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고목정 쌈밥집에서 배부르게(솥밥과 누룽지까지) 맛있게 먹고 들어와 아무 것도 쓰지 못한 채 잠들었습니다.
저도 그렇고 김작가도 그렇고 김장을 마치고 와서 피로가 쌓여 있던 탓이었지요.
둘째날은 잘 보내자 결심하고 일어나 창밖을 보았습니다.
오전 7시. 멀리 보이는 바다가 잔잔해 보입니다.
어제는 영하로 내려가 좀 추운 듯했지만, 오늘은 참 날씨 좋네요.
각자 아침을 취향껏 차려 먹고, 김작가는 바닷가쪽으로 나가 조깅을 했다고 합니다.(나중에 들으니)
잠시 후 김작가는 카페에서 글을 쓰겠다고 나갔고, 저는 수련원에서 쓰기로 했지요.
이렇게 각자의 시간을 갖는 것,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수다 떨 때는 떨어도, 글을 쓸 때는 철저히....프로페셔널하게...ㅋㅋ
오후 1시 수련원으로 돌아온 김작가와 함께 바닷가 쪽으로 산책 나가기!
나간 감에 유명한 소금빵 파는 곳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주말에는 줄을 서고 대기해야 살 수 있다는 유명빵집.
을왕리 바닷가 쪽 한적한 곳에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네요.
바닷가 백사장을 걷다보면 나타나는 곳.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네요. 다행히....
여기서 소금빵을 사서 계산하고
바로 옆 카페로 가면 차도 마실 수 있고, 구입한 소금빵도 먹을 수 있습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서 나눠먹었어요. 짠! 도 하고....
소금빵은 4개 들어 있는 한 봉지에 12,000원.
왜 한 개, 두 개는 안 파는지 - 아마도 상술이겠죠.
뜨거운 커피는 왼쪽 두꺼운 까만 잔(넙적한 대야 같은, 식지 말라고 두꺼운 잔)에 나오고
옆 테이블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막걸리 잔(노란 양은)에 나옵니다.
야외 테이블도 운치 있게 꾸며놓았어요. 아마도 주말이면 앉을 자리도 없을 겁니다.
을왕리 바닷가
하늘이 너무 예뻐요.
지난 10월에 왔을 때도 예쁘게 피어 있던 설악초가 지금도 이렇게 생생하게 피어 있어서 반가웠어요.
얘 이름은 뭘까요?
엉겅퀴 비슷한 방가지똥(?) 가시가 있지만 자세히 보면 아주 순한 꽃.
맞는지 모르겠어요.
수련원으로 돌아와, 아르코 정책에 대해 토론을 벌였습니다.
아르코(문화예술위원회)가 대단히 혁신적이고 앞서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창작지원 정책을 보고 대단히 실망했습니다.
2년에 걸쳐 집중 지원을 한다는 핑계로 작가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곤란에 빠뜨리는 것 같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지원서 양식이 나름 합리적이고 심플하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지원서는 엄청 복잡복잡하여 지원서 쓰는데 일주일 이상 걸려도 모자랄 판.
게다가 쓰는 양식도 복잡하고, 양식에 넣을 자료 찾는데도 시간이 엄청 걸리고...
아무튼 단언컨대 이 양식을 쉽게 쓸 사람은 작가 중에 없을 듯....
아르코가 지금 뒤로 가는 느낌입니다.ㅠㅠ
생각할 수록 황당한 일...
수련원에서 바라본 낙조. 실제로 보면 이것보다 더 아름답답니다.
황당한 마음을 달래주는데 이만한 게 없을 듯합니다.
오후 5시 30분, 저녁 먹으러 나가는 길.
유명한 해물칼국수집에 가는 길인데 가는 길에 본 낙조에 미쳐 중간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구경했습니다.
아, 이 정도 밖에 표현 못하는 카메라가 안타까울 뿐.
서해안 낙조는 역시 최고 중의 최고입니다.
오늘 이 순간을 남기기 위해 과감하게 셀카.(민낯이 부끄러워라. 죄송합니다.)
시시각각 미묘하게 변하는 붉은 색에 반해 찰칵!
황홀한 마음으로 해물칼국수집 도착!
평일이니까 한적하여 좋은 곳.
주말에는 발디딜 틈도 없는 곳.
해물칼국수.
해물을 꺼내 먹고 나중에 면을 넣는데 이곳에서 면을 만든다고 합니다. 제면소가 따로 있네요.
전복이 꿈틀꿈틀, 옴지락옴지락.
전복아, 미안하다.
아무튼 살아 있는 걸 먹는 일은, 마음이 좀 그렇네요.(그래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해물칼국수로 충분하지만 맛을 보기 위해 파전도 시켜보았는데
이건 파전이 아니라 완전 야채튀김 느낌. 바삭바삭, 고소고소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제 면을 넣을 시간.
딱 3분 끓이고 불을 1로 낮추세요. 그러면서 조그만 모래시계까지 갖다 주네요.
종업원 말대로 하니까 면이 꼬들꼬들 정말 맛있더라구요.
파전은 이만큼이나 남아 포장해서 갖고 왔습니다.
내일 아침에 커피랑 함께 먹으면 좋을 듯해요.
이번 집필여행은 꿩먹고 알먹고! 맛집 가고 글 쓰고!
혼자 왔을 때는 갈 수 없었던 맛집을 가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2인 이상만 가능하다고 하니)
다음 집필여행도 기대가 됩니다.
내일 11시 퇴실.
늦잠도 좀 자고 느긋하게 있다 집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 이번 집필여행에 간 맛집
1. 고목정 쌈밥 한정식
2. 자연도 소금빵집
3. 박승광 해물칼국수
첫댓글 1. 어제부터 김작가=김미혜인줄.
2. 요즘 빵 너무 비싸요!! 씩씩
3. 대형화된 곳만 살아남는다.
김미혜 작가는 영종도에 살아요.
빵값도 비싸고 음식값도 비싸고...
수련원이 제일 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