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人事와 커뮤니케이션 文化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박 갑 수 인간생활의 큰 원칙은 협동에 있고, 이는 언어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 인사(人事)다.
I. ‘인사’라는 말의 명명과 정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거나 헤어질 때 의례적인 표현을 한다. 우리는 이를 인사(人事)라 한다. ‘人事’란 한자말이 행정적 의미가 아닌, 이러한 뜻으로 쓰이는 것은 동양 삼국 가운데 우리가 유일하다. 중국에서는 우리의 인사에 해당한 말을 ‘문후(問候), 문호(問好), 한훤(寒喧), 타초호(打招呼)’ 등 문맥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하여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주로 ‘아이사쓰(??)라 한다(박갑수, 1992).
‘인사’를 나타내는 말에는 이 한자어 외에 ‘고마’, ‘고마?다’란 고유어가 있다. 이는 오늘날 사어(死語)가 되었다. 조선조 초기의 ‘석보상절(釋譜詳節)’에 ‘서르 고마?야 드르샤 說法?시니’가 보이는데, 이 ‘고마?야’가 오늘날의 ‘인사하여’에 해당한 말이다. ‘고마?다’는 본래 ‘공경하다’를 뜻하는 동사다. 우리 조상들은 인사를 ‘공경하는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애찰(??)’은 본래 ‘밀 애(?), 밀 찰(?)’로 질문을 하면 대답하고, 다시 질문을 하면 대답한다는 의미다.
앞에서 예를 든 ‘문후(問候), 문호(問好), 한훤(寒喧), 타초호(打招呼)’ 등이 그것이다.
Greeting은 인도게르만의 조어(祖語)*ghred-, *ghrod-란 ‘반향(反響)하다’를 뜻하는 말에서 파생된 것이며, Salutation은 라틴어 salutare란 ‘건강, 복지’를 뜻하는 말에서 연유한다. 따라서 이들은 소리지르거나, 안전을 기원하는 구체적 사실에서 인사를 나타내는 말이 태어난 것이라 하겠다.
① 인사의 대상
인사의 기능은 친교적인 것이다. 이는 사교적 행위와 의례적 행위로 나눌 수 있다.
이상 ‘인사’의 특성을 구체화할 때 비로소 인사의 의미가 분명해지고, 구체적 정의가 내려질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 효용성 있는 인사가 수수(授受)된다. II. 인사의 성격과 커뮤니케이션 인사를 잠정적으로 “사교적, 혹은 의례적 말이나 동작”이라 하였다. 이는 인사의 성격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인사의 성격을 규정해 주는 것이 인사의 개인적 동기와 사회적 동기다. 이러한 인사의 성격과 동기로 말미암아 사람은 인사라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인사가 관습적으로 행해지므로 말미암아 인사말은 실질적 의미인 통달적(通達的) 기능보다는 감정이나 태도를 환기하는 정서적(情緖的) 기능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인사는 오늘날의 예절교육에 의해 현대사회에도 계승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과정에 반영된 초등학교의 ‘인사하기’의 규정을 몇 개 보면 다음과 같다. ? 문교부령 제44호(1955)
한국에서는 이렇게 예절교육의 일환으로 ‘인사하기’를 교육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평등 아닌, 차별적 인사하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행해진다. III. 인사말의 표현 구조 한국의 인사말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
이러한 형식은 특별히 문어(文語) 인사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전문은 말을 트는 것으로, 대체로 먼저 시후(時候)에 대해 언급하고, ‘안녕하시냐?’고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그간의 호의에 감사하고 적조했음을 사과한다. 주문은 본론으로, 그 동안 자기주변에 일어난 사실을 알린다. 문어의 경우 흔히 ‘아뢰올 말씀은 다름이 아니옵고…’라며 본론으로 들어간다. 말문(末文)은 결사(結辭)로, 상대방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다음날을 약속한다.
① 고개 숙이는 절, 또는 목례, 손짓 등 신체동작 ④ ‘저번에 고마웠습니다.’나, ‘지난번에는 폐를 끼쳤습니다.’ 등 유대 확인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사’라고 할 때는 이 과정도 다 거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①, ②의 과정으로 인사를 마친다. 정중한 인사의 경우 ③, ④와 다음과 같은 절차가 진행된다.
