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도로 곡성톨게이트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 산악회 버스기사는 정면으로 보이는 산을 가리키며 저기 저산인 모양이라고 집어낸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삼 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고 하였는데, 산악회 버스기사 십 년이면 산행대장이 따로 필요없을 것.
거두절미하고 최악산의 자료는 모두 중구난방이다.
자료마다 제각각이고, 어떤 자료와도 불일치한 이정표는 산꾼들의 발길을 헷갈리게 한다.
이정표를 기준으로 삼자니 모든 자료에 맞지않고, 자료를 기준으로 삼자니 어떤 자료가 더 신빙성이 있는지 혼돈되고, 이정표를 따르자니 산행지도를 새로
제작해야할 판이다.
우선 이름부터 살펴보자.
대부분의 자료에는 ‘최악산(最岳山)’으로 기록돼 있지만 인근 주민들은 ‘초악산(焦岳山)’으로 부른다.
초악산의 ‘초’가 뱁새 ‘초(焦)’자이고, 초곡(焦谷)마을, 학다리골 등 새와 관련된 지명이 근거가 있어 보이고, 이정표 또한 초악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초악산의 모산은 동악산이고, 동악산 일대에 걸쳐있는 자잘한 봉우리들은 동악산의 위성봉우리라고 보면 되겠다.
초악산은 동악산(736.8m) 남북종주의 시종점이기도 하다.
출발점은 동성마을의 ‘곡성농협주유소삼기지점’이다.
농로를 따라 괴소제(槐所堤) 저수지로 간 뒤 제방 둑을 가로 질러 올라서면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시누대와 소나무 숲길을 오르면 곧 거대한 남봉(南峰) 암릉벽이 앞을 가로막는데, 미끈한 바위지대 매력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남봉 직전의 무당바위에선 25번 고속도로를 오가는 수많은 자동차 행렬을 볼 수 있고, 남봉 정상은 소나무와 화강암반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점심을 함께한 일행들을 탈출(능선 갈림길)시키고, 만나는 지형도상 최악산(712.9m)엔 아무런 표식이 없다.
대장봉(서봉)과 동쪽 형제봉(동봉 758.5m) 방향 내리막 중간 지점에 배넘어재와 형제봉 삼거리가 있다.
그곳에 잡풀로 가득한 커다란 공터가 헬기장으로 원효골(동막골)은 우측(이정표 뒤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원효골이라는 이름은 원효대사가 이 계곡에서 설법했다고 생긴 이름이다.
잡목과 습지로 등로가 희미하지만 지금도 자연생태계가 살아있어 말그대로 청정계곡이다.
원효골 계곡트레킹 포인트는 거기서부터다.
계곡을 따라 암반계류가 빚어내는 걸작품들을 하나씩 보며 완만하게 계속 내려가면 된다.
700m봉우리들이 감싼 계곡이 그렇게 마르리라곤 상상할 수 없었다.
폭염에다 가뭄 영향인 듯했고, 소(沼)와 폭포는 오직 상상으로만이 헤아려볼 뿐 마른계곡의 미끈한 암반이 오히려 볼거리로 변했다.
하류 쪽 포장임도의 바위에는 해서체 각자가 새겨져 있다.
구한말 독립지사들이 항일의지의 각오를 다지며 바위에 새긴 각자다.
필자는 도림사쪽 청류동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바위에 새긴 각자를 일일이 확인한 바가 있다.
산행코스: 곡성농협주유소삼기지점~농로~괴소제~능선진입~무당바위~남봉~능선갈림길~등원(반월산)갈림길~헬기장~원효골~원효교(약 8km, 5시간)
산행궤적
'월간 산'의 개념도
참고 개념도
곡성농협주유소삼기지점~원효교. 8km가 조금 넘는 길을 느긋한 탁족시간까지 합쳐 5시간 25분이 걸렸다.
고도표
카메라의 시간이 에러가 났다. 정확한 출발 시간은 10시 50분이다.
네비에 정확히 입력하는 키워드는 '곡성농협주유소 삼기지점'이다.
