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신의 딸 (The Daughter of Devil)
[1장]: 마신과 작은 숙녀 (2) - 002화.
품안의 소녀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는 듯 내려다보던 반이 퍼뜩 정신을 차린 건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아실의 왼손에 끼여진 반지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반이 골치 아픈 한숨을 푹 쉬더니 품안의 작은 숙녀를 올려다보며 타이르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족들을 풀어주지 않겠니? 네가 그들을 붙잡고 있으면 귀찮…아니 내가 힘들어져”
“하지만 내가 이겼는걸.”
복숭아같이 핑크 빛이 나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서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작게 중얼거리는 소녀는 너무나도 귀엽다. 그 깜찍한 귀여움에 순간 ‘그럼 너 가져’ 라고 말할 뻔 한 반은 자신의 머리를 약하게 톡톡 치고서는 작은 숙녀와의 타협점을 찾아 꺼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자. 그 들을 마계에 다시 풀어 주고 대신 언제든 환하여 조건 없이 네 말을 듣게 하는 거야”
하티에게 늘 타박 받고 무시당하는 머리지만 그래도 주신의 머리다. 머리를 빠르게 돌려 착안해낸 타협점을 자신 있게 내놓았건만 소녀는 그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해”
“괜찮아 오빠가 다 알아서 할게”
“…오빠라고 하지 말아요!”
생각지도 못한 단어선택에 붉어진 얼굴을 황급히 가리며 소녀가 말하자 반은 세상에 다시는 없을 따스한 눈으로 소녀를 쳐다보았다. 말없는 반이 궁금하여 눈을 가린 손가락을 벌려 살짝 치워내자 그 작은 손가락사이의 청색의 눈동자와 부드러운 붉은빛의 눈동자가 마주한다.
“그럼 아빠라고 할까?”
부드럽게 건네는 말에도 작은 소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는 소녀를 껴안아 등을 다독여주자 반의 어깨를 잡
고 있는 작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기 위한 힘이 가득 들어간 목소리가 반의 귓가에 작게 들려왔다.
“…책임질 것 아니면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억눌린 목소리의 끝이 작게 떨렸다. 그 떨림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반은 아니었으나 못 들은 척 계속해서 아이의 작은 등을 토닥거려주자 그 작은 머리가 기대고 있는 어깨가 축축해지는 것이 느껴져 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흑”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울음이 작게 세어져 나오고, 점점 커지기 시작한 울음의 끝에는 소녀가 ‘아빠’를 찾으며 울부짖었다. 그 울음은 너무나 아이 같은 울음이여서 등을 토닥여주는 반의 얼굴과 마음이 일그러졌다.
“괜찮다. 괜찮아 너의 잘못이 아니야”
‘이젠 울어도 아무도 달래주지 않는다. 그러니 더 이상 울지 않을 것이다’라고 마음먹었기에 지금껏 혼자 삼켜왔던 서러움과 울분이 터져 나왔다. 이제 혼자니까 이런 따스함은 바래선 안 된다는 외침이 귓가에 들렸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안식 이였으니까
“좋아, 내가 널 지켜봐주지!”
이건 또 무슨 앞뒤 다 잘라먹은 말 도안되는 말이란 말인가. 오랜 다독임보다 이해할 수 없는 반의 한마디가 아실의 울음을 그치
게 만들었다. 아직은 끅끅대는 작은 울음과 함께 놀란 듯 동그랗게 떠진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에게 반은 방긋 웃어보였다.
“내가 널 지켜주마, 널 바라봐주고 달래줄게”
어정쩡한 관심은 마음을 더 약하게 만들뿐이다. 얼른 고개를 내젓고 싫다고 말해야 하는데 머릿속 명령과는 다르게 몸이 움직이지 않는 듯, 멍한 눈으로 반을 바라보자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등을 다독이던 손으로 아실의 보드라운 머릿결을 이마부터 쓸어 넘기며 말을 이었다.
“그저 짧은 호기심이 아니야. 약속할게”
그 눈빛과 말투가 너무나 단호해서 잠시 멈췄던 눈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 이미 축축이 젖은 어깨를 한 번 더 내어주며 반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음부터 이런 생각 하면 혼난다”
허리에는 손을 착 올리고 다른 한손으로는 검지 손을 치켜세운 체 반은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아이에게 훈육을 하는 중 이었다.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죽을 생각이라니 또 이런 짓을 하면 엉덩이를 때려 줄 거라는 말과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아실을 놔주었다.
