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움직인 시간은 5분 정도였으리라.
몬테카를로에서 왕궁이 위치한
모나코 지구의 어느 지하 주차장까지 이동한 시간이다. 관광객이 많은 듯
이미 많은 대형 관광버스들이 주차되어 있다.
유럽의 관광버스들은
번호판에 자국의 국기들을 그려넣고 있어서
번호판만 보면
어느 나라에서 온 버스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유심히 살펴보니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다양한 국가들의 버스들이 뒤섞여 있는 게
유럽이 거대한 하나의 제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지상으로 나와 처음 눈에 들어오는 건물은
부조물이 가득한 해양 박물관이다. 1910년 국왕이면서 세계적인 해양학자였던
알베르 1세에 의해 지어진 건물이다. 10만톤에 달하는 돌을 85m 높이로 쌓아 올려 만든
웅장한 건축물이다. 안에는 90여개의 수조에 갇힌 1만여종의 횟감
아니 물고기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고
바다에 관한 다양한 전시물이 있는 곳이다.
들어갔을까? 당연히 지나쳤다.
지나가며 몇 년 전 싱가폴 센토사 섬에서 보았던
해저세계(Underwater world)와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아마 그와 비슷하리라고 상상해 본다.
지구 생명의 시작이며 어쩌면 마지막 보고일
바다속 세상을 본 적이 없다면 한 번쯤 큰 맘먹고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가보기를 권하고 싶다. 바다 세상의 오묘한 신비로움과
형형색색의 찬란한 아름다움에
분명 권고한 이에게까지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제 말 듣기 싫으면 그저 가까운 바닷가에 가서
참이슬에 적신(또는 취향에 따라 산이나 복분자...)
요즘 한철인 전어회 맛이라도 보시던가...
아, 정작 중요한 얘기를 빠뜨릴 뻔 했다. 지난 4월 6일 모나코 국왕이 타계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뉴스로 전해졌다. 81세로 세상을 떠난 레니에 3세의 죽음은
국가라 하기엔 너무도 작은 도시국가의
노국왕의 예견된 죽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대부분 나라에 거의 톱뉴스로 보도되었을 듯 하다.
왜 그랬을까.
오랜 재위기간 동안에
관광, 금융, 도박 산업을 중심으로
모나코 경제를 부유하게 발전시킨 것은
특히 요즘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
분명 인기를 누리기에 충분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이유보다 단연 앞서는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님들이 기억하고 예측하는 대로
그가 바로 헐리우드의 대스타 그레이스 켈리와
1956년 숱한 화제 속에 결혼식을 올린
그녀의 사랑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모나코 하면 연세 지긋하신 세계의 시민들 대부분은
제일 먼저 그레이스 켈리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솔직히 모나코 기행을 시작하면서
그레이스 켈리의 이야기를 먼저 쓰고 싶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내가 뭐가 되겠는가?를 한 번 생각해 봤다. 프랑스를 떠나면서 아테 이야기? 니스에서 누드에 대한 상상? 또 모나코에서 미모의 배우? 꼭 그런 것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 되겠기에 잠시 뒤로 미뤘고,
또 결코 켈리의 미모에 뒤지지 않는
좋은 추억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아테에 대한 예의도 아닌 듯 싶고...
그레이스 켈리,
그녀는 바로 헐리우드의 스타이자
모나코의 왕비로서 세계인이 선망했던
동화속의 공주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그레이스 켈리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
'To catch a thirf'의 촬영을 위해 모나코로 오고
이 곳에서 모나코 왕자와의 인연을 맺게 된다.
그 때 그녀는 몬테카를로시 뒤편에 위치한
트위스티 산의 도로에서 촬영을 하는 데,
놀랍게도 이 곳은 후에
그녀가 생의 최후를 맞이하는 장소가 된다.
