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 주신글]
낚시꾼의 뻥
지식인이라는 문인들을 왜 글이나 시를 폼 나게 잘 쓸까? 성악가들은 왜 목청껏 소리를 지를까?
읽어줄 사람이 있고 들어줄 사람이 있으니 그들 앞에 뽐내고 싶은 거다. 까불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시인 고은을 보면 안다. 다중 앞에서 바지를 내렸쟌아!
뻥을 잘하는 사람은 주위에서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런 재미에 유치찬란한 언어로 침소봉대를 한 것이다.
뻥은 뻥튀기에서 유래한 말인데 '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이 바로 낚시꾼들이다.
광어 낚시를 하러 충남 태안 신진도항으로 갔을 때다. 본격적인 낚시 포인트까지 가는 데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두어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선장이 바로 코앞이요! 하는데. 그건 약과다.
생면부지 꾼들이 배 후미에 모여 지루한 항해를 오로지 낚시라는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어마 무시한 대어를 잡았다거나 쿨러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는 등의 무용담이 주를 이루는데
지난주에는 막판에 광어를 한 마리 올렸는데 빨래판 두 개를 붙여놓은 거만 하지 뭡니까?
이때 '뻥치지 마세요.'하면 절대로 안 된다. 그러면 자신도 '뻥'에 합류할 기회를 놓친다.
다음 말이 이어지고. 집에 가지고 가서 회를 떴더니 동네 사람들 13명이 먹고도 남았습니다.
겁나게 컸나 봅니다. 추임새를 넣으면 대문짝만한 회를 뜬 겁니다. 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런 '뻥'이 나오면 후속타로 다른 꾼의 경험담으로 이어지는데.
작년에 제주로 갈치 낚시 갔을 때 새벽에 한 마리 제대로 올렸지! 10지 정도는 되었을걸요. 하면서 두 손바닥을 펴 보인다.
시장에서 보통 갈치의 크기가 3지 정도이고 4지나 5지는 대물인데, 10지라니? 이건 갈치라기보다는 괴물이다.
뻥도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들 때쯤이면 누군가가 제지한다. 에이! 그런 갈치가 어디 있어요? 6지, 7지까지는 잡아봤지만 10지는 듣도 보도 못했네!
그러면 10지를 말한 사람은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휴대폰에서 사진을 뒤진다. 대개 실수로 지워졌지만 실제 존재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미 다른 꾼이 또 다른 '뻥'의 세계로 인도하고. 돌돔 대물과 힘겨루기를 하다가 용왕님을 알현하러 간 추자도의 전설적인 낚시꾼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포인트에 도착하면 '뻥'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꾼들은 실전에 돌입한다.
잡은 물고기에 비해 놓친 물고기는 세월이 갈수록 점점 자란다. 피레미 크기가 팔뚝만한 크기로, 다음에는 먹장어를 넘더니 참치 대물로 진화한다.
지난가을 뱃전까지 끌어올려 뜰채에 담으려는 순간 바늘털이를 하며 유유히 바다 속으로 사라진 농어는 1m는 족히 넘었을 것인데
몇 해 전 남해에서 요동을 치면서 목줄을 끊고 코앞에서 달아난 우럭은 7자는 족히 되었는데 아쉽다.
꾼들은 이런 추억의 대어를 첫사랑의 아련함처럼 몇 마리씩은 마음 한쪽에 간직하고 있다.
남자들은 군대와 축구 빼면 시체다. '뻥'은 무궁무진하지만. 이 중에서도 낚시꾼의 '뻥'은 유쾌하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아, 거짓말과 다른 점이다.
낚시꾼이 '뻥'을 친다면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지 마시라.
황당하다고? 황홀한 '뻥'도 제지하지 마시라.
침을 삼키면서 새해에는 꼭 한번 먹고 싶다고 말하시라.
그러면 2020년 경자년이 가기 전에 푸른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자연산 모듬회가 당신 앞에 차려질 것이다.
