 이러한 해외 전문 인력의 수급이 한국 노동시장에 활기와 자극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졌다. 또한, 외국 전문 인력을 각 분야별로 골고루 확보한다는 것은 한국의 국가적인 산업 균등발전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들어오는 새로운 기술력과 지식을 자연스럽게 한국에 정착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각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2020년대 후반까지 전문 인력 및 숙련 노동자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203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저임금 단순노동자로 사회의 관심이 옮겨졌다. 이는 숙련 노동자와는 달리 저임금 단순노동자의 연령이 20~30대가 주류를 이룬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젊은 층으로 구성된 이민 인구의 확대는 고령화로 인한 시장 수요 감소를 완화하는 순기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더불어 노령인구 케어에 대한 필요성 증가로 인해 대규모 간호 인력 유입의 필요성 또한 제기되었다. 결국 자본설비 투자 확대를 통한 생산성 향상의 한계와 초고령 사회로의 급속한 진전은 숙련 노동인력뿐만 아니라, 단순 저임금 노동인력의 대량 국내 유입을 허용하는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결과적으로 젊은 외국인 노동력의 유입으로 인해 인구감소는 멈추었고 평균 연령도 낮출 수 있었다. 숙련 노동력의 유입은 생산성 향상과 생산가능인구의 증가로 인해 잠재적 노인인구 부양비에 감소를 가져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구구성에 있어서 외국 태생의 인구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2040년대 후반 인구구성의 약 10%가 외국 태생으로 채워졌으며, 이러한 수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다. 인구통계학적으로 한국은 전형적인 이민국가가 된 것이다.
한국 사회 동화 실패한 이주민들
문제는 이주민들의 상당수가 한국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민 2세들이나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화적 정체성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문화정책을 통해 교육, 노동, 거주 부문에서 이민 2세대에게 법적인 동등권을 부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색이 다른 이민 2세들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학교에서조차 심한 차별과 따돌림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대학을 졸업한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차별로 인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다. 설령 직업을 구한다 하더라도 이들의 임금 수준은 일반 한국인 평균에 비해 15∼25% 적은 임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주 후 한국 생활에서 불리한 여건과 불확실성 그리고 불안정성을 가진 외국인 여성들은 출산을 억제하는 경향이 높아져 갔다. 국제결혼을 통해 이루어진 다문화가정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한국 생활에 대한 확신과 안정을 가지지 못한 외국인 아내들, 혹은 남편들도 출산을 억제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일반 주류 한국 가정에 비해 자녀 수가 적고 출산 간격 또한 점점 길어지고 있다.
한국사회는 이러한 외국인 이주자들과 그들의 자녀들을 한국 사회에 포용하기보다는 그들을 잠재적인 경쟁자나 위험 요소로 혐오하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특히,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등 무슬림 이주자들에 대한 반감과 차별이 심하였다. 이러한 차별과 혐오는 단순 저임금 근로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도 등으로부터 유입된 고급 전문 인력들에게도 해당되었다. 무슬림계 이민자들은 주류 한국인들로부터 받는 차별과 불평등에 직면하여, 한국사회에 적응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은신처를 찾고자 하였다. 이들은 안산과 구리 등 서울 외각을 중심으로 공간적인 게토뿐만 아니라 문화적 게토를 형성하였다. 중국, 몽고, 필리핀 등으로부터 유입된 이민자들 또한 한국사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그들만의 공간적, 문화적 게토들을 형성하여 한국의 주류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이주민들이 문화적 게토들을 형성하는 차원을 넘어서 정치 집단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민 2세들과 다문화자녀들을 포함하여 상당수의 이주민이 참정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들은 국내 정치에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미 안산과 구리 등 외국인 이주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외국 이주자 출신의 국회의원들을 8년째 배출하고 있다. 다원적인 정치문화에 익숙하지 않던 대다수의 주류 한국인들은 이들의 정치 집단화에 커다란 불안감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일부 한국의 주류 정치인들은 反이주민 정서를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하여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하였고, 내국인과 외국인 이주자 사이의 갈등은 사회갈등을 넘어 정치적 갈등으로까지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주류 한국인들의 외국인들에 대한 적대감은 경제적인 요인에 기인한 바 크다. 해외에서 저임금 노동력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국내의 저소득층 취업경쟁을 심화시켰으며, 정부의 공공지출 부담 또한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저소득층, 비숙련 노동자인 신규 이주민은 국내의 저소득층과 자동화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였으며, 이는 기존 저소득층 노동자의 임금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대량 이주민의 유입으로 사회 내 인종 분포가 다양해지면서 교육 등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공공재 공급에 대한 합의 도출이 어려워졌고 성장도 둔화되었다. 각 인종 그룹이 서로 다른 양과 질의 공공재를 요구하면서 공공재 공급에 대한 합의가 곤란해진 까닭이다. 다양한 인종에 집단 간 견해 차에 대한 제도적 조정이 어려워지면서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유예시킨 문제들... 후 세대 부담 더욱 커져
