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깊어질수록 산속에 꽃들은 간소하게 꽃을 피운다. 노랑원추리, 하늘나리꽃, 산수국, 꿩의다리 등이 꽃잎이 단조롭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마음이 시원해진다. 계곡물 소리와 잘 어울린다. 자연의 소리와 소통하려면 단순해야 한다. 들을 수 있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이 원인과 관계없이 서로 관계성을 갖고 있다.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보이지 않는 역학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하게 느끼면 된다. 솔나리꽃은 단순하다. 자기의 본연의 모습을 갖추면서도 화려하게 보이려고 치장하지 않는다. 단출한 배경 속에서 핑크빛 몇 송이만으로 숲속을 조용히 불을 밝힌다. 한두 송이가 합치면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은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자연은 곧고 바르며 명예에 집착하지 않는다. 점점 숫자만 많아지면 반드시 흩어지기 마련이다. 단순하게 나뭇잎이 서로 빗껴가면서 직선으로 오는 빛을 온전하게 받아들인다. 꽃잎은 단출하게 피어 현재 있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언제나 본래의 모습이 그 삶의 진심이다. 이것이 간소하게 사는 모습인 줄 모른다. 봄 계절의 여왕 얼레지 꽃을 닮은 꽃이 솔나리꽃이다. 겨우내 꽃을 그리워했던 때라 얼레지꽃을 보고 놀란다. 땅속 깊이에서 올렸던 얼레지는 3~4월에 잎과 꽃이 피기 시작하여 열매를 맺고 난 뒤 5월에 잎과 꽃이 동시에 사라진다. 이제 7월의 산속에서 핀 솔나리는 잎이 한참 먼저 나고서야 꽃을 피운다. 꽃과 잎이 만나는 시기는 달라도 꽃 모양은 비슷하다. 꽃들은 내일을 예약하지 않는다. 오늘만 최선을 다해 사명을 다한다. 오늘 소나기가 길을 막더라도 꽃길은 반드시 열린다. 자연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그 계절에 사는 꽃들은 절대 녹슬지 않는다. 삶은 오직 살아 움직이고 춤을 추고 노래하고 새소리는 숲속을 생생하게 만든다. 자신의 소리를 가장 민감하게 들을 때 가장 진실한 삶이 된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신의 믿음일 것이다. 산속에 꽃이 홀로 외롭게 피어 있을 때 아름답다. 저 혼자 고독은 이제부터 나와 대면하는 시간이다. 가장 진실한 삶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한때 나를 버렸다. 나의 삶을 돌보지 않았다. 이제 누구 위로의 말도 필요하지 않다. 내가 나를 순간 속에서 나와 내가 함께하는 시간이다. 한 송이 두 송이가 합치면 다시 홀로되는 시간이다. 잎은 다르고 시간이 달라도 순간 피어나는 꽃은 똑같다. 오래된 만년필이 정겹다. 그것은 내 정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우리를 아름답게 하겠는가. 멀리 돌아가더라고 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평생 나와 함께 당신이여. 아름다운 시절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너와 대하는 시간이 하나 되는 일이다. 봄이면 땅에서, 7월은 하늘에서 진정 나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