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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人事와 커뮤니케이션 文化
ysoo 추천 0 조회 112 17.11.01 13:3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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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事와 커뮤니케이션 文化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박 갑 수



인간생활의 큰 원칙은 협동에 있고, 이는 언어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 인사(人事)다.


‘인사’는 커뮤니케이션의 한 수단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의도적인 것과 비의도적인 것이 있다. 인사는 의도적인 사교적 의례(儀禮) 행위다.
인간생활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사’, 그것도 우리의 ‘인사’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살펴보기로 한다.



I. ‘인사’라는 말의 명명과 정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거나 헤어질 때 의례적인 표현을 한다. 우리는 이를 인사(人事)라 한다. ‘人事’란 한자말이 행정적 의미가 아닌, 이러한 뜻으로 쓰이는 것은 동양 삼국 가운데 우리가 유일하다.

중국에서는 우리의 인사에 해당한 말을 ‘문후(問候), 문호(問好), 한훤(寒喧), 타초호(打招呼)’ 등 문맥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하여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주로 ‘아이사쓰(??)라 한다(박갑수, 1992).


인사를 왜 ‘인사(人事)’라고 하는가에 대한 어원은 분명치 않다. 이는 아마도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나 도리”라고 생각하여 이러한 명명을 하였을 것이다.

 ‘인사’를 나타내는 말에는 이 한자어 외에 ‘고마’, ‘고마?다’란 고유어가 있다. 이는 오늘날 사어(死語)가 되었다. 조선조 초기의 ‘석보상절(釋譜詳節)’에 ‘서르 고마?야 드르샤 說法?시니’가 보이는데, 이 ‘고마?야’가 오늘날의 ‘인사하여’에 해당한 말이다. ‘고마?다’는 본래 ‘공경하다’를 뜻하는 동사다. 우리 조상들은 인사를 ‘공경하는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고마’는 ‘고마 경(敬), 고마 건(虔)’<신증유합>과 같은 용례를 보인다. 오늘날의 ‘고맙다’란 형용사는 이 ‘고마’에서 파생된 말이다.


우리의 ‘인사’에 대한 일본어 ‘아이사쓰(??)’는 그 어원이 좀 색다르다. 이 말은 불교 선종(禪宗)의 ‘일애일찰(一?一?)’에서 연유한다. 이는 문하승의 깨달음의 정도를 시험하기 위해 행하는 ‘문답’을 의미하던 말로, 여기서 나아가 그 의미가 일반화하여 주고받는 의례를 의미하게 되었다.

‘애찰(??)’은 본래 ‘밀 애(?), 밀 찰(?)’로 질문을 하면 대답하고, 다시 질문을 하면 대답한다는 의미다.


한어(漢語)는 우리의 ‘인사’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말이 따로 없고, 여러 가지로 구분 대응된다.

앞에서 예를 든 ‘문후(問候), 문호(問好), 한훤(寒喧), 타초호(打招呼)’ 등이 그것이다.
‘문후(問候)’란 시절, 또는 사계의 변화에 따라 문안을 하는 것이고, ‘한훤(寒喧)’ 역시 한훤문(寒喧問), 한훤례(寒喧禮)를 의미하는 말로, 춥고 더움, 곧 기후에 따른 안부를 묻는 것이다.
‘문호(問好)’는 안부(安否)를 묻는 것이고, ‘타초호(打招呼)’는 가벼이 인사하는 것이다. 이 밖에 ‘치사(致辭)’, ‘치사(致謝)’, ‘치경(致慶)’ 등의 말도 있다. 이렇게 한어에서는 그 의미 내용에 따라 ‘인사’에 관한 말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영어로는 인사를 Greeting, Salutation이라 한다.

Greeting은 인도게르만의 조어(祖語)*ghred-, *ghrod-란 ‘반향(反響)하다’를 뜻하는 말에서 파생된 것이며,

Salutation은 라틴어 salutare란 ‘건강, 복지’를 뜻하는 말에서 연유한다. 따라서 이들은 소리지르거나, 안전을 기원하는 구체적 사실에서 인사를 나타내는 말이 태어난 것이라 하겠다.


