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야구단 '부산 마린스' "야구 하고 싶어요"
13년 운동한 사직구장 천연잔디 깐뒤 쫓겨나 실내연습장 등 전전
부산에는 리틀 야구단이 딱 하나 있다. 사직야구장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부산 마린스가 바로 그 팀이다. 지난 1993년에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야구단이다. 마린스에는 현재 24명의 어린이들이 소속돼있다. 선수들은 사직야구장이 있는 동래는 물론 해운대,영도,북,서,연제구 등 부산 전역에서 다 모인다. 그야말로 야구를 좋아하는 '못 말리는 아이들'이다.
부산 마린스 어린이 야구단 선수들이 사직야구장내 실내연습장에서 배팅 연습을 하고 있다.
마린스에서 야구를 하다 다시 교실로 돌아간 아이들도 있고 프로 선수가 된 아이들도 있다. 두산 베어스의 서동환,LG 트윈스의 정의윤,롯데 자이언츠의 이왕기,손용석 등 모두 10여명의 '마린스 보이'가 프로가 됐다. 마린스는 '리틀 롯데 자이언츠'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김응국,한문연,박정태,이종운,박영태 등 전현직 롯데 코치들의 아이들이 이 팀을 거쳐갔거나 현재 속해 있기 때문이다.
성적도 좋다. 지난 2003년 극동대회 파견선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에도 전국대회에서 준우승 1번,3위 3번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김해에서 열린 리틀야구대회에서 정상에 섰다.
이런 부산 마린스가 최근 뜻밖의 위기를 맞았다. 갑자기 연습할 장소를 잃어버린 것. 마린스는 창단 이후 13년 동안 사직야구장에서 훈련해왔다. 어린 선수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이곳에 모여 프로야구 '형'들이 연습을 끝낸 뒤인 오후 4시부터 연습을 했다.
그러나 최근 사직야구장이 프로야구 활성화를 이유로 천연 잔디 구장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이곳에서 연습을 할 수 없게 된 것. 부산시 측에서 잔디 보호를 이유로 연습을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잔디 활착 기간인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운동장을 쓰기가 힘들게 됐다. 마린스의 김정민 감독과 일부 학부모들이 지난 28일 부산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를 찾아가 대책마련을 호소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사직야구장 안에 있는 어두컴컴한 실내연습장이나 다른 학교 운동장을 떠돌며 훈련한다.
29일 오후 사직야구장 인근의 사직중학교. 이곳 야구팀이 대회에 참가하는 틈을 이용,마린스 선수 20여명이 쌀쌀한 날씨에 흙먼지 바람을 맞아가며 야구 연습을 하고 있다. 일부 선수는 벌써 몇번이나 넘어져 옷이 흙 투성이가 됐다. 마린스에서 2년째 야구를 하고 있다는 강다함(대천중1)군은 "왜 사직야구장에서 운동을 할 수 없는 지 모르겠어요. 푸른 잔디가 너무 그리워요"라고 아쉬워했다.
김정민 감독은 "사직야구장에 천연잔디를 깔아 선수나 팬들 모두 좋아하더군요. 하지만 유소년 야구가 죽어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유소년 야구 없이 프로야구가 존재할 수 있나요"라고 안타까워했다. 남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