결국 공공재정에 부담을 주는 외국 이주민에 대한 복지혜택 부여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反이주민 정서로 발전되었다. 이주민이 적응에 실패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하면서 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에 의존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난 것이 원인이었다. 이는 곧 이주민에 대한 사회복지 지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으로 표출되었으며, 저소득층 노동자 중심으로 이민을 반대하는 정치적 갈등이 대두되면서 2038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이민자 문제가 선거의 중점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反외국인 정서가 팽배했던 2040년대 중반 사회복지제도 개혁을 통해 이주민 복지혜택을 감축하기에 이른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고 고령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추진되었던 개방적 이민정책은 이주자가 늘수록 편익보다는 공공지출의 부담, 이질적 문화 간 갈등, 이주민들의 빈곤화로 인한 사회적 일탈 증가 등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되었다. 외국인 이주자를 통해 당장의 경제 축소나 연금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단순히 문제를 뒤로 미루었을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특히, 외국 이주자의 평균 연령은 내국인의 평균 연령보다 10년 정도 젊었으나, 이들도 곧 고령화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인의 평균 연령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외국 이주민의 활용은 국채 발행과 마찬가지로 현 세대의 부담을 후 세대로 이전한 꼴이 되고 말았다. 현 세대가 조금 편해졌을 뿐 후 세대는 보다 큰 경제의 축소와 연금수지 악화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정부의 종합적인 이민정책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민자가 급증하여 심각한 사회·정치적 문제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정부는 이민자 문제를 이민 정책, 다문화 정책이 아닌 노동시장 정책이나 외국인 정책의 한 범주로서 다루고 있다. 이민 문제의 형성과 관련된 복잡한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고려가 결핍되어 있는 상황에서, 젊은 노동력 중심의 해외인력 수입이라는 경제적 접근을 했을 뿐 이민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부족했던 것이다. 외국 이주민들은 결국 한국 사회에서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와 통제의 부류였으며, 정부는 외국 이주민들을 한국 사회에 통합시키기보다는 이들을 외국인으로 간주하여 통제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B: 이민자의 하류층 유입 (실패한 다문화 사회)
2000년대 초반부터 실시해온 출산율 회복을 위한 각종 정부 시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급기야 한국의 인구는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15∼64세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2016년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였으며, 2030년에 약 480만 명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 민간 연구기관은 한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내수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약 1,300만 명의 외국 인구 유입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2050년까지 한국의 전체 인구는 600만 명 정도 감소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는 1,300만 명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하였다.
전문가들은 생산인력의 감소를 고령·여성인력의 활용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해외인력의 유입만이 부족한 생산가능인구를 대체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이주민의 유입을 통한 인구 증가는 조세 기반을 확대하고 내수를 촉진하여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연령으로 구성된 해외 이주민의 대규모 국내 유입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추세를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로 인한 내수시장 감소를 방지하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및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유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결국 정부는 고령화와 초저출산율에 대한 해결책을 해외 이주민 유입에서 찾기 시작했다. 특히, 노동력이 왕성한 해외 젊은 인력들의 한국 이주가 노동력 부족을 채우고, 높은 노년부양비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또 노인들을 캐어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전문 인력 중심의 폐쇄적 구조인 당시의 이민정책으로는 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정주인구 확충에는 한계가 있었다. 당시까지 정부의 이민 정책은 해외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이민 정책과 단순 인력의 한시적 체류를 허용하는 인력수급 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이는 내국인 고용보호, 산업 구조조정 등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단순인력의 외국인 이주자에 대해 엄격한 선별주의를 채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특별한 대안이 없었던 정부로서는 2025년부터 '고용계약제'와 '정주권제'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이면서도 개방적인 이민정책으로 선회하기 시작한다.
