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돌아오니 종일 비가 뿌려댑니다. 사방이 축축하고 밝은 기운이 없으니 마음까지 무거운 듯 합니다. 어렴풋이 제주도라는 명칭은 모르지만 바다가 있던 예전에 신나게 놀았던 곳에 왔다는 사실에 완이는 나름 기대를 하는 것 같습니다. 완이를 보낸 게 고작 5개월 전인데 좋게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좀더 우려스러운 부분이 대폭 늘어나 있습니다.
-귀막기의 상습화. 모든 소리를 차단하려는 듯, 소리에 대한 차단 태도가 너무 깊어졌습니다.
-공격성 증가. 사람에게 다가올 때 일단 할퀴고 꼬집고 봅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가장 만만한 준이곁에 가서는 할퀴려는 것을 몇 번 막았고 저한테까지 스쳐가면서 할퀴는 것을 바로 잡아냈습니다. 그만큼 사람에 대한 적개심이 커졌다는 것을 말합니다.
-한번도 웃지않음. 보내기 전 많이 밝아지고 웃기도 했지만 보충제를 전혀 하지 않으면서 원래의 심각하고 우울한 모드로 돌아감
-열살이 넘으니 신체적인 힘이 커지면서 자신이 대했던 선생님들에 대한 힘의 대응력이 생기면서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하려는 경향이 많이 커지고 고집을 꺾지않음.
-촉각방어와 추구가 동시에 강하게 나타났던 경향은 더 세졌습니다. 그나마 가장 많이 개선되었던 부분이었는데 제자리보다 못하게 느껴지는 것은 완이 나이가 점점 올라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태균이가 틀어대는 동요와 노래들에 대해서는 귀를 막기는 커녕 오히려 따라하려고 하니 이건 귀막기를 개선해볼 수 있는 중요한 팁이 됩니다. 어제 바다에 데리고가서 노는 동안에도 처음 파도소리에 귀를 좀 막았을 뿐 몹시 원하던 놀이라서 귀막기는 거의 하지않았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중에 바닷물놀이를 하는데다 비그치기를 기다리다 오후늦게 시작한터라 적당한 때에 끝내야하는데 절대 끝내지 않으려는 녀석이 얼마나 물놀이에 목말라했었는지 짐작이 됩니다.
평일에는 오후 5시 넘어서까지 특수학교에 있어야하고, 주말에 가족들 일이 있을 때 알바생이 집에서 완이를 봐주는 방식이었을테니, 물놀이는 커녕 자기지키는 사람들 대상 고집피우는 행동은 엄청 커질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고집피워서 나름 자기가 이겼던 경험치의 누적은 녀석을 더욱 뺀질거리게 합니다. 총체적인 난국이 짐작되는 대목입니다.
예전에 비해 좋아진 것은 소변 변기에 앉아서 싸기,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모양입니다. 태균이도 주간보호센터가면서 앉아서 소변을 보기 시작합니다. 좋은 훈련같습니다. 그리고 먹을 걸 찾기위해 여기저기 뒤지던 행동은 아예 없어졌습니다. 집에서도 이 부분은 철저히 한 듯 포기모드환경이 아예 그 행동을 소거한 듯 합니다.
우리 아이들 바뀌기는 참 쉽지않지만 더 나아지지 않으면 바로 되돌아가고, 자기 나름의 권력이 주어졌을 때 그걸 맘대로 휘두르게 되는 날들은 너무나 빨리 와버립니다. 힘의 대결구도는 아이가 대략 10살 정도이면 판가름나기 시작해서 15살 쯤되면 이미 부모의 패배가 충분히 예견됩니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도 아이와의 힘겨루기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는 꼭 개발해놓아야 합니다.
아이와의 힘겨루기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아이를 두려워하는 마음입니다. 아이를 두려워하는 부모는 반드시 힘겨루기에서 패배하기 마련입니다. 상대가 나에게 겁을 먹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생존의 기본이자 동물세계의 법칙이며 원리입니다. 아이에게 당당하고 어떤 경우에도 지지않아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우리 아이들 올바른 양육에 큰 도움이 됩니다.
완이와의 첫 날, 힘도 더 세어진데다가 사람피해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기술도 더 능숙해진 완이와의 완력싸움에 지지않고자 애를 썼더니 온 몸이 쑤셔대지만 이 어려운 한판승부에서 승자가 되어야 제가 할 일을 다 한 듯 한 기분일겁니다. 쉽지않은 여름이 예상됩니다.
첫댓글 아고 건강도 중요한 요소일터니 부디 무탈하시기 바랍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