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센텐스로 들어서자 말러의 음률이 흐르고
푸엥카레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당신이 주인입니까?
아닙니다, 저는 이 센텐스의 주어일 뿐입니다
천장과 바닥의 낯선 기하학 타일엔 크레용 낙서들
조물주는 왼손잡이라네, 살짝 삐뚤어진 고추~
Being in two places at once. Holy shit!
피아노에 방울토마토 닮은 예쁜 유리 어항이 놓여 있다
눈이 튀어나온 물고기 꽐라, 햇빛에 비늘이 반짝거린다
너도 주어니? 내가 묻자 꽐라가 대답한다
대답하기 싫은데요, 흥!
물고기가 휙 방향을 바꾸자 갑자기
센텐스 앞문과 뒷문이 바뀌고 벽들이 구불구불 휜다
컵도 꽃병도 테이블도 의자도 마구 뒤틀리고
시계는 엿가락처럼 휜다
창가에 혼자 앉아 책을 잃던 뼈다귀 유령 함기석
입이 좌우로 3미터쯤 늘어나 밀반죽처럼 구불거리다
손잡이 달린 프랑스 커피 잔 모양으로 변한다
푸앵카레가 내쪽으로 걸어온다
손님, 어떤 타임 커피를 드시겠습니까?
블랙 화이트 레드 블루 옐로우 맘대로 고르세요
저희 가게는 아침엔 1형식, 점심엔 2형식, 저녁엔 3형식
밤엔 4형식, 자정엔 5형식, 자정 이후엔 6형식 라떼랑
7형식 에스프레소가 향이 좋습니다
마시면 바나나, 애플, 도룡뇽, 시소, 벙어리장갑이 되는
마시면 시어핀스키 삼각형(1.58차원)이나 코흐 곡선(1,26
차원)처럼
소수 차원 사물이 되는 커피도 인기 있습니다
꽐라가 살살 꼬릴 흔들며 나를 꼬나본다
백만 년 전에 죽은 무덤 속 오르골 아가씨 쳐다보듯
꽐라가 살살 물의 우주를 몸으로 흔들며 나를 쳐다본다
저 장난꾸러기 물고기 진짜 이름이 뭡니까?
조물주라고 추측됩니다 내일 또는 당신
나는 메뉴판을 뒤적거리다 맨 아래쪽 기호를 가리킨다
내 죽음의 d차원 측도 Md(나)
니무색 커피로 주세요
그때 유령이 스스로 모자이크 시계가 걸린 벽을 통과해
센텐스 밖으로 나간다
잠시 벽 틈에 궁둥이가 끼어 낑낑거리다가
정오의 정원과 오염된 땅을 지나
카운트다운 해변이 보이는 0차원 숲으로 들어간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그가 보던 책을 집어 든다
시집 『디자인 하우스 센텐스』다
목차를 살펴보는데
타임커피숍 센텐스에서
365미터 떨어진 디자인 하우스 센텐스
유리창 불빛이 빨갛게 반짝거린다
그 지붕 위 하늘에
새를 위한 목적어 침대가 놓여 있다
무한 빛깔 소녀 코코가 센텐스 뒷문으로 들어선다
천장을 따라 말러의 음률이 꿀물처럼 흐르고
물고기 꽐라가 획 방향을 바꾼다 그러자 갑자기
벽과 바닥과 천장이 더 부드럽게 출렁출렁 회전하고
피아노 다리는 점점 길어져 기린이 되고
코코 곁에 그녀의 예쁜 코를 바라보다
나는 2차원 경계가 없는 3차원 다양체(manifold) 속에서
목이 꽈배기처럼 580도 돌아간 채 창밖을 본다
목련 공원, 열세 개의 종이 무덤이 보이고
치즈피자처럼 구워져 둥글고 맛있게 부풀어 오르는
세계, 유령이 깃든 시계의 방들이 보인다
무수한 방마다 무수한 당신의 유령들이 색색으로
디자인하우스 센텐스를 읽고 있다
차원이 뒤틀린 잠 속에서 꿈을 꾸며 당신은 지금
'당신은 지금 당신을 꿈꾸고 있다'고 읽고 있다
그렇게 당신도 나도
과거와 미래로, 그 균열의 트레바스로
무한히 증발 중인 센텐스 좀비들
그림자와 모래와 피와 설탕이 배합된
귀신의 커피를 마시며
[디자인 하우스 센텐스],민음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