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3篇 天道篇 第4章(장자 외편 12편 천도편 제4장)
"천불산이만물화" 지불장이만물육"
天不産而萬物化 地不長而萬物育
대저 제왕의 덕德은 천지天地를 근본으로 삼고 도덕道德을 중심으로 삼고 무위無爲를 영원한 법칙으로 삼는다. 무위無爲하게 되면 천하 만민을 마음대로 부려서 넉넉하게 되고 유위有爲하게 되면 천하 만민을 위해 부림을 당하게 되어 부족하게 된다. 그 때문에 옛사람은 무위無爲를 중시했던 것이다.
윗사람이 무위한다고 해서 아랫사람 또한 무위하게 되면 이는 아랫사람이 윗사람과 덕德을 함께하는 것이니 아랫사람이 윗사람과 덕을 함께하면 신하 노릇을 할 수 없다. 아랫사람이 유위한다고 해서 윗사람 또한 유위하게 되면 이는 윗사람이 아랫사람과 도道를 함께하는 것이니 윗사람이 아랫사람과 도를 함께하면 군주 노릇을 할 수 없다. 윗사람은 반드시 무위해서 천하의 사람들을 부리고 아랫사람은 유위해서 천하를 위해 일하는 것, 이것이 바꿀 수 없는 道이다.
그 때문에 옛날 왕으로 천하를 다스린 사람은 비록 천지天地를 다 망라할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비록 만물을 두루 다 논할 정도의 말재주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말하지 않았으며, 비록 사해 안의 모든 일을 맡아 처리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일하지 않았다.
하늘이 스스로 낳지 않아도 만물이 저절로 화생化生하며 땅이 스스로 키워 주지 않아도 만물은 저절로 화육하며 제왕이 하는 일이 없어도 천하의 공업功業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말하길 “하늘보다 신묘한 것이 없고 땅보다 풍부한 것이 없고 제왕보다 위대한 것이 없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르길 “제왕의 덕德은 천지天地에 짝한다.”고 한 것이니 이것이 천지를 타고 만물을 몰아서 사람의 무리를 부리는 道이다.
夫帝王之德 以天地爲宗 以道德爲主 以無爲爲常
無爲也則用天下而有餘 有爲也則爲天下用而不足
故古之人貴夫無爲也
(부제왕지덕은 이천지로 위종하고 이도덕으로 위주하고 이무위로 위상하나니
무위야즉용천하이유여하고 유위야즉 위천하용이부족하나니
고로 고지인은 귀부무위야하더니라)
대저 제왕의 덕德은 천지天地를 근본으로 삼고 도덕道德을 중심으로 삼고 무위無爲를 영원한 법칙으로 삼는다.
무위無爲하게 되면 천하 만민을 마음대로 부려서 넉넉하게 되고 유위有爲하게 되면 천하 만민을 위해 부림을 당하게 되어 부족하게 된다.
그 때문에 옛사람은 무위無爲를 중시했던 것이다.
☞ 부제왕지덕夫帝王之德 이천지위종以天地爲宗 이도덕위주以道德爲主 이무위위상以無爲爲常 : 제왕의 덕은 천天과 지地의 자연의 영위營爲를 근본으로 삼고, 거기에 존재하고 작용하는 도道와 덕德을 중심으로 삼고 무위無爲를 불변의 법칙으로 삼는다는 뜻.
上無爲也 下亦無爲也 是下與上同德 下與上同德則不臣
下有爲也 上亦有爲也 是上與下同道 上與下同道則不主
上必無爲 而用天下 下必有爲 爲天下用 此不易之道也
(상이 무위야어든 하역 무위야하면 시는 하여상으로 동덕이니 하여상으로 동덕즉불신이니라
하 유위야어든 상이 역유위야하면 시는 상이여하로 동도이니 상이 여하로 동도즉부주니라
상필무위하야 이용천하하고 하필유위하야 위천하용이 차 불역지도야니라)
윗사람이 무위한다고 해서 아랫사람 또한 무위하게 되면 이는 아랫사람이 윗사람과 덕德을 함께하는 것이니 아랫사람이 윗사람과 덕을 함께하면 신하 노릇을 할 수 없다.
아랫사람이 유위한다고 해서 윗사람 또한 유위하게 되면 이는 윗사람이 아랫사람과 도道를 함께하는 것이니 윗사람이 아랫사람과 도를 함께하면 군주 노릇을 할 수 없다.
윗사람은 반드시 무위해서 천하의 사람들을 부리고 아랫사람은 유위해서 천하를 위해 일하는 것, 이것이 바꿀 수 없는 道이다.