정부가 개방적 이민정책을 취한 2015 이후부터 외국인 유입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외국인 노동자 국내 유입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과 결혼 등을 통해 정착하는 사례도 급속히 늘어났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 국제결혼 증가, 해외동포에 대한 입국문호 확대의 결과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30년 300만 명을 돌파하였으며, 2040년에는 400만, 2050년에는 600만까지 증가하였다. 특히, 국내에 정착한 외국 이주자들은 높은 출산율을 보이면서 내국인들의 출산율을 크게 상회하였고 인구 구성비에 있어서 ‘외국계’ 시민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50년, 외국 이주자 덕분에 인구 감소 멈춰
결과적으로, 외국 이주자의 유입은 한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속도를 늦추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2050년 현재 한국의 인구는 5천만 명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2022년의 그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게 되었으나, 외국 태생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7%까지 육박하게 되었다. 체류 자격별로는 노동자가 350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50%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결혼이민 및 혼인귀화자 15%, 외국인 자녀 11%, 유학생 6%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600만 명이라는 인구 감소분을 해외에서 유입된 인구와 그 자손들이 대체한 것이다.
외국 이주자들이 전체 인구 구성에서 17%를 차지하면서 2050년의 한국사회는 전형적인 이민국가·다문화사회로 변모하였다. 외국인 이주자가 한국 사회에 유입되면서 인구 감소와 기업 노동력 부족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되었으며, 고령화의 추세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었다. 특히, 저임금 단순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제조업체들이 저임금에 풍부한 인력을 활용하면서 개인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애초에 정부와 기업들은 해외 전문 인력의 유치를 목표로 하였으나, 전문 인력들은 단순 노동인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가 한국으로 유입되었다. 해외로부터 유입된 노동인력은 양적으로는 늘어났으나 전문 인력의 수는 매우 적었다. 단순 노동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이주노동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해외 전문 인력은 경제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동반한 가족들에게 교육과 안전을 확보를 우선시하였다. 또한 근무환경을 고르는 기준도 까다롭고 정보 접근이 용이한 국가를 선택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러한 고급 인력들이 유입되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못했다.
외국인 대거 유입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효과들이 2030년 중반부터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었다. 저소득층, 비숙련 노동자인 이주민이 국내의 저소득층과 일자리 경쟁을 하게 되었고, 기존 저소득층 노동자의 임금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아울러, 외국인 수요가 증가하면서 집값 등 물가가 상승하고 도심지역 교통이 혼잡해졌고, 외국인 거주 지역이 슬럼화되기 시작하였다.
反 이주 정서 확산... 사회 갈등 커져
2050년 현재 저소득층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외국인 유입을 반대하는 정치적 갈등이 대두되고 있으며, 특히, 공공재정에 부담을 주는 외국 이주민에 대한 복지혜택 부여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反이주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많은 시민과 사회단체들이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집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으며, 한 시위에만 수만 명이 참가했다. 그동안 이민자들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지탱해 왔지만, 2050년 현재 한국사회에 커다란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외국인 단순 저임금 노동자의 유입이 가져온 가장 큰 경제적인 부작용은 임금에 하향 압력이 가해지면서 저임금의 고착화와 이로 인한 빈부격차의 심화와 중산층의 붕괴였다. 대부분의 건설현장과 영세 공장 등 어렵고 힘든 직종들은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졌으며, 이들 직종의 임금은 10년 전과 비교해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낮아진 경우도 있었다. 사실상 최저 임금 제도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나마 이러한 일자리도 부족하여 국내의 저소득 계층은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많은 내국인 노동자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임금이 줄어들어 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하기 시작했다.
제조업체들이 경영의 효율화나 기술혁신을 꾀하기보다는 저임금 비숙련 외국인 노동력에 기대면서 노동생산성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49년 노동자 1명당 노동생산성은 2022년 대비 178%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 생산성의 저하와 함께 과다한 사회복지서비스 지출로 인한 공공재정의 부담 증대 및 공공재 합의 도출의 실패로 인해 경제 성장률은 점차 둔화되기 시작하였다. 한국의 문화적인 배타성과 외국인 수용에 대한 제도적인 준비 미비는 상당수의 외국 이주민이 한국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외국 이주민의 빈곤층 유입과 기존 중산층의 붕괴로 인한 빈곤층의 확대는 이들의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의존율을 심화시켜 공공재정 지출의 심각한 압박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외국 이주민에 대한 사회복지 지출을 제한하는 정치적 압력이 표출로 연결되었으며, 정부와 국회에서는 사회복지제도 개혁으로 이주민 복지혜택을 감축하자는 논의가 수년 전부터 활발히 진행되어 오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개방적 이민정책 추진으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한국사회로 유입됨에 따라 이종 언어, 문화, 종교 간 갈등이 새로운 사회적 갈등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질적인 언어, 문화, 종교를 가진 구성원들이 한 사회에 공존하게 됨에 따라 가치관의 갈등이 생겨났고 문화적 차이를 인정받기 위한 정치적 경쟁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의 이슬람권으로부터의 대량 이주민 유입은 이러한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주류 한국사회에 커다란 거부감으로 작용하였다.