그녀는 이 곳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필라델피아 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그레이스 켈리가
배우로서 마지막 출연한 영화는
필라델피아 스토리의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High society'(상류사회)였었고,
그 영화의 스토리처럼
헐리우드 최고의 지성미를 갖춘 우아한 대스타는
모나코 왕자와 동화같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인기 여배우로,
모나코라는 축복받은 땅의 아름다운 왕비로,
레니에 공의 부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인기도 많은 자녀들
알버트, 캐롤라인, 스테파니 세 왕자공주의 어머니로서
한평생 영화같은 삶을 영위했던 그녀는
아쉽게도 1982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만다.
그녀를 사랑하는 세계의 팬들 가슴속에
"나는 내가 훌륭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녀의 말을 심어 놓고.
이 카페에도 계실지 모를 그녀의 팬들을 위해
몇 개의 사진을 올려 본다.
(레니에 3세)
이제 우리는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 그녀가 잠들어 있는 모나코 성당이다.
모나코 성당은 13세기에 세워진 건물을 철거하고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1975년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세워진 성당이다. 이 성당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아름다운 오르간 소리이다. 내부에는 눈에 익은 유명한 화가들의
성화 모작들이 몇 개 전시되어 있었다.
제대 주위에는 국왕들의 묘가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레니에 3세 왕비
즉 그레이스 켈리의 묘소였다.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는 이들이
그녀의 무덤 위에 끊임없는 헌화를 하고 있기에
그녀의 묘는 금방 눈에 띄었다.
이제 성당에서 찍은 사진들을 올려보기로 하자.
(아비뇽의 피에타 모작인듯)
(그레이스 켈리의 묘)
성당을 나와 바로 윗 편 왕궁으로 향했다. 시간은 오전 11시 50분 왕궁 광장에 관광객들이 가득 둘러 서 있다. 왕궁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서다. 몇 명의 근위병들이 왕궁 앞에서 사열하며
프랑스말로 몇 마디 외치며 교대하고 있다. 통역하면 '근무 중 이상무!'다. 아님 말고.
생각보다 별것 아닌 교대식을
이 수많은 관광객들이 즐겁게 바라보고 있다니. 절도 있고 한 층 멋진 한국 군인들의
가히 폼생폼사라 할 수 있는 사열식을 본다면
거의 기절하지 않을까 싶다. 별 것 아닌 것에 즐거움을 갖고 바라보는 이들은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운가.
12시가 되자 왕궁의 종탑에서
삼종기도를 잊지 말라고(?)
12번의 종소리가 울렸고
사제복을 깔끔히 차려입은 신부가
급한 걸음으로 왕궁으로 들어간다.
신부가 왕궁에 점심 초대를 받은 모양이다.
왕궁 근위병 교대식과 왕궁 앞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왕궁 앞 광장은 학교 운동장만하고
왕궁 건너편에는 좁은 골목들 안에
음식점들이 가득하다.
그 골목 안 한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아마 닭요리였을 게다.
앞으로 메뉴가 잘 기억 안나면
무조건 닭이라고 쓰면 90점은 받는다.
유럽여행이 끝날 무렵 겨드랑이가 간지럽기 시작했고
분명 닭날개가 돋고 있었다.
해석하면 그만큼 닭고기를 무지 먹었다는 얘기다.
유럽을 여행하는 이가 있다면
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 하나는
여행사가 주관하는 유럽여행은
유럽 닭고기 순례여행이라 보면 된다는 것이다.
(너무 지나쳤나?)
어쨌든 점심식사를 하며
모나코의 여정은 막을 내리고 있었다.
|
첫댓글 닭요리 순례여행을 글로만 읽어도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는것처럼 동행한 느낌입니다,,그레이스 켈리에 대한 이야기는 흔한 연예계소식에서도 접햇을만한데..처음 알게된 사실이네요..소설같고 영화같은 이야기가 재밌어서 감동스러울정도인데요?.1만여종의 횟감(?)가득한 해양박물관과 모나코 성당 꼭 여행하고싶어집니다
어릴적 아버지가 쬐금 사오신 맛있는 생과자를 조금씩 아껴먹는 기분이랄까?..너무 맛있으니까 폭식하지 말라고 조금식 올려 주시고...그글이 너무 재미있어..한줄한줄 한글자도 놓치지 않고 읽으려는 마음..한조각의 부스러기라도 다 먹겠다는 어릴적의 일념처럼 살아나네요..신부님..그런데 사진은 배꼽만 나오는데요?.
