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뒤척이는 수면은 완전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느덧 그 내일의 아침이다.
그 아침의 여명이 밝아오는가 싶었더니
창문 너머 시야는 불투명의 그림자라
초점 속으로 들어오는 풍광은
물안개인가 싶어도 이미 안개비로 전환된 상태요
벌써 촉촉하니 무설재 뜨락을 적시는 중이다.
그 내일의 아침,
날씨마저 분위기 보태주고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시작되는 하루가
어쩐지 길어질 것 같은 예감이다.
그래도
코 앞에 들이닥친 입영의 현실은 피해갈 수 없는 법이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사실
군대에 관해서는 별로 무지하지 않다고 자부하는 무설재 쥔장으로서는
-예를 들면 군의무보급창장 이셨던 친정아버지, 육사 출신의 친정 작은 아버지, 병장 출신의 남동생,
ROTC출신의 작은 남동생, 현역 해군 대위 언니 아들, 카츄사 출신의 언니의 작은 아들 그리고 공군 입대병 영훈-
웬만큼 안다고 자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입영통지서와 다른 공군의 합격 통지서를 받고나니
얼떨떨 했던 것은 사실이고
그렇게 통지서를 발부받고 기다리는 시간은
한참이나 멀어 보였지만 시간은 언제나 정확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별 내색 없이 군대 보낼 날만 기다리던 신선 일지라도
실제 상황의 착찹한 마음은 어쩔 수 없어 한 모금의
담배 연기로 자신을 다스리는 중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입대 전 필요한 물품 준비 마무리 점검을 다시 한번 하고
확인에 확인 사살 중이나 그 마음도 심경이 복잡할 일이다.
지도를 들여다 보며 정확한 지점을 머리 속에 입력하고 -인간 네비게이션인 관계로 -
시간 조절을 가늠하는 부자의 눈길에 긴장감 마저 감돈다.
출발이후 도로를 달리는 동안 내내 쉬지 않고 울리는 전화벨 때문에라도
쉼터를 찾아드니 여기저기 민머리 아들들 투성이라
일단은 긴장의 끈을 놓고 전화 삼매경 중인 아들 녀석...익숙치 않은
짧은 머리에 신경 쓰여하는 모습에 바라보는 무설재 쥔장의 마음이 흔들린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 조차 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에
결국은 주저앉아 통화중인 아들 녀석을 바라보며
그래도 지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에 안도한다.
공군으로 입대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필수 코스로 들려가게 될
진주 촉석루 앞에서 아들과 나누는 담소는 이제 불안에서
정해진 수순을 밟아가는 의젓한 아들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바뀌고
입영전의 정찬을 나누는 와중에도 끊임없는 전화 공세에
즐거운 비명이라 해야 할지....그 밥이 제대로 소화나 될런지 원.
집집마다 한 아들이 입대하는데 최소한 두명 이상의 가족들이 모여들고
집결지로 모이는 발걸음들은 마음이 무겁기만 한데
그래도 시간에 늦을세라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저런 마음들이 교차되고
아들 녀석이 연병장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떼내는 마음은 여전히 아쉽기만 하여도
갈 사람은 가야 한다.
어디 이곳 뿐이겠는가?
전국의 군대라고 하는 모든 장소에서는 때가 되면
벌어지는 이 진풍경 속에 남북 분단의 실상을 다시 한 번 생각케 될 것이다.
그 어떠한 싱황에서 왔을지라도
이 시간 이때 만큼은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자식에 대한 애틋한 애정과 염려의 마음이 한 순간 합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빼놓고 갈 수 없는 수순일테요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부모들의 눈시울이 붉기만 하다.
아들들은 다음 이동 장소도 가 버리고
돌아서서 나오는 길목에서 마주치는 훈련병들의 모습을 보니
뙤약볕의 긴장감과 군기가 눈에 보이는 듯 하다.
그 현실은 당장의
영훈의 몫이 될 터이니
마음이 편편치 않으나
그래도 그 덕분에 더욱 근사하고 멋진 사나이가 될
아들 녀석이기에 걱정의 끈은 버려두고 온다.
돌아와
아들 녀석이 넘겨주고 간 핸드폰과 MP3 를 들여다 보니
새삼 아들의 체취가 전해져 온다.
.....................그렇게 아들 녀석과의 입영식은 끝이나고
나머지 기간 동안 무사무탈의 훈련을 기대할 뿐 이다.
