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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로맨스] 07 - 마운드에 오르기도 전에 강판당한 투수
1. 프롤로그
-고기자의 차안.
진동수가 나온다. 고기자가 진동수를 응시하면서 헤드폰을 벗는다.
진동수가 잠깐 멈춰선다. 분노가 드러나지만, 아주 잠깐이다.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긍정하기 위해 웃는다.
고기자는 진동수가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조용히 지켜본다.
고기자는 한동안 진동수란 남자를 연민한다. 차를 출발시키려는데, 갑자기 끼어드는 차.
고기자 : (놀라서 화가 난다) 어떤 새끼가...
경찰차다. 경찰 두명이 길을 건너 ‘마릴린의 밤’으로 들어간다.
뭐지? 고기자가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차에서 내린다. 고기자가 차들을 피해 길을 건넌다.
경찰 두명이 누군가를 끌고 나온다. 박무열이다. 유은재가 쫓아나온다.
고기자가 차뒤에 몸을 숨긴다.
박무열은 흥분상태라 경찰에게 잡힌 팔을 뿌리치려 한다. 고기자가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댄다.
경찰이 거친 박무열의 머리를 눌러 차 안에 밀어넣는다. 경찰차가 사라진다.
고기자가 몸을 일으킨다. 특종에 대한 흥분이 몰아친다.
뒤이어 꽃미남 알바생과 그를 부축한 마담이 나온다.
마담 : 잠깐만! (알바생을 세워놓고 택시를 잡으려한다)
알바생 : (허리를 펴기가 괴롭다)...
고기자 : 무슨 일이예요?
마담 : (고기자를 본다) ...?
고기자 : 대리운전!
마담 : 아...
고기자 : (알바생 부축하며) 다쳤어요? 내차 저기 있는데...
2. 타이틀
제 7회 ‘마운드에 오르기도 전에 강판당한 투수’
자막 ‘강판이란 무 생강 따위를 갈아...‘까지 썼다가 서둘러 지워진다.
강판이란 투수를 경기도중에 마운드에서 내려오게 하는일’
일반적으로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을 뜻한다’
3. 경찰서 (밤)
의자에 앉아있는 유은재. 거칠게 살아왔지만 경찰서는 처음인게다. 낯설고 불안해서 소리가 날때마다 움찔거린다.
옆자리에는 술취한 40대 아저씨가 고개를 푹 숙인채 앞뒤로 몸을 흔들면서
잠꼬대같기도 하고 술주정같기도 한 소리를 쉴새없이 중얼댄다.
‘이건 내가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꿈이다. 꿈. 꿈에서 깨면 난 아직 열일곱이다. 깨자. 민구야. 깨어나자’
유은재는 그 아저씨가 무섭다. 슬쩍 딴 자리로 이동한다.
저쪽 끝에서 박무열이 조서를 작성중이다.
그러고보면 경찰들 시선이 죄다 그쪽으로 향해있다. ‘박무열 맞지?’ ‘왜 왔대?’
젊은 경찰 : (자판을 두드리며) 이름?
박무열 : (알면서 뭘 물어보냐?)...
젊은 경찰 : (알아서 써넣는다) 박무열. 직업?
박무열 : ...
젊은경찰 : (써넣는다) 야구선수... 20시 14분. 술집 종업원 폭행의 건. 폭행 동기?
박무열 : ...
젊은경찰 : (조심스럽게) 그건 말씀해주셔야 하는데... 왜 때렸냐구요?
박무열 : 그 새끼가 먼저 욕을 했어요.
젊은경찰 : (‘그새끼가 먼저...’ 자판 두드린다)
(알바생) : 이유요?
4. 고기자의 차안 (밤)
고기자가 운전중이고 알바생은 조수석에 앉아있다.
알바생 : (숨쉴때마다 통증이 온다) 모르겠어요. 갑자기...
고기자 : (운전하면서) 아무 이유없이?
알바생 : 예...테이블 정리하러 갔는데...갑자기...
고기자 : (이것봐라) 박무열이 이거....
알바생 : (고기자를 본다)...
5. 경찰서앞 (밤)
박무열과 유은재가 나온다.
유은재 : 어떻게 된 인간이 날이면 날마다 사건 사고야.
박무열 : 시끄러!!
유은재 : 김실장한테 전화 안해여?
박무열 : 뭐하러 해. 욕만 먹지.
유은재 : 그래도...
박무열 : 그 자식하고 합의보면 끝나는 일이야. (택시를 잡는다)...
6. 마릴린의 밤 룸 (밤)
마담이 사건현장을 치우고 있다. 깨진 유리를 쓸어담고, 의자를 일으킨다.
마담 : 이게 다 뭔일이래? 장사도 못하고, 확 고소할까 부다.
(박무열) : 물어줄게여.
마담 : (놀라서 소리도 못지른다)...
박무열과 유은재가 들어온다. 손님은 없다.
박무열 : (둘러본다) 어디 갔어요?
마담 : 누구? 윤이? 병원...
박무열 : 어디 병원?
마담 : (경계한다) 왜? 또 때릴려구?
박무열 : 합의 봐야죠. 병원비랑.
마담 : (진짠가 쳐다본다) ...?
박무열 : 뭐 좀 물어볼 것도 있구...
마담 : (핸드폰을 꺼낸다)...
7. 병실 (밤)
알바생. 서윤이가 엑스레이를 찍는다.
8. 병원복도 (밤)
고기자가 카메라에 찍힌 박무열 사진을 본다. 경찰에 잡혀가는 장면이 제대로 찍혔다.
핸드폰이 울린다. 지나가던 간호사가 눈총을 준다.
고기자가 서윤이의 외투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발신자는 ‘마담’이다. 생각하다가 전화기를 끈다.
9. 마릴린의 밤 룸 (밤)
‘전화를 받을수 없으니...’ 기계음이 나온다.
마담 : 안받는데...
박무열 : (잠깐 생각한다) 연락되면 나한테 좀 알려줘여. 내 번호 알죠? (나간다)
마담 : (쫓아가며) 응...근데 왜 그랬어?
10. 병실 (밤)
서윤이가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다. 고기자가 들어온다.
고기자 : 뭐래?
서윤이 : 늑골에 금이 갔대요.
고기자 : 그래? 그럼 전치 5.6주 나오겠네.
서윤이 : 예. 5주. (고기자에게서 외투를 받아 핸드폰을 꺼낸다. 부재중전화가 있다. 전화하려는데)...
고기자 : (서윤이에게 핸드폰을 쓱 뺏는다) 그전에 할 얘기가 있는데...
서윤이 : ...?
고기자 : (명함을 꺼낸다) 사실은 내가 대리운전이 아니거든.
서윤이 : (명함을 본다. 당황했다) 기자?
고기자 : 이제 합의를 볼거 아니야? 얼마받고 싶어?
서윤이 : (기자라니? 당황했다) 전 그냥...병원비하고..
고기자 : 진심어린 사과? 이런 건 카메라 앞에서 하고...응?
서윤이 : 글쎄요. 전 이런거 잘 몰라서...
고기자 : (의자를 끌어다 앉는다) 난 이런거 완전 잘 알거든.
11. 박무열의 집 거실 (밤)
유은재가 실내 안전을 확인한다. 박무열은 소파에 앉아 생각중이다.
유은재 : (흘깃보며) 반성중이예여?
박무열 : 뭐?
유은재 : 깡패도 아니면서 왜 주먹을 써여?
박무열 : (얘기하기 싫다) 너 안가냐. 그만 가라.
유은재 : 주먹은 그만 쓰고, 머리좀 쓰고 삽시다. 뇌 주름에 곰팡이 슬겠어여.
박무열 : 내가 그냥 죽고 말지. 꼴통한테 저런 소릴 다듣고.
유은재 : (헤헤 거리며 나간다) 나 가여.
박무열 : 빨랑 가.
문이 닫히는걸 확인하고 박무열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다.
(인서트-마릴린의 밤 룸)
잔을 정리하러 온 서윤이가 뭐라고 이야기한다.
쾅!! 박무열이 냉장고 문을 부서져라 닫는다.
12. 복도 (밤)
고기자가 부지런히 걸어가며 통화중이다.
고기자 : (전화기에 대고) 편집장님. 윤전기 아직 안돌았죠? 30분만 시간 줘요.