맞아요 사진은 안 나오고 배꼽만 잔뜩 나와서리...신부님 사진만 대문짝 만하게 나왓어요 ㅎㅎㅎㅎㅎㅎ 여기저기 남기는 이쁜 모습들..넘 이쁘요 우리 오래도록 .함께 해요 알지요..샬롬
사진이 안 보여서 너무 아쉬워요. 저게도 배꼽만 보여요. 요즘 이곳에 오는 재미로 삽니다. 신부님의 여행을 읽으며 5년전 제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거든요. 입장료를 내고 왕궁에 들어가서 잘 못알아듣는 영어설명을 대~~충 듣던 기억, 왕궁근처 기념품가게가 물건값이 비교적 쌌던 기억도... 이렇게 재밌는 글, 행복합니다
ㅎㅎㅎㅎㅎ 완전 신부님 맘대로 ㅎㅎㅎㅎㅎ 이건 여행기 아네요..신부님코미디지....ㅎㅎㅎㅎ 혼자 박장대소하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오랫만(?)이예요. 신부님처럼 저도 며칠 무척 바빴어요. 음악경연대회 하느라구요. 제가 이소식을 이렇게 자랑스럽게 밝힐 수 있는 이유는 금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라는거 왕센스 신부님은 벌써 아시겠죠? 가야금 병창부 저의 현대적인(ㅋㅋㅋ)외모와는 너무 안맞죠? 다음 여행기는 아오스타겠죠?
솜솔이님 뒤늦게 축하드립니다. 언제 들을 기회가 있기를 바래요.
'모나코~~♪♬' 하도 따라 불러서 목젖이 가라 앉을 즈음에 적절히도 음악을 갈아 주셨네요. ㅎㅎㅎ 닭요리는 드실 때 부위에 각별히 신경을... 추측컨대 신부님께선 아마도 닭날개 부위를 많이 드신 것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ㅋ 건강하세요.
ㅎㅎㅎㅎ그만 웃깁시다 언니 내 배꼽 책임질라요!!!!!!
솜솔이 엄마 축하드려요. 가야금 배워서 지도해야 한다고 하시더니...... 모두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들이 아름답습니다. 좋은 소식 있으면 연락주세요. ~ 추카추카 ~
땡~큐 다음 여행지 정했나요? 또 함께이면 참 좋을꺼야. 그쵸?
부럽네요.. 자동차에 국기를 넣고 남에 나라를 간다는것이.. 우리나라는 가봐야 북한인데.. 철통처럼 막고 있으니 자동차로 타국을 간다는것은 꿈에나 있을일... 부끄러워라..ㅠㅠ 그런데.. 우찌 심님 사진은 저 한장 뿐이래유?
이제 실크로드를 통해 버스에다가 태극기 휘날리며 유럽제국을 방문하게 될 때 다 함께 떠날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특별히 닭고기를 좋아하는 제겐 행운인데요... 꼭 닭요리 순례라도 갈 수 있는 영광만 주어진다면...
ㅎㅎㅎ 웃다가 글 읽는 시간이 무지 지연된사실을 아십니까? 옛어른들이 닭날개 많이 드심 큰일난다고 했는데 앞으론 많이 드시지 마세요 ㅎㅎㅎ 저에 무거운 마음 내려놓으며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건강하세요*^*
잠시 감동의 물결과 함께 눈시울이 적셔지는데 ... 마지막 바오로신부님의 미소짓는 모습보고 저도 그만 웃고 있네요...항상 건강하셔야 합니다... 이런 저 같은 사람을 미소짓게 해 주실려면요~♥
글과 사진을 보고 잠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이스켈리 '나'네-조관우의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