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댐이 한눈에, 화천 백암산 케이블카
2022.04
130호
TRAVEL
금강산 댐이 한눈에, 화천 백암산 케이블카
VIEW.1725
글 전영민_강원도청 대변인실
사진 연합뉴스, 조용준_여행전문작가이자 본지객원작가
자료제공 화천군청
평화의 땅, 화천
국내 최북단 로프웨이
‘백암산 케이블카’ 설치 완료!!!
그리운 북녘땅 조망, 그 벅찬 감동의 현장
화천군 풍산리 산 269번지 일원. 2006년부터 351.8억 원을 투입해 추진한 ‘화천 평화ㆍ생태특구조성사업’이 마침내 올해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중동부 전선의 중심 백암산을 단숨에 오르는 ‘백암산 케이블카’, 북한강 수계 최상류 물길 양의대 습지의 환상 조망 ‘생태관찰학습원’, 평화의 댐을 시원하게 누빌 수 있는 ‘파로호 선착장’까지 장장 16년의 조성사업이 종반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평화의 땅 미리 가본 화천 평화생태특구를 소개합니다.
- 글쓴이 註
# 한반도 생태계 보고, 생태관찰학습원
강원평화누리길 7코스(한묵령길, 18.2km) 화천 읍내에서 미륵바위, 꺼먹다리를 지나 북한강을 거슬러 오르길 40여 분, 민통선 너머 평화생태특구를 향한 첫 관문인 ‘안동포대 초소’를 지났다. 금지된 경계의 땅으로 들어간다는 두려움과 기대로 한껏 비장해진 순간.
검문소를 기점으로 양 갈래길이 나왔다. 좌측은 백암산 우측은 군사용 다리 ‘안동철교’로 이어진다. 저 멀리 안동철교 아래로 포구처럼 파인 옛 나루터 안동포가 보인다. 금강산에서 내려온 소나무 뗏목, 한강에서 올라온 소금배 세곡선이 머물던 곳, 막혀버린 뱃길은 이제 철교가 대신하고, 막힌 물길은 양의대 습지가 되어 또 다른 생명의 활기로 채워졌다.
검문소를 지나 10km를 더 달려 생태관찰학습원에 올랐다. 이윽고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양의대 습지!
그 옛날 굽이쳐 흐르던 곡류천은 2000년 초반 북한 임남댐(금강산댐)과 남한 평화의 댐 건설로 수량이 급변하여 길이 12km, 면적 2,950㎢의 습지로 변모했다.
참 모순적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습지가 반세기 넘게 일절 사람 손길이 끊기자, 오로지 동식물을 위한 온전한 서식처로 보존됐으니 말이다. 초봄 3월, 북녘 금강산댐에서 남녘 평화의 댐으로 잔잔히 흘러가는, 거스를 수 없는 저 평화의 물길을 조망하다니. 양의대 습지, 그 자연의 찬란함에 평화생태지구가 품고 있는 그림이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깨달았다.
# 화천 민간인 통제선 북쪽의 흰 바위산
파로호를 중심으로 부채처럼 산자락을 펼친 백암산(白巖山, 1,178m), 초입의 수상령중대 관광매표소에 다다랐다. 이곳부터 로프웨이 하부승강장까지는 화천군청에서 내준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최전방 접경 구역, 민통선 철책이 삼엄히 둘러싼 백암산은 사실 한국 현대음악사에 빼놓을 수 없는 한명희(전 국립국악원장) 선생이 작시한 국민 가곡 ‘비목(碑木)’의 배경지로 꽤 알려져 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한국전쟁 당시 죽어간 무명용사의 돌무덤 머리에 놓인 쓰러질 듯 한 비목과 녹슨 철모가 백암산의 심심한 사연을 말해주는 듯했다.
# 접경 지역 최초의 케이블카
화약 연기가 쓸고 간 깊은 계곡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것이 누군가에겐 잔인했고 무모해 보였을 터인데, 막상 처음 맞닥뜨린 로프웨이는 적막이 흐르는 백암산의 애상과 역사를 세상에 알리려는 ‘한 편의 처절한 노력’으로 느껴졌다.
“군부대에 케이블카 설치를 제안하고 논의하는 데만 3년이 걸렸어요. 2009년에 용역 조사를 시작하고, 3년 후 건설 착공에 들어갔는데 일대에서 천연기념물 사향노루가 발견됐어요. 2년간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2014년에서야 실제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10분 남짓 2.12km의 케이블카 안, 백암산 특구 사업을 총괄한 정진환 계장이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줄줄이 읊었다.
실제 착공은 더 어려웠다. 군사적 긴장감이 감도는 접적 지역이기에 헬기 사용은 절대 불가, 온전히 인력으로 산 정상까지 자재를 운반했고, 민통선에서 민간인이 머물 수 있는 일출과 일몰 사이 그 제한적인 시간을 해결하기 위해 화물삭도와 인력삭도 두 개의 케이블카를 별도로 놓았다고 한다. 준공까지 왜 16년이란 깊고도 험한 시간이 필요했는지 헤아려졌다.
드디어 백암산 정상, 최근 완공한 전망대에 올라 고대하던 북녘땅으로 눈길을 돌렸다. 누군가가 꿈에 그리던, 살아생전 그토록 밟아보고 싶어 했던 저 땅이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사실에 먹먹함이 밀려왔다. 고지전 그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협곡들도 찬찬히 눈에 새겨본다. 벅찬 감동과 시린 애통이 풍광 따라 번지는 듯했다. 한편에 비치된 망원경으로 이곳저곳을 비춰보니 정 계장이 귀띔해 준 산양들이 금지된 땅을 자유로이 휘젓고 있었다.
자연에만 허락된 자유가 부러웠던 순간, ‘어쩌면 어디서도 경험 못할 이 감정을 전하기 위해 평화생태특구를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스쳤다. 백암산의 고아한 정취는 다가오는 7월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그날이 곧 이다. 곧!
화천 백암산 케이블카
7월 임시 개통을 시작으로 온라인 예약제로 입장 제한, 하루 500명만이 백암산을 오를 수 있다.
30분마다 2대의 왕복식 케이블카에 각 46명이 탑승할 수 있다.
운영 기간 : 하절기(3월~10월) 9:00~17:00 *동절기 16시까지
휴 무 : 매월 첫째ㆍ셋째 주 월요일, 기상악화 및 군부대 군사작전 시, 점검일
이용 요금 : 대인 19,000원, 소인 14,000원 ※ 온라인 사전 예약(화천군청 별도 예약 사이트 제작 중)
출입 절차 : 안동포초소(출입 허가, 개별차량 이동) → 생태관찰학습원 → 수상령중대(관광안내소 매표, 셔틀버스 탑승) → 하부승강장(로프웨이 탑승) → 상부승강장 → 전망대
첫댓글 멋집니다.무릉도원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