(듣다가) 윤전기 세우는거 보면 몰라여? 특종이죠. 현장 특종!! 사진까지 빠방하게...
(신났다) 내가 박무열이 언젠가 잡는다 그랬잖아요.
건물을 빠져나간다.
13. 유은재의 집 전경 (아침)
위에서 내려다본 유은재의 집이다. 은재아빠가 신문을 들고 들어간다.
(은재아빠) : (신났다) 은재야. 창호야!! 풍악을 울려라!!
14. 박무열의 집 거실 (아침)
신문이 놓여있다. 1면 기사. ‘난폭한 박무열. 술집 종업원 폭행’ 연행되는 박무열 사진까지 제대로 찍혀 있다.
언젠가처럼 아침일찍 기사를 본 김태한이 쳐들어왔고, 박무열은 자다 깨서 불려왔다.
김태한 : (기사를 가리키며) 이게 뭡니까?
박무열 : (기자 이름을 확인한다) 고도사...이자식 어떻게 알고..?
김태한 : (수첩을 꺼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말씀해 보세요.
15. 오피스텔 복도 (아침)
기자들이 모여있다. 유은재가 등장하자,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유은재 : 잠깐만요. 좀 지나갑시다.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질문이 쏟아진다.
‘어떻게 된겁니까?’ ‘저기요’ ‘박무열 안에 있습니까?’ ‘폭행한건 맞습니까?’ ‘피해자와 어떤 관곕니까?’
어떤 카메란가 유은재 머리를 때린다.
유은재 : (발끈해서) 에이 씨...
기자들 움찔해서 물러난다. 그사이 문이 열리고 유은재가 잽싸게 들어간다.
16. 박무열의 집 거실 (아침)
김태한이 서둘러 문을 닫는다.
유은재 : (맞은 데를 문지르며) 어떻게 된거예여?
박무열 : 내가 아냐?
김태한 :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폭행의 이윱니다. 상대방은...
17. 병실 / 박무열의 집 거실 (아침)
2인용 병실이지만 서윤이 혼자 쓰고 있다.
고기자 : 다시한번 확인할게. 이유없이 때렸다? 맞지?
서윤이 : 예.
(박무열 거실)
박무열 : 내가 미쳤냐? 이유없이 사람을 때리게.
(병실)
서윤이 : 술에 취햇으니까요.
(박무열거실)
박무열 : 몇잔 안마셨어. 한두잔?
(병실)
고기자 : 박무열쪽에서는 네가 욕을 해서 때렸다고 하던데...
서윤이 : (말도 안돼) 제가요?
(박무열거실)
박무열 : 분명히 욕했어.
(병실)
서윤이 : (진짜 궁금하다) 무슨 욕을 했대요?
(박무열거실)
박무열 : 그냥 욕했어. 나에 대해서...
(병실)
서윤이 :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욕을 왜 해요?
(박무열거실)
박무열 : (생각해본다) 그 자식 어쩌면 전부터 날 알고 있었던 건지도...
18. 그린 드리머즈 휴게실 (낮)
김태한이 상황 설명중이다.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메모한다.
김태한 : 술에 취한 일방적인 폭행이었다는 주장은 말이 안됩니다.
그날 경찰이 측정한 박무열 선수의 혈중 알콜 농도는 0.05였습니다. 소주 두세잔에 해당합니다.
기자1 : 피해자는 어딨습니까?
기자2 : 합의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김태한 : 저희도 피해자와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19. 병실 (낮)
고기자 :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확인한다) 혈중 알콜 농도가 너무 낮은데...
서윤이 : ...?
고기자 : (스마트폰을 끄며) 만취해서 때렸다고 하기엔 너무 안마셨어.
서윤이 : (안믿어준다면 할수 없다. 담담하게 웃으며) 그래요.
카메라 플래쉬.
고기자 : 지금 표정 좋은데...
서윤이 : 예?
고기자 : (창을 가리키며) 저기 좀 볼래?
서윤이 : (본다)...?
고기자 : (다시 사진찍고 모니터로 확인한다. 감탄한다) 너 사진 잘받는다.
서윤이 : (그게 뭐 어떻다는걸까?)...
고기자 : 합의는 누가 볼거야?
서윤이 : ...
고기자 : 부모님?
서윤이 : 안계세요.
20. 박무열의 집 거실 (낮)
박무열이 인터폰 모니터를 확인한다. 복도에 아직도 기자들이 우글거린다.
박무열 : 이사람들은 할일이 그렇게 없나. 언제까지 뻐친대냐?
유은재 : (낸들알아)...
21. 복도 (낮)
중국집 배달원이 들어온다. 헬맷을 쓰고 철가방을 들었다.
기자들 길을 터준다. 배달원이 안으로 들어간다.
기자1 : (문이 열린 틈에 소리친다) 박무열! 사진한방만 찍자구.. 그럼 갈게.
기자2 : 지면은 채워얄거 아니야. 좀 봐줘라.
문이 닫힌다.
기자1 : (한탄) 피해자는 숨었지. 가해자는 안나오지. 미치겠구만.
기자2 : 고기자가 숨겨놓은 거야. 나쁜자식.
기자1 : 뭘 나빠? 형님 같으면 취재원 오픈하겠어? 다 똑같지?
기자2 : 그래도 어. 같은 기자들끼리 동지의식이라는게 있어야지. 특종한번했으면 후속기사는 나눠 써야지. 지 혼자 사냐?
다시 문이 열리고 빈 철가방을 든 배달원이 나온다.
기자2 : (배달원 뒷모습 보면서) 우리도 뭐 시켜먹을까? 배고파 죽겠네.
22. 주차장 (낮)
중국집 배달원이 나온다. 주변을 확인하고, 헬맷을 벗는다. 박무열이다.
철가방에 넣어온 옷을 꺼내입으며 차 있는 곳으로 간다.
23. 복도 (낮)
다시 문이 열린다. 기자들이 벌떡 일어난다.
야구 점퍼를 입은 여드름 투성이의 청년이 나온다. ‘누구?’ 청년이 씨익 웃는다.
속았다!! 기자들이 우르르 빠져나간다.
야구점퍼를 갖게 된 청년도 어쨋거나 그 뒤를 따라간다.
잠시후, 유은재가 나온다.
24. 오피스텔 근처 도로 (낮)
유은재가 나온다. 두리번거린다. 갓길 주차된 차에서 빵 소리가 난다.
25. 박무열의 차안 (낮)
유은재가 탄다.
박무열 : (출발하면서) 빨리 오지 못하고...떼놓고 갈까부다.
유은재 : 김실장이 집에 있으랬잖아여.
박무열 : ...
유은재 : 어디 가는데여?
26. 진동수의 집 거실 (낮)
박무열과 유은재가 들어온다.
진동수 : (문 열어주고 들어오며) 그렇잖아도 네 기사 보고 있었다. 때려도 그런 애를 때렸냐?
박무열 : 뭐?
진동수 : 완전 난리다. 꽃미남이라고.
박무열 : 형수는?
진동수 : 우영이 데릴러 갔어. 너 근데 막 돌아다녀도 돼?
박무열 : 형. 그 자식 말이야. 누군지 모르겟어?
진동수 : 어?
박무열 : 나한테 맞은 애, 혹시 아는 애냐구?
진동수 : (생각해본다) 아니. 왜? 아는 애야?
유은재 :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 : 나도 기억엔 없는데, 걘 날 아는 거 같해?
진동수 : 진짜?
박무열 : 어. 그러지 않고서는... (진동수를 본다. 말할까 말까 고민한다)...
문이 열리고, 진우영과 오수영이 들어온다.
진우영 : (박무열과 유은재를 보고 반갑다) 삼촌. 아줌마!!
유은재 : (그 와중에도) 아줌마 아니거든.
오수영 : (인사하며) 무열씨. 밑에 기자들 와 있는거 같던데.
27. 경비실앞 (낮)
기자가 경비에게 집을 묻고 있다.
경비 : 진동수?
기자 : 예. 야구선수요.
경비 : 아...그 집....
계단옆. 박무열과 유은재가 숨어있다. 기자가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밖으로 나간다.
28. 반지하방 입구 (낮)
문이 열리고 가난한 할머니가 나온다.
고기자 :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할머니 : 누구?
고기자 : 할머니 손자가 서윤이 맞죠?
할머니 : (어리둥절하다) 예? 예...
고기자 : (어영부영 밀고 들어간다) 좀 들어갈게요. 할머니.