그러다 보면 면회할 날이 올테고
까맣게 그을린 아들 녀석을 만나게 되겠지.
더불어 한마디.
세상 모든 경험이란 자신이 겪은 것 만큼일테니
그 실제 경험에 첨가된 군대 보낸 엄마의 심정 또한
겪어 보지 않고 말로 할 일은 못된다 는 것을 전한다.
그리고
가는 동안 내내 위로의 전화와
용기를 북돋워 주는 전화를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이미 군대를 보낸 선배 엄마들의 시선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오늘의 스케치는 여기까지...
첫댓글 아드님께서 전역하는 그날까지 늘 건강하고 즐거운 군생활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넵, 감사합니다...
이 거 쓰면서 울었져?^^ 잘 지내다 올 겁니다. 여태 그랬던 것처럼.
이거 왜 이러시나...이래뵈도 씩씩한 엄마의 전형입니다. 그려.
눈물이 핑~ 돕니다 1월에 군에 간 아들로 공감한다는 위로를 드리며 모두 건강하셔야 합니다 꼬옥! 그러실거구요
아, 어린 왕자님의 작은 왕자도 갔구나...이심전심.
휴대폰,MP3 주인을 기다리는 마음 눈물이 핑도네요. 대한의 아들을 둔 어머니 이유경선생님 ...., 멋있는 아들 무사무탈 할 것입니다 .
어제, 너무 고마웠습니다. 어느 한 날, 비어질 양주를 위해 날밤을 기대합니다. ㅎㅎㅎ
마음이 찡하죠 넘 걱정하지마세요 .....잘하고 올겁니다
그러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훌륭한 싸나이 되어 옵니다~~기대해도 좋습니다
하하하하...그래야죠. 지난 주에 구미의 수상골프장에 다녀왔습니다. 신선의 형님이 하는...영훈이 인사차 들렀는데 구미에 계시는 무설재 식구들에게 마음 속 인사만 하고 그냥 왔습니다. 괜히 전화하면 민폐 될 것 같아서 ㅎㅎㅎ
선생님 제가 면회 가끔 다녀 올께요~~ 친정 에서 20분 거리 입니다.선생님보다는 아마 자주ㅡ갈듯~~신선님의 인감도장 영훈아 잘 다녀와서 멋진 사나이가 되거라~~선생님 알밤 밤톨 영훈이 어릴때 얼마나 이쁨 받알을고?
진주 사람들 말하는 억양에서 생각 많이 했습니다. 어쩌면 진주 사람들 말하는 억양과 뉘앙스가 그리 똑같은지요. ㅎㅎㅎ 면회는 훈련병 3주차나 되어야....어릴 대는 당연히 재롱둥이였습죠.
군대에서 옷보따리 소포오면 엄마들은 붙들고 운다고 합니다. 어쩌면 부모품을 떠나 홀로서기 할 수 있는 시기가 될거 같습니다. 늘 건강하게 훈련마치고 자대 배치 받길 바랍니다.
ㅎㅎㅎ 그렇다고 하던데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아직까지는 씩씩하니까요. 단지 찍사 에미인 탓에 남들과 다르게 사진으로 자료를 남기다 보니 유난스러워졌을 뿐이지 뭐 견딜만 합니다. 그런데 남부 지방에 비가 무지 많이 온다니 아직 훈련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역시 노심초사는 되는 군요 ㅋㅋㅋㅋ
짠 한 마음 이해합니다. 14개월전에 제가 겪었던 심정인걸요. 하지만 걱정하는 부모마음 만큼 어려운 일은 아닌것 같습디다. 2년 그거 설 두번 쇠니 지나갑디다. 그나저나 빈 가슴속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요. 아버지를 보낸 제 마음 만큼이나 아픈가요? 자꾸만 새롭게 생각이 나서 먼데 하늘만 쳐다 봅니다. 쥔장이 먼저 경험할 줄 알았는데 제가 먼저 ........
우선 친정 아버님의 부음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저 역시 십 여 년 전에 친정 부모님을 먼저 보내고 한동안 망연자실이었습니다만 언제나 닥치는 일에는 초월 의지가 작동하지는 못하리라 봅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함께 계셨으니 그 또한 축복일 테죠...뭐 아들 녀석이야 나름대로 겪어내고 자신의 입지를 세울테니 그것 역시 그다지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록으로 남겨 놓았을 뿐. 뭐든지 세월이 약이랍니다...비어있는 가슴에도 또 다른 채워질 거리로 가득하시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