그러면 ‘인사’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인사’란 우선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나 헤어질 때 교환되는 사교적, 혹은 의례적 말이나 동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 잠정적 정의라 하겠다. 그것은 인사의 대상 및 인사하는 때, 인사의 동기, 인사의 형식, 인사의 내용, 인사의 표현수단, 인사말의 특성 등의 조건 내지 구조에 따라 달리 규정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특성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比嘉, 1981).


① 인사의 대상
인간과, 인간이 아닌 대상에게도 인사가 가능하다. 가축, 고향 산천, 신불(神佛) 등 의인화 대상은 다 인사의 대상이 된다.


② 인사의 시기
인사하는 때, 계제는 우연한 만남과 의도적 만남에서 다 가능하다.


③ 인사의 동기
인사는 개인적 동기와 사회적 동기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다.


④ 인사의 상호성
인사의 형식은 원칙적으로 상호 교환적이나, 일방 통행적인 경우도 있다. 동물이나 무생물, 사자(死者), 그리고 말을 못하는 유아의 경우는 인사를 받기만 한다.


⑤ 인사의 성격

인사의 기능은 친교적인 것이다. 이는 사교적 행위와 의례적 행위로 나눌 수 있다.


⑥ 인사의 표현수단
언어 외에 비언어적 행동 및 언어에 비언어 행동이 수반되어 이루어지기도 한다. 비언어행동은 부차언어적 기능과 대용어적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


⑦ 인사말의 종류
입말(口語)과 글말(文語)로 나뉜다. 편지의 인사말은 글말의 대표적인 것이다.


⑧ 인사말의 성격
인사말은 실질적 의미를 지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환정적 기능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관용적 인사말은 대체로 환정적 기능을 드러낸다.


⑨ 인사의 독창성
개성적인 적절한 표현을 구사하는 경우와 일정한 형식의 관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상 ‘인사’의 특성을 구체화할 때 비로소 인사의 의미가 분명해지고, 구체적 정의가 내려질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 효용성 있는 인사가 수수(授受)된다.



II. 인사의 성격과 커뮤니케이션


인사를 잠정적으로 “사교적, 혹은 의례적 말이나 동작”이라 하였다. 이는 인사의 성격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인사의 성격을 규정해 주는 것이 인사의 개인적 동기와 사회적 동기다. 이러한 인사의 성격과 동기로 말미암아 사람은 인사라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인사가 관습적으로 행해지므로 말미암아 인사말은 실질적 의미인 통달적(通達的) 기능보다는 감정이나 태도를 환기하는 정서적(情緖的) 기능을 지니게 된다.


그러면 좁은 의미의 인사의 성격부터 보기로 한다. 인사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적의(敵意)를 품고 있지 않으며,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표시이고, 나아가 상대방의 친구이며, 협동할 수 있는 사이임을 나타낸다. 이는 특히 사교적(社交的) 인사의 경우 그러하다. 따라서 상대방이 호감을 가지도록 하는 언어 내지 신체적 동작에 유의하게 된다. 이때의 인사말에는 사랑과 신뢰와 경의(敬意)가 담긴다. 대표적 신체적 동작에 의한 인사인 악수만 하여도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평화의 몸동작이다. 이에 대해 정형(定型)의 의례적(儀禮的) 인사는 주로 공식적인 장소이거나 관혼상제 및 설 등의 명절과 같이 사회적으로 정해진 일정한 때와 장소에서 행해진다. 이때의 인사는 같은 집단 내지 사회의 일원임을 확인하는 구실을 한다.


인사말은 개성적인 창작이라기보다 일정한 틀이나 형식에 따라 행해진다. 따라서 그 형식이나 틀을 알아야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방인이거나, 교양 없는 사람으로 취급된다. 그래서 인사는 성인(成人)의 표지로까지 인식한다.


