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날, 오골계 삼계탕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문득 ‘궁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뜨거운 국물을 한 숟갈 떠먹고, 씀바귀무침을 입에 넣는 순간이었다. 한쪽은 깊고 진한 맛으로 몸을 보하고, 다른 한쪽은 쌉쌀한 향으로 입맛을 돋우며 느끼함을 덜어 준다. 서로 다른 맛이 만나 오히려 더 나은 조화를 이룬다. 궁합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골계는 예로부터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알려져 왔다. 양질의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철분, 아연, 비타민 B군이 풍부해 기력 회복에 도움을 준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북돋우는 식품으로도 널리 인식되어 있다. 반면 씀바귀는 특유의 쓴맛을 내는 생리활성 물질과 풍부한 식이섬유, 비타민 A와 C, 칼륨을 함유하고 있다. 소화를 돕고 입맛을 살리며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하나는 채우고, 다른 하나는 조절한다. 하나는 힘을 더하고, 다른 하나는 균형을 잡아 준다. 영양학적으로도, 전통 식문화의 관점에서도 두 식재료는 서로를 살리는 좋은 궁합이라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세상은 이러한 원리로 움직인다. 낮과 밤, 물과 불, 산과 바다, 남과 여, 음과 양은 서로를 보완하며 질서를 이룬다. 자연은 같은 것끼리만 모여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것이 함께할 때 더욱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궁합에 큰 관심을 가져 왔다. 띠와 사주를 살펴보기도 했고, 한때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구분하며 잘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이야기했다. 오늘날에는 MBTI라는 성격 유형 검사를 통해 인간관계를 이해하려 한다. 결혼을 앞둔 젊은 세대는 MBTI 궁합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검사도 한 사람의 인격과 관계를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왜 처음에는 그렇게 잘 맞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멀어질까. 심리학은 그 원인을 ‘기대의 불일치’와 ‘투사(Projection)’에서 찾는다. 사람은 자신의 바람과 기준을 상대에게 투사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기대한다. 기대가 커질수록 실망도 커진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처를 더 크게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자기 자신과의 궁합도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내 자식도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고, 가장 오래 함께 살아온 나 자신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현실의 자아와 이상적 자아 사이의 간격에서 비롯되는 갈등으로 설명한다. 자신과도 화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과의 완전한 궁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자 사람 인(人)은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서 있는 상형이다. 사람은 혼자 설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 붙들어 주며 살아갈 때 비로소 사람이 된다. 서로 닮아서가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기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대하면 그 사람은 지금 그대로 머물지만, 될 사람으로 대하면 그 사람은 될 수 있는 모습으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관계는 상대를 재단하는 데서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믿고 기다리는 데서 깊어진다.
성경도 같은 진리를 전한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전도서 4:9~10) 또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라.”(에베소서 4:2)고 권면한다. 궁합은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사랑으로 메워 가는 과정이다.
돌이켜 보면 오골계와 씀바귀는 서로 닮아서 좋은 것이 아니다. 서로 달라서 좋은 것이다. 그 다름이 서로를 살리고, 서로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나와 똑같은 사람을 찾으려 할수록 실망은 커지고,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존중할수록 관계는 깊어진다.
결국 궁합은 운명이 아니라 삶의 태도다. 상대가 내 마음에 꼭 맞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상대에게 맞추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평생 찾아야 할 것은 완벽한 궁합이 아니라, 평생 다듬어야 할 것은 내 마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좋은 궁합은 사랑과 이해, 배려와 용납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동행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성경에도 궁합이란 말이 있군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원래 궁합은 속궁합을 의미하며 남녀의 관계 性 스러운 것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요즈음은 일반적인 "조화"의 의미로 보편화된 단어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