“네가 나의 보호아래에 있는 아이임을 알릴 것이다. 그리고 내가준 반지는 중요한 것이다 잃어버리면 안 돼. 알겠지?”
이것저것 챙겨주며 걱정해주는 반의 모습에 소녀의 뺨에 발그레한 홍조가 띄어 올랐다.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던 누군가의 관심과 걱정은 얼어붙은 아이의 심장을 다시금 뛰게 만들었다.
“…저기”
앞에 서서 이것저것 충고하던 반에게 머뭇거리던 아이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불렀다. 그의 붉은 눈과 마주하자 잠시 움찔거리던 아이가 이번엔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한 채 힘이 가득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이름을 다시 짓고 싶어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니까 외롭기 만한 이름은 이제 묻어 두고 싶다. 생각지도 못한 요청에 의외라는 표정을 짓던 반이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큰손을 아이의 머리위에 올리고는 마신의 힘을 불어넣었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루노스프린’이다”
마신의 힘을 받은 소녀의 외향에 변화가 생겼다. 부드러운 컬을 머금고 청색을 발하던 머리는 한번 크게 넘실거리자 마신과 같은 청 보랏빛으로 발색하고 있었고 긴 속눈썹 아래의 청안은 눈을 깜짝이자 그 깊은 곳에서 붉은 끼를 머금었다
여기저기 남겨진 흔적이 마음에 드는지 ‘루’를 이리저리 돌리며 관찰하던 반이 입 꼬리를 씩 올리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웠다. 그 표정은 장난기 가득한 소년과도 비슷했지만 가벼운 느낌은 들지 않는 그런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신기한 미소였다.
“표면상 넌 나의 아이로 해놓으마. 어정쩡한 것보다는 그게 더 좋을 테니까”
거짓된 관계지만 그래도 루에게 아버지가 생겼다. 비록 정말 딸과 아버지의 관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반은 지켜봐주겠다 약속했으며 그것을 지켜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루는 만족스러웠으니 밝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크게 끄덕여 주었다.
즐겁던 시간도 잠시, 씨익 웃으며 루의 머리를 헝클어 놓던 반이 그 큰 장신의 허리에도 못 미치는 루의 앞에 앉으며 그녀를 껴안았다. 처음에는 왜 이러나 싶어 살짝 밀어내던 루도 그의 이어지는 말에 차마 부끄러워 안지는 못하고 그의 옷을 꼬옥 말아 쥐었다.
“난 이제 가봐야 해, 혼자서 괜찮겠니?”
“바쁘면 가봐야죠”
머릿속으로는 보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마음은 안 갔으면 하며 그를 붙잡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 오래 있을 수 없는 신이며 개인적인 욕심으로 그를 붙잡아둘 순 없어 애써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슨 일 있으면 반지! 알지?”
곤란한 일이 생기면 마족들 불러다 부려먹으라는 소리였다. 뭐 그렇게 말해주지 않아도 부려먹을 수 있을 만큼 부려먹고 쥐어짜내어서까지 쓸려고 이미 마음먹어둔 루였지만…
“잘가요. 음…”
반의 물음에 대답하며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속에서 웅얼거리는 아이를 보며 마신은 응? 하고 되물었다. 우물쭈물하던 루는 어린아이 답지 않게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것도…아니에요”
반은 코앞에서 한숨을 푹 쉬며 의기소침해 하는 아이를 보고 피식 웃어준 뒤 허리를 숙여 루의 볼에 짧은 키스를 하고 웃으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반의 애정행각에 깜짝 놀란 루가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개진 얼굴을 감싸며 토끼눈으로 공중에 떠오른 반을 올려다보았다.
“내 이름은 반데모스, 다음에 보면 ‘반’이라고 불러줘. 언제나 널 지켜보고 있을게 그럼 아듀!”
작은 회오리와 함께 미련 없이 사라지는 반을 보며 괜히 검지를 깨물며 중얼거렸다. 투덜거리는 듯 한 말투였지만 루의 눈에는 전에는 찾아보지 못했던 ‘행복함’이 드리워져 있었다.
“뭐야…다 알고 있었으면서”
********
햇살이 잘 드는 방안, 침대에 누워서 자야할 방주인이 소파에 아무렇게나 엎어져서 잠을 청하고 있다. 그 평화로움도 잠시, 달콤한 낮잠을 깨우는 불청객이 있었으니
“공주, 일어나 공주”
“…으음”
조심스럽게 흔들어 깨우는 남자의 손을 건들지 말라는 듯 뿌려 치자 잠시 멈칫하던 남자가 발끈해서 누워있던 루를 휙 일으키며 소리를 질렀다. 낮잠을 방해받은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소리까지 지르는 남자의 행동에 루의 눈썹이 확 모여들었다.
