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기적 Miracles in Bible
기적은 자연의 법칙을 일시적으로 거스르는 초자연적인 사건을 말합니다.
오늘 날 과학적으로 확립된 일반적인 개념은 기적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비평가들이 성경을 과학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들은 대부분은 성경에 나타난 기적들입니다.
예를 들면 구약에 나오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할 때 홍해가 갈라져
무사히 건너갔으며 뒤쫓던 이집트 병사들은 물살에 휩쓸린 일이 있습니다.
또 동정녀 마리아의 몸에서 예수가 태어났다는 것과 복음서에서 전하는
예수의 기적들 역시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MICHELANGELO Buonarroti
Creation of Adam
1510
현대인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기적의 가능성을 비웃으며, 기적은 과학의 법칙에 어긋나므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고,
기적을 체험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순간의 착각이거나 아니면 거짓이라는 결론을 내버리지요.
이러한 기적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성경에 기록된 기적들에 대하여
불신할 뿐 아니라 자연 법칙을 기반으로 그것들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사실 성경은 첫장 첫페이지부터 기적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1장 1절을 보면 '태초의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또한 흙으로 사람을 빗으시고, 남자의 갈빗대를 취해 여자를 만드셨죠.
그럼 성경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것일까요?
CARAVAGGIO
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1601-02
날 때부터 보지 못하던 소경이 갑자기 눈을 떠 보게 될 수 없고(요 9:32),
떡덩이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일 수 없으며(요 6:14),
물 위로 사람이 걸을 수 없다는 것(마 14:26)등은 예수 당시의 사람들도 분명히 알고 있었던 상식이었다.
자신의 눈으로 못자국을 보고 손으로 못자국과 옆구리를 만져 보아야
예수의 부활을 믿겠다는 도마의 경우처럼,
당시 사람들도 현대인 못지않게 회의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전 종교학자도 종교 회의론자도 아니기 때문에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는건 일단 포기...ㅎㅎㅎ
옆길로 좀 센 느낌인데, 어쨋든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성경 속 기적' 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성경의 첫 구절인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라는
이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 일 수 있다면 다른 나머지 기적들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우주 창조의 능력이 있다면, 처녀 탄생이나, 물위를 걷는 일,
약간의 떡과 물고기로서 오천 명을 먹여 살린 일,
죽은 지 나흘이 지난 나사로를 살린 일, 눈먼 자를 눈뜨게 하신 일과 같은
여러 성경상의 기적들은 충분히 가능한 일뿐 아니라, 오히려 기대할 수도 있는 일이었을도.....
WITZ, Konrad
The Miraculous Draught of Fishes
1443-44
하지만 이런 기적을 표현해야 하는 화가들은 좀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떻게 정지된 2차원의 그림으로 물이 포도주로 바뀌는 현상,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 빵과 물고기가 늘어나는 순간을 표현할 수 있었을까요?
그래서 많은 화가들은 한 장의 그림에 두 장면을 동시에 연출하는 작품들을 그렸습니다.
많은 성인들 역시 기적을 일으켜 신이 부여한 초자연적인 능력을 드러냈습니다.
성인들이 행한 기적은 그들이 신성한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었으며,
성인으로 추대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화가들은 성인들의 기적을 행하는 모습을 그 성인이 봉헌된 예배당이나 성인을 모시는 곳에 그렸습니다.
종종 일대기 형식으로 그려진 일련의 작품들은 성인들이 행한 기적이나
전설을 기록한 '황금 전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TINTORETTO
The Miracle of St Mark Freeing the Slave
1548
틴토레토는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평신도회 회합실에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황금 전설' 에 따르면 프로방스의 한 노예가 영주의 명을 어기고
산 마르코 대성당을 참배하기 위해 순례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영주에게 체포되었고 다리를 자르고 눈을 빼내는 형벌을 받게 되었죠.
하지만 극형이 처해지는 순간 하늘에서 성 마가가 나타나서 그를 구합니다.