이들 이슬람권 이주민들은 한국사회와의 동화를 거부하면서, 그들만의 집단 거주지와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의 종교 교리나 행동규범이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것이어서 한국사회의 정서나 법 질서와 자주 충돌을 빚어왔다. 이러한 갈등은 이슬람 문화권 이주민과 그들의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차별로 이어졌으며, 이들 이주민 또한 한국 주류 사회에 대한 커다란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민 2세대 빈곤층 전락... 사회통합비용 상승
이슬람 문화권 이주민들뿐만 아니라, 저개발 국가로부터 유입된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교육 및 취업 기회 제한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이민 2세대의 사회적 상향 이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실업률과 범죄율이 증가했다. 2030년대 중반부터 한국 경제성장의 둔화와 경기 악화로 인해, 이들 이민 2세대들은 고용시장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기 시작하였다. 2050년 현재 한국의 신규 취업 연령인 20대 전체 실업률은 8%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이들 이민 2세대의 20대 실업률은 33%에 달하고 있다.
이민자 가정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취업률 저조는 고용시장의 차별이 주된 요인이지만, 취약한 교육 수준도 크게 작용하였다. 2000년대 이후 농림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여성과 결혼해 형성된 다문화가정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제도권 내 교육을 받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및 이주자 가정의 자녀가 늘어나면서 경제·사회적으로 열악한 지위가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050년 현재 이민자 가정, 다문화가정 자녀의 평균 재학률은 60% 수준에 불과하며, 새로이 입국한 이민자 자녀의 평균 재학률은 이보다 취약한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소득과 차별로 인한 취학률 저조는 이민 2세들의 취업 기회를 그만큼 감소시켰으며, 잠재적 빈곤계층으로 전락하는 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이들 이민자들의 사회이동 취약성은 한국 사회를 소수의 상위계층만 존재하는 피라미드 형태의 사회계층 구조로 변화시켰으며, 한국사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통합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 이주민들의 불만과 주류 한국인 - 외국 이주민 사이의 갈등이 폭력으로 번지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안산과 구리 등 외국인 집단 거주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 이주민 청년들의 유혈 폭동사태가 발생하였으며, 외국 이주민들에 대한 주류 한국인들의 집단 린치 등 혐오성 범죄 또한 끊이질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과격한 테러 행위로까지는 번지지는 않고 있지만, 600만 명에 이르는 외국 이주민과 주류 한국인들 간의 문화적 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C: 저성장, 저활력 국가 (경제 활력 저하 사회)
한국의 고령화는 2020년 베이비붐 세대가 65세 이상으로 진입하면서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2020년 이후부터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는 밑으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역삼각형 모양을 띠게 되었다. 이는 기대수명의 증가로 고령자들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세계 최저 수준의 초저출산율이 가져온 결과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장려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40여 년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 명을 밑돌았다.
출산율 회복이 어려웠던 이유로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결혼 기피, 만혼 현상, 자녀 출산을 꺼리는 가치관의 변화 등도 저출산의 주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사회 시스템이 출산율 제고를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사회구조 및 정책 제도 등으로 인해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와 정부는 육아를 여성에게만 떠넘겼다. 설령 육아 문제가 해결되어 아이를 출산한다 하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살인적인 사교육비는 출산율 회복의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저출산의 지속화로 인해 2018년을 정점으로 한국의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며, 2050년 현재 한국의 인구는 4천만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4천만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 수가 1천5백만 명이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인구 감소는 중장기적으로 내수 시장과 총수요를 감소시키고, 이로 인한 세수 저하와 자본시장의 위축 등 국가경쟁력 약화와 잠재 성장률의 하락으로 귀결되었다. 고령자의 증가는 연금이나 의료비 지출의 증가를 수반하였으며, 연금, 보험, 의료 및 기타 사회복지비용의 확대로 인해 정부의 사회적 지출을 급격히 증가시켜 국가재정의 엄청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령자 수의 증가로 사회는 전체적인 활력을 잃었으며, 더욱 보수화되어갔다.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노년 의존비는 2020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지난 40여 년간 노년 의존율은 거의 6배로 증가하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년 의존율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7.9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던 것이, 2050년이 되면서 1.4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가능인구에 속하는 현역세대로부터 세금을 걷어 은퇴 노인들에게 연금을 부여하는 연금체계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젊은 현역 세대들은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힘들게 번 수입의 상당 부분을 노인세대 부양을 위해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현역 세대의 과도한 부담은 그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개방적 이민정책 포기... 저성장 이어져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커다란 이슈로 대두되자, 외국 젊은 노동자의 대량 유입을 통해 평균 연령을 낮추고 노년 부양비를 경감시키자는 논의가 2020년 초반부터 활발히 제기되었다. 한 국책연구기관은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잠재적 노인 부양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2025-35년 사이에 매년 약 450만 명을, 2030-50년 400만 명의 외국 노동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곧 커다란 반발에 부딪혔다. 대량의 외국 노동력이 유입되면 내국인과 일자리 경쟁을 유발할 것이며, 이는 내국인의 실업률 증가와 임금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아울러, 기존과 다른 종교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특정 종교의 교리나 행동규범이 한국사회의 정서나 법질서와 충돌할 수 있으며, 외국인 거주지 부족, 실업, 범죄 등으로 인해 결국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가 득세하였다. 결국, 정부는 개방적 이민정책에 대한 옵션을 포기하고, 전문 인력 중심의 선별적이며 제한적인 이민정책을 고수하기에 이른다.
