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인가봅니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동료가 할리데이비슨에서 나온 바이크 브로셔를 보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팻보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기종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처음으로 팻보이가 '터미네이터2'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탔던 바이크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미8군을 출입하면서 영내에 있는 할리데이비슨 매장에 진열된 스포스터 기종을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갸름하고 그다지 크지 않은 기종이었는데, 미군들이 이 녀석을 탈 때 보니 정말 굉장한 배기음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할리에 대해서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내가 본 기종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있지만 아무튼 할리가 지나갈 때마다 멋진 배기음에 저도 모르게 끌려가고 있었나 봅니다.
2004년 말에 한남동 할리 매장에 가서 2005년 모델의 라인업이 실려있는 브로셔를 구해서 사무실 책상에 놓고 심심할 때마다 뒤적거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놈들의 가격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스포스터를 제외하면 거의 2천만원을 훌쩍 넘어가고 있어서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저는 브로셔에 있는 각 기종의 제원과 특징을 살펴보다가 미군부대에서 자주 본 기종인 스포스터 883 커스텀을 장래에 선택할 할리로 점찍었습니다. 천3백만원대라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제가 주로 시내에서 출퇴근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면 덩치가 큰 기종보다는 스트리트 바이크로서 48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스포스터가 적절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005년 3월에 지구대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2종소형 면허시험을 응시했습니다. 3번의 실수를 딛고 4월에 2종소형 면허를 취득합니다. 이제 면허가 있으니 바이크를 사야 하는데 그놈의 총알이 문제였지요. 미라지125를 타고 다니면서 언젠가 스포스터를 지를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가 2005년 10월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주행거리 7000키로인 검정색 스포스터를 구입하였습니다.
마누라의 반대에는 "이제 몇 년 있으면 50살이 되는데 해보고 싶은 것 중에서 한가지는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일축했습니다. 10월 14일에 스포스터를 홍대부근에서 인수하여 서강대교를 넘어 신림동으로 오는데 정말 기분이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스크리밍이글2 머플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터질듯한 배기음을 느끼면서 주행하는 첫경험이었으니까요.
스포스터를 구입한 사건은 저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기가 된 듯합니다. 이 녀석을 타고서야 비로소 이륜차가 처한 불평등한 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883카페의 게시판에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단속을 당해 억울하다는 회원들의 글을 읽고 도로교통법 관련규정을 검토하게 되었으니까요.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이 서자 바이크 구입후 꼭 한달 후인 2005년 11월 14일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그 후 K.M.R.G.에도 가입하여 이륜차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 3월에는 이 녀석을 타고 처음으로 먼 길을 떠나서 서해안과 남해안, 동해안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전국투어도 하고, 대구에서 열린 고속도로 통행금지 위헌결정 촉구를 위한 집회에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마누라가 한달 전 쯤에 "이것보다 더 큰 기종을 사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느냐?"라고 묻는 겁니다. 저는 지나가는 말로 500에서 천 정도 더있으면 년식 적당한 빅트윈으로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마누라 왈 "천은 좀 많고 한 500만원 선에서 큰 차로 가자"라고 말하더군요.
처음에는 이 여자가 미쳤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자동차도 큰 차, 냉장고도 큰 거... 뭐든지 큰 것을 선호하는 마누라 취향이 바이크에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빅트윈 기종을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도 큰 차를 한 번 타고보 싶은 생각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아직 스포스터의 매력을 다 알았다고 할 수 없는 시점에 녀석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비록 총알의 문제로 실현 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투어링 기종과 스포스터 기종을 함께 소유하면서 용도에 따라서 타고 다니는 배부른 꿈을 꾸어 봅니다.
2005. 10. 14. 스포스터를 인수하면서 전 소유자와 함께
귀염둥이 뭉치가 있어서 '뭉치아빠'라는 닉네임을 붙였습니다.
스포스터를 인수한 지 한달 후인 2005. 11. 14. 헌법소원을 제출합니다.
