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디자인이다. 같은 성능을 가진 제품이라면 디자인이 우수한 것을 선택하기에 디자인은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된다. 디자인이 우수한 상품은 고가라도 기꺼이 지갑을 열어 구매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서울디자인 축제는 매년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즐기는 서울의 시그니처 축제가 되어 가고 있다.
지금 서울은 디자인으로 물들고 있다. '서울디자인 2023'이 지난 10월 24일에 개막해 11월 2일까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가장 큰 규모로 만날 수 있으며. 주제는 ‘가치 있는 동행’이다.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을 생각한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기업의 사회·환경적 활동까지 고려하여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업성과지표) 중심의 결과물을 감상할 수 있다. ☞ [관련 기사]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진다! '서울디자인 2023' 개막
DDP에서 개막한 '서울디자인 2023'의 올해 주제는 '가치 있는 동행'이다. Ⓒ김은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나와 DDP로 들어가니 어울림광장 가득 축제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어울림광장과 '미래로, 팔거리'에서는 디자인마켓을 만날 수 있었는데, 역대 최대 규모의 300개 부스가 함께 했다. 디자인마켓에서는 리빙 소품, 의류, 반려동물 잡화, 액세서리, 그릇, 먹거리, 해외 ESG 브랜드 제품, 수공예품 등 특별하면서도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문호리 ESG 마켓은 대중에게 인기 있는 문호리 리버마켓과 협업으로 만든 ESG 가치 실현 마켓으로 꾸며졌다. 농부가 직접 재배하고 생산한 과일, 아티스트가 한 땀 한 땀 만든 가방과 모자, 도장, 도자기 그릇, 인테리어 소품 등 눈길을 사로잡는 상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직접 물레를 돌려 보며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 등 시민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디자인마켓은 역대 최대 규모로, 300개의 부스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김은주
문호리 리버마켓에서는 작가가 직접 만든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김은주
팔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반 시게루 재난주택 모듈 전시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반 시게루가 직접 설계한 한국형 재난 임시주택 모델이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와 나무로 만든 임시주택 모델은 지진, 홍수, 전쟁과 같은 재난 현장 속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방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재난으로 주거를 잃은 이들을 위한 가설 종이 주택 프로토타입은 모듈화를 통해 설치와 철거,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으며, 필요에 따라 연장도 가능하다. 신발을 벗고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내부와 외부 마감 재료는 우리의 한지로 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두 방수 처리가 되어 비와 눈에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졌다.
반 시게루 재난주택 모듈 전시. 우리나라의 한지가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김은주
이번 축제에서 조명을 받은 전시는 둘레길에 마련된 ‘기업+영 디자이너 브랜드 전시’였다. 13개 기업이 9개 대학교 13팀의 학생들과 5월부터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며 기발한 창의성과 제품의 기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 대학과 연계한 산학 협력 프로젝트로 기획된 기업+영 디자이너 브랜드 전시는 기업과 대학교의 영 디자이너가 만나 영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기업의 ESG 방향의 제품과 브랜드를 개발하고, 그 결과물을 각각의 홍보관에서 전시와 함께 선보인다. 농심, 구정마루, 디오리진, 송월타월, 아모레퍼시픽, BMW 코리아 미래재단 등 총 13개 기업이 참여한 전시에서는 통통 튀는 대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제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국내 대학과 연계한 산학 협력 프로젝트로 기획된 '기업+영 디자이너 브랜드 전시' Ⓒ김은주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자랑했던 ‘아무래도 팀’은 아모레퍼시픽과 서울시립대 산업디자인학과의 협력 프로젝트로 최우수상을 받은 팀이다. 실험실 콘셉트로 부스를 꾸민 이곳에서는 샴푸로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헤어케어 툴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모습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부스에서 여러 기능을 가진 헤어케어 툴을 직접 사용해 본 시민들은 “제품을 사고 싶다”며 구매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모습도 보였다. 앞머리만 감는 실속파 여학생들을 위한 세모 모양 헤어케어 툴 역시 관심을 끌었는데, 이러한 제품들은 실제로 출시되어도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손을 다쳐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머리를 툴에 문질러 감을 수 있는 모자 모양의 헤어케어 툴은 기능성까지 겸비한 제품이었다. 다양한 상황과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만든 여러 가지 모양의 헤어케어 툴은 제품의 용도에 맞게 창의적으로 제작되었다.
아모레퍼시픽과 서울시립대 산업디자인학과가 협업, 최우수상을 받은 ‘아무래도 팀’ 부스 Ⓒ김은주
실험실 콘셉트로 꾸며진 부스에서는 다양한 헤어케어 툴을 만날 수 있다. Ⓒ김은주
'버림'을 디자인한 구정마루와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가 함께 한 부스 역시 특별함을 느껴 볼 수 있다. 마루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많은 양의 나무가 버려지게 되는데, 이러한 마루 폐자재를 활용하여 책꽂이 선반, 북 파티션 또는 화분, 벤치로 만들었다.
업사이클링을 통해 변신한 제품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고, 결과물을 바라보며 폐자재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구정마루의 버려지는 마루 폐자재를 이용해 만든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김은주
경희대 시각디자인학과와 BMW 코리아 미래재단은 함께 '그린드림카'를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상상 속에서 그리는 미래와 지구를 담은 친환경 꿈의 자동차를 현실에서 볼 수 있었다. 녹색 꿈을 실현시킨 이들의 결과물은 자동차 폐기물의 새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자동차 가죽 시트를 만들고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은 그린드림 키링과 그린드림 카드 지갑으로 변신했다. 자동차 부품에 활용되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그린드림 포토 키링을 직접 만져 보니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 볼 수 있었다.
영산대학교 디자인학부와 송월타월은 사용 후 폐기되는 제품을 한 번 더 재활용한 제품을 선보였고, 농심과 홍익대 학생들은 과자 봉지 대신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디오리진과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의 TIC TAC TOC을 만드는 등 다양한 협업 결과물도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농심과 홍익대 학생들이 함께 협업한 전시에서는 직접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해 볼 수 있다. Ⓒ김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