인사의 동기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개인적 동기와 사회적 동기로 나뉜다. 개인적(個人的) 동기(動機)는 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회적(社會的) 동기(動機)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은 다만 적의나 악의가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소극적 인사에서부터 사랑과 존경과 공순(恭順)을 강력하게 드러내는 적극적 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인간관계는 부자, 부부, 친척, 친구, 이웃 등 다양하다. 이러한 인간관계를 형성·유지하기 위해 인사말을 건넨다. 인간관계의 인사말은 친해질수록 말수가 줄어들며, 친할수록 말을 생략·단축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부나 친한 친구 사이의 인사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사회적 동기의 인사는 과거 봉건주의(封建主義)의 영향이 큰 것으로 일러진다. 사회체제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인사를 하게 한 것이다. 곧 지배자는 피지배자에게 인사를 강요함으로, 서열의식과 사회계급 의식을 강조하고, 인사를 통해 공순(恭順)의 뜻을 나타내도록 한 것이다. 이는 원칙적으로 하위자(下位者)가 상위자(上位者)에게 인사하는 것이다. 예(禮)를 중시하는 신분사회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존장자(尊長者)를 공경하는 유교문화가 이러한 것이다. 따라서 이는 평등의 대등한 인사가 아닌, 하위자의 상위자에 대한 공순의 차별적 인사로, 동양 삼국에 발달되었다.

이러한 인사는 오늘날의 예절교육에 의해 현대사회에도 계승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과정에 반영된 초등학교의 ‘인사하기’의 규정을 몇 개 보면 다음과 같다.


? 문교부령 제44호(1955)
2. 인사, (대화, 문답, 토의…) (一 초등학교 국어과의 영역, (一) 언어경험의 요소 중, ‘음성 언어의 경험’ 중 ‘서로 말하기’)
3. 간단한 인사를 할 수 있게 한다. (1학년 말하기 지도목표)
6. 인사와 소개를 예절 바르게 할 수 있다. (5학년 말하기 지도목표)


? 문교부령 제 제119호(1963)
(4) 여러 가지 형식의 인사를 한다.(2. 국어과의 목표)
6. 인사와 소개를 예절 바르게 하도록 한다. (5학년 말하기 지도목표)
2. 인사, (대화, 문답, 토의…) (一 초등학교 국어과의 영역, (一) 언어경험의 요소 중, ‘음성 언어의 경험’ 중 ‘서로 말하기’) (III 지도 내용, (1) 언어 경험의 요소, 음성 , 언어(말하기 듣기의 경험, ②서로 말하기)


? 문교부령 제310호(1973)
① 인사, (문답) ([지도 사항 및 형식](1) 말하기 (나) 주요 형식)


한국에서는 이렇게 예절교육의 일환으로 ‘인사하기’를 교육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평등 아닌, 차별적 인사하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행해진다.



III. 인사말의 표현 구조


한국의 인사말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
인사는 경사(慶事)·애사(哀事) 등 의례적으로 하는 것과 결혼·사망·취직·퇴직·전직·수상·개업·이전(移轉)과 같이 인생사를 알리는 것이 주를 이룬다. 이렇게 볼 때 인사는 인간생활의 모든 면과 관련된다. 사람들이 인간관계 내지 사회관계를 형성·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은 상대방을 축하하고 위로하는 외에, 자기 신변의 변화를 알려 유대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사는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며, 유념해야 할 사실임이
분명하다.


의례적 인사와 인생사의 고지(告知)라는 인사의 표현구조는 일반 문장이 다 그러하듯, 체로 전문(前文)·주문(主文)·말문(末文), 곧 서론 본론 결론의 삼부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형식은 특별히 문어(文語) 인사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전문은 말을 트는 것으로, 대체로 먼저 시후(時候)에 대해 언급하고, ‘안녕하시냐?’고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그간의 호의에 감사하고 적조했음을 사과한다.

주문은 본론으로, 그 동안 자기주변에 일어난 사실을 알린다. 문어의 경우 흔히 ‘아뢰올 말씀은 다름이 아니옵고…’라며 본론으로 들어간다.

