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살다]
-혜춘慧春- 1350년경 일본 비구니
1. 고운 얼굴을 태우고 출가하다.
찬 눈이 휘날리는 어느 추운 겨울날 아침 최승사에 한 여인이 찾아왔다.
그녀는 이제 삼십으로 꽃다운 청춘이 넘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타고난 천성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단련한 기품에 그대로 청순함을 더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결심했는지 그날, 출가의 비원을 태우면서 절 문에 들어선 것이다.
주지인 요암혜명 스님은 그녀의 오빠였다.
그녀가 자기의 굳은 결심을 말하며 출가의 허락을 간청했지만 오빠인 스님은 출가의 생각을 단념하라 하며 타이를 뿐이었다.
“선문禪門의 수행이란, 애당초 대장부나 하는 길이다. 도저히 여자로서 할 일이 못된다. 예부터 여자가 불문에 들어온 것은 적지 않지만, 그럴 때마다 불문을 어지럽힌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너는 다른 사람보다 미모가 출중해서, 더욱더 수행인들에게 방해가 될 것이다.
여자에게는 여자의 길이 있다. 출가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시집가는 것이 네가 갈 길이다.”
“그러면, 제가 의지가 약한 여자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또한 제 얼굴이 아름답기 때문에 불법을 어지럽히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어쨌든 출가는 허락할 수 없다. 너의 일시적 기분이다. 부처님과 조사들에 대해서 미안한 생각이 안 드느냐.”
“그럼, 어찌 되었든 안 된다는 말씀이네요.”
스님은 대답 없이 등을 돌렸다.
더는 할 말을 잊은 그녀는 조용히 방을 나왔다.
며칠 후 스님의 앞에 나타난 혜춘은
“이 얼굴이면 되겠습니까?”
그녀의 얼굴은 무참하게 태워져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그 아름답던 얼굴은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스님의 거절로 방을 나오자 그녀는 뜨거운 화부젓가락을 가지고
자기 스스로 자기 얼굴을 가로세로 사정없이 지져대기 시작했다.
그 냉정하던 요암스님도 놀랬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열렬히 불타는 구도심을 허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님은 시자를 불러 아름답고 요염하고 고상함을 버린 한 여성의 머리를 삭발시켰다.
득도 후, 혜춘慧春이라고 계명을 받은 스님은 수행에 있어서도 놀랠 정도로 용맹심을 보여 드디어 깨침의 인가까지 받게 되었다.
선기禪機도 당당하고 예리해 많은 대중과 법 거량에 있어서도 당할 자가 없었다.
2. 원각사 선승들을 꼼짝 못하게 하다.
그 당시 가마쿠라의 원각사라 하면은 일본 속에서는 선풍이 쟁쟁한 곳으로 수백 명의 운수납자들이 엄격한 수행에 전념하며 타의 모범이 되어 모두가 존경과 부러움을 품는 곳이었다.
그때 원각사에 중요 용무가 생겨 최승사로부터 사람을 보내야 할 일이 생겼다. 단순한 용무가 아니고 종문의 체면이 걸린 문제이다.
한 총림을 대표로 해서 홀로 다른 총림에 들어가 한 문중의 법력을 거량해서 위신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대중을 강당에 모아놓고 요암스님이 말했다.
“누가 이 큰 소임을 책임 할 만한 자가 없는가?”
대중은 말없이 서로 눈치들만 살필 뿐이었다.
“그 소임, 제가 맡아보겠습니다.”
하며 일어선 스님은 혜춘비구니었다.
최승사로부터 사자로 해서 혜춘이 온다는 알림이 있자 원각사의 각방에도 전달되었다.
혜춘의 기봉機鋒이 예리하다는 것은 원각사에서도 능히 알고는 있었으나
비구니라고 얕보고 혜춘을 골탕먹일 궁리를 계획했다.
혜춘이 계단을 올라가는 데 느닷없이 한 승이 뛰어나오더니 갑자기 혜춘의 장삼 아랫자락을 추어올리고는 자기의 아랫바지 속옷을 까 재치며 사타구니 가운데 물건을 앞에 쑥- 내 놓고선
“보라. 석 자나 되는 내 물건을. 어떤가?”
그러나 혜춘스님은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놀라기는커녕 자신도 장삼속의 바지를 벗어 비밀스러운 부분을 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 따위 걸 가지고 뭘 그리 야단인가. 내 물건의 깊이는 그 끝을 모른다.”
라고 하며 당당하고 호탕했다.
