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아파트 주변에는 뿌리 깊은 나무가 없다
스스로 키가 커 버린 아파트는
저 홀로 날숨과 들숨을 반복하며 햇살을 받는다
터 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호흡이 가파르다
사람보다 키가 큰 나무가 괴로워하고
작은 풀잎도 떡잎을 감춘다
햇빛보다 그늘이 먼저다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함께 자라지 못하는 나무는
먼 산 소나무 사이를 걷고
제 발톱을 지니지 못한 아기나무는
변두리에서 더 높은 아파트를 찾아
강남으로 향하는데
공해가 숲을 이룬 고층 아파트는
여전히 하늘에 뿌리를 박는다
-[현대시학] 2003년 9월호 중에서-
**도시에서 힘 주고 버텨선 값을 하는 것은 아파트
층층이 사진틀처럼 박혀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파트 값이 자꾸만 치솟아 난 결단코 아파트에 살아보지 못할 것 같다.
이쁜 정원 딸린 자그만 집이 내게는 뿌리 깊이 내린 나무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
하늘이 우중충하니 앞산은 잔뜩 이맛살 구기고 있는데
키 큰 아파트만 당당하게 폼을 잡고 서 있어
키 낮은 집들이 괴롭다
키 낮은 집 사이를 걸어서 출근한 나도 괴롭다.
공평하게 부서지는 햇살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