말문(末文)은 결사(結辭)로, 상대방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다음날을 약속한다.


고지(告知)의 인사, 그 가운데도 문어에 의한 인사는 위의 삼부 구조를 충실히 지키는 쪽이다. 그러나 바쁘거나, 그럴 필요가 없을 때는 ‘전략(前略)’, 또는 ‘제번(除煩)’이란 인사로 대신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와 달리 구어로 인사하는 경우에는 인사의 구조를 다소간에 달리 한다. 흔히 ‘인사’라고 할 때 앞에서 언급한 ‘전문(前文)’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평안과 건강의 기원, 자명한 사실의 확인, 일과 건강의 확인 등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는 한국어의 경우 각각 주로 청유문, 평서문, 의문문으로 이루어진다는 특성을 지닌다. 그 형식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전개된다.


① 고개 숙이는 절, 또는 목례, 손짓 등 신체동작
② ‘안녕하세요?’란 관용적 인사말
③ ‘날씨가 참 좋네요.’ 등 시후

④ ‘저번에 고마웠습니다.’나, ‘지난번에는 폐를 끼쳤습니다.’ 등 유대 확인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사’라고 할 때는 이 과정도 다 거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①, ②의 과정으로 인사를 마친다. 정중한 인사의 경우 ③, ④와 다음과 같은 절차가 진행된다.


⑤ ‘실은 이번에 …을 하게 되었습니다.’ 등 인생사 고지
⑥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등 유대 계승 희망
⑦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등 작별인사


인사말의 표현구조와 관련해서는 언어의 구조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야 한다. 그것은 인사말에 관용적인 정형(定型)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와, 대우법의 문제다. 관용적인 정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사용해 부담 없이 인사를 교환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독창적인 인사말을 하여야 할 경우에는 아무래도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되고, 인사를 잘 하지 않게 된다. 이의 대표적인 예가 식사(食事) 전후의 인사와 외출 전후의 인사다.

일본어에서는 식사 전후에 “이타다키마수”와 “고치소우사마”라는 정형(定型)의 관용어를 사용한다. 우리에게도 이에 대응되는 “잘 먹겠습니다.”와 “잘 먹었습니다.”란 인사말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외형상 비슷해 보이나 같은 인사말이 아니다.

일본어의 경우는 상하귀천 없이 누구에게나, 어느 때에나 쓸 수 있는 보편적 정형(定型)의 관용어인데, 한국어는 그렇지 않다. 부정형(不定型)의 관용어다. 보편적인 것이 아니고, 상대에 따라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

화계(speech level)에 따라 달리 표현해야 한다. 따라서 눈앞에 인사할 상대가 없는 경우에는 하지 않게 된다. 이는 물론 문화의 차이도 있다. 따라서 윗사람은 아무래도 식사 전후의 인사에 제한을 받는다. 그래서 식사 전후의 한국의 인사말은 일본어에 비해 사용빈도가 낮다(홍민표, 2007).

외출 전후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일본어의 경우는 “잇데 기마수”, “다다이마”라고 인사한다. 한국어로는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라고 한다. 이들도 식사 전후의 인사말과 같이, 일본어는 보편적 정형의 관용어인데, 한국어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보편적 관용어가 못 된다.

대우법에 따라 달리 해야 한다. 이렇게 언어의 구조에 따라 인사말은 표현구조가 달라지고, 나아가 이는 사용빈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식사 전후, 외출 전후의 인사는 서구어(西歐語)도 보편적 관용어가 없어 사용 빈도가 한국어와 같이 낮다.


다음에는 인사말의 표현 가운데 특히 한국의 전통적 인사의 표현 형식을 보기로 한다.

이는 평상시와 경사 때, 그리고 애사(哀事) 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평상시의 경우를 보기로 한다.

우선 가정에서는 혼정신성(昏定晨省)을 했다. 이때 인사말은 대체로 관용적으로 익은 말을 사용한다.

