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창비청소년시선’ 출범 10주년을 기념하며 모인
반갑고도 신선한 20명의 얼굴들
오랫동안 어린이는 ‘동시’로 시를 향유한 것에 반해, 청소년은 교과서에 실린 정전, 그것도 그들의 삶과 감각에 맞지 않은 어른의 시를 읽어야 했다. 이에 청소년도 동시대의 좋은 시를 읽고 즐겨야 한다는 취지로 2015년 ‘창비청소년시선’이 출범하였다. 지난 10년간 ‘창비청소년시선’은 대부분의 시집이 올해의 청소년 도서, 문학나눔 등에 선정되었으며, 2025년부터 사용되는 중1 새 교과서에만 7편의 작품이 실리는 등 기록적인 성취를 이루었다. 또한 『마음의 일』(오은), 『너에게도 안녕이』(나태주)를 비롯한 8종이 각 1만 부 이상, 시리즈 도합 30만 부 넘게 판매되며 전국 청소년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렇게 청소년시의 터전을 굳건히 마련한 ‘창비청소년시선’이 50번째 시집을 맞아 특별한 기념 시집을 선보인다. 황인찬, 박준, 박소란, 양안다, 유희경 등 자신만의 개성적인 색깔을 구축하고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 온, 그러나 청소년시 세계에서는 얼굴을 보인 적 없는 20명의 시인이 각 3편씩, 모두 60편의 새로운 청소년시를 썼다. 또한 시인들이 작품을 쓰면서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마음으로 접근했는지를 밝히는 ‘시작 노트’도 함께 수록하여 더욱 풍성한 시 읽기를 선사한다.
청소년들에게 다정한 언어로 공감과 위로의 노래를 들려주며 응원과 격려의 손길을 건네는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는 이 시집은 말 그대로 ‘청소년을 위한 시의 향연’이다. 마치 정성껏 포장된 박스를 풀어 알록달록 단장된 도넛들 중 하나를 골라 집듯, 어느 쪽을 펼쳐 읽어도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낯설지만 재미있는 시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10년을 열어 갈 청소년시의 새로운 목소리로서 이번 기념 시집은 풍성하고 충만하다. ‘창비청소년시선’은 계속해서 청소년시의 지평을 넓히고 청소년시의 새로움과 가능성을 탐구해 나가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다.
목차
초대하는 말
- 제1부: 기쁨과 슬픔의 모양
[김현]
돌 옮겨 적기
띵동,
다음에 이어질 말을 쓰시오
시작 노트
[양안다]
플레이리스트
일기 예보
공동체
시작 노트
[유병록]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속으로는
진짜 솔직히
시작 노트
[조온윤]
열쇠의 집
도서부의 즐거움
사유지
시작 노트
[유계영]
거북의 세계
나만 보는 고양이
말할 수 없는 슬픔
시작 노트
[서윤후]
하나를 세어 보는 수만 가지 방법
새장과 어항
마음은 어디에서 왔는지
시작 노트
[민구]
엄마를 이겼다
키스
졸업
시작 노트
- 제2부: 그냥 새처럼 걸었고 그게 좋았다
[황인찬]
새가 되는 꿈
조퇴하는 날
등에 쓴 이름
시작 노트
[박소란]
조퇴
공
사랑받는 기분
시작 노트
[최현우]
게임의 이유
밤이 좋아서요
졸업식은 그렇게 끝났다
시작 노트
[한여진]
절찬 상영 중
분홍의 세계
수영 기분
시작 노트
[신미나]
주머니
두더지를 보았다
기다렸다 같이 가
시작 노트
[유희경]
손잡고 함께 걷는 기분
여름 기분
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작 노트
[최지은]
이야기
숲에서 숲으로
이쯤에서
시작 노트
- 제3부: 우리만 있는 숲속에서
[성다영]
내일의 내일의
더빙 영화
에어쇼
시작 노트
[전욱진]
일어나 이윤옥
내 키를 훌쩍 넘은 내 마음이
할머니와 언더테이커
시작 노트
[임지은]
그래서 옥상
조퇴
불만 체육 대회
시작 노트
[박준]
눈
처음 사랑
동네 사람
시작 노트
[김소형]
괴담
쉿, 비밀인데
쌀떡과 밀떡의 기분
시작 노트
[임경섭]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모두가 있는 운동장에서
우리만 있는 숲속에서
시작 노트
발문 | 오연경
출판사 리뷰
출범 10주년 ‘창비청소년시선’의
향후 10년을 비추기 위해 모인 20명의 젊은 시인들