새해 운이 좋으면 붉바리나 자바리와 같은 고급 생선을 맛볼 수 있다. 그 풍성한 잔치에 당신도 초대할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제자들이 물었다. “선생님!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아무 말 없이 제자들을 데리고 사과 과수원으로 갔다. 각자가 가장 좋은 사과 하나를 골라 따오게! 선택은 한 번뿐이네!
초선의 발은 얼마나 작았던지(전족) 여포의 손 안에서 춤을 추었다.
진시황이 동남동녀를 제주도에 보내 불로초를 구해 오도록 했다.
당신이 봤수? 검증이 안 되쟎아! 그러니 다 뻥이다.
처녀 “난 시집 안 갈 거야.”
장사꾼 “이거 밑지고 파는 거야.”
노인들 “빨리 죽어야지.”
3대 거짓말은 그렇게 할지라도,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이것도 일종의 뻥이다.
죽은 자식 불알이 더 크고 도망간 계집이 더 예쁘고 놓친 고기가 더 큰 법이다.
왜 법을 붙여! 나는 법대를 나와 고시 3수중인데, 그런 법이 있는지 금시초문이다. 중학교 중퇴가 전부인 것은 여기서 따지지도 묻지도 않는다. 검증하기도 어렵다.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 이 정도는 되어야 뻥이다.
황석영의 뻥
황석영의 웃기는 재주는 좌중을 휘어잡는 마력이 있다. 자주 써먹는 것은 음담이 반이고 패설이 반이다. 본인은 약간 ‘야한 표현’ 이라고 하면서 희죽 웃는다. 그는 평소에 200가지가 넘게 레퍼토리를 가지고 다닌다,
황석영 황구라를 만나면 그게 누구든 웃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의 말은 저속하진 않지만 걸쭉하고 질펀하여 만담 수준이다.
목에 난 연주창, 등에 난 등창, 배에 난 복창, 뒤에 난 왕십리 창, 앞에 난 거시기 창. 전국적으로 욕창,
제체기, 콧물, 코 막힘, 가래, 기침, 발열, 몸살, 오한이 지들끼리 한 살림을 차리고 히히덕거린다.
구라도 뻥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구라에는 세 종류가 있다. 쌩구라, 날구라, 왕구라.
쌩구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고, 날구라는 믿거나 말거나 나오는 대로 말하는 거다.
왕구라는 아름다운 구라다. 문성근의 부친 문익환 목사가 서울역에서 ‘평양행 기차표를 내놔라’ 하신 것처럼 불가능하면서도 힘이 있는 게 바로 왕구라다.
유제석이 하는 놀면 뭐하나 프로에 김구라가 나와 사생활을 말했다. 아내와 해이진 후에 아들 동현이 몰래 한참 연하의 여성과 같이 산다고.
전에는 아저씨! 아저씨! 하며 허주를 좋아했는데. 그놈의 끼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벌써 꿰차다니
허주의 아침산책 길에서
Youn Sun Nah "Ghost Riders In The Sky" @Jazz_in_Marciac 2014
첫댓글 황석영의 웃기는 재주는 좌중을 휘어잡는 마력이 있다. 자주 써먹는 것은 음담이 반이고 패설이 반이다. 본인은 약간 ‘야한 표현’ 이라고 하면서 희죽 웃는다. 그는 평소에 200가지가 넘게 레퍼토리를 가지고 다닌다,
황석영 황구라를 만나면 그게 누구든 웃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의 말은 저속하진 않지만 걸쭉하고 질펀하여 만담 수준이다.
목에 난 연주창, 등에 난 등창, 배에 난 복창, 뒤에 난 왕십리 창, 앞에 난 거시기 창. 전국적으로 욕창,
제체기, 콧물, 코 막힘, 가래, 기침, 발열, 몸살, 오한이 지들끼리 한 살림을 차리고 히히덕거린다.
구라도 뻥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구라에는 세 종류가 있다. 쌩구라, 날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