저녁에는 “평안히 주무십시오.” 또는 “안녕히 주무십시오.”라 한다. 아침에는 “편히 주무셨습니까?”, 또는 “방이 차지나 않으셨습니까?”라고 했다.

남과 만났을 때 아침에는 “안녕하십니까?”라고 하고, 점심에는 “점심 잡수셨습니까?”, 밤에는 “안녕히 주무십시오.”라고 했다.

처음 만난 사람과는 ‘대객초인사’라고 먼저 담배를 권하고, “초면에 실례합니다. 통성명이나 합시다.”라고 통성명을 청했다.

여러 날만에 만나는 경우는 “그간 안녕하십니까?”, 또는 “그간 별고 없으십니까?”라고 안부를 물었다.

행인을 만났을 때는 “어디 출타하세요?”, 또는 “어디 가세요?”라고 인사하였다. 그러면 “서울에 좀…” 하거나, “네!”라고 응대한다. 인사가 통달적(通達的) 의미의 말이 아니라, 정서적(情緖的) 의미의 말임을 이미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문화를 모르는 경우는 일일이 구체적으로 응대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개화기에 외국인 선교사 가운데는 실제로 이런 우를 범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사 때의 인사말도 일정한 형식의 인사말이 있었다.

어른에게 새해 인사를 할 때는 “과세 안녕하십니까?”라고 하였다. 요사이의 관용적 표현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는 하지 않았다.
덕담은 아랫사람이 아닌, 윗사람이 하는 법이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인 혼사에서는 당사자에게 “좋은 연분을 만나 얼마나 즐거우신가?”, 또는 “천정배필을 만나 얼마나 기쁘십니까?”라고 하였다.

혼주(婚主)에게는 “현부를 얻으시니 기쁘시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 혼주는 “첫째 일기가 좋아서 내객에게 미안하기가 덜합니다.”라고 완곡하게 응대하였다.

출산의 경우는 아들의 경우는 “농장지경(弄璋之慶)을 축하합니다.”라고 했고, 딸의 경우는 “농와지경(弄瓦之慶)이 어떠십니까?”라고 했다. 그러면 “순산을 하였으니 다행입니다.”라고 응대하였다.

생일 축하의 경우는 “생신을 축하합니다.”가 대표적인 인사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만수무강하십시오.”라고 하거나, “더욱 강녕하십시오.”라고 하였다. 오늘날의 감탄사 ‘만세(萬歲)’도 사실은 “만세, 만세, 만만세”라고 장수를 기원하는 인사다.


애사(哀事)의 인사는 논어(論語)에 상사(喪事)는 잘 차리기보다 슬퍼할 것이라고 하였듯 위로하고 슬퍼하는 것을 위주로 하였다. 그래서 조문인사는 몰라서가 아니라, 슬픔을 드러내기 위해 끝을 흐렸다.

조객은 상주와 맞절을 하고, “상사 말씀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라고 하거나 “상사를 당하시어 얼마나 망극하십니까?”라고 하였다. 그러면 상주는 “망극하기 한이 없습니다.” 또는 “망극합니다.”라고 했다.

문병인사는 “얼마나 고생이 되십니까?”라고 위로하거나, “속히 쾌유하시길 빕니다.”라고 쾌유를 기원했다.

작별할 때는 “잘 조섭하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재화(災禍)를 당했을 경우에는 “무어라 여쭐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하거나,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입니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렇게 의례적인 인사말은 일정한 형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도 상대방에 따라 호칭과 어미가 달라져야 하는 미완(未完)의 정형이었음은 물론이다.



IV. 비언어행동의 인사


인사는 말과 행동으로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번에는 비언어행동으로서의 인사를 살펴보기로 한다.

비언어행동으로서의 인사도 언어와 마찬가지로 민족과 국가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절, 목례, 악수, 포옹, 입맞춤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우선 나라와 민족에 따라 달리 행해지는 이 비언어행동의 인사를 長新太(1989), 飛田良文(2001), 이노미(2007), 홍인표(2010), 박갑수(2013) 등을 바탕으로 개괄해 보기로 한다.


