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심윤경에세이
10월, 우리나라 60대 인구수가 40대 인구수를 앞지른 인구통계가 나왔다.
할머니, 할아버지 노인 인구가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가구형태는 조부모와 함께 사는 대가족보다 독립되어 사는 핵가족, 일인가구들이 더 많다.
노인들끼리 어린세대들끼리 따로 살라가는 삶의 형태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문화가 서로에게 기쁨도 슬픔도, 배움도, 도움이 있는 삶인데 라는 생각을 하는 시기에 읽게 된 책이 있다.
심윤경 저자의 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작가가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살아 갈 때의 기억과 함께 사춘기 딸과의 어려운 상황에서 본인의 태도, 생각 속에 회상하는 할머니의 미니멀리즘 언어가 나오는 에세이이다.
육아서가 되기도 하고 자녀와의 대화, 기다림, 믿음, 격려의 말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하는 에세이 이다.
핑크색 예쁜 책표지 속에는 할머니와 어릴 적 함께 찍은 소박한사진이 있다.
할머니의 미니멀리즘 언어, 손녀를 위한 말과 행동을 통해 작가의 성장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할머니의 다섯 가지 사랑의 말은 그려(그래), 안 뒤야(안돼), 뒤얐어(됐어), 몰러(몰라), 워쪄(어떡해)가 있다.
‘된다’, ‘안된다’의 구별은 확실하게, 그리고 이후의 감정 변화에 따라 번복되는 일이 없게
그리고 관용의 단어 ‘됐어’, 더 이상 군더더기 없는 위로 그리고 괜히 나서지 않고 ‘몰라’,라고 하는 대답 ‘어떡해’ 라고 하는 진심어린 공감, 다섯 단어만으로도 사람간의 관계는 얼마나 좋아질까. 할머니의 미니멀리즘 언어는 성인이 된 내 자녀와도, 타인과의 대화에서도 필요한 언어들임을 실감하게 한다.
“좋은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차원 높고 아름다운 것은 바로 ‘편안함’이라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여러 가지 두려움을 펼치게 해주는 것, 부담 없는 편안함. 부모가 아이에게 무언가 좋은 것, 훌륭하고 귀한 것을 해주는 것이 물질적 응원이라면 부담 없는 편안함은 아이가 받은 것들을 가지고 마음껏 제 기량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내면적 지원이다.”(202쪽)
이 무한한 편안함과 사랑은 할머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인데 우리 사회의 가족형태가 이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 부모가 할머니의 역할로 자녀를 기다려주고 완벽하지 않은 빈틈으로 부족함으로 대하고 잊어주기도 해야 하지 않은가라는 것을 배운다.
“저런” 단순하고 흔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공감의 언어
상대의 고민에 별다른 위로나 해결방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저런”이라는 댓구를 한다는 것.
“ 지지와 격려는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진정으로 힘이 된다.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받을 때 진짜 산소가 되어 그의 폐로 스며들고 근육에 힘이 된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에세이는 편안히 읽으면서 보석을 발견하듯 좋은 문장을 만나고, 배우고, 실천해보게 한다.
시미선(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