인사말의 표현구조와 관련해서는 언어의 구조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야 한다. 그것은 인사말에 관용적인 정형(定型)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와, 대우법의 문제다. 관용적인 정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사용해 부담 없이 인사를 교환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독창적인 인사말을 하여야 할 경우에는 아무래도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되고, 인사를 잘 하지 않게 된다. 이의 대표적인 예가 식사(食事) 전후의 인사와 외출 전후의 인사다. 일본어에서는 식사 전후에 “이타다키마수”와 “고치소우사마”라는 정형(定型)의 관용어를 사용한다. 우리에게도 이에 대응되는 “잘 먹겠습니다.”와 “잘 먹었습니다.”란 인사말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외형상 비슷해 보이나 같은 인사말이 아니다. 일본어의 경우는 상하귀천 없이 누구에게나, 어느 때에나 쓸 수 있는 보편적 정형(定型)의 관용어인데, 한국어는 그렇지 않다. 부정형(不定型)의 관용어다. 보편적인 것이 아니고, 상대에 따라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 화계(speech level)에 따라 달리 표현해야 한다. 따라서 눈앞에 인사할 상대가 없는 경우에는 하지 않게 된다. 이는 물론 문화의 차이도 있다. 따라서 윗사람은 아무래도 식사 전후의 인사에 제한을 받는다. 그래서 식사 전후의 한국의 인사말은 일본어에 비해 사용빈도가 낮다(홍민표, 2007). 외출 전후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일본어의 경우는 “잇데 기마수”, “다다이마”라고 인사한다. 한국어로는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라고 한다. 이들도 식사 전후의 인사말과 같이, 일본어는 보편적 정형의 관용어인데, 한국어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보편적 관용어가 못 된다. 대우법에 따라 달리 해야 한다. 이렇게 언어의 구조에 따라 인사말은 표현구조가 달라지고, 나아가 이는 사용빈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식사 전후, 외출 전후의 인사는 서구어(西歐語)도 보편적 관용어가 없어 사용 빈도가 한국어와 같이 낮다.
이는 평상시와 경사 때, 그리고 애사(哀事) 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가정에서는 혼정신성(昏定晨省)을 했다. 이때 인사말은 대체로 관용적으로 익은 말을 사용한다. 저녁에는 “평안히 주무십시오.” 또는 “안녕히 주무십시오.”라 한다. 아침에는 “편히 주무셨습니까?”, 또는 “방이 차지나 않으셨습니까?”라고 했다. 남과 만났을 때 아침에는 “안녕하십니까?”라고 하고, 점심에는 “점심 잡수셨습니까?”, 밤에는 “안녕히 주무십시오.”라고 했다. 처음 만난 사람과는 ‘대객초인사’라고 먼저 담배를 권하고, “초면에 실례합니다. 통성명이나 합시다.”라고 통성명을 청했다. 여러 날만에 만나는 경우는 “그간 안녕하십니까?”, 또는 “그간 별고 없으십니까?”라고 안부를 물었다. 행인을 만났을 때는 “어디 출타하세요?”, 또는 “어디 가세요?”라고 인사하였다. 그러면 “서울에 좀…” 하거나, “네!”라고 응대한다. 인사가 통달적(通達的) 의미의 말이 아니라, 정서적(情緖的) 의미의 말임을 이미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문화를 모르는 경우는 일일이 구체적으로 응대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개화기에 외국인 선교사 가운데는 실제로 이런 우를 범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어른에게 새해 인사를 할 때는 “과세 안녕하십니까?”라고 하였다. 요사이의 관용적 표현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는 하지 않았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인 혼사에서는 당사자에게 “좋은 연분을 만나 얼마나 즐거우신가?”, 또는 “천정배필을 만나 얼마나 기쁘십니까?”라고 하였다. 혼주(婚主)에게는 “현부를 얻으시니 기쁘시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 혼주는 “첫째 일기가 좋아서 내객에게 미안하기가 덜합니다.”라고 완곡하게 응대하였다. 출산의 경우는 아들의 경우는 “농장지경(弄璋之慶)을 축하합니다.”라고 했고, 딸의 경우는 “농와지경(弄瓦之慶)이 어떠십니까?”라고 했다. 그러면 “순산을 하였으니 다행입니다.”라고 응대하였다. 생일 축하의 경우는 “생신을 축하합니다.”가 대표적인 인사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만수무강하십시오.”라고 하거나, “더욱 강녕하십시오.”라고 하였다. 오늘날의 감탄사 ‘만세(萬歲)’도 사실은 “만세, 만세, 만만세”라고 장수를 기원하는 인사다.