곡성IC에서 금방 도착, 버스를 U턴하여 세운 뒤 1진을 내려주고 삼기초등학교에서 반월산팀을 내려줄 것이다. 그리곤 원효골 아래 원효교에서 대기할 것이다.
들머리는 주유소 좌측으로 들어가는 포장 농로.
농로를 한참이나 걸어야 하는 건 필수. 버스에서 내려 괴소제에 접근하는 길은 이 길이 최단거리이기 때문.
농로 사거리 지점에서 정면으로 범상치 않은 봉우리가 올려다 보인다.
농로 사거리의 지형지물은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는 콘크리트 건물.
사거리에선 우측길을 선택하여...
청송심씨 묘지를 지나면 다시 올려다 보이는 암릉군.
한낮 기온이 최고조로 올라가는 이 시간...
최악산 남릉의 바위도 뜨겁게 달아 있을 것.
주유소에서 10분이 조금 더 걸려 괴소제에 닿았다. 이제 그늘막에서 잠깐 숨을 돌린 뒤...
괴소제 뚝방을 가로지르며...
저수지를 내려다 보니 오랜 가뭄에 저수지 바닥이 바싹 말라있다.
저수지 뚝이 끝나자 곧장 산길로 접어들어...
시누대 숲길을 빠져나오면 .
벌목을 한 듯 등로는 볕에 노출이 된 뒤...
어서빨리 숲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우측 능선으로 붙어야 하는데, 그만 길따라 가다 우로 수정하여 올라 붙는다.
빨리 솔숲으로 숨어 들어야...
배낭을 벗어놓고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실 것인데...
암릉이 나타나며 조망이 열린다.
내려보이는 지점은 곡성IC 방향.
쉬어 쉬어.물.
슬랩지대다.
땀 뻘뻘 흘리고 올라온 뒤 그래도 이만한 보상을 받는다.
역시 곡성IC가 내려다 보여서...
살짝 당겨 보았다.
곡성IC 뒤로 통명지맥의 통명산인 듯.
암반을 조심조심...
안전하게 올라선 뒤...
우측으로 흘러드는 능선길을 살펴본다. 그 길은 우리 B팀들이 탈출하기로 계획한 길.
그 능선의 끝자락은 우측 끄트머리 원효골 입구.
천혜의 조망처이지만 가스가 차서...
더 이상의 욕심은 과욕.
그냥 짐작만 하시라. 나중에 내려갈 그 능선 끄트머리에 시원한 원효계곡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남봉 전망대다.
남봉 직전에서 좌측 가까이의 도드라진 봉우리를 올라 가시라고 하였더니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안내도를 보니 이 암봉이 무당바위. 이 암봉에 올라가면 사방이 뻥 뚫려 있을 것인데, 그것도 포기. 우리는 더위에 차츰 지쳐가기 때문.
잘록이에서 괴소리 저수지 이정표가 적혀있다. 이 이정표를 따르면 괴소제 우측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일 것. 살펴보니 길이 묵어있어 '영 아니올시다'이다.
우리는 남봉 직전, 이 지점 골바람 부는 안부에서 식당을 차렸다. 무엇보다도 목이 몹시 말랐기 때문. 얼음에 채워진 냉막걸리는 신선들이 마시는 생명수였다.
곡성IC와 통명산.
나아갈 방향의 최악산과 대장봉(서봉).
좌측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에서 솟은 봉우리는 반월산인가?
전망바위와 B팀들이 탈출할 능선길.
나아갈 능선 우측 뒤로 동악산이 고개를 내밀었다.
한마음의 꽃들이 아니던가? 그녀들은...
한마음의 상머슴이 아니던가? 그들은...
남봉에 올라섰다. 이제 B팀들을 뒤로하고 걸음을 빨리한다. 계획된 코스를 완주해야 하기 때문.
B팀 탈출로인 능선갈림길에서 표식기를 깔아놓고 무전으로 교신을 한다. 탈출로인 능선길은 이정표의 뒷편인 우측 방향.
지형도상의 최악산은 이무런 표식이 없고...
중봉에 닿는다.