혜춘비구니 스님의 법 그릇의 깊이를 시험해보려던 원각사스님들은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드디어 혜춘은 당의 위 좌석까지 나아가 원각사의 조실과 서로 대면하게 되었다.
조실은 시자에게 차를 내오라고 명하자 시자가 우물쭈물하며 혜춘의 앞에 내놓은 것은 세숫대야에 차를 담아 내놓은 것이었다.
그리곤 은근히 시자가
“오차 드시죠.”하며 권한다.
혜춘은 그 세숫대야의 오차를 받아서 곧 조실의 앞으로 가지고 가
“이것은 조실스님이 평소에 즐겨 드시는 것, 오차 드시지요.”
손님에게 세수대아의 오차를 내 놓는다면, 조실스님도 날마다 세수대아에 오차를 잡수실 것 그러니 먼저 조실스님부터 드시지요.
하며 응수한 것이다.
혜춘의 이와 같은 활달한 기세에 조실스님도 빙긋이 웃으며 비록 비구니 이지만 법기法器가 대단하다고 칭찬하시었다.
3. 음심을 품은 남자를 굴복시키다.
혜춘은 얼굴을 태운 흉터가 심하고 검은 승복을 입은 비구니의 모습이지만 본래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나온 아름다운 자태는 숨겨지지가 않았다.
흉터조차도 오히려 남자들의 마음을 동요를 일으키게 했다.
어느 날, 어떤 남자가 혜춘에게 스님을 안아보고 싶어 상사병으로 죽을 지경이라고 고백하며 심정을 실토하게 되었다.
혜춘은 “뭐, 그다지 힘든 일도 아니네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는 수행승의 모양을 하고 있으므로 보통의 방법으로는 할 수 없잖아요.
무슨 일이든 다 시절인연이 있는 법 그때가 되면 당신이 그것이 기가 죽어버려 약속이나 잘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라고 말하고 법회날 오라고 하니
“그럼요. 그럼요. 나는 이 염원이 이루어진다면 활활타는 불 속이라도
펄펄끓는 뜨거운 물속이라도 뛰어들 자신이 있습니다.”
하며 필사적으로 간절히 애원했다.
며칠 후, 요암 스님이 설법하는 법회날이었다.
수많은 대중이 법당에 다 운집했을 때, 돌연히 혜춘스님은 옷을 훨훨 다 벗어 몸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채 모든 대중 앞에 와서는 약속한 남자를 향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자- 당신과의 약속입니다. 빨리 와서 나를 마음대로 품어보시지요.”
놀라고 질린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4. 화정火定에 들다
혜춘은 말년에 최승사 입구에 암자를 짓고 왕래하는 여행인 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등, 많은 사람에게 자상하게 자비를 베풀며 어디에도 매인바 없는 한 비구니로서 살아갔다.
그러다 어느 날, 최승사 산문 앞 반석 위에 나무를 쌓아 올리고는 자기 스스로 불을 지피고는 그 화염 속에 들어가 단연히 결과부좌하고 앉았다.
활활 타오르는 화염, 하늘로 치솟는 검은 연기, 타닥- 타-닥 나무 가지가 튀며 타는 소리 그 벌건 화염 속에 몸 하나 굼틀거리지 않고 단정히 앉아있는 혜춘, 누구 하나 숨도 크게 못 쉬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달려온 요암스님
“혜춘아-! 혜춘아-! 뜨거우냐? 뜨거우냐?”
최후의 한 물음을 던져다.
혜춘은 단정히 앉은 채로 화염 속에서
“차고 뜨거운 것은, 산승이 알 바 아닙니다.”
하고는 안락하고 편안하게
화정삼매든 채로 열반에 들어갔다.
지금도 일본의 최승사의 산문 앞에는 그 화정석火定石이 남아있다.
*<불꽃처럼 살다 간 일본 선승> (정신세계원)에서
진리적인 안목으로
만사에 감사하며 빙그레~빙그레~
진리적인 안목으로
만사에 자비로운 미소 빙그레~빙그레~
빙그레~빙그레~
회광반조하여 觀하는 수행이 습관이되어
빙그레~빙그레~
회광반조 觀하는 수행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달인이되면
一超直入如來地라
지금 이 순간, 여기가 극락이라
불생불멸하는 자신의 본성을 깨달아
죽음에 대한 공포를 포함해 온갖 괴로움을 넘어설 수 있게 됩니다
그저 만사에 빙그레~빙그레~
자비로운 미소지으며 항상 평온하소서
항상 빙그레~빙그레
자비로운 미소 속에서
날마다 날마다 평온한 기쁨이
충만하시기를 축원올립니다.
나무청정법신비로자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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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11 현담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