"한국·일본·인도네시아에서는 고개 숙여 절을 하고, 태국과 인도·캄보디아에서는 두 손을 모으는 합장을 한다. 유럽에서는 볼에 입을 맞추는 비주(bisous)를 한다.

프랑스·콜롬비아에서는 악수를 즐겨 한다.

아랍·아메리카·스페인·이탈리아·수단·몽골인은 포옹 뒤에 어깨를 두드리는 아브라소(abrazo)를 잘한다.

이스라엘에서는 마주 서서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샬롬(shalom)이라는 인사말을 건넨다.

알래스카에서는 부탠니(butanni)라며 두 주먹을 코앞에 대고 상대방의 주먹과 서로 비빈다.

미얀마, 말레시아, 에스키모인은 코를 가까이 대어 냄새를 맡는다.

티베트에서는 귀를 잡아당기며, 혀를 길게 내민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키아오라(kiaora)라 하면서 손을 잡고 상대방의 코를 두 번 비비는 흥이(hungi)라는 인사를 한다.
아이누족과 파푸아뉴기니아의 한 부족은 오랜만에 만나 기쁠 때는 엉엉 울어 인사한다.

폴리네시아에서는 코와 코를 좌우로 비빈다.

중남미에서는 일반적으로 남성끼리는 악수를, 여성끼리는 뺨에 키스를 한다.

멕시코에서는 남성끼리 악수를 한 뒤 포옹하고, 가볍게 어깨를 두드린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남성끼리도 친한 경우 볼에 키스를 한다."


비언어행동으로서의 인사는 원거리에서 행해지는 경우와 근거리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근거리에서 행해지는 경우는 신체적 접촉을 하는 접촉형(接觸型)과, 비접촉형이 있다.

악수나, 포옹, 키스는 접촉형, 우리의 절이나 인도의 합장은 비접촉형의 인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비언어행동의 인사는 언어행동을 수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한국의 비언어행동으로서의 대표적인 인사는 절을 하는 것이다.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에 의하면 절은 이미 부여(夫餘)시대에 행해지고 있었다(皆?手據地竊語)(太田, 1928). 이는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고개를 숙임으로 굴종을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의 절에는 큰절과 반절, 그리고 서서 고개를 숙이는 가벼운 절이 있다.


전통적인 큰절은 애경사(哀慶事)에서 행해졌고, 오늘날에도 계승되고 있다. 남자의 큰절은 허리를 굽혀 손바닥을 바닥에 대되 두 손을 벌리지 않고, 오른 손위에 왼 손을 시옷자(ㅅ) 모양으로 포갠다. 여자의 큰절은 절차가 까다로워 흔히 일정한 교육을 받는다. 이는 두 손을 마주잡아 이마에 대고 앉아서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게 되어 있다.


반절은 여자의 약식 절로, 허리를 굽히고 오른발은 세우고 왼발은 무릎을 꿇고 앉아, 양손을 바닥에 짚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이는 때로 큰절로 오해된다. 일본 平凡社(2000)의 ‘朝鮮を知る事典’도 이러한 경우다.

반절은 또한 아랫사람의 절을 받을 때 앉은 채 윗몸을 반쯤 굽히는 것을 뜻하기도 하다.


서서 고개, 또는 허리를 굽히는 절도 있다. 고두(叩頭)는 절요(折腰)에 비해 가벼운 것이다.
‘절요(折腰)’는 우리말에서는 ‘절개를 굽히고 남에게 굽실거림’을 뜻하나, 한어(漢語)에서는 ‘허리를 굽혀 절을 하다’를 의미한다. 우리의 ‘절’이란 말의 어원은 바로 이 ‘꺾을 절(折)’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읍(揖), 공수(拱手), 국궁(鞠躬)도 인사를 나타내는 비언어행동이다.

읍(揖)은 두손을 맞잡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고 허리를 앞으로 공손히 구부렸다가 몸을 펴면서 손을 내리는 동작이다.