쥐가 나 낑낑거리는 개금아제와 보조를 맞추며...
기암을 지나면...
암봉 너머로 조망이 트이고...
원등(반월산)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삼기초교에서 출발한 반월산 팀들이 올라오는 길이다. 이정표에 초악산은 0.40km.
무명봉의 '초악산 등산로' 화살표에 화살촉을 지워버렸다.
아이구메~~ 문채 씨다. 문채 씨가 이곳에서 기다리는 이유는 사진을 찍어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지형도에 표시되지 않은 이곳이 초악산이다. 초악산 표지목이라 기록했지만 이정표대로 따라야 할 것.
서둘러 기념촬영을 한 뒤 갈길을 재촉.
마지막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우측 내리막으로 우회를 하여...
능선에 접속을 한다.
풀숲으로 엉킨 헬기장에 닿아...
이정표를 확인한다. 원효골을 내려서는 포인터다. 이정표 뒷쪽 헬기장 풀숲을 헤쳐야 한다.
헬기장 풀섶으로 빨간 화살표가 원효골 입구.
이 사진은 4년전의 사진으로 이정표에 원효골 4.0km가 표시되어 있다.
4년전 이정표에 '원효동 4.0km'가 있었지만 지금 바뀐 이정표엔 원효동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곧 멧돼지 목욕탕을 지나며 물이 나고 있었으니 이 지점이 원효골의 발원지가 되는 셈이다.
오랜 가뭄으로 건계곡.
원효골 상류를 내려오며 몇 차례 계곡을 건너지만 계곡은 말라있다.
건계곡이 이어지지만 설마 탁족마저 못할라구...
와폭형의 너럭 암반이지만 쫄쫄쫄~
아직도 건계곡은 계속되어...
아예 계곡으로 내려서서 계곡을 타기로 했다.
폭포 아래 소(沼)엔 웅덩이처럼 고여 있는 물.
와폭형 너른 암반에는 그저 치타의 눈물선인 양.
이래봐도 내 이름은 폭포라오.
수량이 풍부하다면 전체가 와폭이 됐을 것.
계곡을 타고 내려오다 길 위로 올랐더니...
에그머니나~ 독탕이네. 이 사각형 물확은 맞춤형. 능선으로 탈출한 B팀들이 이 지점으로 내려왔단다.
원효골 하류엔 그나마 이 정도의 물이라도 있었으니 산행흔적을 지울 수 있었다.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고 임도를 내려서자 길가에 새겨진 각자에 3곡(三曲) 인지대(仁智臺)라 새겨져 있다.
바위 아래와 양 옆에도 빽빽히 이름을 쓴 각자가 있고...
이들은 모두 저 세상 사람들이 되었을 것.
돋보이는 필체는 주부자(朱夫子) 시다. '학성구현연어비약(學聖求賢鳶魚飛躍)' 석각은 근모(謹模).
'부자(夫子)'는 덕행이 높아 만인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을 높여 일컫는 말로 중국의 공자를 가리켜 공부자(孔夫子), 맹자를 가리켜 맹부자(孟夫子),
주자를 가리켜 주부자(朱夫子)로 부른다.
이름 밑에 장구처(杖屨處).
계곡을 건너는 잠수교에도...
빽빽한 이름이...
새겨져 있고...
격물치지(格物致知)는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가면 앎에 이른다. 마음을 바로잡으면 양지(良知)에 이른다. 주자(朱子)
성의정심(誠意正心)은 뜻을 정성스럽게 품고 마음을 바르게 가짐이라는 뜻.
포장도로를 따라...
로드뷰를 이용 너른 주차장에 버스를 댈 것이라고 보았지만 개인 사유지(녹주맥반석,곡성관광레저)인 듯 쫓겨 나왔단다.
사유지 주차장을 빠져나와...
원효교를 건너...
느티나무 아래 우리 버스가 대있다.
수령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뒷풀이 행사.
-조 율-
♬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 빛 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알고 있지 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철새들은
가을하늘 때가되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고립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모두 함께 손잡는다면
서성대는 외로운 그림자들
편안한 마음 서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