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기다렸다. 동아 서울 국제 마라톤 대회.
2019년을 끝으로 3년을 쉬고 4년만에 열리는 대회다.
작년 10월, 3년만에 춘천마라톤대회를 완주하고 내년에 열릴
서울마라톤대회를 염두해 두고 훈련을 했다.
춘천에서 3시간 47분을 달렸기에 서울마라톤에선 어떻게든
3시간 40분 이내에 들어가보자는 생각을 하며 훈련을 했다.
그리고 서울마라톤 20여일 전에 열리는 고구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2시간 44분의 기록으로 골인을 하여 나의 실력을 점검했다.
비록 거리가 짧았다고 하지만 지난 가을 춘천 마라톤 보다 3분이
단축되어 고구려에서 339를 할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그리고 1월 부터 시작한 강훈련의 효과인지 3월 초부터 10km
기록이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했다. 계속 50분 전후의 훈련기록이
갑자기 47분대를 찍기 시작했다. 물론 신발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최근에 준비한 나이키 알파플라이. 달려보니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드디어 대회 2일전 최종 목표기록을 정하기 위해 6km 기록 점검주를
실시했는데 28분으로 4분 40초 페이스가 찍혔다. 그래서 대회 페이스를
4분 50초에서 55초 사이로 잡으면 330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종 목표기록을 3시간 29분으로 잡았다.
35km까지--2시간 51분 30초. 나머지 7.195km는 37분 30초로
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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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회날이 밝았다. 대회 출발지점인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여
짐을 맡기고 준비운동을 간단히 하고 출발점에 섰다. 날씨가 쌀쌀하다.
현재기온은 영상 5도 정도. 민소매 짧은 셔츠와 마라톤 팬츠를 입었는데
춥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만큼 마라토너의 열기가 대단했고 나역시
대회에 임하는 마음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많이도 모였다. 사회자 배동성이 참가인원이 3만 2천명이라고 했다.
릴레이 참가자가 1만 5천명이니 풀코스 인원은 1만 7천명쯤 되지 않을까
여겨졌다. 아무튼 대단한 인원이다.
웅장한 출발 총소리와 함께 출발을 했다. 나는 B그룹에서 출발을 했다.
러너들이 힘차게 달려간다. 나도 그 무리들 속에 섞여 함께 달려갔다.
초반 페이스 잡기가 어려운데 일단 호흡으로 페이스를 잡기로 했다.
남대문을 지나 충무로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니 호흡이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키로미터 페이스를 보니 4분 52초 정도가 찍힌다.
적당하다 싶어 그 물결을 따라 달려갔다. 참 다들 잘 달린다.
이렇게 많은 러너들이 이런 속도로 달리는 것을 볼수 있는 건
메이져 대회 뿐이다. 전국 방방곳곳에서 나름 열심히 훈련하는
수많은 러너들~~이렇게 많은 러너들이 마라톤을 즐기고 있다는
것도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특이한 사항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마라토너
연령층이 세대교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70퍼센트
이상이 중 장년층이었는데 오늘대회는 완전히 50프로 이상이 청년층
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젊은 여성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이제 또다시 마라톤 붐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5km를 지나면서 페이스가 안정이 되었지만 약간은 버겁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했다.
을지로를 한바퀴 돌고, 청계천을 따라 마장 IC근처까지 가서 턴을 하여
다시 종각까지 와서 턴을 하여 종로 대로로 접어드니 18km 표지판이
보인다.
아~~숨가쁘게 잘 달려왔다. 매번 동아마라톤을 달릴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을지로 길과 청계천 길을 달리는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갈때는 약간 내리막이지만 돌아올 때는 은근한 오르막이 꾸준히 이어지기
때문이다.
종로로 접어드니 러너들의 페이스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대로에 응원객들도 많아 기분이 업되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페이스를 체크하며 기분좋게 달려갔다. 드디어 20km 통과~~
목표한 기록~~목표한 페이스로 통과를 했다.
몸이 살짝 피로해지려고 한다. 다시 정신무장을 해본다. 일단 30km까지
이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기로 했다. 그렇게 25km, 30km를 목표페이스로
통과를 했다. 지금까지 페이스를 잘 유지해 왔는데 이제는 조금 늦춰야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됐다. 지금 이 페스로 내달리면 분명이 35km지점부터 페이스
난조가 올것이 분명하기에 km당 5초 정도를 늦추기로 했다.