29. 반지하 거실 (낮)
고기자가 들어온다. 벽에 걸린 십자가가 보인다.
할머니 : 누구신데 이렇게...?
고기자 : 걱정마세요. 저는 윤이랑 잘 아는 사람이예요. (할머니를 십자가 앞에 세우며) 할머니. 여기 잠깐만...
고기자가 십자가를 배경으로 할머니사진을 찍는다. 할머니는 당최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다.
고기자 : 윤이 방이 어디예요?
30. 반지하방 (낮)
창문밖으로 지나다지는 사람들 발이 보인다.
법학에 관련된 전공책들, 서울대라는 마크가 보인다. ‘이것봐라’ 고기자가 사진을 찍는다.
할머니 : (문앞에 서서 우물쭈물) 저기 우리 애는 자기 방에 누구 들어오는거 싫어하는데...
고기자 : 윤이도 다 알고 있으니까 걱정마세요.
할머니 : (평생을 가난과 주눅속에 산 모습이다) 그래도...
고기자 : 손자가 좋은 학교 다니네요.
할머니 : 예...
고기자 : 아드님은 돌아가셨다던데...
할머니 : 우리 아들요? 아들은 죽었어요. 10년도 전에...
고기자 : (아에 메모준비해서 눌러 앉는다) 아이구 어쩌다가...윤이 엄마는요?
31. 홍보팀 사무실 (낮)
홍보팀 직원들이 박무열 사건을 막느라 바쁘다. (홍보팀 남자직원 이름은 안장훈. 여직워닝름은 홍연희로 합시다)
보도자료를 내고, 기사의 댓글을 확인한다.
김태한 : (들어오면서) 상황은요?
안장훈 : 반반입니다. 혈중 알콜농도가 낮다는게 일단은 먹히고 있습니다.
김태한 : 후속 기사는요?
홍연희 : (모니터 들여다보다가) 실장님!!
김태한 : (직원에게 다가간다)...
모니터에 뜬 기사. ‘피해자. 가난한 명문대생. 등록금 마련위해 휴학중’
사진은 창밖을 보는 서윤이의 모습이다. 환자복 때문에 목이 길어 보여 박해받는 귀공자느낌이 난다.
갈수록 태산이다. 마우스를 긁어내린다.
안장훈 : (뒤에서 작은소리로) 누가 쓴 거야?
홍연희 : 고재효.
안장훈 : 또?
32. 공원 주차장 (저녁)
해가 진다. 공원 화장실에서 나온 유은재가 종종걸음으로 차에 탄다.
33. 박무열의 차안 (저녁)
박무열은 운전석에 앉아있다. 뭔가 생각중이다.
유은재 : (차에 타며) 으으 추워...어쩔거예여? 계속 이러고 있을 거예여? 어디 좀 들어가져.
박무열 : 어딜? 가는데마다 나만 쳐다보는데...
잠깐 말이 없다.
유은재 : 뭔 생각해여?
박무열 :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유은재 : 냄새가 나니까 파리가 꼬이는 거지.
박무열 : 비유를 해도...
유은재 : 이게 뭔 고생이야. 욕한두번 먹어여? 그렇게 욕먹었으면 맵집이 생길때도 됐잖아.
박무열 : (알지도 못하면서) 내 욕같으면 그냥 참았어.
유은재 : 그럼 누구 욕했는데?
박무열 : ...
유은재 : (궁시렁) 누굴 욕하든 뭘 욕하든 참으면 되지. 그걸 못참아서..
박무열 : 송동율 바보.
유은재 : (발끈) 뭐여?
박무열 : (픽 웃는다) 지는 ....
유은재 : (궁시렁대다가) 그러다 야구 못하게 되면 어쩔라구 그런대? 댁한테 야구 빼면 뭐가 있어여? 깡패밖에 더 돼.
박무열 : (픽 웃는다)...
유은재 : 웃음이 나와여?
박무열 : 베이브 루스가 말이다. 이런 말을 했어. 야구가 없었다면 난 감옥이나 무덤에 있을 것이다.
유은재 : ...
박무열 : 그러니까 난 베이브랑 동급이란 얘기지.
유은재 : 꼬마돼지 베이브?
박무열 : 야!
유은재 : (춥다) 진짜 여기 이러고 있을 거예여?
34. 유은재의 집 정원 (밤)
우리는 아직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
은재를 따라 들어온 박무열이 한숨을 푹 쉰다.
마당에 묶어놓은 강아지가 꼬리가 부러져라 흔든다.
그렇다. 박무열은 다시 유은재의 집에 온 것이다.
유은재 : (2층으로 올라가려다가) 뭐해여?
박무열 : (깊디깊은 한숨을 쉬며) 내가 꼭 여기까지 왔어야만 했나 생각중이다.
유은재 : (혼자 2층으로 올라간다) 갈 데 있으면 딴데 가든가...
박무열 : (할 수 없다. 2층으로 올라간다) 어떻게 된게 이 나라는 온 국민이 파파라치야.
강아지는 그저 좋단다. 월 짖는다.
35. 2층 현관앞 (밤)
유은재가 주변을 둘러보며 노크한다.
유은재 : 동아야!
(김동아) : 암호?
유은재 : 빨랑 열어.
(김동아) : 1회 오류.
유은재 : (윽박지른다) 김동아!!
(김동아) : 2회 오류. 세번이상 틀리면 5분 쉽니다. 암호?
유은재 : (할 수 없다) 문란.
문이 열린다.
두 여자가 하는 짓을 보던 박무열. 다시한번 이집에서 지내야 할 일이 암담하다.
36. 홍보실(밤)
홍보실 팀원은 여전히 바쁘다.
‘지금 확인중입니다’ ‘아직 사건의 뚜렷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아서요’ ‘조치를 안하게다는게 아니라요’
노크소리. 진동수가 들어온다. 김태한이 쳐다본다.
진동수 : 잠깐 좀...
김태한 : (일어난다)...
37. 휴게실 (밤)
진동수와 김태한이 들어온다.
진동수 : 어떻게 될거 같해?
김태한 : 징계위원회는 피할수 없을거 같습니다.
진동수 : 수위는?
김태한 : 지금 정도면 벌금형에 사회봉사정도.
진동수 : 어째 올해는 무사히 넘어가나 싶었는데...
김태한 : (피곤하다)...
진동수 : 서윤이라는 애 말이야.
김태한 : 예?
진동수 : 인적사항 나왔어?
김태한 : 아뇨. 서윤이에 대한 모든 정보는 고기자가 틀어쥐고 있습니다. 어떻게 반격할 방법이 없습니다.
진동수 : ....
김태한 : 고기자하고 박무열선수하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진동수 : (너도 알잖아) 재작년에 박무열이랑 치고 받고 했잖아.
김태한 : 아뇨. 그전부터 이상했습니다.
진동수 : (생각해본다)...
38. 김동아네 집 거실 (밤)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촌스러운 티셔츠, 게다가 핸드메이드로 붙은 블루 시걸즈 마크.
티셔츠를 보는 박무열. 어이없다.
박무열 : 나보고 이걸 입으라고?
유은재 : (줘도 난리야) 갈아입을 옷 필요하다면서여.
박무열 : 니동생 몇 살이냐? 취향하고는...
유은재 : 누가 본다고 참...
박무열 : 내가 봐! 차라리 벗고 있는게 낫지.
김동아 :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네...
박무열, 할수없이 옷갈아입으러 들어간다.
유은재 : (김동아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다.
김동아 : 뭘?
노크소리. 김태한이 들어온다. 동시에 서재에서 박무열이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유은재는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외면한다.
김태한이 물끄러미 본다.
박무열 : 그만 봐.
김태한 : (시선 돌리며) 조금 있으면 서윤이씨 소재가 밝혀질 것 같습니다.
박무열 : 소재가 뭐야?
김태한 : 있는 곳이요.
박무열 : (툴툴) 그럼 있는 곳이라고 하면 되지...어떻게?
김태한 : 어제 밤 사건시간 즈음에 입원한 환자를 중심으로 병원을 뒤지고 있습니다.
박무열 : ...
김태한 : 서윤이씨 소재....있는곳이 밝혀지는 대로 합의부터 해야 합니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에요.
박무열 : 합의 보지 뭐. 합의는 보는데... (생각하다가) 아. 배고파. 뭣 좀 먹을까?
