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었던 장마~
산행에 대한 갈증으로
몇 년 동안 노려보고만 있었던
기금거황 종주를 겁도 없이 혼자 나섭니다.
이 폭염에 미치지 않고서야~ ㅎ
남들은 무박으로 하는 종주를
난 2박씩이나 하면서 가면
룰루랄라~ 갈 줄 알았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습니다...
머 어차피 혼자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낮엔 산행하기도 더우니
느즈막히 용추사 일주문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합니다.
한낮을 피해 올랐지만
폭염에 습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몇 발짝 가지도 않았는데
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게다가 귓가에 울리는
윙윙 거리는 벌레 소리,
몸에 달라 붙는 모기들,
벌레 퇴치제를 뿌려도 아랑곳 않고 달라 붙습니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 내성이 생겼나 봅니다.
긴 장마로 물이 넘쳐서
등로에도 물이 철철 흐르고
등로도 패이고 많이 유실 되었습니다.
능선에 올라서니 조망이 터지고
내일 갈 기백산 누룩덤(책바위)을 당겨서 찍어봅니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환상적인 조망이 눈 아래 펼쳐진 데크에
오늘 하루 묵을 집을 짓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기금거황의 첫번째 산인 기백산~
누룩덤(책바위)으로 뻗어지는 능선이 시원합니다.
길었던 장마때문인지
파란 하늘에 눈이 이끌려
자꾸 하늘을 올려다 보게 합니다.
함양은 국립공원을 두 개(지리산, 덕유산)나 가지고 있고
주위에 멋진 산들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오래 다니신 분들은 능선에서
무슨 산~ 무슨 산~
척척 잘도 아시던데
전 그냥 아~ 좋다하고 바라보기만 했네요
언제쯤이면 산이름을 척척 말할 수 있을까요?~ ㅎ
오늘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습니다.
오늘 갈 길이 먼데 얼른 다시 걸어야지요.
두번째 산인 금원산에 올라
누가 계시면 정상 인증샷이라도
부탁드려 찍을려고 했는데
사람이 없네요. ㅠ.ㅠ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수망령을 지나
이제 거망산으로 오릅니다.
능선길이라 많이 더울까 걱정했는데
그늘도 많고 바람도 많이 불어
걷는 내내 그리 덥지는 않았답니다.
바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앉을려고 하는데
바위 틈새에 있는 새끼뱀을 발견하고는
어찌나 놀랐는지~~
잘 모르지만 외모가 범상치 않은 걸 보고
분명 독사같아 보였습니다
그 뒤엔 무서워 잠시 쉴때도
앉질 못하고 계속 서서 쉬었네요. ㅠ.ㅠ
기금거황의 세번째 산인 거망산~
걸어온 능선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기백산부터 거의 13km를 걸었네요.
얼른 거망산 샘터로 내려가
오늘 하루 수고한 발을 쉬게 해줘야겠어요.
넓은 박지인데 웬일로 사람들이 없습니다.
오늘도 독채인가?~ ㅎㅎ (나중에 부부 한 팀이 오셨습니다.)
종주 산행에 딱인 세틀라이트로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내집을 짓고
지친 내 몸을 위해
힐링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이 폭염 속 산정에 샘터라니요.
어느 계곡 부럽지 않습니다.
엥~ 아침에 일출을 볼려구 일어나니
밖이 곰탕이네요.
하지만 곧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쫙~ 비쳐
오늘 날씨도 환상이었답니다.
산행시 발가락 양말을 주로 신는 편인데
양말을 신을려고 꺼냈는데
세상에나~ 같은 짝을 가져온 겁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티비를 보면서 빨래를 개면
이런 불상사가 생깁니다.
양말은 하나 뿐이고
어제 신은 양말은 다 젖어서 신지도 못하니
우짜든 이 양말을 신어야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한 짝은 뒤집어 신었지요 ㅋ
이제 기금거황의 하이라이트~
황석산을 향해 출발합니다.
정말 100대 명산답게 가는 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정상 전 북봉은 박배낭 메고는 위험한 것 같아
우회로로 갔는데 우회로도 만만찮습니다.
거북바위에 올라
장엄한 황석산의 위용을 보니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자연석성인 황석산성~
삼국시대 때 신라가 백제에 대항하기 위해 쌓았고
정유재란 때 왜군과 격전을 벌여
500여명이 순국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때 여자들은 왜군의 포로로 잡히길 거부하며
바위에서 뛰어내려 모두 자결해 바위가 피로 물들어
피바위로 불리는 바위가 있다고 하는데 찾질 못했습니다.
이런~정상을 꼭 가보고 싶었는데
데크 설치중이라 올라 갈 수가 없습니다. ㅠ.ㅠ
아~ 너무해너무해
넘넘 아쉬워 다른 길을 찾아 봤지만
모두 위험하다고 출입금지랍니다. ㅠ.ㅠ
그래도 도전은 해보고 싶어서
박배낭을 벗어 놓고 살짜기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거대한 대슬랩을 엉금엉금 네 발로 올라가 뒤를 돌아보니
아~ 그래 이걸 봐야지~
그리곤 바위에 몸을 붙이고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밧줄을 타고~ 나무를 붙잡고~
바위에 내 몸을 밀착시켜
짧은 다리를 버둥거리며 올라갔습니다.
근데 저기만 오르면 정상일거 같은데
밧줄이 끊어져 있습니다.
