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중립적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내년 파리 2024 하계올림픽 출전도, 지난 도쿄올림픽과 유사한 방식으로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IOC는 28일 스위스 로잔 IOC본부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두 나라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 조건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새 가이드라인에 따라 러-벨라루스 선수들은 계주, 복식 등을 포함한 단체전에는 일체 참여할 수 없고, 유니폼 또한 흰색 혹은 단색만 입어야 한다. 또 자국 군대 또는 중앙정보기관과 관련이 있는 선수들은 출전이 계속 금지된다.
IOC회의 모습/사진출처:트위트 @IOCMEDIA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IOC와 국제 스포츠 단체(IF)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해 취한 △국제대회 개최 금지 △경기장 내 국기·국가·국가 상징 사용 금지 △두 나라 관리들의 국제 스포츠 행사 참여 금지 등과 같은 기존 제재는 그대로 유지된다.
IOC의 이같은 결정은 국제대회 출전을 원하는 러-벨라루스는 물론, 한사코 출전을 금지시키려는 우크라이나와 일부 서방 국가들로부터 거센 불만에 직면했다.
러시아 스포츠전문 매체 스포르트-엑스프레스(스포츠 익스프레스)는 이날 IOC 결정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서방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민주주의를 배반했다고 비난하고, 러시아는 그가 올림픽 헌장을 위반했다고 비판한다"고 요약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러시아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 조건 밝혀/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IOC의 새 기준은 선수들이 차별없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도록 막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올림픽 헌장의 기본 원칙을 파괴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NOC)도 "국가 상징의 사용 금지, 팀 경기 출전 금지, 군대 소속 여부 등 불합리한 규제는 노골적인 차별"이라며 "IOC의 이번 권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 청소년체육부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에 대한 IOC의 부분적 입장 변화를 규탄한다"며 "국제 경기 출전을 완전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고국인 독일의 낸시 페저 내무장관도 “러시아가 (전쟁) 프로파간다에 국제대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이번 결정은 '평화와 세계 통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흐 위원장은 전날 IOC 집행위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는 테니스를 비롯해 탁구, 사이클, 아이스하키, 핸드볼 등 많은 국제대회 종목에서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이 참가한 것을 볼 수 있으며, 대회 중 보안 문제와 관련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흐 IOC위원장/사진출처:트위트 @NYT
이 발언은 지난 1월 두 나라 선수들이 중립국에 속한 개인 선수 자격으로 2024년 파리올림픽 종목별 예선전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한 IOC의 결정을 재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IOC는 국적으로 선수를 차별하는 것은 올림픽 취지에 어긋난다며 두 나라 선수들에게 대회에 참가할 길을 터주기로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