“쫌 일어나! 사람이 왔다고!”
“시끄러워”
계속해서 몸을 짤짤 흔들며 소리치는 남자 때문에 심기가 아주 불편해진 루, 말을 함과 동시에 눈을 확 뜨며 눈앞에 보이는 남자를 향해 강하고 빠른 주먹을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어퍼컷에 피할 타이밍을 놓친 남자는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둔기로 내려친듯한 둔탁한 퍽 소리와 함께 남자의 손이 떨어지자 덮고 있던 간이이불을 치우며 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에 흠뻑 취해 있다가 흔들어 깨우는 귀찮은 손길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은, 차마 방금 전까지 자고 있던 사람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우아하고 기품 있었다.
허리에 얹어진 새하얀 손과 가냘픈 팔뚝, 마치 살아 있는 듯 허리너머에서 넘실거리는 청 보랏빛 머리카락은 성격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반의 품에서 훌쩍이던 그 작은 소녀가 맞다.
좁은 곳에서 웅크리고 자는 바람에 뻐근해진 몸을 풀던 루가 자신의 주먹한방에 쓰러진 남자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한심하긴”
“공주가 비상식적 인거라고!”
턱을 매만지던 손으로 조금 더러워진 옷을 탈탈 털며 적갈색 머리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루에게 조금 삐친 듯한 표정으로 쏘아보았다. 전혀 무섭지 않은 위협이 오히려 귀엽기만 하여 작게 풋 하고 웃어준 뒤 뒷머리를 긁적였다.
“또 그 꿈이냐?”
맞아터진 기억은 이미 날려버렸는지 부드럽게 물어오는 남자에게 루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어린 날의 기억은 너무나도 자극적인 것이라 가끔 이렇게 꿈을 꾸곤 하였다.
“왜 10년도 더 지난 12살 때 꿈을 꾸는 건지, 너는 아니 오로바스(Orobas)?”
키득거리며 웃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묘령의 여인과는 맞지 않는 행동이지만, 가벼워 보이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진 않는다. 그런 개구쟁이 같은 미소에 잠시 빠졌던 오로바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잘 깨워줬어”
약한 칭찬에 고개를 끄덕이던 오로바스가 잠시 생각하더니 발끈해서는 루를 내려다보며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그럼 고맙다고 할 것이지 주먹을 휘두를 건 또 뭔데!”
시니컬한 목소리로 도끼눈까지 뜨며 앙칼지게 쏘아붙이는 오로바스의 행동이 조금은 발칙하게 느껴져 방긋방긋 웃는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하지만, 예쁘게 빛나는 청색의 눈동자 속 깊은 붉은 기운이 왠지 오싹함을 들어낸다.
“네가 요즘 덜 맞았지 한번 터져볼래”
“…….”
다른 사람이 들으면 “여자가 어떻게 남자를 줘 패냐”며 농담인 듯 웃으며 지나갈 소리를 몇차례나 몸으로 겪어본 오로바스는 농담이 아니란 걸 잘 알기 때문에 본능적인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누구야 나의 사적인 시간을 방해한 녀석이”
“길드에서 사람이 왔어 의뢰자가 있나봐”
위협적인 협박에 조금 마음상한 오로바스가 뾰로통한 얼굴로 퉁명스레 말을 내뱉자 그 행동이 나이에 맞지 않게 귀엽다 느낀 루가 입 꼬리를 씨익 올리며 그에게 다가가 오로바스의 긴 적갈색 머리카락을 확 채어 잡았다
“이봐 오로바스 그렇게 새침하게 있으면 입 맞추고 싶잖아. 설마 벌써 죽고 싶은 건 아니겠지? 아마 너의 신께서 불같이 화내실걸?”
손안에 잡힌 오로바스의 적갈색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부드럽게 감으며 질겁하는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창백한 얼굴로 딱딱하게 굳어있던 몸이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두어 걸음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그런 장난 제발 하지 말라고! 난 목숨이 오락가락한 일이란 말이야!”
오로바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소리치는 걸로도 모자라 울먹일 정도까지 가자 루가 혀를 낼름 내밀며 방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루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오로바스가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 넘기자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고서는 생각난 듯 루가 빙글 뒤돌아서 말을 톡 내뱉었다
“얼른가자고 오로바스 손님 기다리겠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나가는 루는 홀가분해보였다. 아무래도 자다 깬 불쾌함을 오로바스에게 다 풀어 버린듯하다. 그런 가벼운 루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오로바스는 그녀가 완전히 사라짐을 확인하자 한숨을 푹 쉬었다.