무엇보다도 수출에 경제성장을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2020년대 초반부터 코로나의 전 세계적인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경제의 불안정화로 인해 인해 세계시장 점유율이 줄어들면서, 성장 동력이 둔화되고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였다. 이는 글로벌 차원의 경기침체로 규제 강화와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제교역과 국제자본이동이 줄어들었으며, 다시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 데 기인한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채 1%가 되지 않았다. 20세기 후반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값싼 석유자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자원고갈의 가속화와 전쟁과 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은 한국경제의 성장에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하였다. 원유 가격은 202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상승하여 2050년 현재 배럴 당 2,0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원유 가격의 상승은 곧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국민 경제와 산업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였다.
자원 고갈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도 한국의 경제 성장에 커다란 장애요소로 작용하였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환경규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대응이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2032년 ‘포스트 파리협약’이 가동되면서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늘어나고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도 크게 강화되었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은 2020년 초반부터 추진되었던 ‘탄소중립’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한국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탄소중립 2050’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한국은 ‘탄소중립’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또 달성하기에는 많은 장애요인과 난관에 봉착해 있었으며, 이를 극복하는 데 실패하였다.
먼저,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자본, 기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당시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기술은 선진국 최고 수준 대비 50~85% 정도였으며,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2% 수준에 불과하였다. 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였으나, 성과 지상주의에 매몰된 근시안적인 정부 정책과 전 지구적인 경제 불황은 ‘탄소중립’이 다른 현안에 밀려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한국은 아직까지 선진국과의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산업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내수 시장의 위축은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였다. 더욱이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 향상 추이는 지난 30여 년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먼저 기업들은 세계 글로벌 경제 환경의 악화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자본 설비에 투자할 여력을 상실했다. 또한, 설비 1단위당 생산량인 자본의 생산성도 급격히 저하되었다. 이는 지구 환경 악화로 인한 환경 설비에 대한 비용 증가와 자원고갈 가속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에너지 비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2050년, 해외 이주자를 끌어들일 동력 상실
무엇보다도 생산성 정체에 가장 큰 요인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였다. 기업들이 설령 설비를 증강했다 하더라도 이를 움직일 수 있는 숙련된 기능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였던 것이다. 경제의 성장은 노동생산성과 노동자수에 의해 결정되나, 부족한 노동인력과 노동생산성 저하는 한국 경제 정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인구 고령화에 의해 사회 전체가 보수화되고 창의성과 혁신성이 사라지면서 과학기술의 발전도 정체되었으며, 기업도 혁신 동력을 상실하였다. 기술 혁신이 이루어져 생산설비가 개량되면 더 적은 노동력으로도 생산설비를 가동할 수 있으며, 노동력이 감소하더라도 기업의 생산 자본력 축소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술 혁신의 정체로 기업들의 생산 자본력도 크게 위축이 되었다.
결국, 2050년의 한국사회는 저출산·고령화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사회의 활력이 떨어졌으며, 생산인구의 감소와 생산성 향상의 실패로 인해 한국경제는 경쟁력을 잃고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복지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로 인한 복지후생 수요의 급증에 따라 재정수지는 최악의 상태가 되었으며 연금제도도 붕괴되었다. 사회 연장자로서의 고령자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존경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이다. 젊은 세대들은 고령자들을 사회의 커다란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젊은 현역 세대와 노령세대 간의 세대 간 갈등도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되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상실하였다.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령세대가 정치를 좌우하면서 정치권은 노령세대의 이해를 대변하기에 급급하였으며 정치는 더욱 보수화되었었다. 정부는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에 시달리게 되면서 뒤늦게나마 해외 이주민 유입을 통해 사회적 활력을 모색하고자 하였으나, 2050년의 대한민국은 더 이상 해외 이주자를 끌어들일 만한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다.