조객은 상주와 맞절을 하고, “상사 말씀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라고 하거나 “상사를 당하시어 얼마나 망극하십니까?”라고 하였다. 그러면 상주는 “망극하기 한이 없습니다.” 또는 “망극합니다.”라고 했다. 문병인사는 “얼마나 고생이 되십니까?”라고 위로하거나, “속히 쾌유하시길 빕니다.”라고 쾌유를 기원했다. 작별할 때는 “잘 조섭하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재화(災禍)를 당했을 경우에는 “무어라 여쭐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하거나,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입니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IV. 비언어행동의 인사 인사는 말과 행동으로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번에는 비언어행동으로서의 인사를 살펴보기로 한다. 비언어행동으로서의 인사도 언어와 마찬가지로 민족과 국가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절, 목례, 악수, 포옹, 입맞춤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우선 나라와 민족에 따라 달리 행해지는 이 비언어행동의 인사를 長新太(1989), 飛田良文(2001), 이노미(2007), 홍인표(2010), 박갑수(2013) 등을 바탕으로 개괄해 보기로 한다. "한국·일본·인도네시아에서는 고개 숙여 절을 하고, 태국과 인도·캄보디아에서는 두 손을 모으는 합장을 한다. 유럽에서는 볼에 입을 맞추는 비주(bisous)를 한다. 프랑스·콜롬비아에서는 악수를 즐겨 한다. 아랍·아메리카·스페인·이탈리아·수단·몽골인은 포옹 뒤에 어깨를 두드리는 아브라소(abrazo)를 잘한다. 이스라엘에서는 마주 서서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샬롬(shalom)이라는 인사말을 건넨다. 알래스카에서는 부탠니(butanni)라며 두 주먹을 코앞에 대고 상대방의 주먹과 서로 비빈다. 미얀마, 말레시아, 에스키모인은 코를 가까이 대어 냄새를 맡는다. 티베트에서는 귀를 잡아당기며, 혀를 길게 내민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키아오라(kiaora)라 하면서 손을 잡고 상대방의 코를 두 번 비비는 흥이(hungi)라는 인사를 한다. 폴리네시아에서는 코와 코를 좌우로 비빈다. 중남미에서는 일반적으로 남성끼리는 악수를, 여성끼리는 뺨에 키스를 한다. 멕시코에서는 남성끼리 악수를 한 뒤 포옹하고, 가볍게 어깨를 두드린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남성끼리도 친한 경우 볼에 키스를 한다." 비언어행동으로서의 인사는 원거리에서 행해지는 경우와 근거리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근거리에서 행해지는 경우는 신체적 접촉을 하는 접촉형(接觸型)과, 비접촉형이 있다. 악수나, 포옹, 키스는 접촉형, 우리의 절이나 인도의 합장은 비접촉형의 인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비언어행동의 인사는 언어행동을 수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반절은 또한 아랫사람의 절을 받을 때 앉은 채 윗몸을 반쯤 굽히는 것을 뜻하기도 하다.
읍(揖)은 두손을 맞잡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고 허리를 앞으로 공손히 구부렸다가 몸을 펴면서 손을 내리는 동작이다. 공수(拱手)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놓고 두 손을 마주 잡아 공경의 뜻을 나타내는 동작이다. 국궁(鞠躬)은 윗사람이나 위패(位牌) 앞에서 존경의 뜻으로 몸을 굽히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의 인사제도가 우리에게 들어온 것이라 하겠다. 중국에서의 읍(揖)은 지난날 두 손을 모아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공수(拱手)는 왼손으로 오른손의 주먹을 감싸듯이 마주잡고 코 가까이까지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국궁(鞠躬)은 상반신을 90도로 구부려 인사하는 절을 의미한다.
‘배수(拜手)’이하의 말은 한국어에도 있다. 그러나 그 의미가 다르다. ‘배수(拜手)’는 우리말로는 ‘손을 맞잡고 절함’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이것이 금문(金文)과 서경(書經)에까지 보이는데, 옛날 남자들이 양손을 포개고 땅에 엎드려 그 손 위에 머리를 조아리던 절이다. 이는 배수(拜首)라고도 한다. 배수(拜手)는 벼슬(官位)에 임명될 때 하던 절이기도 하다(白川, 2004). 이 절은 우리의 절과 자세가 매우 비슷하다. 혹 우리의 절이 여기서 연유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배궤(拜?)’는 우리말로 절하고 꿇어앉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옛날의 가장 큰 경례로, 양 무릎을 꿇고 머리를 대고 절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궤배(?拜)’라고도 한다. 이렇게 한자어 가운데는 같은 형태를 취하면서 우리와 중국이 현격하게 다른 문화를 보여 주기도 한다. 이상 한국의 ‘인사’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살펴보았다. 인사란 사교적, 혹은 의례적 말이나 동작이다. 이는 문화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대내적(對內的)으로는 독자적인 인사문화를 올바로 파악하여 인생을 원활히 운영하고, 무례하고 덜떨어진 사람으로 치부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대외적(對外的)으로 상대방의 인사문화에 관심을 가져 국제사회에서 개인적 인간관계나 사회적 관계를 원만히 형성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인사’는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으로, ‘고마(恭敬)’하여 인사함으로 ‘고마워하는’ 인간관계, 사회관계가 형성되도록 할 일이다. 참고문헌 박갑수(2013), 한국어교육과 언어문화교육, 역락.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회보 2014, 제10호 |
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