“마계의 20군단을 다스리는 이 오로바스가 뭐하는 짓이람. 보모역할이나 하고 있고 ….”
어깨 죽지 까지 오는 빛깔 좋은 적갈색머리를 벅벅 긁으며 볼품없는 모양으로 흩뜨려 놓은 뒤 변하지 않는 사실을 한탄하며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을 루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같잖은 일로 온 것이라면 가만 안 둬”
마족을 불러다 짓게 한 루의 저택, 마족이 지었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섬세하며 아름답다. 항상 손님과 의뢰인을 받는 응접실, 그 커다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길드에서 온 소개인과 뭐가 그리 대단한 얼굴이라고 후드로 몸을 가리고 있는 의뢰인이 있었다.
“여전히 아름다운데? 데이트는 언제쯤 해줄 거지?”
“너같이 싼 녀석이랑은 안 해. 쓸데없는 말 말고 가”
“너무 비싸게 굴면 재미없지 안 그래?”
꽤나 듬직한 체구에 제법 괜찮은 얼굴이었지만 하는 짓이 뒷골목 건달 같아서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녀석이다. 위아래로 훑어
보는 그 시선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연스레 미간이 찌푸려지지만 별것도 아닌 녀석에게 열 낼 필요는 없다.
“죽고 싶지 않으면 처신 잘해야지 안 그래?”
언젠간 저 가녀린 팔뚝에 속아서 찝쩍댔던 날이 있었다. 그 결과 사람들 앞에서 엎어치기당하는 수치와 모욕을 받을 수 있었지만 머리는 장식인지 이따금씩 저따위로 루의 심기를 벅벅 긁어놓고는 했다.
“수고했어, 가봐”
얼른 꺼져버리라는 투로 은화하나를 던져주며 말하자 불만이 가득한 눈이지만 찍소리도 못하고 던진 돈을 받아들고서는 문을 나
선다. 한마디만 더해서 기분을 거스르거나 짜증나게 만들었다면 직접 죽여줄 용의도 있었는데 입 다물고 나가주니 고맙기까지 하
다. 물론 귀찮게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전 루노스프린 이라고 합니다. 알고 찾아오셨겠지만 보다시피 해결사입니다. 모든 걸 다 해결해드려요. 백퍼센트 비밀보장이니 악취미를 들고 계신 다해도 비밀을 보장 드리죠.”
일단은 고객은 왕이니까 ‘해결사’의 ‘손님’에게는 친절하다. 별 거지같은 것들이면 적당히 매타작을 한 뒤 소금을 뿌리고 쫒아내겠지만 이 남자는 적어도 정상으로 보이니 까칠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포르시아 대상단의 주인이 이런 일까지 하는 줄 몰랐군.”
“제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요. 요컨대 당신처럼”
손가락으로 남자를 콕 찍어 말하는 루의 대답에 작게 풋 하고 웃음을 뱉은 남자는 긴 겉옷 속에 감춰져있던 길고 하얀 손을 꺼내어 얼굴을 가리고 있던 후드를 벗으며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의 이름은 루이스제이 카스트로 드 체스베리아. 이 제국의 황태자다”
제국의 황태자가 올 줄은 몰랐는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짧게 입맛을 다시는 루의 얼굴에는 낭패감이 드리웠다. 황실과는 엮이고
싶지 않았을 뿐더러 귀족들은 괜히 오만함과 예의, 격식을 차리기 때문에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태자전하께서는 무슨 일로?”
“예의가 없군!”
황태자는 자신이 신분을 밝혔음에도 예의를 갖추지 않는 루를 보며 조금 언성을 높여 말했다. 예상대로의 전개에 개구쟁이처럼
쿡쿡 웃던 루의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 그리고는 황태자를 계속해서 응시했다.
“청승 그만 떨고 들어와”
루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문을 쾅 열고 탐스러운 적갈색머리를 찰랑이며 오로바스가 들어왔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본능적으로 황태자는 오로바스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했지만 마주하던 루가 맑던 청안속의 붉은빛을 내비친 순간 황태자의 몸이
굳기라도 한 듯 움찔거리고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황태자의 시선을 잡고 있는 루의 눈이 한없이 약하고 맛있는 먹잇감이라도 만난 듯 위험하게 빛나고, 루의 심안과 마주한 황태자
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어째서 힘없어 보이는 여인의 시선이 저토록 위험하게 빛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시선으로 인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이마를 비롯하여 온몸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해 죽일 셈이야?”
