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남산 자락에 허생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가 집안을 돌보지 않고 게임만 공부한지 어언 7년째 되던 날,
근근히 바느질로 생계를 이어 오던 허생의 아내가 불만을 터뜨렸다.
아내 : 당신은 어떻게 된 게 허구헌날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서
컴퓨터만 부여 잡고 있는거요?
하다못해 나가서 게임방 알바라도 못하시나요?
허생 : 내가 워낙 밤샘에 약한 체질이라 어떻게 하겠소
아내 : 그러면 용산 가서 백업씨디 장사라도 못하시나요?
허생 : 내가 워낙 장삿술이 없는지라 어떻게 하겠소
아내 : 그럼, 해킹은 못 하시나요?
허생 : 해킹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아내 : 그렇다면 컴조립은 못 하시나요?
허생 : 컴조립은 부품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러자 아내가 갑자기 화를 벌컥 내며
아내 : 7년간 앉아서 컴퓨터를 만진게 겨우 "어떻게 하겠소"
소리란 말이오?
아내의 불평을 듣던 허생이 탄식하며 일어섰다.
허생 : 내가 컴퓨터 게임을 10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으나
7년째 공부로 그치는구나
하고는 집을 떠났다
막상 도심으로 나온 허생은 막막했다
그냥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장안 제일의 부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허생 : 이보시오, 장안 제일의 부자가 누구요?
행인 : 아마 게임방을 하는 변씨일 겁니다.
허생은 다짜고짜 변씨의 게임방을 찾아갔다
허생 : 돈 만원만 빌려 주시구려
변씨 : 그러시오
흔쾌히 만원을 빌려주는 변씨를 보며 게임방 알바생들이 의아해했다
알바 : 사장님..!! 저 사람은 행색이 남루하고 없어보이는데
거금 만원을 그렇게 흔쾌히 내어주십니까??
변씨 : 너희들이 알바아니다
알바 : 저희들은 알바 맞는디요? -.-?
변씨 : 음.. 너희들을 알봐 아니다.. -.-;;;
내가 그를 유심히 관찰해 보니 손가락 마디마디 굳은살이 배겨있어
마우스 클릭에 능해 보였으며,
손목의 유연성으로 보아 스페이스 조절이 능해 보였다
또한 눈의 초점이 또렸한 것 보아 오랫동안 컴을 부여잡고 있어도
끄떡없어 보였다
이게 내가 그에게 만원을 꾸어준 이유다.
이 말에 알바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구한 허생은 단돈 만원으로
각종 포트리스 대회에 참가신청을 해서 전 대회를 석권하고
그 상품을 팔아서 떼돈을 벌었다
그는 그 돈을 모두 모아 "프리나토"라는 게임방을 차렸다
그는 프리나토 게임방에서 포트리스를 하며 팀원들을 모아
아이템전만 해서 포트리스 내의 돈을 긁어 모우기 시작했다
그는 매 게임 마다 전승을 올려 조금씩 조금씩 돈을 모아
마침내는 포트리스 유져들이 다 돈이 없어 노템전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큰돈을 벌어 허생의 팀원들이 기뻐하고 있는데
허생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에 의아해하며 팀원들이 물었다.
팀원 : 이렇게 큰돈을 벌었는데 왜 한숨을 쉬십니까?
허생 : 우리나라 최고의 게임이라는 포트리스의 경영 시스템이
이리 취약하니 어찌 한숨이 나오지 않겠느냐...
허생은 곧 치트키를 만들어 8000만원 올리는 버그를 퍼트렸다
그리고 각 서버마다 길드를 만들고
길드원을 모두 불러모아 이르기를..
허생 : 이제부터 너희는 이 게임방에서 포트리스를 하며 새 삶을 살아라.
중요한 것은 초보 해골들에게 Alt + F4 를 누르면 슛탱이 나온다고
뺑끼치지 말 것 이며,
절대 세컨으로 방깨는 일이 없어야한다.
스코어가 1점이라도 높은 사람을 공경하고,
항상 매너겜을 하도록 하거라..
허생은 그길로 게임방을 나와 남은 돈을 모두 한강에 뿌리고
쌀만 약간 사와 집으로 돌아왔다
때를 즈음하여 이기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 기석아 이름 팔아서 미안 -.- 기석이는 아는 동생.. 으하하핫 쌈장 )
그가 간만에 변씨를 만나 허생의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기석 : 그는 괴수(怪手)다.
그는 변씨에게 만남을 주선해줄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다음날 밤, 변씨와 기석은 허생의 초가삼간을 찾았다.
변씨가 허생을 불렀다.
변씨 : 허선생.. 여기 귀한 손이 오셨소
그러나 집안의 허생은 아무 응답이 없었다.
변씨 : 이보시오 허선생..
서너번 더 불렀을때 허생이 버럭 화를 내며 뛰쳐나왔다.
허생 : 네놈들 때문에 어뷰져 하는 사람들 방을 다 깨겠다..!!
그리고는 기분이 언짢은 허생과 기석이 마주앉았다.
기석 : 허선생, 제가 스타크래푸트 세계 챔피온인데
포트리스에서 지금 금왕관이 될려면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한참 생각한 허생이 기석에게 물었다.
허생 : 내가 묻는 세 가지를 대답할 수 있겠는가?
기석 : 무엇이오?
허생 : 벨리에서 독탱으로 한번에 상대를 번지 시킬 수 있는가?
기석 : 어렵습니다
허생 : 그럼 어뷰져 없이 하루에 4000점 이상 올릴 수 있는가?
기석 : 어렵습니다
허생 : 그럼 방깨고 줄 안 서는 사람 없이 24시간 게임 할 수 있는가?
기석 : 어렵습니다
그러자 허생이 발끈했다.
허생 : 어디서 감히 최고를 논하는가!
나의 세 가지 대답에 모두 어렵다고 말하면서
어찌 포트리스 금왕관이 될 수 있냐고 묻는단 말이냐!
무릇 왕관이라는 자는 포트리스에게 모두에게 존중받는 자인데,
이렇게 나약해서야 어디에 쓰겠는가!
너같은 놈은 더블증폭으로 한방에 날려버려야겠다..
이에 깜짝 놀란 기석은 집을 뛰쳐나왔다.
며칠 후 기석이 다시 방문하니,
허생은 온데 간데 없고
허생의 캐릭터가 접속 된 컴퓨터에는
약간의 팀피와 더블화이어만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