김동아 : (물개 박수치며 좋아한다) ...
39. 유은재네 집 마당 (밤)
초인종소리가 들린다. 유은재가 2층에서 내려온다. 문을 연다.
중국집 배달원이다. 양손에 철가방을 들었다. 문이 안 닫힌 철가방 사이로 요리가 보인다.
유은재가 대문을 닫으려는데, 유창호와 아빠가 들어온다.
유은재 : (놀라서 큰소리로) 아빠!!!!
은재아빠 : 그래 내가 니 애비다.
유은재 :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은재아빠 : 몸이 안 좋아서.... 왜 불만이냐?
배달원 : (양손에 철가방 든채로) 어디로 갈까요?
유은재 : 예? 2층이긴 한데...
유창호 : (2층으로 가는 배달원 보며) 저녁 안먹었어?
유은재 : 어? 어...동아가 중국음식이 먹고 싶대서...
은재아빠 : (자연스럽게 2층으로 간다) 그럴 때가 있지. 탕수육도 시켰냐?
유창호 : (따라간다) 탕수육은 철옹성이 잘하는데...
유은재, 2층의 동아를 향해 무언의 제스쳐를 필사적으로 쏟아낸다.
40. 2층 현관 - 2층 거실 (밤)
김동아가 유은재를 멍하니 보다가, 깨닫는다. 아!
김동아 : (박무열과 김태한에게 손짓한다) 빨리 빨리...
김태한 : 예?
유은재 : (입모양으로) 적이 쳐들어 왔어요.
박무열. 김태한 서재로 향한다.
김동아가 남자 구두를 발견하고 그들에게 집어던진다. 첫번째 신발이 김태한의 등짝을 가격한다.
돌아보는 김태한을 향해 연이어 날라오는 신발 세개. 김태한 자기도 모르게 피한다. 피구하듯. 고개숙이고. 깡총 뛰고....
어쨌거나 아슬아슬한 시간차를 두고 배달원 뒤를 따라 은재아빠와 유창호가 들어온다.
배달원이 음식을 꺼낸다. 탕수육. 짜장. 복음밥. 라조기.
은재아빠 : 누구 왔냐?
김동아 : (움찔) 예?
유은재 : (급하게) 얘가 손님이 어딨어요? 은둔하는 백수가.
배달원 : 6만 3천원입니다.
김동아 : (유은재 본다. 입 모양으로) 나 돈 없어.
유은재 : 아. 니 지갑. 방에 있더라. 갖고 올게.
41. 서재 (밤)
유은재가 들어온다.
박무열 : (소리도 못지르고) 어떻게 된거야?
유은재 : (작은 소리로) 지갑. 빨리...
박무열 : (지갑 움켜쥔다) 왜?
김태한 : (보일지 모르지만 지갑이 든 자켓 앞자락을 방어하며 살짝 물러선다)...
유은재 : (줄다리기하듯 지갑을 뺏는다) 돈이예여. 목숨이예여? (지갑을 강탈해 잡히는 대로 돈을 가져간다) ...
42. 김동아의 집 거실 (밤)
은재아빠. 창호. 김동아. 유은재가 중국요리를 먹는다.
유창호 : (김동아에게) 누나 이렇게 무모한 사람이었어.
은재아빠 : 그러게 말이다. 우리 없었으면 어쩔뻔 했냐? 이 많은 음식을...
김동아 : (상관없다. 맛있게 먹는다) 뭐 누군가는 먹었겠죠.
유은재, 방쪽을 돌아다본다. 조금 미안하지만,
유은재 : (끼어들어 먹기 시작하다) 이집 면발 괜찮네.
43. 김동아의 집 서재 (밤)
박무열. 배가 고프다. 밖에서 들리는 쩝쩝소리. 더 허기진다.
김태한도 배고프기는 마찬가지다. 허기를 잊을려고 아무거나 책을 빼든다.
하필 총천연색 컬러화보로 된 요리책이다. 탁 덥는다. 젠장할.
(유창호) : 어...국물 죽인다.
(은재아빠) : 어디 줘봐. (후루룩 소리. 깊숙이 올라오는 감탄사) 어어....
두남자, 배고픔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유창호) : 나쁜시키 그시키 난리났던데...
박무열 : (자기 얘기에 귀가 쫑긋한다)..
(유창호) : 사람 팼다며?
(유은재) : 어...
(은재아빠) : 못돼쳐먹은놈의 시키. 그놈의 시키. 왜 사람을 패고 그런데?
(유창호) : 원래 깡패잖아.
박무열 : 내 탕수육 먹으면서 내욕을 해.
(유은재) : 때릴만 하니까 때렸겠지.
박무열 : (그래도 자기편을 들어주는구나 싶다. 피식 웃는다) ..
김태한 : (그저 배고플 따름이다)...
44. 김동아의 집 거실 (밤)
유창호 : (의미심장하게 은재 보며) 누나 요즘 이상해. 변했어.
유은재 : 내가 뭐...
유창호 : 그놈이랑 같이 다니더니 빨간 물 든 거 아니야?
유은재 : (당황을 숨긴다) 뭔 소리를 하는거여.
은재아빠 : 그러네. 너 전엔 그 시키 욕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그시키 욕으로 하루를 끝냈잖아.
유은재 : (서재눈치보며) 요새도 해. 틈틈이.
유창호 : 언제?
은재아빠 : 해봐. 욕해봐. 박무열 욕해봐.
유은재 : (자기도 모르게 서재쪽을 본다. 어쩌나...)
(인서트-서재)
과연 어떤 욕을 하나 귀를 쫑긋한다.
유은재 : (망설인다)...
김동아 : (그순간) 아저씨도 변했어요.
은재아빠 : 내가 뭐?
김동아 : 왜 축하회 안 떠와요?
유은재 : (위기에서 벗어났다. 남모르게 안도한다)...
김동아 : 이 정도면 자리돔급인데...
(인서트-서재)
박무열 : (엿듣고 있다가) 축하회가 뭐야?
김태한 : (너무 배고파 어지럽다)...
은재아빠 : 뜰려고 했는데 오징어밖에 없더라구...대신 탕수육과 라조기가 있잖냐?
우리 건배 한번 할까? 나쁜시키 그시키의 징계를 위하여!!
유창호 : (큰소리로) 위하여.
김동아 : (해맑게) 위하여.
유은재 : (립싱크한다)...
45. 휘트니스센타 (밤)
블루시걸즈 선수들이 체력단련중이다.
진동수가 누군가를 찾는다. 안쪽에 송동율이 하체운동을 하고 있다.
진동수 : (송동율과 눈이 마주치자 웃는다) 허벅지 봐라.
송동율 :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진동수 : (둘러보며) 시걸즈 열심이네.
송동율 : (왜 왔을까 궁금해하며 기다린다) 예...뭐...
진동수 : 고기자 말이야. 고재효.
송동율 : 예....
진동수 : 중학교때 같이 야구했다고 햇잖아.
송동율 : 예...
진동수 : 왜 그만뒀어?
송동율 : 예?
진동수 : 중학교 때 기록 봤거든. 성적 좋던데. 전국 4강까지 가고... 근데 왜 야구 계속 안했어?
송동율 : (말할까말까) 예....
진동수 : 집에서 반대했어?
송동율 : 아뇨...집에서야 뭐.... 중간에 다쳤어요.
진동수 : 아. 부상? 어딜?
송동율 : 어깨요.
진동수 : 야구하다가?
송동율 : 그랬으면 덜 억울하게요. 자전거 타다가요. 자전거 타고 내려오는데 꼬마가 갑자기 튀어나와갖고...
(어깨 만지며) 여기 인대가 끊어져 갖고요. 수술을 세 번이나 했는데요. (고개를 흔든다)...
진동수 : (그랬구나)...
송동율 : (우둘두둘한 손바닥을 본다) 그 형 손바닥 진짜 너덜너덜 했는데... (문득) 근데 재효형은 왜요?
진동수 : 그냥 좀 궁금해서...괌으로 간다며? 전지훈련.
46. 병실 (밤)
고기자가 들어온다. 서윤이가 책을 읽다가 접는다.
고기자 : 아무도 안 왔었지?
서윤이 : 예...너무 안 오니까 좀 창피해요.
고기자 : ...?
서윤이 : 간호사들이 물어보더라구요. 왜 아무도 안오냐구?
