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받는 망초대(계란풀)
손님으로 불러 놓고
제 멋대로 이름지어
불청객 취급을 하더니
100년이 흘렀건만
흘긴 눈을 걷지 않고
아직도 이방인 취급하니
이 서러움 그 누가 알아주려나.
콩밭 매는 할미 손이
정겨워 보드랍게 쓸어 주었더니
배라먹을 호미로
뿌리까지 파내어 버리네.
아아..!
언제 쯤 그 누가 나를 알아주려나.
주위에 이 녀석만큼 흔한 풀도 없다. 꽃을 피워 올려도 풀로 취급 당하며 예초기, 재초제의 희생양이 되는 가련한 녀석이다. 구한 말 철로의 침목에 묻혀 이땅에 씨앗을 내렸다. 싹을 피어 꽃을 피웠으나 망국이 되어 나라를 망하게 하는 기운이 서린 꽃이라 오해를 받아 망국초라 불리게 되었다. 그 이후 망초라는 어이 없는 이름을 갖게 되어 신세가 지랄 같은 꽃이다.
허나 아는가?
천대받는 이 녀석은 특별한 약효로 우리의 손길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지난 밤 과음을 해서 속이 거북할 때 된장을 옅게 풀은 물에 이 녀석을 한움큼 넣고 끓이면 술국으로 최고다. 어린 순은 살짝 데쳐서 된장, 고추장에 참기름, 들기름 넣고 무치면 나른한 봄에 입맛을 돋궈준다. 어릴 적 소꼽놀이를 하며 서방님 밥상에 정성들여 계란프라이로 올렸던 계란꽃이 바로 망초대다.
천대받는 이 녀석은 100년이 넘도록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나 좀 알아달라고.. 이 녀석의 숨은 재능을 알게 되면 저절로 사랑스러워질지도 모른다.
잎과 줄기는 풍, 한, 습을 다스린다. 황달, 만성 골증, 간질환에 좋다. 간의 해독작용이 있어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뿌리는 주황, 황달, 이뇨작용을 하며 혈뇨가 나올 때 끓여서 마시면 오줌이 맑아진다.
관절염이나 류마티스로 마디가 아플 때 이 녀석으로 즙을 내어 환부에 바르면 시원하기가 그만이다. 구내염으로 입안에서 악취가 날 때에도 그 즙으로 가글을 하면 입냄새가 없어지며 풍치에도 좋고 결막염에도 좋다.
잎과 줄기를 음건하여 차로 마시면 숙취에 좋고 만성 골증에도 좋다. 뿌리도 음건하여 끓여 마시면 황달과 간염에 좋다.
이만하면 사랑 받을 자격이 있지 않은가?
겨울이 지난 봄날에 이 녀석이 싹을 피우면 한번 쓰다듬어 주지 않으련가?
해강.
약초연구소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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