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는 엑스코에서 세계 가스총회가 열립니다. 그를 위해 동관을 새로 지었지요.
그래서 이번 주에 이미 교통통제가 시작되었고, 주차장 접근방법, 엘리베이터 운용 방법 등이 모두 바뀌었습니다.
고맙게도 그걸 알려준 건 공단 직원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함께 출장 나갈 분인데, 헤매지 말라고 상세하게 안내를 해 주시더군요.
항상 사용하던 주차장 진입로 말고 남쪽 진입로로 들어오면 임시로 지하 3, 4층을 연결하여 두었는데
그를 따라 내려오되, 행사 때문에 많이 복잡하고 보안 때문에 검문검색이 심할 터이니
지하 4층에 주차하고 5번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바로 올라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요즘 갑을관계 따지는 게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공단 직원은 갑, 제가 을의 위치에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그래서 고마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이와 반대의 황당한 경우도 며칠 전 당했습니다.
맛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지만, 50년 넘은 노포로,
타지에서 온 출장자는 여기에서 한 끼 안 먹으면 구미 출장 안 온 거라는 말이 생길 정도의 집으로,
제 아이들까지도 단골이 된 곳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이 집, 생복이냐 냉동복이냐를 꼭 물어봅니다.
냉동 황복 매운탕은 1인분에 11,000원, 생 밀복은 15,000원입니다.
장삿속이 아닌가, 은근히 기분 나빠지려 합니다.
가격도 한 끼 밥값으로는 높습니다. 만원으로 올린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또...
황복매운탕이 열심히 끓고 있는데, 옆에 새로 오신 손님에게 종업원이 또 물어봅니다.
“생복으로 할까요? 냉동복으로 할까요?” 처음 오는 분인 듯, “뭐가 맛있지요?”하니
“당연히 생 밀복이지요. 냉동황복은 맛이 없어요.”라더군요.
생밀복이 더 맛있다고 하면 될 걸, 굳이 황복이 냉동이라 맛이 없다고 하는 걸 들으며 그냥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럼 맛없는 황복을 시킨 우리는 뭐지요? 따지고 싶었지만 아내와 아들이 불편해 할까봐 그냥 참았습니다.
다시 안 오면 될 일이다 싶었습니다.
이 가격에 이런 얘기 들으며 먹을 맛집은 아니라는 생각은 아내도, 아들도 같았습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양한 성격과 행동 유형의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기본이란 게 있는 거지요.
돈보다 중요한 게 분명 있습니다. ‘가격’보다는 ‘가치’여야 합니다.
공단직원의 친절한 안내를 떠올리며 식당에서의 불편했던 기억은 지웁니다.
다만, 이 식당 또한 제 단골 명단에서 빼기로 합니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무엇이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말의 무게를, 마음의 소중함을 다시금 새깁니다.
앞으로 평가 나간 업체에서 말 한 마디도 더욱 신중해야겠다 마음먹습니다.
자연이 봄이 주는 싱그런 색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손자의 탄생 이후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2734152027
칼로 사과를 먹다(모셔온 글)=======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 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
언니는 말했었다.
세상에는
칼로 무엇을 먹이는 사람 또한 있겠지.
(그 또한 가슴이 아프겠지)
칼로 사과를 먹으면서
언니의 말이 떠오르고
내가 칼로 무엇을 먹인 사람들이 떠오르고
아아, 그때 나,
왜 그랬을까.......
나는 계속
칼로 사과를 찍어 먹는다.
젊다는 건,
아직 가슴 아플
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데.
그걸 아직
두려워한다는 건데.
-----황인숙 시인의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