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눈썰미 저울
- 김일곤
어머니의 눈썰미 저울은
미각을 가늠하고 이랑에 씨앗을 붓거나
살림살이하는 가늠자였다
어머니 눈썰미 저울을
언제부턴가 나도 그냥 사용하고 있다
좀 옹색한 구석도 있지만
더하고, 빼고, 살짝, 정도의 눈금으로
영점(零點)을 잡고
오차는 허용하면서 사용한다
오차범위의 비무장지대가
융통성을 발휘하거나 사람 냄새를 풍기는 것 같아
빙그레 웃기도 하지만
사랑을 간 맞추거나
세상의 저울눈을 가늠할 때면 조심스럽다
오감 속의 저울과 눈썰미는
감각과 균형을 잡는 지표이기도 해서
더 동행(同行)할 거다
눈썰미질 잘하다 보면
날 태우고 다니는 가마 같은 언행도
시집 행간의 시어도
반짝반짝 잘 사용해 갈게다
언어의 정량을 달고
ㅡ계간 『시산맥』(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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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어머니들은 요즘의 현대적 계량에 익숙하지 못하지만 자신만의 레시피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인들도 '집밥'을 찾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마치 기계처럼 정확한 것을 요구한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대충 적당히를 얘기할 때도 잦습니다
엉거주춤한 상태로 보여도 농사를 지었고, 계절 변화에 동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흔히 '눈썰미'가 좋다고 얘기하는 것이 감각과 균형을 잘 잡는 지표인 것이지요
욜로를 꿈 꾸는 이들이야 독불장군 식으로 살아가나 봅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일거수일투족 특히 사용하는 언어의 정량은
두고두고 읽히며 씹힌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눈썰미로 대충한 음식이 간이 딱 맞는 다는 걸 , 나이든 주부들은 익히 알고 있답니다.ㅎㅎ
''욜로'' 욜로족 ㅡㅡ사전을 찾아서 오늘 처음 배웠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경상도 말로 '천지빼까리' ㅎㅎ 지만 이렇게 배울 수 있어 참좋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