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은 여러가지로 잊히기 힘든 날이다. 젊은층에서는 이른바 발렌타인 데이로 알고 있을 것이다. 로마시대 3세기경에 살았던 발렌티누스는 당시 황제의 금혼령으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올리지 못하는 것에 맞서 결혼 미사를 집전하다 체포돼 순교했다. 그후 그는 성 발렌티누스로 추앙됐고 연인에게는 사랑의 결실을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지게 됐다. 당시에는 연인끼리 편지를 사용해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려 했던 것이 발렌타인데이의 시작이다. 하지만 어느날부터인지 초콜릿을 주고 받는 날이 되었다. 천주교에서는 일부 상인들의 상업적 마케팅 때문에 생긴 현상이지 발렌티누스 성인의 삶이나 신앙을 기리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서양에서 조차 연인들이 서로에게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받아드려지고 있지만 초콜렛을 주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에서 주로 행해지는데 아마도 일본의 영향이 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 발렌타인 데이와 초콜렛도 일본 문화의 무작정 도입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정말 우리가 잊으면 안되는 것이 있다. 바로 2월 14일은 바로 안중근 의사가 마지막 공판에서 일제의 의도대로 사형이 선고된 날이다. 지금부터 114년전인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의사는 만주 하얼빈에서 한반도 침탈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로부터 재빨리 진행된 공판끝에 바로 1910년 2월 14일 사형이 선고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달 26일 사형이 집행된다. 그의 나이 31살이다. 안 의사의 어머니인 조 마리아 여사는 아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어미는 현세에서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안중근 의사가 한국의 독립과 일제의 한반도 침탈의 부당성을 외치다 표표히 세상을 떠난지 이제 113년이 되었다. 지금 이 시점의 한국인들이 과연 안중근의사의 그 이름을 말할 자격이 있을까. 안중근 의사는 지금의 한국의 모습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가슴이 아파온다. 안중근 의사는 이 나라의 모든 억압과 치욕스런 역사를 어깨에 짊어지고 적의 수괴를 처단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처형당했다. 그의 모습에 굴욕적이거나 비굴한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오로지 민족의 자긍심을 위해 한목숨 초개처럼 내놓은 것 아닌가.
일본 총리 아베가 한국에 선전포고한 무역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을 찾는 외국 관광객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고 일본 사람들 조차도 한국인들이 이렇게 많이 일본을 찾아올 줄 정말 몰랐다며 놀라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일본 도쿄 복합 쇼핑몰에서 고가 와인과 위스키의 경우 방문자의 40%가 한국 관광객이라는 경악할 수치도 등장하고 있다. 아베의 아베노믹스로 인해 세계 선진국 그룹에서 가장 몰락하는 나라가 되고 있는 일본 경제에 해갈의 비를 뿌려주려 일본에 간 것인가. 일본가서 흥청망청 돈쓰고 일본 물건 양손에 가득 들고 공항에 입국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은 과연 어떤 것인가 정말 묻고 싶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천국제공항 등 한국의 공항에서 일본으로 향하거나 일본에서 돌아오는 관광객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 안중근 의사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런 날 일본가서 열심히 놀고 즐기니 기분이 째지던가. 보람되던가. 이생에서는 재수가 없어 한국에 태어났지만 다음 생에서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들던가. 좀 작작 하길 바란다. 일본 온천에서 목욕 안하면 몸에 피부병이 나던가. 일본 신칸센 타지 않으면 엉덩이에 좀이 스는가. 일본가서 스시에 정종 한사발 안하면 목에 가래가 생기는가. 좀 정신 차리길 바란다.물론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다 한국인이 아닌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적어도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날 그리고 사형집행일 그리고 삼일 독립만세운동 기념일정도는 그냥 집에 머물든가 서울 서대문 형무소라도 찾아보길 바란다. 적어도 이 나라 국적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안중근 의사가 지금 이런 상황을 본다면 지하에서 얼마나 대성통곡을 하겠나.
2023년 2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