고기자 : 나 오는데 간호사들이 네 속눈썹 얘기하더라.
서윤이 : (쑥스러워한다)...
고기자 : 그쪽에서는 네가 욕했다고 밀고 갈 것 같은데... 너 안티 박무열 이런거 아니지?
서윤이 : 예?
고기자 : 시걸즈 광팬이라거나?
서윤이 : 저 야구 잘 몰라요.
고기자 : 박무열을 따로 안다거나?
서윤이 : (고개를 흔든다)...
고기자 : 그럼 됐어. 합의금 왕창 뜯어내 줄 테니까. 그 돈으로 공부나 열심히 해라.
서윤이 : (눈을 내리깔고 잠깐 생각하다가) ...저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세요?
고기자 : 왜? 내가 한몫 떼 달라고 할까봐?
서윤이 : (웃는다) ....
고기자 : 네가 착하게 살아서 복권 맞았다 생각해... 간다.
고기자가 나간다.
서윤이가 착한 얼굴로 한참을 바라본다. 베개밑에서 뭔가를 꺼낸다. 눈이 훼손된 박무열의 사진이다.
서윤이 ‘이일을 어떻게 하나...’ 슬쩍 웃는다.
47. 병원 휴게실 (밤)
고기자가 복도에서 걸어 나온다.
소아병동의 휴게실에서 아이가 갖고 놀던 공을 놓친다.
공이 고기자 발밑으로 굴러온다. 고기자가 공을 줍는다.
아이 : 아저씨!
고기자, 와인드업한다. 아이가 긴장한다.
고기자가 씨익 웃더니 밑으로 던져준다. (*고기자는 팔이 어깨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고기자 핸드폰이 울린다. 진동수다. 잠깐 고민한다.
고기자 : (핸드폰 받는다) 예 형님!!
48. 곱창집 (밤)
고기자가 들어온다. 기다리고 있던 진동수가 손을 든다. 곱창이나 껍네기를 구워가며 먹는 집이다.
고기자 : (자리에 앉으며) 어쩐 일이세요? 내가 그렇게 술 한잔 하자고 해도 들은 척도 안하더니..
매니저 되고 나니까 마음이 막 말랑말랑해져요.
진동수 : (술부터 따라준다) 그런것도 있고....고기자도 야구했다니까 동생 취급해도 되겠구나 싶어서...
고기자 : 너무 늦어. 난 한참 전부터 형 대우했는데....
진동수 : 고기자, 나 무열이 부탁하러 왔어.
고기자 : (그럴줄 알았다. 헤헤)...
진동수 : 맞은애 고기자가 숨겨놨다며? 뭘 그렇게까지 하냐? 고기자가 나서서 도와줄 수도 있잖아.
고기자 : 형님. 전 그냥 기자예요. 지켜보는 사람.
진동수 : 그냥 기자 아니잖아. 야구했던 사람이잖아. 무열이 좀 도와줘. 무열이한텐 야구밖에 없어.
고기자 : 야구선수 다 그렇죠 뭐.
진동수 : 그런게 아니라...무열이는 야구땜에 살아났다고.
고기자 : (궁금해진다) ...?
진동수 : 무열이 어렸을 때 얘기 모르지. 걔가 어땠냐면...
49. 유은재의 집 마당 (밤)
1층은 잠들었다. 어딘가에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난다.
박무열이 마당에서 배팅 연습을 하고 있다. 연습할때의 박무열은 늘 진지하다.
(진동수) : 그런 걸 설계라고 한다며. 무열이 엄마는 무열이가 태어나기전부터 아들 인생을 설계했대.
태교영어에 영재교육. 사립유치원. 초등학교때 어학연수....
쌓이고 쌓여서 박무열이 폭발한게 초등학교 2학년때...
갑자기 말을 할 수가 없더래. 밖으로 안나오려고 하고. 자해하고.
50. 유은재네 집 거실 (밤)
유은재가 화장실에 가려다가 바람 가르는 소리에 창밖을 본다. 박무열이 배팅 연습중이다.
유은재 : (놀랐다. 아빠방 의식하면서 밖으로 나간다. 혼잣말로) 저 냥반이...들키면 어떡 할라고.
(진동수) : 그때 의사가 야외 활동 하라 그래서 야구를 시작했는데...
51. 유은재네 집 마당 (밤)
유은재가 밖으로 나온다.
박무열은 무릎, 발목, 허리, 스윙의 모든 것에 집중하느라 유은재가 나온것도 모른다.
박무열의 집중력은 경건하기까지 해서 제지할 수가 없다.
조금 더 지켜볼까? 유은재가 집안이 조용한가 확인하고 적당한 곳에 쭈그리고 앉아 박무열을 바라본다.
(진동수) : 무열이가 뭐라 그랬냐면... 그때 야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자긴 죽었을 거래. 미쳤거나.
52. 술집 (밤)
고기자는 술잔을 쳐다보며 빙긋이 웃고 있다. 아니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진동수 : 그렇게 무열이가 좋아지니까 엄마가 야구 그만두라 그랬대. 공부하라고.
무열이는 야구해야겠고...집에가면 야구 못하게 하니까 집에 안들어갈려고 하고. 야구부실에서 자고...
그렇게 맨날 싸운 거지. 아빠까지 끼어서. 싸우다 싸우다 엄마가 그랬대. 야군지 엄만지 선택하라고...
그때가 무열이 열두살 때...
고기자 : (여전히 술잔을 보고 있지만 웃지 않는다)...
진동수 : 열두살짜리한테 엄마가 어떤 의민지 알거야. 근데 무열이는 엄마대신 야구를 선택했어.
고기자 : (혼자 술을 따른다)...
진동수 : 결국 엄마 아빠 이혼하고 가족은 흩어지고... 무열이한테 야구는 그런거야.
고기자 :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진동수 : 다른 사람은 몰라도 고기자는 이해할수 있잖아. 무열이한테 야구가 어떤건지.. 무열이한테 야구 뺐으면...
고기자 : (읆조린다) 나도 야구밖에 없었어요.
진동수 : (너무 작은 소리라서 못들었다) ...?
고기자 : (점점 목소리가커진다) 엄마도 버리고 가족도 버리고 다 버릴수 있었어요. 나도. 야구만 할 수 있다면. 나도!!
근데 나는 그런 선택도 할 수 없었어요. (울컥한다) 내가...!
진동수 : ...
고기자 : 내가 그날을 얼마나 후회하는지 알아요?
어린애가 튀어나왔을 때, 그때 핸들을 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냥 깔아뭉갰으면 어땠을까?
진동수 : 고기자!!
고기자 : (감정을 죽이기 위해 심호흡한다) 내 앞에 어린애가 튀어나온 것처럼 그 자식 앞에도 뭔가가 튀어나온 겁니다.
근데 왜 박무열만 봐주라고 그래요. 예? 그래야 되는 이유가 뭔데요, 예?
진동수 : ...
고기자 : (반남은 술을 마시고 일어선다)....
53. 술집앞 (밤)
고기자가 문앞에서 잠깐 멈춰선다. 곧 어둠속으로 걸어간다.
54. 유은재의 집 마당 (밤)
박무열의 스윙연습이 끝난다. 숨을 고르며 무심코 돌아서다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유은재를 발견한다.
박무열 : (놀라서 소리도 못 지르고 뒷걸음질친다) 아우... (소리도 못 지르고) 나 놀래켜서 죽일려는 거지?
유은재 : (수건을 던져준다) 우리아빠한테 들키면 진짜 죽거든여. 리얼 살인.
박무열 : (땀 닦으며 은재 근처에 선다) 그럼 어떡하냐? 이걸 안하면 잠이 안오는데...
달빛아래 유은재는 앉아 강아지를 쓰다듬고 박무열은 서있다.
박무열 땀 닦던 수건을 본다. 블루시걸즈 수건이다.
박무열 : 너네 고향이 충남이라고 안했냐?
유은재 : 맞아여.
박무열 : 근데 왜 시걸즈 응원해?
유은재 : ...
박무열 : 뭐 연고지 안 따지는 사람도 많지만...
유은재 : (이런 얘긴 처음이라 쑥스럽다. 괜히 강아지를 놀리며) 우리 가족이 되게 어려울 때가 있었어여. 아주 많이...
그때 어쩌다가 야구를 보게 됐는데, 그때 시걸즈가 지고 있었어여. 아주 많이...