공수(拱手)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놓고 두 손을 마주 잡아 공경의 뜻을 나타내는 동작이다.

국궁(鞠躬)은 윗사람이나 위패(位牌) 앞에서 존경의 뜻으로 몸을 굽히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의 인사제도가 우리에게 들어온 것이라 하겠다.

중국에서의 읍(揖)은 지난날 두 손을 모아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공수(拱手)는 왼손으로 오른손의 주먹을 감싸듯이 마주잡고 코 가까이까지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국궁(鞠躬)은 상반신을 90도로 구부려 인사하는 절을 의미한다.


절은 한자 ‘절 배(拜)’자에 대응된다. ‘배(拜)’자의 금문(金文)은 초화(草花)를 뽑는 모양으로, ‘초화를 뽑아내다’가 본래의 뜻이다. 이는 그 자세가 허리를 낮추어 배수(拜首)하는 예(禮)와 비슷해서 뒤에 이 뜻이 되었다. ‘배(拜)’자가 들어가는, 비언어행동과 관련이 있는 말에는 “배배(拜拜), 배수(拜手), 배수(拜首), 배궤(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배배(拜拜)’는 우리말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왼쪽 가슴에 오른손을 아래로 왼손을 위로 하여 잡고 가볍게 아래위로 움직이는 여자의 절’이다. 이는 우리 예절문화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배수(拜手)’이하의 말은 한국어에도 있다. 그러나 그 의미가 다르다. ‘배수(拜手)’는 우리말로는 ‘손을 맞잡고 절함’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이것이 금문(金文)과 서경(書經)에까지 보이는데, 옛날 남자들이 양손을 포개고 땅에 엎드려 그 손 위에 머리를 조아리던 절이다. 이는 배수(拜首)라고도 한다.

배수(拜手)는 벼슬(官位)에 임명될 때 하던 절이기도 하다(白川, 2004). 이 절은 우리의 절과 자세가 매우 비슷하다. 혹 우리의 절이 여기서 연유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배궤(拜?)’는 우리말로 절하고 꿇어앉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옛날의 가장 큰 경례로, 양 무릎을 꿇고 머리를 대고 절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궤배(?拜)’라고도 한다. 이렇게 한자어 가운데는 같은 형태를 취하면서 우리와 중국이 현격하게 다른 문화를 보여 주기도 한다.


이상 한국의 ‘인사’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살펴보았다. 인사란 사교적, 혹은 의례적 말이나 동작이다. 이는 문화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대내적(對內的)으로는 독자적인 인사문화를 올바로 파악하여 인생을 원활히 운영하고, 무례하고 덜떨어진 사람으로 치부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대외적(對外的)으로 상대방의 인사문화에 관심을 가져 국제사회에서 개인적 인간관계나 사회적 관계를 원만히 형성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동양의 ‘천학비재’ 운운의 지나치게 겸손한 인사는 미국사회에서는 오히려 경멸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인사’는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으로, ‘고마(恭敬)’하여 인사함으로 ‘고마워하는’ 인간관계, 사회관계가 형성되도록 할 일이다.



참고문헌


박갑수(2013), 한국어교육과 언어문화교육, 역락.
이노미(2007), 손짓, 그 상식을 뒤엎는 이야기, 바이북스.
洪珉杓(2007), 日韓の文化の理解, 풍간서방.
홍민표(2010), 언어행동문화의 한일 비교, 한국문화사.
白川 靜(2004), 字通, 平凡社. 
飛田良文(2001), 日本語行動論, おうふう.
박갑수(1992), 人事·禮·아이사츠, 月刊中央, 1월호.
太田亮(1928), 漢·韓史籍に顯はれたる 日韓古代史資料, 磯部甲陽堂.
比嘉正範(1981), あいさつの言語學, 月刊 言語, 4, 大修館書店.
藤崎康彦(1981) あいさつの文化人類學, 月刊 言語, 4, 大修館書店.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회보 2014, 제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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