청소년시의 자리를 제대로 마련하고자 ‘창비청소년시선’을 시작한 지 10년을 맞아 50번 기념 시집 『도넛을 나누는 기분』이 출간되었다. 자기만의 개성적인 시 세계를 일구어 온 20명의 젊은 시인이 “청소년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쓴 시”(초대하는 말)를 엮었다. 시집에는 혼돈의 시기를 건너며 “앞을 밀며/앞을 밀며/나아가”(유계영, 「거북의 세계」)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보인다. “기쁨과/슬픔의/모양에 대해 골몰”(양안다, 「공동체」)하고 “어떻게 해야/세계 평화가 이루어질까/지구가 아름다워질까”(유병록,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낸 이 시집은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곁을 내주는 따뜻한 벗이 되어 줄 것이다. “내가 포기하지 않는 세계/나를 포기하지 않는 세계”(최현우, 「게임의 이유」), “넓고 넓은 분홍의 세계”(한여진, 「분홍의 세계」)에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청소년의 시간’을 펼치며 시와 친구가 되는 즐거움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
“마음대로 생각해. 어차피 너의 기분이니까.”
억압받는 ‘기분’에 자유를 선물하는 시집
시집을 읽다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표제작 「도넛을 나누는 기분」을 포함하여 「손잡고 함께 걷는 기분」, 「여름 기분」(유희경), 「사랑받는 기분」(박소란), 「수영 기분」(한여진), 「쌀떡과 밀떡의 기분」(김소형) 등 ‘기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시가 여러 편이라는 것이다. “세상일에 대해 다 떠든 기분”(양안다, 「일기 예보」)이라는 구절도 보인다. 유희경 시인은 ‘시작 노트’에서 “시를 쓴다는 것, 또 시를 읽는다는 것 역시 기분의 문제”라고도 말한다.
앤솔러지 시집에서는 흔치 않은 이 현상을 청소년시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읽으면 흥미로워진다. 현대 사회에서 ‘기분’, 특히 청소년의 기분은 손쉽게 무시당한다. 10대에 자주 느끼는 존재의 흔들림이나 알 수 없는 불안은 그저 해결해야 할 문제 상황으로, 솟구치는 에너지와 들뜬 마음은 사춘기의 전형적 증상으로 쉽게 일반화된다. 오연경 문학평론가는 이러한 현실에 놓여 있는 청소년에게 청소년시는 존재의 감각과 삶 자체의 기분을 충실하게 대면할 수 있는 공간을 선사한다고 발문을 통해 말하며 청소년 곁에 청소년시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마음껏 청소년시를 함께 읽어 보아요.”
청소년을 향한 목소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지난 10년 동안 창비청소년시선은 청소년시가 문학의 한 갈래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으며, 청소년들이 더 가깝고 편안하게 시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었다. 청소년시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주체적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소재가 다소 한정되어 있어 비슷한 주제를 반복할 수밖에 없고, 내용도 자칫 계몽이나 교훈에 지나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넛을 나누는 기분』은 이러한 비판에 대한 훌륭한 반증이 될 것이다.
또한 창비교육은 청소년시의 창작과 향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청소년시에 대한 생산적인 비평의 장을 마련해 보고자 『청소년시의 현재와 미래』도 함께 출간할 예정이다. 이 책에는 청소년시를 읽고 쓰고 나누고 만든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잡지 형식으로 담겨 있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과 오늘을 함께하면서 “청소년시의 미래를 향한 모험”(발문)을 계속해 떠날 것이다. 그렇게 ‘창비청소년시선’은 계속된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3054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