정말 30km 이후에는 퍼짐과 퍼지지 않은 경계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하면서 달리는 기분으로 달리기를 이어갔다. 물론 그 속에는
목표기록 달성에 대한 집념과 투지, 그리고 변수대응과 이미지 환기,
자세와 주법과 호흡에 대한 점검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드디어 잠실대교를 넘었다. 33km 지점부터 약간 페이스를 늦추어
효율적으로 페이스 운영을 해서인지 일정한 페이스로 달려졌다.
그러나 35km지점까지 2시간 51분 30초에 달리겠다는 계획보다
무려 33초가 오버된 2시간 52분 03초가 찍혔다.
이제 330까지는 27초밖에 여유가 없다. 지금부터는 정말 집중해서
달려야 한다. 잠실대교를 지나 내리막길을 내달려 지하철 입구에
도달하니 응원객들이 엄청 많았다. 나를 응원해준 친구들과
동호회 회원들도 있었다. 갑자기 에너지가 솟구쳤다.
그 기세를 몰아 집중을 하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멀리 40km 지점
급수대가 보인다. 이제 남은 거리 2.195km, 모두가 사력을 다해서
달리는 모습이다.
500미터쯤 더 갔을때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아니 이게 누구야~~
아내와 딸이 아닌가. 이런게 깜짝 선물이라고 하나. 아내와 딸은 내가
24년동안 마라톤을 하는데 격려와 응원을 해줬지만 이렇게 주로에
나와서 응원해 준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번이 풀코스 244회째
완주인데 대회 때 나와서 응원을 해준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감동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아내와 딸의 응원을
받으며 아내가 건내준 음료 한잔을 마시며 운동장으로 돌진했다.
맞다. 정말 돌진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고삐 풀린 소가 내달리듯
그렇게 달려갔으니까.
아~~ 드디어 운동장이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세상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존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운동장에 운집해 있는
수많은 응원객들이 마치 나를 응원한 듯 느껴졌다. 그렇게 마지막
300미터를 전력질주 하여 골인을 했다.
그리고 시계를 봤다. 3시간 28분 49초. 목표기록 330을 여유있게
달성을 했고 레이스 목표기록 3시간 29분도 11초 이내로 달성을 했다.
목표기록 달성을 하니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소중한 내몸이 감내한 고통에 대한 애잔함도
마음속 깊이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상을 주기로 했다. 나를 위해 달려준 내몸에게
가볍고 편한 마라톤 신발 한 컬레를 선물하기로 했다. 정말 고생
많이 한 내 발에게 이런 선물이 한없이 부족하기만 하지만~~^^
마라톤은 정말 그 무어라 표현할수 없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달리면서 몇 번이나 멈추고 싶은 고통이 엄습하는데도 쉼없이
달리고 달려 그렇게 골인을 하면 희열과 감동이 가슴을 벅차게 하니,
이런 마력 때문에 마라톤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마라톤 완주로 나는 또 젊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더욱
건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젊어지고 건강해지기 위해 나는
또다시 마라톤 대회 완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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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에서 응원해준 칼린님, 함께 달리며 서로에게 힘을 주었던
새벽님, 그리고 즐겁게 달린 경춘선님과 자봉에 참가한
구민님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힘
< 기록 정리 --매 5km >
24분 25초, 24분 10초, 24분 16초, 24분 36초.
24분 33초, 24분 48초, 25분 16초, 25분 47초.
11분 01초( 2.195km)
계--3시간 28분 4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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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330축하드립니다.
철저한 준비와 훈련이 가져다준 최고의 결과인듯합니다.
다시한번 더 축하드립니다...힘,
감사합니다.
경춘선님도 수고 많았어요.
피로 빨리 회복하시길~~힘
퍼짐과 퍼지지 않은 경계선 사이..ㅋ
글을 읽으면서 마라톤을 이렇게 뛰는구나..
많은걸 배웁니다
목표달성 축하드립니다^^
감사해요.
주로 자봉했다는데 만나지도 못하고~~
아무튼 자봉 수고 많았어요. 구민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