☞ 시하여상동덕是下與上同德 : 덕德은 작용이란 뜻이니, 아랫사람과 윗사람이 같은 작용을 한다는 뜻이다.
☞ 시상여하동도是上與下同道 : 도道를 함께한다는 것은 같은 길을 걷는다는 뜻이다.
☞ 상필무위이용천하上必無爲而用天下 하필유위下必有爲 위천하용爲天下用 차불역지도야此不易之道也 : 제2장에서 “무위하게 되면 일을 담당한 자들이 책임을 완수할 것이다.”라고 한 것, 〈在宥〉편 제7장에서 “아무런 작용 없이 존귀한 것은 천도이고 인위적으로 움직여서 번거롭게 얽매이는 것이 인도이다. 군주는 천도를 실천해야 하는 자이고 신하는 인도를 실천해야 할 자이다.”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의 주장. 이 밖에 여씨춘추呂氏春秋, 한비자韓非子, 관자管子 등에 유사類似한 사상思想이 보이며 법가의 중심 주장과 같다. 또한 “여기의 ‘무위無爲’는 제왕의 무위에 의해 신하‧만민이 ‘무불위無不爲(유위有爲)’한다고 하는 법가류法家流의 형명참동刑名參同의 정술政術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여기에는 이미 철학哲學은 없다. 그리고 도가道家의 장래도 없다.”(池田知久)까지 말하고 있다.
故古之王天下者 知雖落天地 不自慮也 辯雖彫萬物 不自說也
能雖窮海內 不自爲也
(고로 고지왕천하자는 지 수락천지하야도 부자려야하며 변이 수조만물하야도 불자설야하며
능이 수궁해내하야도 불자위야하니라)
그 때문에 옛날 왕으로 천하를 다스린 사람은 비록 천지天地를 다 망라할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비록 만물을 두루 다 논할 정도의 말재주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말하지 않았으며,
비록 사해 안의 모든 일을 맡아 처리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일하지 않았다.
☞ 지수락천지부자려야知雖落天地不自慮也 : 비록 천지 사이의 만물을 망라할 정도로 지식이 넓어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 락落은 絡의 뜻으로 ‘망라하다, 포괄하다’의 뜻.
☞ 변수조만물辯雖彫萬物은 곧 변수주만물辯雖周萬物, ‘비록 만물을 두루 다 논할 정도의 말재주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의 뜻.
天不産而萬物化 地不長而萬物育 帝王無爲而天下功
故曰 莫神於天 莫富於地 莫大於帝王
故曰 帝王之德 配天地 此 乘天地 馳萬物而用人羣之道也
(천이 불산이만물이 화하며 지 불장이만물이 육하며 제왕이 무위라 이천하공이니
고로 왈 막신어천하며 막부어지하며 막대어제왕이라하며
고로 왈 제왕지덕이 배천지라하나니 차 승천지하며 치만물이용인군지도야니라)
하늘이 스스로 낳지 않아도 만물이 저절로 화생化生하며 땅이 스스로 키워 주지 않아도 만물은 저절로 화육하며 제왕이 하는 일이 없어도 천하의 공업功業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말하길 “하늘보다 신묘한 것이 없고 땅보다 풍부한 것이 없고 제왕보다 위대한 것이 없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르길 “제왕의 덕德은 천지天地에 짝한다.”고 한 것이니 이것이 천지를 타고 만물을 몰아서 사람의 무리를 부리는 도道이다.
☞ 천불산이만물화天不産而萬物化 지불장이만물육地不長而萬物育 : 노자老子 제7장의 “천지가 장구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 낳지 않기 때문이니 그 때문에 장생할 수 있다.”라고 한 내용과 유사한 맥락이다.
☞ 이천하공而天下功 : 功은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 막신어천莫神於天 막부어지莫富於地 막대어제왕莫大於帝王 : 노자老子 제25장의 “도道가 크고 하늘이 크고 땅이 크고 왕 또한 크다. 이 세상에 큰 것이 네 가지 있는데 그중에 왕이 하나를 차지한다.”라고 한 말과 유사한 맥락이다.
☞ 차승천지此乘天地 치만물馳萬物 이용인군지도야而用人羣之道也 : 소요유逍遙遊편 제1장의 “천지의 바른 기를 탄다.”라고 한 사상을 답습. 용用은 사역使役한다는 뜻. 순자荀子 영욕榮辱편에 “무리 지어 살면서 하나로 조화시키는 도리.”라고 한 것과 유사한 맥락의 주장. 노자老子 제68장의 “이것을 일러 다른 사람의 힘을 부린다고 하는 것이고 이것을 일러 하늘에 짝한다고 일컫는다.”라고 말한 내용과도 유사한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