그때 이런 생각을 햇어여. 뭐 왜 그랫는진 모르지만... 이 게임에서 시걸즈가 이기면 우리도 괜찮아질거다 뭐 그런생각...
근데 그때 시걸즈가 이겨갖고... (흘깃 시선을 든다)...
박무열 : (진지하게 보고 있다)...
유은재 : (무안해졌다) 뭐...말도 안되는 생각이긴 한데요...하하. (일어난다)...
박무열 : 맞어. 야구는 가끔 사람을 구해.
유은재 :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 : (두손으로 수건을 유은재 목에 걸어 꾸욱 잡아당기더니 은재 머리를 흩으러 트린다) 자라. (2층으로 올라간다)..
유은재 : (으이씨...머리를 다시 원래대로 해놓다가 박무열이 사라지자 좀 쑥스러워진다)...
55.고기자의 방 (밤)
책상위 노트북이 보인다. 화면은 새카맣다.
머리를 감은 고기자가 나온다. 오른쪽 어깨에 흉측한 수술자국, 옷을 입는데 팔이 안올라가서 자세가 어정쩡하다.
고기자가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자 세이브화면이 사라지고, 이미 써놓은 기사가 보인다.
헤드라인은 ‘박무열 폭행의 진짜 원인은 정신병?’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리드미컬하다.
56. 유은재의 집 거실 (아침)
은재가 설거지 중이다.
유창호 : 누나! 내 티셔츠 봤어?
유은재 : (움찔한다) 어?
유창호 : 내가 제일 아끼는거. 앞에 곰그려진거.
유은재 : (설거지하는척 등을 보이며) 내가 어떻게 아냐? 네건 네가 챙겨야지.
유창호 : (다용도실로간다) 세탁기에 있나?
(은재아빠) : (신나서) 은재야!! 창호야!!
유은재 : (돌아본다)...
은재아빠 : (신문을 들고 애매하다) 풍악을 울리긴 좀 그런가?
57. 김동아의 집 거실 (아침)
유창호가 제일 아끼는 티셔츠를 입은 박무열. 거울속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치를 떤다.
은재가 들어온다.
박무열 : 이런 옷은 대체 어디서 사는 거냐?
유은재 : (박무열 반응이 걱정스럽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구여.
박무열 : 뭐?
유은재 : 맘 단단히 먹어여. (신문을 건넨다)...
뭐야? 박무열이 신문을 받는다. 헤드라인 ‘박무열 폭행의 진짜 원인은 정신병?’
신문을 읽는동안, 유은재는 박무열이 언제 폭발할까 긴장한다.
박무열 : (폭발한다) 고기자 이 개새끼...
유은재 : (심정은 이해한다) 저기여. 우리아빠 출근안했거든여. 목소리 좀...
박무열 : (참을려고 심호흡한다. 그러나) 아아악 진짜...
유은재 : (박무열 입을 틀어막는다. 키가 작아서 까치발까지 섰다)...
분노로 몸부림치는 박무열과 유은재가 한덩어리로 쓰러진다.
부스스한 몰골로 방에서 나오는 김동아. 자다깬 얼굴이다.
김동아 : (바닥에 쓰러진 두 남녀를 스윽 보고 지나가면서) 괜찮아. 오해같은건 안해. 누가 봐도 싸우는 거네.
(화장실로 들어간다)...
바닥에 쓰러진 박무열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다. 유은재가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58. 박무열의 집 복도 (아침)
역시 기자들이 새카맣게 모여있다.
아줌마가 주춤한다. ‘또야?’ 고개를 숙이고 기자들 사이를 지나간다.
‘박무열 집에 있습니까?’‘정신병을 앓았다는게 사실입니까?’‘알고계셧습니까?’ ‘평소에 이상하다거나...’
아줌마 : (눈을 안마주치도록 고개를 숙인체) 죄송합니다. 잠깐만. 죄송합니다...
문을 열고 간신히 들어간다.
59. 진동수의 집 앞 (아침)
박무열 집보다는 적지만 이곳에도 서너명의 기자가 서 있다.
진동수가 우영이를 안고, 오수영과 함께 나온다.
달려드는 기자들 때문에 진우영은 겁을 먹어서 아빠목에 얼굴을 파묻는다.
‘박무열 어딨습니까?’ ‘기사 봤어요?’ ‘야구장 폭력이 혹시 정신병과 관련...’
순간적으로 진동수가 기자를 쳐다본다. 기자가 주춤한다.
기자 : (정색하는 진동수가 무섭다) 아니..그게...박무열이 난폭한 이유가...
오수영 : (조용히 진동수를 잡아끈다) ...
진동수 성큼 성큼 걸어간다.
60. 케빈장의 사무실 (낮)
케빈장 : (전화를 받는 중이다) 죄송합니다만 의뢰인의 소재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 와중에도 회사 홍보하는 우리의 케빈장) 우리 케빈장의 오두막은 신뢰를 바탕으로 의뢰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전화가 끊겼나보다) 이 사람이 전화예절을 어따 팔아먹고...
(수화기를 놓자마자 또다시 울린다) 아 이거 원 귀찮아서...
(말만큼 귀찮은 것 같지는 않다) 예. 앞서가는 경호. 케빈장의 오두막입니다.
61. 복도 (낮)
단장과 김태한이 걸어온다.
김태한 : (보고중이다) 어린시절 상담을 받은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단장 : 얼마나?
김태한 : 2년정돕니다.
단장 : 지금은 문제 없는거잖아?
김태한 : 예.
단장 : 근데 왜 이 난린거야?
안장훈 : (부른다) 실장님!
김태한 : (단장에게 목례하고 안장훈을 기다린다)...
안장훈 : (메모를 건넨다) 피해자 소재가 파악됐습니다.
62. 병실 복도 (낮)
김태한, 박무열, 유은재가 걸어온다.
김태한 : 박무열 선수가 정신치료를 받았다는 걸 고기자가 어떻게 안겁니까?
박무열 :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나부지.
김태한 : 어쨌든 오늘 아침 기사로 분위기가 완전 바뀌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박무열 퇴출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박무열 : (어이없다) 남 씹을땐 참 정열적이구나....
김태한 : kbo회의전에 어떻게든 합의를 봐야 합니다.
김태한 : (확인하듯 박무열을 보고 병실문으로 다가간다)...
유은재가 음료수 상자를 박무열에게 건네준다.
63. 병실 (낮)
간호사가 붕대를 교체하는 중이다. 간호사는 꽃미남 환자에게 호감이 있다.
노크소리가 나고, 김태한. 유은재. 박무열이 들어온다.
간호사가 마무리를 하고, 눈치를 보며 밖으로 나간다.
서윤이는 박무열을 보자 시선을 돌린다. 겁먹은 것 같다.
박무열은 지긋이 서윤이를 노려본다.
김태한 : (인사하고 명함 건넨다) 몸은 어떠십니까?
서윤이 : (박무열 의식하며) 예. 나아지고 있습니다.
김태한 : 다행입니다. (가방에서 서류를 꺼낸다) 저희가 준비한 합의서입니다.
서윤이 : (읽는다. 보상금액을 확인하고 놀란다. 예상보다 많다)...
김태한 :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금액은 지금 사인을 하는 조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것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제시할겁니다.
서윤이 : (잠깐 생각한다) ...
(점프)
서윤이가 사인한다.
김태한이 서류를 챙기려는데, 박무열이 대신 받아든다. 유은재가 경계한다.
박무열 : (서윤이 가까이 앉는다) 하나만 물어봅시다.
서윤이 : (경계한다)...
박무열 : (서윤이 똑바로 보며) 너 나 알지?
서윤이 : (눈치를 본다)...
박무열 : 그날 네가 한말... 어떻게 된거냐? 그 이름 어떻게 알았냐?
서윤이 : (박무열 눈을 마주보지 못한다) 무슨 말인지...
박무열 : 괜찮아. 어차피 사인 끝났고. 네가 말한다고 해서 돈 안줄 것도 아니고... 말해봐. 어떻게 안거야? 누구한테 들었어?
서윤이 : (도움을 청하듯 유은재와 김태한을 본다)...
그때. 복도가 시끄럽더니 문이 열린다. 기자들 대여섯명이 우르르 들어온다.
박무열이 와 있다니 대박이다. 일단 사진부터 찍고본다. eng카메라가 돌아간다.