D: 인구감소 시대의 도래 (인구감소 적응 사회)
2022년 12월 30일 통계청은 인구동태에 관한 연간 추계에서 2022년부터 우리나라가 인구 감소에 돌입했음을 발표하였다. 이는 기존의 2023년으로 예측했던 것보다 1년 앞당겨진 것이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인구 감소의 추세가 급속한 고령화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데 있었다. 이 발표를 계기로 고령화·인구 감소 사회를 맞이한 한국의 미래를 우려하는 논의가 한국 사회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활동이 정체될 것이며, 더 나아가 잠재 성장률이 축소될 것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특히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부터 한국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하여 국민총생산이 축소되게 될 것이라는 등 저출산·고령화와 관련한 우울한 전망들이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오던 출산율 제고 정책은 거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의 출산제고 정책이 출산율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많이 늦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한 번 진전되면 되돌리기 힘든 非가역적 특성이 있으므로 변화 초기에 정책 방향을 견고히 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한 대가였다. 정부의 출산율 제고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결국 적극적이면서도 개방적인 이민 정책만이 부족한 생산 인력을 충원하고 고령화를 완화시키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견해가 대두되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비하고 성장의 선순환과 사회적 역동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단순 노동력의 한시적 체류가 아닌 영주권, 시민권 취득을 통한 정주인구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개방적 이민 정책의 핵심이었다.
인구감소가 가져올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개방적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는 다른 한편에서는 외국 인력의 대량 유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신중론 또한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외국인 유입 신중론자들은 당시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를 들면서 외국인 유입으로 인한 이익보다는 손실이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신중론자들의 주장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크게 발생시켜 국가 전체로 보았을 때는 오히려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비숙련 외국 노동자들로 인해 국내의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상실하게 될 것이고, 기존 저소득층 노동자의 저임금 고착화로 인해 빈곤층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의 자녀들을 한국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한 다문화 교육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비용을 외국인 이민자들을 고용한 기업들이 아니라, 아무 관계도 없는 국민의 세금으로 채워야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 한 언론기관에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이민 정책 활성화에 반대하는 목소리의 대다수가 '고급두뇌 인력보다는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의 비숙련 노동자들이 이민을 올 것'이라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신중론자들은 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부족 문제를 전적으로 외국인 수혈로 해결하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개방적 이민 정책 옹호론자들에게 맞섰다.
인구 감소는 위기 아니라 기회라는 논리
외국인 유입에 대한 신중론자들과 함께, 소수이긴 하지만 오히려 인구 감소가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인구감소 기회론’의 목소리도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인구감소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가져올 문제들은 노동생산성과 ‘교육의 질’ 향상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게 ‘인구감소 기회론’자들의 논리였다. 즉, 인구의 양보다 질을 향상하는 정책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인구감소 기회론’자들의 논리였다.
많은 환경론자들 또한 ‘인구감소 기회론’에 가세하였다. 이들 환경론자들은 당시 한국이 겪고 있는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자원 고갈 등의 근본적인 이유가 인구 증가에 기인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들은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다양한 사회 및 환경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예를 들어,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교육, 주택, 교통 문제에 있어서 질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여유 있는 삶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 사회가 20세기 말에 겪었던 인구 과밀로 인한 콩나물 교실, 주택난, 교통난, 치열한 경쟁으로부터의 해방도 가능하다며 ‘인구감소 기회론’을 옹호하였다.
2023년부터 진행된 ‘인구감소 위기론’과 ‘인구감소 기회론’의 3년간 논쟁은 결국 ‘인구감소 기회론’자들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경향이며, 인구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인지했기 때문이다. 외국 이민자의 유입은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올 근본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다문화 교육, 사회복지 문제, 사회갈등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 또한 엄청나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들을 통해 드러났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시대적 환경변화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한국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갔다. 2023년을 기점으로 하여, 저출산·고령화를 시대의 대세로 받아들이고, 저출산·인구감소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경제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범국가적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정부는 기존 이민 정책의 주요 골자인 고급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한 영주권 발급과 단순 인력에 대한 쿼터제 강화를 고수함과 동시에, 해외 전문 인력의 국내 유입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을 활성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단순 노동직, 저소득, 미숙련 노동직의 국내 유입을 제한하고 고소득, 전문직 외국인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단순 노동직의 경우에는 노동허가 및 입국허가 절차를 엄격하게 수행하여 제한적인 유입정책을 펼치는 데에 반해, 전문직 및 고소득층 외국인의 경우에는 매우 신속하고 유연한 정책을 통해 이들을 빠른 시일 안에 정착할 수 있는데 역점을 두었다.