심장마비 걸리기 직전의 상황에 오로바스가 나서며 루를 말렸다. 그 차갑던 얼굴이 부드럽게 미소 짓자 딱딱하게 굳었던 몸이 탁
풀리며 황태자의 몸이 소파에 완전히 푹 기대었다. 힘이 풀려버려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는 것이다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는”
“오로바스, 그런 말 하면 신의 심판이 떨어질지도 몰라”
키득거리며 오로바스를 위협하는 루, 그런 위협이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 움찔거리기 보다는 한숨을 쉬며 반응하자 재밌다는 듯
더 크게 웃는 루의 행동에 준수한 오로바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후우 뭘 한 거지?”
조금 살만해진 듯 숨을 고른 황태자가 덩달아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딴에는 정말 궁금해서 물었을 황태자의 물음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루 또한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뭐하긴 눈싸움 했잖아요”
십 년 전 그날과 똑같은 장소와 똑같은 장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처음부터 하티가 반의 옆에 앉아있고 그 둘의 표정이 너무나도
부드럽고 따스하다는 것뿐
“정말 예뻐 죽겠다니까”
“사랑스러운 건 사실이지”
이젠 반의 말에 하티 또한 동감한다. 그 또한 루를 지켜보며 사랑스럽다고 느꼈고 이렇게 같이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하티 또한
처음엔 호기심으로 물든 눈빛을 내었지만 이젠 그 또한 사랑스러움으로 빛난다.
“정말 아름답게 컸어. 조금만 더 자라면 신계에서도 내로라하는 미인이 되겠어”
“허튼 생각은 버려”
입맛을 다시는 하티를 반이 무서운 표정으로 다그쳤다. 단순한 놀림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반을 보며 처음엔 낄낄거리던 하티였
지만 점차 웃음소리는 줄어들고 대신 한숨을 흘려보냈다.
“고작해야 백년인 것을…….”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그를 그냥 보내줄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의 행선
지가 궁금해 뒤늦게 소리 지르며 물었다.
“반, 어디가는거지?”
반은 미련 없이 내딛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뒤돌아서 하티를 향해 더없을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신의심판을 내리러”
그날 저녁 마계로 돌아간 오로바스의 머리위에 1분동안 7번의 작은 벼락이 떨어졌다는 소문과 함께 오로바스가 마신의 분노를 샀다는 소문이 레메게톤의 기둥과 마계에 쫙 퍼졌다.
예엡- 마딸은 결국, 오늘에서야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하핫, 새벽도 언능 써야하는데...[글적]
어째, 조회수가 프롤의 만도 차지 않더라구요@_@
이것 외에도, 나름 슬럼프에 있습니다__
* 업뎃쪽지는 댓글 다신 분께만 올라갑니다!
첫댓글 잼있어 담편이 기대되요
ㅋㅋㅋ 키노모토 사쿠라님 감사합니다!
재밌어욤
둥우택님 감사합니다!
쿨럭- 일곱개의 번개, 신의 심판?! 신의 심판이셨어, 푸후후. 팔불출인 것으로 추정되는-어디까지나 추정되는!! 마신의 심판이셨어.
...맞....아요/바닥 ㅋㅋㅋ 휘연님 감사합니다!!
ㅋㅋㅋ 그 이성적이던 하티까지 사랑스럽다니...;;;
ㅋㅋㅋ 쉐이쿵님 감사합니다!! 사...랑...;ㅁ;
ㅋㅋㅋ 그 이성적이던 하티까지 사랑스럽다니...;;;
어엇 중복이네요^^ 감사합니다!
앗!! 두번클릭이;;;;
아이쿠야, 아닙니다!!
즐감입니다ㅋㅋㅋㅋㅋ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ㅋㅋㅋ 글이 아주 길어서 마음에 들었다는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어렸을때에 비해 성격이 조금 바뀐듯,,,,ㅋㅋㅋ(마신의 영향인가?ㅋㅋ)
마...신 때문일 수도 있구요, 아닐 수도 있고.... 끌끌 감질나시죠오?~~<죽어라//랄까, 좀 더 후에 나오게 된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토깽님!!
삭제된 댓글 입니다.
끌끌끌 처음으로 알아채셨군요'0' 랄까, 음음 오로바스가 남자라면 또 어떨까 하면서 쓴 거랍니다. 감사해요 레이블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