기자 : (김태한에게) 뭐야? 언제 왔어? 합의한 거야?
김태한 : 예.
기자 : (아깝다) 아... 좀 알려주고 하지? 그렇잖아도 낙종해서 죽겠구만... 했던거 한번만 더 갑시다.
(김태한과 유은재에게) 두사람 뒤로 빠지구요. 박선수가 음료수상자 전하는것부터. 예...사과멘트까지....
박무열 : (마지못해 사진찍히다가 빠직한다)...
유은재 : (툭 친다)...
김태한 :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박무열에게 음료수상자를 건넨다. 제발)...
박무열 : (일단 음료수상자를 들고 서윤이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서윤이 : (말간 얼굴로 올려다본다)...
유은재 : (역시 조마조마하다)...
박무열 : (음료수를 건넨다. 입을 열려고 해본다)...
(인서트-마릴린의 밤)
서윤이가 박무열에게 얼굴을 들이대고 속삭인다...
기자 : (기다리다가 지쳤다. 입모양만으로) 뭐해?
박무열 : (숨을 들이쉰다. 도저히 못하겠다. 그냥 돌아서버린다)...
유은재 : (저인간이 끝내...따라간다)..
기자 : 뭐야? 뭐하자는 거야?
김태한 : (기자들에게 목례하고 따라나간다)..
64. 병원 주차장 (낮)
박무열. 김태한, 유은재가 나온다.
유은재 : (김태한 눈치를 보며 박무열에게) 그것좀 미안하다고 하지...
박무열 : (버럭) 안미안한데 어떻게 미안하다 그래.
유은재 : 왜 안미안해? 그쪽은 다쳤잖아여. 전치 5주.
박무열 : (즉각적으로) 나도 다쳤어!!
유은재 : 어딜?
박무열 : ...
유은재 : (김태한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슬쩍 눈치보면서) 마음을? 다음에 다칠려면 눈탱이 이런데 다쳐여. 잘 보이는데...
김태한 : (아무리 그라도 화가났다) 사과했어야 합니다.
박무열 : (듣기 싫다)...
김태한 : 좀전에 사과 한마디면 많은걸 바꿀 수 있었습니다.
박무열 : (생각해본다. 그러나 할수 없다) 죽어도 못해.
김태한 : 왜요?
박무열 : 그러면 그날 그자식이 한말을 인정하는 거니까!!
김태한 : 그러니까 그 사람이 뭐라고 한겁니까? 몇 번이나 묻지 않습니까?
박무열 : 말할 수 없다고 몇 번이나 했잖아.
김태한 : 저보고 빈손으로 싸우라는 얘깁니까?
박무열 : (버럭) ‘박무열 개새끼’라고 했다 그래!!
김태한 : (말이 안통한다)...
박무열 : 김실장 너. 내 말 안믿지? 그 자식이 욕했다는 내말, 한번도 안 믿었지?
김태한 : 제가 믿고 안믿고가 뭐가 중요합니까?
박무열 : (날 안믿는구나 확인한다. 속상하다) 그래. 그래라. (차에 탄다)
유은재 : (김태한을 흘깃 보고 차에 탄다)...
65. 박무열 차안 (낮)
박무열이 운전중이다. 박무열은 너무 화가 나있다. 유은재가 말을 걸수 없을 정도다.
66. 오피스텔 복도 (낮)
박무열과 유은재가 들어온다.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그러나 박무열의 분노포스에 밀려 주춤 물러선다.
67. 박무열의 집 거실 (낮)
아줌마가 박무열을 맞이한다. 눈으로 그동안의 걱정과 안부를 묻는다.
박무열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유은재를 돌아본다.
박무열 : 너도...
유은재 : (본다)...
박무열 : 너도 그냥 내가 미친 놈이라고 생각하냐? 그래서 그놈 때린거라구?
유은재 : 나는....
박무열 :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자 방으로 들어간다) 됐다. 가라. (문이 닫힌다)...
유은재 : (잠깐 서 있다가 아줌마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온다)...
68. 복도 (낮)
유은재가 나온다. 기자들이 달려들면서 뭐라고 하지만 유은재귀엔 들리지 않는다.
그저 밀리는대로 밀리면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69. 엘리베이터 (낮)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은재가 문에 이마를 찧는다. 뭔가 실수한 것 같다.
70. 몽타쥬
-신문 가판대에 차곡 차곡 걸린 뉴스 헤드라인. 벤치클리어 상황중인 박무열 사진위에 ‘폭력의 골든 글러브’
-서윤이를 노려보는 박무열의 사진. ‘사과하는 박무열?’
-지하철, 고등학생이 스마트폰에 뜨는 대문 기사중 하나를 터치한다. ‘박무열, 어린시절부터 폭력적이었다’
여고생 : 미친거져.
남학생 : (여고생이 인터뷰하는 화면 반으로 쪼개지며) 정신병은 고치기 힘들다고...
남자회사원 : (역시 화면의 한쪽을 차지하면서) 돈줄테니까 욕했다고 하라고 협박했다면서...
아줌마 : (화면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자꾸 텔레비나오고 그러니까 애들이...
여자 : (화면의 5분의 1을 차지하며) 난 박무열 처음부터 눈빛이 마음에 안들었어. 이상하게 음침하고...
화면엔 계속 새로운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며 화면 역시 수백개로 쪼개진다.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수는 없지만, 모두 박무열 욕을 하고 있다.
71. 운영팀 사무실 (낮)
진동수가 신문을 보고 있다. 그들 등 뒤로 지나가는 운영팀장과 직원.
운영팀장 : 박무열 이거 어렵겠는데...
직원 : 내년 유격수 누가 봐요?
진동수 : (자리에서 일어난다)...
72. 박무열의 집 거실 (밤)
아줌마가 문을 연다. 진동수가 들어온다.
진동수 : 무열이는...
(박무열) : (열받았다) 나보고 어쩌라구, 내가 전화했어? 엄마가 전화했지?
아줌마 : (침실쪽을 눈으로 가리키고 주방으로 사라진다)...
진동수 : (소파에 앉는다)...
(박무열) : 나도 엄마랑 얘기하기 싫어. 끊어!!
박무열이 씩씩대며 나온다.
박무열 : (진동수를 본다) 미치겠네 진짜.
진동수 : 엄마?
박무열 : 나땜에 자기 욕먹는다고...10년만에 전화해서 소리 소리지르는데... (미치겠다) 진짜 왜 이러냐? 나한테 다들...
진동수 : (결심한다) 미안하다.
박무열 : 뭐가? 형이 왜?
진동수 : (말하기 힘들다) 너 어렸을때 얘기. 기사된거....나 때문인거 같다.
박무열 : ...?
진동수 : 고기자한테 너 부탁하다가...
박무열 : (믿을수 없다) 형이...?
진동수 : 기사로 쓸줄 몰랐다. 미안하다.
박무열 : (너무 어이없다) 고도사한테 뭘 부탁해?
진동수 : (괴롭다) 고기자도 야구했던 사람이니까 너한테 야구가 어떤 의민지 얘기하면...
박무열 : 고기자 야구했었대?
진동수 : 어? 어...
박무열 : 그자식 어쩐지 열등감에 쩔어있다 그랫어. 그럼 더 조심했어야지.
그런애들 몰라? 지 찌질한건 생각안하고, 남 잘되는것만 배아파갖고... 그런놈한테 뭔 얘길 한거야?
진동수 : 그냥 난 너하테 야구가 뭔지 설명하려구..
박무열 : 뭘 어떻게 설명하면 내가 미쳤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아 진짜 형은...그자식한테 속은거야? 일부러 그런거야?
진동수 : (진심을 다쳤다) 박무열. 일이 이렇게 돼서 정말 미안한데. 나 한번도 너 잘못되길 바란 적은 없다.
박무열 : (앗차 싶지만) 결과가 이렇게 된걸 뭐...
진동수 : 미안하다. (일어난다)..
박무열 : (진동수가 진짜 화났다는걸 안다) 형!
진동수 : (나간다)...
73. 복도 (밤)
진동수가 빈 복도를 걸어간다. 자책? 분노? 어떤 감정이 더 큰지 모르지만 흩으러지지는 않는다.
74. 테러몽타쥬
-박무열 퇴출운동서명자수 4321명
-구단 버스 일부 학생들이 구단 버스에 깡통. 돌멩이를 집어던진다. 유리창이 깨진다.