해외인재개발청 설립해 우수 해외 인력 유치
아울러 정부는 2023년에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기존의 외국인 업무 중복을 해소하고, 외국인 정책과 이민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총리실 산하에 ‘해외인재개발청’을 설립하였다. ‘해외인재개발청’에서는 해외의 우수인력 유치 업무와 함께,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국인에 관한 출입국 정책 및 노동 전반에 관한 정책을 일괄적으로 수행하였다. 그 외에도, 고용허가증 발행의 간소화나, 외국인이 전문직에 취업할 수 있는 직업 분야의 확대, 거주 외국인 지역과 국내인 거주지역 간의 연계 확대 등도 모색하였다.
또한, 과거 추진되었던 외국인 유학생 영주권 제도를 재도입하여 우수 이공계 유학생을 대상으로 취업 조건 없이 졸업 시 영주권 취득 기회를 부여하였다. 전문 인력과 우수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주권 발급은 정주인구 확대뿐만 아니라 숙련 단절의 해소 등 부수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었다.
아울러, 해외 고급 인력이 국내 정주를 기피하는 이유가 체류 신분의 보장 미흡보다는 언어, 교육, 주택, 의료 등 정주 인프라의 취약성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외국 인재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맞춤형 서비스로 해외 우수 이민자들의 자녀를 위한 한국어 수업, 한국의 문화·역사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으며, 한국의 높은 주택 가격을 고려하여, 정부가 공영주택을 매입해 타당한 임대료로 외국인에게 대출을 해주는 제도도 실시하였다.
또한, 해외인재개발청은 국내외에 외국인 전용 정보센터를 설치하여 외국인의 유학·취직 관계, 해외 우수인력을 위한 국내 거주지나 자녀의 교육에 관한 최신 생활정보, 각종 비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해외인재개발청은 적극적인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해외에도 사무소를 설치하였다. 2024년 해외 제1호 사무소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설치된 이래, 2030년까지 북경, 동경, 뉴델리, 시드니, 런던, 파리 등에 개설되었다. 해외 사무소는 주로 해외 인재 모집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국내에 취업할 의향이 있는 해외 인재들이나 투자자들에게 한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적극적인 해외 우수인재 유치 정책의 결과 2050년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고소득·전문직 외국인의 수는 약 20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노동인구의 28.7%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는 다른 선진 국가들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고소득·전문직의 해외 인력의 비율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노동 생산성 향상 - 1가구 1로봇 시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해 경제 성장이 정체될 것이라는 위기감은 1인당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줄어든 생산가능인구를 보충하기 위해 범국민적인 지혜의 집중과 기업의 혁신의 노력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과 설비 투자 등 기업의 혁신 노력으로 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5%를 유지하였으며 2020년 이후 30여 년 동안 5.8 배 증가하였다.
이러한 생산성 향상에는 기술의 진보가 큰 역할을 하였다. 2가지 측면에서 기술의 진보가 진행되었는데, 먼저 적은 노동력으로 생산 설비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절력화 기술과 함께, 생산설비 자체의 효율성 향상에 대한 획기적인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다. 특히, 한국은 IT 및 로봇강국의 강점을 살려 산업별 IT와 로봇의 활용도를 확대하였으며, 이는 곧 기업 생산설비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하였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 로봇에 대한 연구개발과 로봇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활발히 실행해 왔다. 더욱이 로봇 가격이 100만 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로봇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이에 제조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절감하고, 정교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위해 로봇을 활용하는 제한적 수요에서 벗어나, 가정과 사무실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로봇은 산업 현장은 물론, 가정에까지 비집고 들어가 2020년대 후반 1가구 1로봇 시대가 도래하였다. 로봇은 산업현장에서 사람을 대체하여 조립이나 가공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건설 현장은 물론, 농촌에서는 밭을 개간하고 농작물을 수확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청소를 하거나 사람이 벗어던진 옷을 줍거나, 말린 옷을 개는 등 가사 일 또한 로봇이 전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료, 복지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이 크게 증가하였다. 고령인구가 많아진 반면에 이들을 부양할 수 있는 노동 연령층은 상대적으로 수가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간병이나 의료 서비스용 등 생활 지원용 로봇에 대한 급속한 수요 증가가 이루어졌다. 쇠약해진 노인들은 외골격 로봇 착용을 통해 물리적인 능력을 향상할 수 있게 되었으며, 로봇에 의지해서 계단을 오르거나 식사를 하는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노인 시중이나 간병에 대한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는 승객의 차까지 짐을 운반해주는 로봇 서비스가 시행되어, 고객의 편의는 물론, 마트도 인건비 절감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한 언론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5년 현재 로봇이 제조 및 서비스 산업에 있어서 300만 명분의 노동력 대체 효과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도 2010년에 대비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었다. 21세기의 자동차, PC, 휴대폰이 그러했던 것과 같이, 로봇은 2050년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2050년 한국 인구 4200만 명... 쾌적한 인구감소 사회
