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밝게 더 기쁘게
우리는 “더 밝게 더 기쁘게”라는 사목표어를 살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간단하게 두 가지의 방법이 제시됩니다. 첫 번째는 밝은 것을 더 밝게, 기쁜 것을 더 기쁘게 사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어두운 것을 없애면 더 밝아집니다. 슬픈 것을 없애면 더 기뻐집니다. 오늘 강론에서는 이 후자의 것을 얘기하려 합니다.
오늘 독서에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사람들을 꾸짖고 책망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코린토 교회의 신자들이, 신자들끼리 서로 싸움이 나서 서로 고소하고 소송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어떤 일이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바오로 사도는 “아주 사소한 송사도 처리할 능력이 없다는 말입니까?” 이렇게 썼으니,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싸움이 난 모양입니다. 교우들은 바오로 사도가 얘기하는 이 “아주 사소한 송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정까지 간 겁니다.
유대교 랍비들은 자기가 있는 공동체 내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방인들에게 절대로 재판을 부탁하지 않습니다. 자기들의 존엄성을 생각해서 이방인 법정에 제소하지 않고 스스로 분쟁 조정 체계를 만들어 해결합니다.
굳이 이런 예를 들지 않더라도 신앙인들간의 문제는 그 공동체 안에서 해결되는 것이 맞지요. 그런데 믿는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고 불의하고 불신하는 로마법정으로 가서 해결하려 한 것입니다. 물론 로마 법정이 불공평하게 재판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희생공로로 의롭게 된 그리스도인이 믿지도 않는 비그리스도인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려달라 한다는 것 자체가 바오로 사도가 생각하기에는 말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심판할 사람들이 세상에게서 심판을 받고 있으니 바오로는 화딱지가 나서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독서는 제가 뭘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 같으니 그냥 그대로 읽겠습니다.
“여러분은 성도들이 이 세상을 심판하리라는 것을 모릅니까? 세상이 여러분에게 심판을 받아야 할 터인데, 여러분은 아주 사소한 송사도 처리할 능력이 없다는 말입니까? 우리가 천사들을 심판하리라는 것을 모릅니까? 하물며 일상의 일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일상의 송사가 일어날 경우에도, 여러분은 교회에서 업신여기는 자들을 재판관으로 앉힌다는 말입니까?
나는 여러분을 부끄럽게 하려고 이 말을 합니다. 여러분 가운데에는 형제들 사이에서 시비를 가려 줄 만큼 지혜로운 이가 하나도 없습니까? 그래서 형제가 형제에게, 그것도 불신자들 앞에서 재판을 겁니까? 그러므로 여러분이 서로 고소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그릇된 일입니다. 왜 차라리 불의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습니까? 왜 차라리 그냥 속아 주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도리어 스스로 불의를 저지르고 또 속입니다. 그것도 형제들을 말입니다.”
성령께서 주시는 최고의 은총은 일치입니다. 성령칠은과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에도 이 일치는 없지만, 저는 일치를 최고의 선물로 칩니다. 매일 미사 때마다 사제는 성령을 최소한 두 번 언급합니다. 한번은 축성기원 기도를 하며 거룩하게 하여 주십사고 빵과 포도주에 손을 얹으며 기도합니다. 이로 인해 빵과 포도주는 성체와 성혈이 됩니다. 이 성변화의 시간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중요한 시간임을 알리기 위해서 종을 치는 겁니다.
그리고 사제는 일치기원 기도를 하며 성령을 언급합니다. 성령으로 하나되게 하여 주십사고 청합니다. 일반 미사 1양식부터 4양식까지, 기원미사 1양식부터 4양식까지, 아니면 화해와 일치를 위한 두가지 양식까지... 어떤 미사를 하던지 간에 사제는 성령으로 하나되게 하여 주십사고 청합니다. 그만큼 이웃과 하나되고 주님과 하나되는 일치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기도입니다.
이 일치를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에서는 분열을 조장하고 서로 싸우고 뒤로 욕하고 음해하고 갈라지게 하고 상대방을 깎아 내리고 자기 편을 만들고 개파를 조성하고 세력을 키우는 이기적인 욕심의 모습도 봅니다. 일치가 성령께서 주시는 최고의 은총이라면 분열은 악과 욕심이 보이는 최고의 불행입니다. 우리가 욕심, 뒷담화, 분열, 어둠을 없애고 더 밝고 더 기쁘게 지내는 신앙생활이길 바랍니다.
첫댓글 성령께서 주시는 최고의 은총은 일치입니다...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