옷을 벗긴 노예가 바닥에 누워있고, 사람들이 막대기와 망치로 내리치려는 순간
하늘에서 성 마가가 내려와 그를 구하는 장면입니다.
틴토레토는 역동적인 에너지로 가득찬 이 거대한 그림을 그린 후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VERONESE, Paolo
The Marriage at Cana
1563
파올로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 잔치>는 예수가 첫 번째 기적을 행한 장소인
가나의 혼인 장면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거대한 작품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으로,
작품 속 등장 인물은 100여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신약성서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사도들이 가나의 한 혼인 잔치에 초대되었습니다.
흥겨운 잔치가 절정에 이르자 준비한 포도주가 바닦이 나고 말았습니다.
이때 예수가 물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말씀하였고, 그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행하셨죠.
VERONESE, Paolo
The Marriage at Cana (detail)
1563
웅장한 고대 그리스 양식의 건축물 아래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화면 왼쪽에는 신랑 신부가 보이고 식탁 중앙에 예수가 있습니다.
그 옆에는 성모 마리아와 제자들이 앉아 있네요.
가나의 혼인 잔치지만 신랑 신부가 아니라 예수가 주인공입니다.
베네치아 상류층 복장을 한 하객들과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단순한 옷차림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요, 화면 속에는 터번을 쓴 사람,
동양인 등 다양한 사람과 화려한 사치품들로 당시 베네치아의 호화로움을 짐작하게 합니다.
화면 중앙에 있는 4중주 음악가들은 당시 베네치아의 유명한 화가들입니다.
티치아노는 비올로네, 틴토레토는 바이올린, 바싸노는 코넷,
베로네세는 비올라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음악가들 사이에 놓여 있는 모래시계는 물질적인 쾌락은 순간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BELLINI, Gentile
Procession in Piazza S. Marco
1496
젠틸레 벨리니의 대작 <산 마르코 광장의 행렬(Processione in Piazza San Marco)>은
정면에 산 마르코 대성당이, 오른쪽에 두칼레 궁이 그려져 있고
광장 한가운데를 행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사된 대작입니다.
이 작품은 벨리니의 작품 중 규모가 가장 크죠.
이 서술적인 그림은 그리스도가 처형된 기적의 십자가를 보관하고 있던
베네치아의 평신도회 회합실에 있던 연작의 일부분 입니다.
이 그림은 1444년 이 십자가가 기적을 일으킨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베네치아의 광장에 도시의 수호 성인인 성 마르코를 기리는 축제 행렬이 줄지어 있으며,
신도들은 전경에 보이는 들것에 십자가를 모시고 행진하고 있습니다.
배경에는 산 마르코 대성당이 있고 오른쪽 총독궁에서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적을 알아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십자가 들것 오른쪽에 붉은 옷을 입고 무릎을 꿇은 사람이 자코포 드 살리스인데,
그는 막 브레시아에 있는 아들이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는 기적의 십자가에 기도를 올렸고, 아들은 살아났다고 합니다.
BELLINI, Gentile
Procession in Piazza San Marco (detail)
1496
RUBENS, Pieter Pauwel
Miracles of St Ignatius
1615-20
성숙기의 루벤스가 맡은 가장 큰 작업은 안트워프 시의 예수회가 그에게 의뢰한
새로운 성당을 위한 천정 벽화와 세 점의 제단화를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성당은 1718년 화재로 거의 소멸되었으나, 제단화만은 보존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 중의 하나로 예수회를 창시한 성 이그나시우스 로욜라가
기적을 행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악마들로부터 병자를 구해 달라는 성 이그나티우스의 기원이 성취되어,
악마는 물러가고 병자들은 치유되고 있습니다.
성 이그나티우스를 감돌고 있는 종교적인 감동과 그 앞의 아래쪽에 있는 민중의 현실적인 흥분은
일종의 신비감과 세속감을 대조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나 분위기는 이상할 정도로 조화감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