저출산 및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교육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학생 수의 감소는 국공립 초중학교의 통폐합을 이끌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전국에서 약 1000개의 초중고가 폐교되었으며, 남아 있는 학교도 학급을 구성할 수 있는 학생 수의 미달로 학급 정원을 40명에서 20명으로 낮추었다.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는 대학·대학원 등 고등교육 구조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2022년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72% 수준이었으나, 2029년 처음으로 대학 정원과 수험생 수가 같아지는 ‘100% 전원 입학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나마, 한국 대학(대학원) 정원의 10%는 외국인 유학생이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한국 대학의 구조조정은 해가 갈수록 격화되어 대부분의 지방 국립대학들은 통폐합되었으며, 50여 개의 지방 사립대학들이 문을 닫았다. 수도권의 유명 사립대학들만 그나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 교육의 내용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경쟁력이나 생산성 향상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대학들은 기업들과 제휴해 이론보다는 전문성 위주의 직업 훈련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전환되었다. 생산가능인력의 절대 수가 줄어든 만큼 1명이 창출해야 할 생산성이 높아져야 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대학 졸업 후 사내 교육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현업에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기 시작하였고, 학생들은 스스로 취업 전에 전문성을 획득해야만 했다. 유명 대학 입학이라는 사실 자체가 가져오는 메리트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저출산·고령화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면서 농촌은 풍부한 사회 기반의 하나로써 기능하게 되었다. 식량자급률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정부가 농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지정하여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펴온 결과이다.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도시인이나, 농업을 해 보고 싶은 도시인이 증가한 것도 커다란 요인이 되었다. 도시의 근로자들은 은퇴 후, 농지를 구입하여 다양한 작물의 재배를 즐기면서 낮은 생활비로 자연의 공간을 누리고 있다. 아울러, 고령 노동력 활용에 있어서도 농업은 많은 이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두뇌 및 육체적인 ‘체력’이 덜 요구되며, 연령의 장애를 크게 받지 않는 관계로 농업은 고령자들에게 많은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시에서 내려오는 고령 은퇴자와 취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농업 기술 지도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2050년 현재 한국의 인구는 약 4200만 명 정도로 30년 전보다 약 1000만 명이 감소하였다.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예상했던 여러 문제점들, 예를 들어 도로, 철도, 항만 등의 교통 인프라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감소하게 되면서, 이들을 운영하는 국영기업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민들은 교통 혼잡과 만원 전철의 시달림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되었다. 명절 연휴에 벌어지던 극심한 교통 체증, 콩나물 교실, 과도한 입시 경쟁, 주택 문제 등은 역사책 속의 이야기가 되었다. 정부도 대규모 인프라 확충을 위한 공공사업을 중단한 지 이미 오래다. 철도와 도로를 확충하는 대신 대규모 녹지와 자연 생태계 공간 창출에 공공사업이 집중되었다.
기술 진보에 의한 노동 생산성의 상승과 설비 투자의 축소에 의한 노동 분배율이 향상됨에 따라, 근로자들의 임금 또한 크게 향상되었으며, 장시간의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사람들은 보다 많은 여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화와 로봇의 대량 보급도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증가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사람들은 늘어난 여가시간을 취미 활동과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한 재교육으로 보내고 있다. 늘어난 여가 시간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의 여유도 늘어났다.
이러한 마음의 여유는 외국인들에 대한 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였고, 외국인들도 한국 문화에 점차 융화되어 갔다. 생산성과 노동 분배율의 향상은 빈부 격차를 크게 완화해 한국사회를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구분이 없는 직사각형 형태의 사회계층 구조로 변화시켰다. 인구감소 사회에서 한국인들은 보다 풍요롭고, 쾌적하고, 편안하며, 안전하고, 건강하며, 영예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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