2006년 3월 초에 스포스터를 타고 전국투어를 했습니다.
전국투어를 마치고 K.M.R.G.와 함께 대구 집회에도 다녀왔습니다.
대구 시내를 통과중인 라이더들의 모습입니다.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과 대명포구 쭈꾸미 투어입니다.
스포스터 뒤에 보이는 차는 혼다 블랙위도우와 골드윙 1500입니다.
차를 매물로 내어 놓고 아들과 함께 영흥도에 다녀 왔습니다.
어디엔가 저를 기다리는 또다른 할리가 있겠지요.
첫댓글 히야~~~멋진 분입니다.
^^ 좋은 탠덤용 애마 구하시길~~~
할리를 접하면서 바이크는그대로인데 사람이 점점 멋있게 변해가는게 공통적인 현상인가봐요 ㅎㅎ
저도 아끼던 스포스터1200C를 아는 동생녀석에게 보내고 나서 서운한 마음이 꽤 오래가더군요...지금은 로드킹을 타고 있습니다만 스포스터의 날렵한 운동성과 특유의 배기음은 정말 그립습니다....
또 다른 좋은 인연을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소리는 883이 최고인듯합니다...그간의 사정을 알고나니 더욱 존경스럽습니다..... 어려운 일 하시는데 항상 감사드립니다...
참 멋있는 분이세요~~
야...정말 감동깊게 읽었습니다.
사랑하는 애마를 보내 얼마나슬퍼할까??????
속초에오는거죠..
네, 속초에 갈 예정입니다.
진심으로 바이크를 사랑하는 분이시라는 느낌이 듭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평안한 하루 되십쇼 ^^*
글, 와 닿네. 뭉클해----
댓글로 격려를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상심이 크시겠지만 두분이 같이 즐기실 더욱 큰 행복이 남아있음을...^^
진정 이런분이 계셔 우리가 편안한 것 같아요.
물론 멋진 할리가 기다리고 있을겠니다. 항상 안전운전 하세요.
와~~~ 멋진 분이네요^^ 님의 꿈이 반듯이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
용기있는 행동과 실천 대단하십니다..
멋진 트윈캠이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
현직경찰관이시군요!!! 부럽슴니다... 그리고 권리를 추구하려고 활동하는 모습... ^^ 기다리는 재미또한 커질것 같슴니다.....ㅋㅋ
뭉치아빠같으신분이 있어서 바이크의 선진문화가 빨리 오리라 생각합니다.
멋지십니다.......초심을 잃지 마시길...........
멋지십니다~~꿈을 이루시기를~~
대근이형님!~~^^ 뭉치아빠님만 보면 대근이형님같습니다...ㅋㅋㅋ 좋은 바이크 만나길 바랄께요...^^
계속해서 멋진 모습 기대됩니다....
후일 투어러와 스포스터 2대를 번갈아 타는 행운을 가지시길 기원드립니다. 좋은 감동의 글 감사합니다,,,
강아지가 페키니즈인가요? 저희 집 강아지랑 비슷하게 생겼네요...^^똑똑하고 말잘듣고..^^얼른 빅트윈의 세계로 오시길....^^;
네, 1년 6개월된 패키니즈 암컷입니다. 엄청 먹보예요.
더욱 멋진 미래가 기다릴 것을 믿습니다. 화이팅! 을 기원합니다.
여러분들이 성원해 주시니 분명히 좋은 바이크를 만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헌법소원도 좋을 결과가 오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 하나 좋은 추억으로 고이 접어두시고 또다른 추억으로 빠~져~ 봅시다 ^__^ 화이링 !
글 잘 보았습니다 뭉치가 맘에 들어요 ㅎㅎㅎ 넘 귀엽네요~~저희집엔 미니어쳐핀셔가 귀염을 받고 있지요~~까망색....많이 그리우시겠어요 뭉치아빠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