-박무열 퇴출 운동 서명자수 10921명
-문앞에 유은재가 서 있다. 아줌마가 고개를 흔들며 문을 닫는다. 박무열이 만나지 않겠다고 햇나보다.
-박무열이 인터넷 댓글을 본다.
-핸드폰에서 띵동 문자 수신음이 온다. ‘미친새끼. 정신병원에나 가’
또다시 문자 수신음 ‘너 마약도 한다며. 도핑테스트해봐야 되는데’
75. 거실 - 베란다 (밤)
늦은 시간이다. 아줌마가 식탁의자에 앉아있다.
박무열이 핸드폰을 소파에 내려 놓는다.
박무열 : 이모 집에 가.
아줌마 : 오늘은 여기 있을게.
박무열 : (뭐라고 하려다가 베란다로 간다)...
박무열이 야경을 본다.
소파 위, 핸드폰에서 계속해서 문자수신음이 딩동거린다. 그 소리가 화살처럼 날카롭게 계속해서 들려온다.
76. kbo회의실 앞 (낮)
김태한, 박무열, 유은재가 회의실 앞에 도착했다.
김태한 : 지금 상황이 안 좋습니다.
박무열 : 알아.
김태한 : 아뇨.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안좋습니다.
박무열 : ...
김태한 : 진흙탕 싸움이 되더라도 그날 있었던 일 전부를 얘기해야 합니다.
박무열 : ...
김태한 : 마지막 기횝니다.
박무열 : (양복 단추를 채우며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77. kbo회의실 (낮)
박무열이 굳은 얼굴로 목례 한다.
징계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박무열을 본다. 그들은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위원1 : 우리 단골오셨구만.
위원2 : 항의전화가 폭주해서 다른 일을 볼 수가 없어요.
박무열 : 죄송합니다.
위원2 : 어쨋거나 지금 가장 중요한건 폭행의 동긴데...하필 때려도 그런 앨 때려갖고...
박무열 : ...
위원3 : 때렸으면 조용히 해결하던가...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박무열 : (위원들을 본다. 그들이 적대적이라는걸 다시 느낀다)...
위원1 : 그쪽이 진짜 욕했어요?
위원2 : 욕하고 그럴 애가 아니더만 뭐..
위원3 : 욕을 했어도 그렇지. 때리면 돼? 공인이 말이야.
위원2 : 프로야구가 겨우 잘 될려고 하는 마당에...에잇 참.
위원3 : 이번이 벌써 몇 번째야? 왜 박선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데..
위원1 : 평소 소행에 문제가 있으니까 그렇지.
박무열 : ...
위원2 : 자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그 쪽이 뭐라고 그런겁니까? 뭔 욕을 했어요?
박무열 : ...
위원2 : 야구에 관해서?
박무열 : ...
위원2 : 가족 욕을 했나?
박무열 : ...
위원2 : 얘길 해야 정상참작을 하지.
박무열 : ...
위원1 : (박무열 태도가 짜증난다) 할 얘기 없으면 끝냅시다!!
78. 회의실 앞 (낮)
박무열이 나온다.
김태한과 유은재가 일어선다. 박무열 표정으로 일이 잘못됐음을 알아차린다. 김태한이 작은 한숨을 쉰다.
박무열은 성큼 성큼 계단을 향해 간다. 유은재가 따라간다.
79. 야외 주차장 (낮)
박무열과 유은재가 나온다. 기자들이 뒤따라오는데,
어디선가 우유곽이 날라와 박무열 어깨에 맞는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대여섯명이 우유곽 캔. 등을 집어던진다.
유은재가 몸으로 막으며 박무열을 차에 밀어넣고 문을 닫는다.
놈들은 욕하고 소리 지르고 킬킬댄다. 마치 사냥꾼 같다. ‘미친새끼’ ‘꺼져버려’ 죽어‘
박무열이 탄 차가 사라지자 그중 한놈이 해맑게 웃으며 묻는다. ’근데 누구야?“
80. 박무열의 차안 (낮)
박무열이 운전중이다. 유은재가 숨을 헐떡이며 박무열이 신경쓰이지 않도록 조심하며 오물을 털어낸다.
유은재가 감싸 안았기 때문에 박무열의 피해는 많지 않다.
유은재가 오물을 털다가 이마를 닦는다. 손에 피가 묻어나온다. 박무열이 봤을까봐 얼른 주먹을 쥔다.
81. 박무열 오피스텔 거실 (밤)
박무열과 유은재가 들어온다.
유은재가 실내 안전을 확인하려는데. 박무열이 구급상자를 갖고 온다.
박무열 : 앉아봐.
유은재 : 에?
박무열이 유은재를 소파에 끌어 앉히고 자기는 테이블에 앉는다. 유은재 무릎이 박무열 무릎 사이에 위치한다.
박무열 : (유은재 머리를 젖혀 이마의 상처를 본다. 면봉으로 소독하며 쓰리지 말라고 호호 불어준다)...
유은재 : (무안하다)...
박무열 : (밴드를 붙여준다. 약뚜껑을 닫고, 그러고도 한참 있다가) 고생했다. (구급상자를 들고 일어선다) 들어가라.
82. 복도 (밤)
유은재가 나온다. 이마를 만져본다.
83. 박무열의 집 작은방 (밤)
박무열이 상자를 꺼낸다. 일기장이 가득하다. 그중 하나를 꺼내 읽는다. (f.o)
84. 아파트단지 (새벽)
푸르스름한 새벽이다.
85. 진동수의 집 거실 (새벽)
진동수는 잠을 설쳤나 보다. 신문을 가질러 나간다.
86. 진동수의 집 앞 (새벽)
신문을 집어드는 진동수, 복도 한쪽에 있는 누군가를 발견한다.
진동수 : 박무열?
박무열 : (고개를 든다)...
진동수 : (가까이 간다) 언제 왔냐? 들어와.
박무열 : 됐어.
진동수 : 왜? 들어와.
박무열 : (발끝을 보며) 형! 내가 생각해봤는데...나 인생 잘못살았나봐.
그러지 않고서야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날 미워하는게...
진동수 : 무열아!
박무열 : 다른 사람들이 미워하는 건 참을만 해. 그런건 그냥 무시하겠는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미친놈 개새끼 그러는 건 그냥 참겠는데... 죽여버리고 싶다가도 그건 그냥 참겠는데...
형은 나 미워하지 마라.
진동수 : ...
박무열 : 내가 진짜 못되게 군거 아는데...그래도...형까지 날 미워하면 진짜 내가 쓰레기 같해서...
진동수 : (뭉클한다) 박무열. 너 왜이래?
박무열 : (진동수를 본다. 약해지지 않을려고 노력한다) 그러니까 형! 내가...내가....
진동수 : 됐어. 말 안하면 내가 모르냐? (잡아끈다) 들어가자.
박무열 : 말 안해도 안대니까... (잡힌 팔을 조용히 뺀다) 그럼 나 간다.
진동수 : 그냥 가면 어떡해. 밥먹구 가.
박무열 : (돌아선다) 사람없을 때 가야지.
진동수 : (쫓아가며) 무열아.
박무열이 계단을 내려간다.
진동수가 계단참에 서서 내려다본다. 계단 내려가는 발자국소리가 오래도록 들린다.
진동수가 눈으로 박무열을 배웅하고 신문을 펼친다. 곧바로 박무열 뒤를 쫓아간다.
87. 주차장 (아침)
진동수가 박무열을 찾는다. 없다!!
진동수가 다시 스포츠 신문 1면을 본다. ‘박무열 선수자격 박탈’
88. 엘리베이터앞 - 복도 (아침)
유은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가벼운 심호흡하고, 애써 평소같은 얼굴로 초인종을 누른다.
89. 박무열의 집 거실 (아침)
유은재 : (들어오며) 안녕하세요. (멈칫한다)...
아줌마 : (울것같은 얼굴로 유은재를 본다)...
90. 박무열의 방 침실 (아침)
거실에서 들리는 소리.
(유은재) : 없어져요?
문이 벌컥 열린다. 야구공은 실로 돼있다. 그동안 써온 일기장들위에 그 실이 몽땅 풀려서 방안 가득 서려 있다.
펼쳐진 일기장중에 하나로 줌인한다. 마지막 구절 ‘야구를 할수 없다면 나는 죽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