사진상으로 보면 옆으로 사사삭~ 올라가면 될 것 처럼 보이지만 절대 네버 제 다리로는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ㅠ.ㅠ
사실 넘 아쉬워 다른 길을 통해 올랐는데도
또 저기에서 막혔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 담에 데크 공사 다되면
다시 꼭 와보자 하고는 맘을 접고 하산을 시작합니다.
난 유동마을로 하산해야 하는데
어디에도 이정표가 없습니다.
유동마을이 아닌 우전마을 이정표만 있고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그 주위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1시간을 넘게 알바를 했습니다.ㅠ.ㅠ
핸펀으로 검색을 하니
황석산성 사이 저길이
아무래도 유동 마을로 내려가는 길 같아서
이정표가 없지만 더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하산을 시작합니다.
함양군 나빠요~
황석산성에서 유동마을까지 4.15km 인데
700m 나 내려와서 이정표가 있는게 어딧어요~
흥~칫~뿡~
정상 찾는다고 알바 1시간~
유동마을 길 찾는다고 1시간~
하산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맘이 급한데
하늘은 또 왜 이렇게 이뿐건지~
자꾸 발목을 잡네요.
유동마을 하산길도 왜그리 험한지
추락주의 표지판이 7~8개나 되고
너덜길에~ 급경사에~
등산화가 앞으로 쏠려서
발꼬락이 넘나 아팠네요.
유동마을로 하산에서
버스를 타는 곳까지
태양이 작렬하는 아스팔트 길로
박배낭을 메고 1.5km 걷는데 이게 젤 힘들었네요.
용추사 일주문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맞은 편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여기가 맞답니다.
그리곤 또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물놀이를 하고 버스를 기다리던 학생이
버스 터미널에 전화를 해보니
코로나 때문에 버스 시간이 단축되어
그 시간대 버스가 없어졌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커플끼리 왔는데 남학생 한 명이
아는 선배 오토바이를 빌려타고
버스 기다리는 시간동안
친구들 차례로 한 명씩 태워주고 있더라구요.
그때 머리를 스치며 번뜩이는 생각 하나~
“학생~ 아줌마 차가 용추사 일주문에 있는데 거기까지 나 태워주면 학생들 원하는 곳 내가 태워줄께 ~ “
서로 윈윈이라 나의 제의는 바로 수락~ ㅋ
내생에 첨으로 오토바이를 다 타봤네요.
알고보니 울 큰아들이랑 같은 나이 학생들~
아들과 같은 나이라 허리 꽉~ 잡고 신나게 달렸네요 ㅎㅎ
학생들 원하는 곳에 내려주고
이제 아침 먹고 암껏도 못 먹은
내 주린 배를 채우러 수동 어탕 국수 먹으러 갑니다.
허겁지겁 바닥까지 싹쓸이를 하고
2박 3일의 긴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무사귀환 했습니다.
2박 3일 동안 27km...
이번이 세번째 솔박이었는데
겁도 없이 종주코스로 다녀왔습니다.
박배낭 메고 폭염 속 쉽지 않은 코스였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도전하길 참 잘했다 싶습니다.
중탈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내 자신이
넘 기특하고 자랑스러워 쓰담쓰담 해주고 싶어요.
근데 담엔 어디가지? 하고
벌써 네번째 솔박을 꿈꾸고 있습니다.~~ㅎㅎ
ㅅㅏ진은 설악 은벽길
ㅇㅣ분은
4년동안 쭉 산박으로만
한 1ㅇㅇ회??
넘게 동행하시는 분~♡
은제 함 설악 리딩할태뉘
올라오시죠?
(여의치 않음 우리가
내려 갈께여~)
@ㅅ ㅏ랑OI ㅅ ㅏ랑이님~~
찐~ 산여신이라뇨~
진정 산여신님이 칭찬을 해주시니 넘나 영광이옵니다.~ ㅎ 그냥 가고 싶어 무작정 나섰는데 넘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초대해 주셔서 넘 영광인데 저질체력이라 감히 ㅅ ㅏ랑이님 쫓아 설악을 갔다가 민폐만 끼치질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ㅎ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지하에 잠들어있던 열정을 끄집어 내어봅니다. 언제인가는 모르겠지만 이길 완주하면 신고하겠습니다
백구름님~ 댓글 넘 감사드려요~^^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 언제 맘이 동하실 때 언제든 떠나셔요.~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제가 참 좋아라 하는곳입니다. 주변 산군들도 멋지고..... 황석산에서 바라보던 지리천왕봉부터 국공연산을 두루 살펴 볼수도 있고.... 그나저나 한여름에 이 코스를 종주 하셧다니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거망샘 안부에서의 추억을 되새겨 보내요~~~
뱀은 자세히 보니 누룩뱀 같아요~~
수고하셧어요~~~~^^
독고님~~ 저도 몇 년 동안 계속 벼르다가 이런저런 시간 다 맞추자니 넘 힘들어 그냥 혼자 나섰답니다.~ 이 무더위에 겁도 없이요... 근데... 참 좋았어요. 사람이 그냥 다녀올 만하다 싶으면 기억에 안남자나요. 혼자 산정을 거닐며 더위와 씨름하며... 내 자신과 씨름하며... 참 많은 생각들을 하고 나니 몸이 수고로운 건 아무 것도 아니였어요.
독고님 사진을 보니 담에 선선한~ 아니 추운 겨울에 함 더 도전하고 싶어지네요.~
댓글 감사해요~^^*
세상에 겁도 없으시네요
ㅠㅠ
오롯히 혼자여서 넘 좋던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