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팔백일흔네 번째
혼모노
‘질서와 균형과 조화’의 그림인 만다라(曼陀羅·mandala)는 산스크리트어 ‘만다(Manda)’와 ‘라(la)’가 합쳐진 말이라고 합니다. ‘만다’는 ‘중심, 본질’이라는 의미이고, ‘라’는 ‘소유하다’라는 뜻이랍니다. 그래서 불법佛法의 모든 덕을 두루 갖춘 경지를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상적으로는 어떤 것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게 하나도 빠짐이 없이 완전하게 구비된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원불교에서는 일원상一圓相(O)으로 상징합니다. 평범한 범인들은 그저 ‘그래서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만유가 한 체성體性이요, 만법이 한 근원이기에 대소 유무(大小有無)에 분별이 없는 자리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답니다. 우주의 생성 원리와 천지인天地人 일체 사상을 수리 철학으로 풀어낸 고대 선도仙道의 핵심 경전인 천부경天符經 역시 만유가 한 체성이라고 일러줍니다. 많은 종교가 어둠이 있어 밝음이 드러나는 것처럼 선악이 따로 있지 않고 그 역시 하나라고 가르칩니다. 서양 문화의 바탕이라 할 헬라 문화의 이원론이 자리 잡으면서 우리는 흑백론에 젖어 살게 되었지요. 우리는 무엇이 진리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내 편만이 진리이고, 나머지는 모두 적으로 돌리는 가식을 비웃으며, 젊은 작가 성해나는 소설집 <혼모노>에서 몽환포영夢幻泡影, 꿈 같고 허깨비 같고 거품 같고 그림자 같은 관념의 허울에서 벗어나 참된 자유를 만끽하기를 추구합니다. 가식으로 점철된 혼모노의 환영에서 깨어나 자기 구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진짜와 가짜를 가름하는 일방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지켜 진심으로 혼신을 다하는 삶이어야 제대로 된 삶이라는 젊은 작가의 말에 갈채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